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이 있다. 삶이란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지만 이별의 순간에는 늘 아쉬움이 남음을 일컫는 말이다. 4년전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정든 환경을 뒤로하고 서울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팝송 가사처럼 지난 세월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를 지자체·정부에 전달하는 교량역할을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달려왔었다.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세로, 눈앞의 성과보다는 씨 뿌리는 자의 모습으로 업무를 추진하려 했으나 아쉬움이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18만 중소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던 일, 건의가 정책에 반영돼 행복한 표정을 짓던 중소기업 대표, 사랑나눔 행사에서 해맑게 웃던 소년·소녀 가장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막상 인천을 떠나고자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인천은 무한한 잠재성을 갖춘 기회의 도시지만, 한편으로 지금 침체기를 겪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4년간 지역 중소기업과 소통하며 인천경제를 위해 고민한 중소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인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 인천은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이 공존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인천은 주조, 금형 등을 뿌리산업을 기반으로 한 전통제조업이 강한 도시이다. 이들 산업은 첨단산업 발전의 기본토양이다.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발전하는 동반성장의 모범도시로 거듭나야 하겠다. 인천 소재 제조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고용도 85%를 담당하고 있다. 공정한 거래환경이 조성되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중소기업의 애로·건의가 잘 반영되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역 중소기업인의 애로 해소에는 큰 돈이 들어가거나 거창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손톱 밑 가시’ 애로가 대부분이고, 지자체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넷째, 중소기업과 청년이 꿈을 펴는 도시가 돼야 할 것이다. 독일이 유럽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인재의 중소기업으로 인력 유입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비전있는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꿈을 펼치도록 강소중소기업 육성 등을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세계를 품으며 성장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영국의 저명한 시사주간지가 인천의 성장가능성을 전세계 도시 중 두 번째로 선정한 바 있다. 인천이 유리한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동북아 경제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 인천시의 부채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시와 시민이 함께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는 경청의 리더십을 통해 예산 축소에 따른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마음에 담아 비전 2050 인천을 향해서 가야한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으로서 행복했다. 지역경제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 지원기관, 중소기업·소상공인 여러분 앞날에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김종환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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