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수명을 갖고 있듯이 세상의 모든 기술도 수명을 가지고 있다. 즉, 사람이 탄생해 유아기를 거치듯이 기술은 개발되기 시작하는 태동기가 있고, 우리 모두에게 아동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있듯이 기술도 성장기가 있다. 사람이 중년을 넘기며 성숙하듯이 기술도 성숙기를 거치며 능력의 절정기에 도달하고, 인생의 황혼기가 찾아오듯 기술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쇠퇴기에 도달한다. 자동차 관련 기술을 예로 든다면 와이퍼를 작동하는 기술은 10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었으니 쇠퇴기이고, 기존의 가솔린 엔진은 지금이 성숙기일 것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엔진이 지금이 성장기라면, 수소전지를 사용하는 전기 자동차 기술은 아직 태동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기술의 수명주기 중 기술의 성능이나 수준이 성장하는 추세는 직선적으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S자를 오른쪽으로 기울인 형태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 어필, 기술 생명력 좌우즉, 초기의 태동기에는 S자의 아랫부분처럼 기술의 성능이나 수준이 아주 조금씩 개선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또 기술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변화되는 순간부터는 변곡점을 가져 성장 속도가 감소되며, 쇠퇴기에는 S자의 맨 윗부분처럼 더 이상 성능이나 수준의 개선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기술이 활용되고 상품에 수용돼 소비자들에게 확산되는 양상도 기술의 성능이나 수준처럼 수명 주기를 가지고, 그 확산의 크기도 S자 형태를 가진다. 기술수명주기에 따라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혁신적수용자, 조기수용자(얼리어댑터), 전기다수수용자, 후기다수수용자, 지각수용자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예를 든다면, 아이폰이 국내에 시판된 직후인 2009년에 구입한 사람은 혁신적수용자 또는 조기수용자이고, 스마트폰을 2011년 정도에 구입한 사람이라면 전기다수수용자, 올해 후반기 즈음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후기다수수용자이고, 올해나 내년에도 스마트폰을 구입할 계획이 별로 없는 사람은 지각수용자일 것이다. 기술은 그 성능 및 수준과 소비자의 수용도에 따라 자기 수명을 다하기 전에 다른 기술 때문에 퇴장당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티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통신기술인 CT2 기술은 전화를 걸 수만 있다는 제한된 능력 때문에 휴대폰에 의해 수명을 조기에 마감하게 됐었다. 하지만 기술이 자신의 수명을 충분히 누리거나 다른 기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기술 자신의 수준이나 성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은 기술수명 잘 활용해야즉, 1990년대의 애플 컴퓨터나 1980년대 베타방식의 VCR 기술 같이 더 뛰어난 기술이었지만 가격, 다양성, 보완재 등에서의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해 IBM 계열의 PC나 VHS 방식의 VCR 기술에게 선두자리를 내어주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기술의 수명을 잘 활용하고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 기술수명주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기술 포트폴리오에 태동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기술을 적절히 확보하고 있고, 이를 위해 기술혁신 노력을 하고 있는 지를 점검해야 한다.기술의 수명주기는 산업이나 국가적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태동기의 기술은 대기업에서도 개발 가능하지만 그 속성상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벤처기업에서 개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벤처기업들이 태동기의 기술들을 가열차게 개발하고 있는지와 그보다 더 중요하게 벤처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태동기의 기술이 성장기를 거치고 성숙기까지 무르익도록 산업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는 지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희 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오피니언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2012-01-10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