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목소리 이야기

사람은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그 말의 내용과 논리보다 목소리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듣기에 좋은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끌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목소리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거나 상대를 설득하기에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들게 하고 배를 침몰시키던 세이렌이라는 신화 속 이야기도 목소리의 매력을 뛰어넘은 마력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음성을 통해 얻는 정보는 200여 가지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는데, 크게 구분하자면 말하는 사람의 사회적인 지위, 성격, 심리적 상태, 신체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목소리를 통해 얻는다고 한다.

이렇게 목소리가 드러내는 정보가 다양한 것은 목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고 신체의 여러 부위와 다양한 기능들이 작용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날숨이 필요하다. 공기를 안정적으로 내쉴 수 있는 것이 좋은 목소리의 첫째 조건이다. 마이크도 없이 맨 뒷자리의 관객에게도 목소리를 또렷이 들려주는 연극배우는 단련된 복식호흡을 통해 소리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 운동으로 몸통의 근육이 단련되면 목소리나 가창력에 변화가 오는 것도 호흡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성대는 이렇게 흘러나오는 공기에 소리를 얹는다. 공기에 진동을 주어 음파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목소리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목소리의 특징 중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성대의 모양과 후두의 길이와 너비에 의해서 소리의 높낮이, 음색이 결정된다.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확연한 차이가 있고 음역대가 구분이 되는 것도 성대와 후두의 모양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성대는 보통 1초당 100~200회의 진동을 통해 소리를 만든다. 고음을 내는 경우에는 1000회 이상의 진동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수없는 마찰을 하는 성대는 정밀하게 작동하며 마찰에 의해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

음파는 목을 나와서 입안 공간과 콧속에서 공명을 만든다. 울림이 커지고 부드러워지는 과정이다. 욕실에서 노래를 하면 더 좋게 들리는 것처럼 공명은 좋은 소리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감기에 걸린 콧소리는 답답한 느낌을 주지만 공명이 잘 이루어져서 풍성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혀와 입술의 움직임에 따라 발음이 만들어져서 소리의 다양성을 완성하게 된다. 이 과정은 특히 인간에게 발달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입과 혀를 잘 움직이는 기능에만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특징에서 가능하게 된다. 영화처럼 원숭이나 돼지가 말을 하는 것은 지능이 발달하더라도 불가능하다. 다양한 언어와 수많은 표현은 진화된 발성기관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목소리에 이상이 있는 경우라면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자세나 습관이 좋지 않아 허리, 무릎에 병이 오듯 목소리를 만드는 습관이 좋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심하면 성대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비염, 식도염, 폐질환, 호르몬관련 질환 등에 의해 목소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좋은 목소리는 건강한 신체 상태에 의해 발성기관 각각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그 사용에 있어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발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누구나 목소리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소리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힘들이지 않고 수행하는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목소리의 특징은 다르지만 그 타고난 그대로의 음색을 만든다면 누구나 건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재수 다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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