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메르스 사태를 보는 의사의 생각

중동에서 날아온 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의료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걱정스럽기는 남들과 마찬가지이다.

이 글이 실리게 될 즘에는 다소 진정되어 있기를 바라지만, 6월 4일 현재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전망은 어둡기만 하며,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신종플루의 경험이 있는 이 나라가 다시 한번 같은 혼란을 겪게 될까 심히 두렵다.

어떤 이들은 임진왜란 이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다 병자호란을 다시 겪은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다소 기형적이고, 모순된 구조로 되어 있다. 민간 의료에 대해 그 어느 투자도 정부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러한 민간 시스템을 정부가 통제 관리하고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과거 70년대 의료 시스템 자체가 부족하고 공공 의료에 대한 여력이 없던 시절에야 어쩔 수 없었지만, 최근 지방 구석까지 세워져 있는 게 보건소이고 공공의료 기관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재난 사태에서 그러한 공공 기관들은 과연 무얼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각종 선심성 복지 정책에만 매달리고, 실적을 위해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하느라 바빴던 공공 기관들이 지금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또한 그동안 실상은 그냥 복지부 아니었는가.

6월 4일 현재, 3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필자가 역학이나 예방의학, 혹은 정책과 관련한 아무런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야말로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있는데, 중동 지역에 다녀온 적이 있다거나 비행기가 경유하였다거나 환자와의 접촉력이 있어서 또는 기타 그 밖의 이유로 MERS에 대한 진료나 검사가 필요하다면, 대한민국에서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각 지역 보건소에 일차적으로 방문하여 그곳에서 바로 검사를 시행한 이후, 여러가지 판단에 따라 격리나 치료가 필요하다면, 지역별 공공 거점 기관에서 관리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과 같은 산발적인 의료기관 방문을 통해, 중증의 환자들에 대한 위험성을 높일 필요가 없다. 또한 의료진에 대한 감염 또한 철저히 막아야 한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의료진들을 보며 ‘지들은 살려고’라는 댓글을 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독감 예방접종을 의료인에게 가장 먼저 하는 이유와 같다. 각종 위험 환자들과 밀접하게 접촉해야만 하는 의료인들을 통한 2차 감염의 예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민간 기관들은 이미 힘들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 이후, 오히려 아픔을 당했던 기억들이 있다. 어느 병원에서는 부상당하신 모 선장님을 치료했다가 정부로부터 아직까지 치료비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때에도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감염 위험도 있고 환경 또한 열악하였지만 의사들은 열심히 환자를 진료했다.

그 사태가 진정된 이후, 정작 의사들은 정부 기관 그 어느 곳에서도 대접받지 못했다. 환자가 있다면 어디든지 뛰어가는 것이 의사이고, 우리 선배들 또한 그렇게 진료해 왔으나, 돌아오는 것은 담당자들의 거짓과 언론의 왜곡이었다.

하지만, 이 칼럼이 실릴 때쯤, 우려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질병이 확산된다면, 필자 또한 공공기관에 대한 푸념으로 가득했던 지금을 잊고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아내와 아이는 필자와의 격리를 위하여 친정으로 보낼 것이다.

그게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가족과 떨어져서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대부분 많은 의사들이 그럴 것이다. 이미 초기 대응에는 실패했다. 부디 지금이라도 잘 관리하고 조절되어서 부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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