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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목)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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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논단]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시대적 요청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이 있다. 양의 머리를 놓고서 개고기를 판다는 말로서 겉과 속이 다름을 말한다. 겉으론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실상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대기업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다.

동반성장은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보완하고 우리경제의 지속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분야도 제조업에서 건설업, 유통업 등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대기업은 경쟁적으로 자사의 상생방안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 분야에서의 대기업의 동반성장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차별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지수도 유통업은 바닥이다.

최근 인천 항동에서 개점 예정인 대형아울렛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 아울렛은 신포패션거리에 인접하고 있다.

수십년간 이곳에서 삶을 영위해온 의류판매 소상공인의 집단폐업이 우려되고 있다. 해당 대기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이것은 상 도의상 문제가 많다. 또한 기업 생태계를 파괴하며,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지역소상공인들의 수입은 고스란히 인천지역내로 유입되어 지역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아울렛은 그렇치 못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대기업에 의해 무너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복지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소상공인 대다수가 생계형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부실화는 내수침체의 원인이되고 있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내수기반 강화, 성장사다리 구축, 중산층 복원을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통업종에서 공정경쟁 여건과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은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전향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할 수 없는 분야를 공략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성,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 길이다. 법·제도도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아울렛 등 대형유통점 개점을 위해서는 상권영향평가서가 작성돼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당사자인 대기업이 작성토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 공정성을 확보한 제3의 기관이 작성토록 해야 하고, 부정적 결과시 신청을 반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지자체의 기업생태계 조성 노력이 중요하다.

협상력 격차로 자발적인 기업생태계 조성 환경이 어렵다면 기업 규모에 의한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도록 인센티브·패널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마케팅 기법을 습득하고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정부·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특색 있는 매장을 갖추고 고객을 유인해야 할 것이다.

맹자는“나아가는 것이 빠른 자는 그 물러남도 빠르다”(進銳者 其退速)고 말하면서 빨리 가는 것을 경계했다. 빨리 가는 것 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기초를 닦으며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우리 경제는 광복 70여년만에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가입을 눈앞에 두고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이러한 압축성장시대에서 대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향후 100년을 힘차게 비상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함께 하는 기업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동반성장에 대한 대기업의 진정성,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역량 제고, 정부·지자체의 뚝심있는 추진력이 조화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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