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영양제, 어떻게 먹여야 할까요

소아 소화기영양 분야의 의사로서 많이 듣게 되는 질문 중 한 가지가 영양제와 관련된 것이다. 각종 영양 보충제, 이른바 영양제 홍수의 시대이다.

성인들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서도 유산균과 종합 비타민, 각종 미네랄, 보약, 심지어 필자에게는 너무나 생소했던 중국에서 직수입했다던 체질 개선제까지 다양한 종류의 영양 보충제를 섭취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영양제는 전부 꼭 먹어야만 하는 것일까? 또는 먹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정확한 정보 없이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섭취하게 되는 경우도 보았고, 과학적인 연구 근거 없는 그저 뜬구름 잡는 식의 효과를 맹신하는 경우도 많았다.

더욱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떻게 보면 부모의 강제에 의해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유산균이나 다른 영양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이번에는 특히 비타민 위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국내 1~3세까지의 영유아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보충제는 비타민 및 무기질제이다. 모유가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지만, 모유만 섭취하는 경우에도 철분, 아연, 비타민 K, 비타민 D 등의 영양소들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식사를 하며, 적절한 햇빛 노출이 되는 경우라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외에는 굳이 규칙적인 보충은 필요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보충제를 복용한 군과 복용하지 않은 군에서 키와 체중의 평균을 비교하였는데, 두 군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과거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는 식품으로의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가 부족하였으나, 현대처럼 음식을 통해 각종 영양소의 섭취가 가능한 시대에는 오히려 과잉 섭취를 걱정해야 할 정도이다. 이에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지침을 통해 최대함량 기준을 설정하고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타민 A의 경우 과다하게 복용하였을 때에는 위장관 증상이나 탈모, 점막 건조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뼈과다증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비타민 D의 과다는 칼슘 흡수 증가로 이어저 고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구토나 변비 등의 단순 질병부터 심하면 췌장염이나 심장 이상, 신장 이상, 신경 증상 등의 원인이 되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영양 보충제를 복용하는 군에서 뿐 아니라, 복용하지 않는 군에서도 비타민 A나 아연 등에 있어 상한 섭취량 이상 섭취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따라서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의 섭취시에는 과잉이 되지 않도록 영양소의 함유량을 확인하고 주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제품을 먹이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인증한 제품 가운데 한 가지만 먹인다거나, 아니면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비교적 적절한 영양 섭취가 되는 경우에는 비타민 D 제품 한 가지만을 권하고 싶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겨울철에만 햇빛 노출이 부족하였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외부 활동이 적고 실내 생활이 많아 햇빛에 대한 노출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잉되지 않는 용량으로의 규칙적인 비타민 D 섭취는 비교적 적극 권하고 있다.

아직까지 영양 보충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성장 부진이나 채식주의자, 각종 질병 등으로 인해 충분한 영양 섭취가 안 되는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굳이 다양한 종류의 보충제를 섭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같은 비용이라면 건강한 생활 습관과 식생활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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