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아동학대와 지역사회

작년에 시행된 아동학대 특례법과 관련해서 경찰, 검찰, 법원은 아동학대 판정과 처벌에서 어떠한 점을 고려하는지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역이 바로 ‘인천’이었다.

의붓딸에게 소금밥을 먹여 숨지게 한 계모 사건, 7년간 청소를 안 한 채 4남매가 방치된 쓰레기집 사건, 그리고 올 해의 시작을 뜨겁게 한 어린이집 폭행사건까지… 인천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언론에 많이 노출된 지역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언론의 관심을 받는 강력한 아동학대 사건이 왜 인천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누구는 바닷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을 이유로 들기도 했고, 누구는 언론에 노출되기 쉬운 지역적 특성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아동학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은 좀 더 논리적인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아동학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과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보호 요인으로 구분된다.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은 아동을 둘러싼 생태환경-미시체계, 중간체계, 외체계, 거시체계-에 따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가령, 출생시 저체중, 장애, 까다로운 기질 등은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 중 미시체계에 해당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혹은 물리적 생활환경 등은 학대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보호 요인 중 미시체계에 속한다.

아동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서 영향을 미치는 생태환경을 외체계라고 하며, 지역사회는 대표적인 외체계라 할 수 있다.

인천이라는 외체계는 어떤 점에서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학대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보호 요인은 부족한 것일까?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히 답을 할 수는 없으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가족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가족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아동학대 역시 사회적 고립이 상당 부분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전국의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도를 측정하는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인천의 사회적 고립 수준을 알려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조사는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는지, 갑자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때 돈을 빌릴 사람은 있는지,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 상대가 되어줄 사람은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물어본다. 인천은 각 문항에서 그럴 사람이 ‘없다’는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사회적 고립감 수준이 상당히 높은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천 시민의 높은 사회적 고립감 수준은 다양한 요인을 통해 설명 가능할 것이다. 사회적 고립감을 야기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중요한 점은 사회적 관계망을 촘촘히 하고 개개인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지지해 줄 수 있는 체계가 지역사회에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아동학대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남을 것이다.

정선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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