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빛나는 건축

세계 대도시는 유리 고층건물로 빛나고 있다. 유리 외관의 고층건축은 20세기 초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의 스케치로 시작되었다. 1차 세계대전 후 침체되어 있는 독일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1920년대 초 두 차례에 걸쳐 크리스털 이미지의 고층건물을 제안하였다. 독일인들은 반짝이는 크리스털에 소원을 빌며 희망을 가졌나 보다. 그러나 미스 반 데 로에는 독일에서는 이루지 못하고 미국 망명 후 1948년 시카고 호수변 고층아파트 설계로 유리 고층건축을 실현했다. 이후 유리건축은 뉴욕을 비롯하여 세계 도시에 퍼져 나갔다. 현대 정보화 사회의 유리건축은 빠른 정보 소통의 상징으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자주 사용된다. 유리의 투명성은 내 외부 공간의 빠른 교류를 상징하는 최적의 재료이다. 이렇게 건축소재 유리는 기술의 상징에서, 부의 상징으로, 현재는 정보화 사회의 상징 등으로 의미 변천을 하며 애용되어 온다. 공공기관의 투명성도 유리로 상징화되고, 정부 행정기관과 국민의 신속한 소통도 유리건축으로 대변된다. 유명한 사례로는 독일 통일 후 영국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베를린 석조 국회의사당에 대형 유리돔을 설치하여 국회와 국민 간 소통을 상징하는 건물로 개축하였다. 에너지 절약 위한 디자인 규제 또한 런던시청사는 시민들과 소통하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청사로 세계 많은 건축인이 답사한다. 마찬가지로 석조의 고건축 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파리의 역사적 가로에 신축되는 건물이 유리마감인 것을 종종 본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건축가 설계의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이다.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은 신축 건물의 큰 덩어리는 무게감을 감소시켜주고, 외피는 주변건물과 조경을 반사하여 도시의 역사성을 담는 시각적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유류 파동 때는 유리건물은 혹평을 받고, 일부 비평가들은 비인간적 건축으로 평가절하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건축물 외피재료를 규제하거나 하여 건축가의 창작자유를 구속하지 않았다. 에너지 파동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설계가 쏟아졌고, 건축자재용 유리소재가 연구되고, 더욱 다양한 색상과 단열 성능이 강화된 유리들이 개발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서울시청 외관에 사용된 유리도 미국이 70년대 에너지 파동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단열 성능이 강화된 유리를 수입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위해 유리외피 사용 면적을 제한하는 규정을 세우고 외관디자인을 규제하고 있다. 에너지절약과 건축가의 자유로운 표현은 동일하게 중요하다. 외관 재료에 대한 규제는 창작 작업의 구속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성능 기준만 제시하고 지키도록 유도하면, 더 발전된 다양한 첨단 건축설계가 태동된다. 건축도 이제는 선진형 고부가 산업이 되어야 한다. 세계를 앞서가는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해야 할 시점이다. 창의적 건축문화 발전 막아 빛나는 건축을 설계한 건축가들을 죄인 취급하기보다는 미스 반 데 로에의 추종자들이 최첨단 기술과 접목하여 새로운 유리건축 설계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대도시마다 디자인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건축설계기술을 첨단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재료와 디자인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창작의 자유 속에서 새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첨단 건축설계와 첨단 건축재가 날개를 펴고 세계도시로 뻗어나갈 수 있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고문

[경제프리즘] 경제민주화, 미래 성장동력 어디서 찾을까?

요즘 대선주자들은 앞다투어 경제민주화를 정책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다. 먼저 그 배경을 우리 경제에서 살펴보자. 우리나라 경제는 거시적으로 2011년 기준 세계 GDP(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기준으로 14위, 수출 7위인 경제 대국이다. 또 세계무역순위는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9번째 국가라고 지식경제부 블로그는 소개하고 있다. 반면에 재벌 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100대 그룹의 자산 총액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공개한 정부의 자산총액 1천523조2천억 원의 95%에 달하는 수준이고, 또 상위 5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100대 그룹 전체 자산의 52%를 차지한다고 한다. 100대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대학졸업 취업 예정자 21만 606명 중 6.5% 정도를 채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경제현실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형 특성이고, 고용창출이 없는 구조이고, 경제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대선후보자들이 자산규모에 비해 고용창출이 없는 대기업을 재벌로 간주하고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기치로 든 것이 아닐까? 꿈을 펼칠수 있는 일자리 만들고 경제민주화란 말은 19세기 말 영국의 산업민주주의, 정치학자 달(Dahl R)의 작업장 민주주의와 1980년대 경제학자 보울스(Bowls S) 등의 민주적 기업이라는 말에서 어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제2차 대전 후 미군에 의해 단행된 일본의 재벌개혁, 농지개혁, 노동개혁을 경제민주화라 한 것에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의 배경은 헌법 제119조 2항에 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고, 그 개념은 국가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정의할 수 있다. 분명히 헌법은 소득재분배와 독점규제를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만 알고 있다. 작년 기준 국가부채는 4연금과 공기업부채를 제외하고 GDP대비 34.0%인 420.5조원으로 증가하는 것에 기획재정부는 OECD 31개국 중 낮은 비율이라고 괜찮다 하지만, 가게부채 또한 OECD 평균인 73% 을 넘는 수준이다. 국가부채, 4대 연금부채 공기업부채, 가게부채 등 모든 부채는 국민의 세금과 소득으로 갚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재성장을 통한 일자리창출과 소득증대밖에는 답이 없다. 우리나라 미래의 경제성장동력 어디서 찾을 것인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의 구조를 국민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는 이 시대가 해결해야 할 명제이다. 따라서 일자리와 수익을 통해 스스로 부채를 정리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열러 주고, 젊은이들이 더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오늘을 미래를 향해 꿈꿀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일 것이다. 글로벌 인재 육성 전략 세워야 그래서 대선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그 첫째가 젊은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강소기업(hidden champion)으로 육성하여야 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채널을 열어 주고, 계층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둘째이다. 세 번째는 이제 국내 100대 기업의 취업에 목메는 시대를 마감하고 세계 100대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고, 일을 통하여 가치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전략과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 이런 것들이 되어야 한다. 오환섭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

양질의 노동력은 취업 의사 및 능력이 있는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소지자로 정의된다. 한편, 양질의 일자리는 평균임금을 웃도는 상용직 근로자와 주당 36시간 근무하는 관리직 및 전문직 종사자들을 일컫는다. 대학진학률이 증가하면서 양질의 노동력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증가 속도가 더디다. 2010년을 기준으로 지난 7년 동안 양질의 노동력은 무려 300만 명이나 증가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100만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누적된 숫자까지 합하면, 2010년만 해도 384만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384만 명의 양질의 노동력이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곳에서 직장에 만족하지 못한 체 일을 하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기다리며 실업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인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음에도 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는 것일까? 양질의 노동력인 대졸자의 눈높이에서 보면, 중소기업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고졸자를 선호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를 20% 가량 더 채용하고 싶어 한다. 한국 사회와 문화 익힌 근로자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러한 미스매치를 메우고 있다. 올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재입국자를 포함해 4만9천명이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냥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2016년을 정점으로 인구고령화 탓에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현실화되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5%가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물, 금형 등 3D 업종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이들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공장 가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는 여기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은 입국 후 최대 3년이다. 재고용이 되면 입국일로부터 최대 4년10개월까지 체류가 허용된다. 이후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체류를 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귀국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가장 큰 장점은 5년여 동안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익혔고, 경우에 따라 매우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할 줄도 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면서 적어도 자기가 만든 제품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도 장점이다. 이들을 한국 중소기업의 무역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매년 몇만 명씩 그저 한국에 대한 경험을 갖고 귀국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을 그 나라에 가서 팔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를 선발하고, 무역실무, 마케팅 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매년 1백 명씩만 선발한다 해도, 10년이면 대규모의 무역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동남아 상권을 장악한 화교들과 버금가는 조직이 될 것이다. 또한, 동남아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한국 중소기업에 귀국하는 근로자들의 취업을 알선한다면, 우리 중소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 들어 월간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의 더딘 회복, 유럽의 장기 침체로 주요 수출대상국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中企의 무역인력으로 활용하자 많은 중소기업들은 수출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시장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엄두가 안 나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스마트한 활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수출증가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경제프리즘]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제도 명품화

많은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울상이다.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대기업만을 일방적으로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기피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상 때문이다. 대기업 취업은 실패하고,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는데도 중소기업은 취업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은 게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보상, 즉 보수와 복지후생의 수준이 크게 뒤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근무환경도 열악하고 자기개발과 자아실현의 기회도 부족하다. 하지만 개별기업으로 보면 보수의 수준, 근무환경, 복리후생 등에 있어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다. 중소기업 경우 폭넓은 기업경영 실무를 통해 다양한 능력을 갖출 수 있고 회사 발전과 함께 대기업에선 기대할 수 없는 자신만의 꿈도 키워갈 수 있다. 대기업 선호 왜곡된 취업시장 문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정확한 정보의 부족이다. 한 취업 전문기관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취업만을 고집해온 실업상태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기업정보가 부족해 괜찮은 기업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38.1%에 달했다. 좋은 일자리가 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기업의 환경, 여건을 잘 몰라 취업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는 것이다. 혹 자타가 인정하는 일 하기 좋은 중소기업이 있다면 이들 기업마저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꺼릴까? 경기도에는 제조업을 기준으로 전국의 28%에 달하는 무려 9만여개의 중소기업이 소재하고 있다. 이중 대기업에 못지않은 직업 안정성, 보수와 복지 수준,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고, 미래도 밝은 소위 혁신형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다. 특히 혁신형 중소기업의 경우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이 2.6배, 매출액 3.2배, R&D 투자 3.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마저도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으로 일하기 좋고 미래도 밝은 혁신형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지원 육성할 방안은 없을까? 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한 인증제도라고 생각한다. 경기도는 2010년부터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초 여성가족부 시책에 따라 가족친화경영에 주안점을 두고 출발하다 보니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유사한 이름을 가진 경기도 일자리 우수기업,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 등의 인증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취지와 목적은 다르다지만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먼 장래로 보면 이들 인증제도를 발전시키는데도 장애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증제로 좋은 일자리 알리자 청년들의 구직난, 중소기업의 구인난. 대안은 결국 좋은 일자리이고 그 중심엔 혁신형 중소기업이 있다. 청년들에겐 좋은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혁신형 중소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게 바로 경기도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인증제도이다.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제도를 새롭게 설계하여 경기도 명품사업으로 발전시키자. 경기도의 명예를 걸고 합리적 선정기준에 따라 엄격히 평가발표하자. 인증 자체만으로도 기업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인증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성과보수를 제공하자. 당장은 어렵겠지만 해를 거듭해 가면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사회의 잘못된 인식도 달라지리라. 청년들에겐 일하기 좋은 기업 취업의 길라잡이로, 중소기업에겐 인력난 문제를 해소해 주고 중견, 대기업으로 계속 발전하게 하는 견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제프리즘] 도시의 미래와 종합검진

선진국일수록 종합검진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병을 조기 발견하거나, 취약한 신체부분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선진국 사람들은 장수한다. 도시도 사람의 신체구조와 같다. 공원은 신체의 허파에, 도심은 심장, 도로는 혈관 등 도시공간을 몸에 비유하는 것처럼, 도시도 건강한 삶터를 지속하려면 전문가의 종합검진이 필요하다. 어느 지역이 건강하고, 취약한지,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지속가능 도시로 계획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도시는 지자체마다 선거를 위해 정치인들이 지역적으로 진단하고 공약을 발표하고 그것이 바로 도시 전체 계획에 편입되어왔다. 신체로 비유하면 의사의 검진도 없이 환자가 병이 난 것 같다고 하니, 그냥 선심으로 수술해 주겠다거나, 약을 처방해 주겠다는 식이었다. 아니면 지자체의 힘 있는 행정가가 외국의 어느 도시를 가보니 매력적으로 보여 우리도 그렇게 만들자고 한 결과들이다. 이것은 옆집 사람이 성형해서 미인처럼 보이니, 너도나도 비슷하게 성형하는 것처럼 도시도 성형수술이나 해 온 것과 같다. 그래서 전국의 도시가 개성 없이 모두 비슷한 모습이거나, 어떤 시설은 과잉공급 되었다. 종합적 진단으로 도시계획 해야 도시는 계획에서 실행까지 5년에서 10년이 걸리고, 실행 후 완전한 기능과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이상이 더 걸린다. 우리 도시는 지자체선거와 맞물려 미래계획이 수시로 변경되니 계획이 있어도 실효성이 없다. 소명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전문가도 없다. 다행히 최근 지자체마다 공공건축가를 선발하여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개인 용역이 많아 일이 바쁜 전문가는 공공봉사에 쓸 시간이 없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전문가는 공공건축가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사람들은 신체가 탈이 나서 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몇 군데 병원을 찾아다니며 확인한다. 그런데 도시를 관리하면서, 거주자들을 이주하게 하거나, 산업구조의 변화로 삶의 방식을 달리 해야 하는 대수술에는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목소리가 큰 주민들의 요구와 선심성 행정만 작용되어 왔다. 아니면 다음 선거철이 될 때까지 계획을 의도적으로 유보하기도 한다. 도시의 건강도 학연과 지연으로 연결된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다양하면서도 세부전공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받아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도시의 건강이 지속될 수 있다. 도시가 가진 지리적 조건과, 인구구조와 산업경제의 체질 변화를 정밀 진단하고, 어쩔 수 없이 과잉 공급된 불필요한 시설은 용도를 변경하여 재활용하고, 도시 정비 계획은 급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실행계획을 세우고, 차세대시민을 위해 새롭게 도입해야 할 시설은 무엇인지 미래도시를 기획해야 할 시점이다. 몸에 이상신호가 오면 병원을 찾듯, 경기가 침체일수록 관리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 건강도시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문제는 이러한 진단과 기획단계에 예산을 할애하지 않는 행정 관례에 있다. 이는 병을 치료하지 않으니, 건강검진 단계에서는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무료나 저렴한 용역비를 지급받으며 수행하는 일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보편적 내용과 아이디어만 제공된다. 건강검진에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듯이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도시를 위한 진단과 기획단계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김혜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고문

[경제프리즘] 정치가와 정치꾼, 그리고 소통

현실정치는 소통인가, 불통인가? 소통이 되었다면 현 정치를 신뢰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불통이었다면 불신하고 반박하며, 바꾸어보자, 개혁하자 할 것이다. 소통은 왜 필요한가? 소통은 어느 단체나 조직 모두에 필요하고, 특히 국가적으로 정치인과 국민 간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인체의 혈관 내의 피의 흐름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피의 흐름이 원활하고 소통이 잘되면 사람은 건강하겠지만, 불통이 되면 그쪽으로는 피가 공급되지 않아 마비되든지 조직이 괴사하여 병자가 되듯이, 국가적으로도 정치와 국민이 불통하게 되면 빈부격차, 청년실업 등의 소외계층 등을 낳게 되고, 극렬한 노동투쟁과 같은 사회갈등과 정치 불신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소통은 정치에 매우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정치인도 대선 후보도 없는 듯하다. 진정한 참 소통이 무엇인가? 가톨릭문화의 세족례라는 전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스승 예수가 최후의 만찬 전에 제자의 발을 씻어준 것에서 유래하는 행사이다.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이 뭐가 대단한가 생각해 보자! 기독교계는 이 전례에서 제자에 대한 스승의 지극한 사랑을 스승 상으로 삼고, 섬김의 지도자,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현실정치 불통 만든 정치꾼들 혹 스승이 제자와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신체 중에서도 가장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곳이 발이다. 그럼에도, 스승은 걸어다니느라 구덕살 박힌 제자의 발을 잡고 깨끗이 씻어 주는 행위는 목적하는 곳, 상대방에게 한 발짝 다가가서 상처와 구덕살 어루만지며 먼저 마음을 열게 하고, 무릎 꿇고 눈높이를 낮추는 자세는 이제 우리 말해보자, 내가 너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제자는 이 순간 가슴 벅찬 확 뚫린 기쁨을 느끼고, 가슴으로 소통을 체험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소통이 진정한 참 소통이고, 화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깊이 든다. 그러면 현 대통령 후보 중에 참 소통을 하고자 하는 정치인은 있는가? 그가 누구인지 지켜보고 찾아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만약 대통령 당선자가 정치꾼이 되면 우리는 싫더라도 그분이 펼쳐가는 세상에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어떤 정치인이 당선자가 되느냐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치인에는 두 부류가 있다. 그 하나는 정치가이고 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공익을 목적으로 청치 철학과 소신을 바탕으로 청치를 하는 자이다. 또 하나는 정치꾼이고 법이나 법 밖의 일을 개인의 욕망과 사익을 위하여 정치하는 자이다. 정치꾼들이 득세하게 된다면 청년실업, 소득불평등, 사회복지 등 갈등요인이 산재하고 있으므로, 갈등관리시스템의 최고봉에서 지휘권을 맞고 있는 대통령이 어떤 소통의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가에 따라 국정운영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도에 한국은 OECD 27개국 중 4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한 나라이고,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갈등을 해소하는데 1인당 GDP의 27%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엄청난 비용이 소통 부재로 갈등 해소에 쓰인다고 해보라! 더이상 용납해선 안돼 그래서 국민은 지금까지 고통을 참으며 소통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도 불안감만 보여주고 있다. 이 갈등의 중심에 정치인이 있고, 조장의 당사자가 정치꾼 자신들임을 자각할 시점이다. 국민은 걸림이 없는 소통, 화통을 원한다. 이제 더는 사회를 갈등구도로 묶고 가는 정치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다윈 진화론의 자연선택설에서 보면 국민의 여망이 대통령을 뽑는 자연환경이고 선택이 민주주의의 성숙도이다.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는 우리 자신의 성숙도를 가름하는 것임을 아는 것이다. 오환섭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이공계 인재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

성적이 우수한 고교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이공계의 낮은 취업률이다. 2011년 이공계(자연계열, 공학계열) 대졸자의 취업률은 52%다. 전체 대졸자 취업률 54.5%보다 낮다. 게다가 전문대 이공계 졸업생의 취업률(59.4%)보다도 낮다. 반대로 의약계열의 취업률은 76.7%이다. 이러니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들이 의약계열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1년 서울대 자퇴생의 86%가 이공계 전공자다. 그렇다고 이공계 인력 배출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2011년 이공계 대졸자는 10만5천662명이다. 지난 20년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대졸자 중 이공계 비율은 37.4%로 OECD(23.9%)보다 높다. 과학입국이라는 국가 정책과 수출중심의 산업구조 덕분이다. 낮은 취업률과 넘치는 인력을 얼핏 보면, 공급과잉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낫다. 지방 중소기업이 이공계 연구인력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기술창업 이끌 연구인재들 양성 위해 이러한 미스매치가 발생한 이유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이공계는 특성상 학습만으로 인재를 기르지 못한다. 실험과 체험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수한 이공계 인력은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공계의 대학원 진학률이 여타 계열을 압도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들은 적어도 6년 교육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이공계 인력은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눈높이가 높을 수밖에 없다. 본사가 울산인 현대중공업도 서울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열었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연구인력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서울에 R&D 센터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공계 우수인력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은 매월 20만원 소득공제를 받는다. 년으로 환산하면, 240만원이다. 대기업과의 연봉 차이를 감안하면, 소득공제는 큰 장점이 아니다. 그나마 중소기업은 병역특례 제도를 활용해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특례기간이 끝나면, 연구인력 대부분은 대기업으로 눈을 돌린다. 중소기업도 연구인력이 필요한 것은 매한가지다. 소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중소기업에게 연구성과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그래서 연구인력의 중소기업 기피와 잦은 이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연구인력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술 창업을 이끌 인재들이다. 따라서 이공계, 특히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공계 인력의 가장 큰 고민은 입대다. 이공계 인력은 대학원 졸업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해야 한다. 열심히 배운 것을 맘껏 펼치지 못하고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입대는 경력의 단절이다. 우리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징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을 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수한 기술인력이 국방 R&D 분야에서 근무하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군 복무 기간 중에도 자금을 지원해 준다. 또한, 군 복무 후 이러한 기술을 상업화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의 입대는 경력의 단절이 아닌 창업을 준비하는 기회다. 창업선진국으로 통하는 이스라엘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공계 인재에 투자 아까지 말아야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이다. 그나마 수출 덕분에 선진국 문턱에 진입해 있다. 치열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이공계 인재에 대한 투자는 더는 늦출 수 없는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경제프리즘] ‘기술닥터 사업’의 전국적 확대를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드는 중추기둥이고, 이들 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기술이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겪는 공통애로사항은 크게 자금(30.0%), 인력(26.1%), 연구장비(17.4%), 기술(12.9%)인데 인력도, 연구장비도 결국 기술의 문제이고, 자금 또한 기술개발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경기도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기술닥터 사업이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기술닥터 사업은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현장 애로기술을 전문가를 알선, 해결해 주는 현장밀착형 지원사업이다. 경기도는 지난 3년간 이 사업에 총 67억원 투입해 1천279개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기술을 지원했다. 연평균 20억원, 사업규모로는 중형의 국가연구개발사업 한두 개 과제에 불과하지만 많은 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술닥터 사업은 우선 자격기준이나 요건 없이 불특정 다수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간단한 양식 한 장만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만 하면 바로 전문가 추천이 이어지고 기업동의를 거쳐 곧 전문가 현장방문으로 자문이 시작된다. 현장밀착형 中企종합지원사업 자문과정에서 필요한 시험분석이 지원되고 추가연구가 필요하면 심의를 거쳐 3-6개월의 현장연구가 뒤따른다. 기술닥터 사업은 그 구조상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 현장방문과 긴밀한 대화가 불가피하여 기술 외적인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이는 외부의 중소기업지원사업과 연결해 지원하고 있다. 기술적인 애로사항뿐만 아니라 기술외적 문제까지도 함께 지원 해결해주는 현장밀착형 중소기업 종합지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매출과 수출증가, 새로운 고용창출과 특허출원, 다양한 외부 정부지원사업 참여 등 기술닥터 사업의 성과는 가히 경이롭다. 기술경영경제학회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한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사업은 고용창출 효과는 지원금 1억원당 약 0.8명인데 비해 기술닥터 사업의 경우 5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액에 있어서는 지난 3년간 투자 대비 6배 증가하였고 앞으로 5년간 무려 90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 모두가 기술닥터 사업에 기인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나 여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 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많은 경우 신기술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개발된 기술이전과 사업화 지원 역시 첨단기술(high tech)을 지향하는 중소기업의 몫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이러한 정부 기술개발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대다수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기술은 특별한 기술(high tech)이 아니다. 전문가 자문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널려 있는, 소위 보통기술(low tech)이다. 국가 주도, 전국 사업으로 발전시키자 불행히도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닥터 사업은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 20억원 규모의 예산한계로 지원기업수도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5만여개의 1%에도 못 미치는 겨우 연 400여 기업에 불과하다. 기술닥터 사업을 이제 국가 주도하에 전국 사업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경기도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에서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기술을 현장밀착 지원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주기를 간곡히 건의한다. 국가과학기술예산은 연간 16조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청이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 사업은 연 7천5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들 예산 중 최소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개발지원사업의 경우 새로운 첨단기술이 아닌 보통기술을 필요로 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어 재설계되어야 한다. 문유현 경기도테크노파크 원장

[경제프리즘] 건설산업은 복지국가로 가는 걸림돌?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해서 토건산업은 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공약을 타고 무섭게 번졌다. 아동들을 무상급식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계획된 공공건축물 예산을 축소하거나, 무산시켰다. 이어서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전업주부의 자녀건, 취업주부의 자녀건, 무상으로 육아해 주기 위해 지자체 예산은 바닥이 나고 있다. 토목사업이나, 공공건축에 예산을 쓰면 현시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복지를 반대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지어진 대규모 공공건축 사업들이 신랄한 비평을 받으며 전임 지자체장들과 관련 공무원들은 자리를 떠났다. 건설은 세계 역사상 정치와 권력과 끊을 수 없는 관계이다. 권력의 힘과 욕망이 클수록 그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의 도시계획과 대규모 건축이 일어났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부터, 나폴레옹 3세의 파리 도시계획, 현대에 와서 미테랑 정부의 대통령 프로젝트 등 세계건축사에 기록되고 관광명소가 된 여러 도시와 수많은 건축물은 모두 권력을 기록하려는 통치자들의 욕망과 직결된다. 정보화 사회 불경기 고용창출 그러나 권력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물러나면 수행한 건축사업은 그 흔적을 지울 수 없기에 앞선 권력을 지탄하기 위한 표적물이 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주요건축물들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노동을 착취한 대상이거나 세금을 오용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온다. 피라미드는 왕권이 쇠락하면서 도굴의 대상이 되었고, 현재 파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나폴레옹의 파리 재건축도 권력 상실 이후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러한 토건사업은 후세들에게는 국가 경제를 돌리는 큰 자산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고대부터 건설이 시행되는 동안은 적어도 노동자 계급에는 배고픔을 잊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었다. 근대 산업화사회의 불황 해결책은 토건산업이 정답이었다. 공장 가동과 서민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공급되는 에너지원을 위한 발전소와 댐 건설은 명분이 뚜렷한 국민을 위한 공공사업이었다. 후버댐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미국 불황을 극복한 수단으로 유명한 토건사업 사례이다. 엄청난 반대도 물론 있었지만, 소신 있는 정치인들은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고용 창출과 후일 국민의 복지에 기여한 사업이었다.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세계 최초 초고층건축물이라는 명목과 함께 관광문화 명소로 주변 상권까지도 살려온다. 토목과 건축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을 수행하는 책임자는 긴 안목을 가지고 확신이 있는 사업은 당장의 정치성 평판과는 무관하게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정보화 사회의 불경기 고용 창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 IT, BT, CT, NT를 장려하고, 화이트칼라를 위한 불경기 고용창출은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하여 그럭저럭 고급 두뇌들을 위한 일자리는 해결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가 압축되어 동시성을 가지는 상황에서는 수많은 토건산업 실직자들의 문제는 심각하다. 문화자산용 토건사업, 좋은 대안 문화자산용 토건산업을 통한 고용창출정책이 절실하다. 비약하여 연결해보면 요즈음 빈번히 일어나는 성범죄도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건전한 육체노동은 건전한 정신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토건산업을 통한 국토 인프라와 건축물들이 후세 국민의 문화복지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동시대 국민을 위한 불황극복용 복지정책이며 미래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이다. 긴 역사의 안목을 가지고 복지정책과 토건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고용창출기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혜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 여성건설인협회 고문

[경제프리즘] 취업률과 교육의 질 보장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이후 취업자 수와 경제성장률 간의 추이를 살펴봤을 때 고용은 경기에 대체로 동행 혹은 후행하거나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경제성장률은 2.4% 하락하는 데 비해 취업자 수는 1.8% 증가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 경제 성장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고용 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고 고용 취약계층은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 IMD의 국가경쟁력과 대학의 사회요구부합도 순위와 세계경제포럼 WEF(World Economic Forum)의 국가경쟁력과 교육시스템의 품질순위도를 참조하면 국가경쟁력은 23위와 19위인데 비해 교육경쟁력은 46위, 47위이다. 대학의 취업률을 보자. 대학 알림이 사이트에 의하면 전체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금년도가 57.81%, 작년도가 55.91%로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여기서 국내외의 평가기관이 대학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일자리창출과 취업은 교육을 통하여 창조되어야 하지만 교육의 질적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대학교육 질적 수준 너무 낮아 이 점을 함께 생각해보자. 먼저, 청년고등실업의 반은 그 책임이 대학에 있다. 진학자원의 80%가 대학을 진학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반액등록금이라 함은 각종 장학혜택을 포함하여 말로 하는 반액이 아니라 고지서상에 반액으로 고지될 때 반액등록금이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반액등록금 운운해도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는 것인지, 양성하자는 것인지, 대학이 정치에 머리 숙인다면 어찌 국가의 지도자를 육성하는 기관이라 자처할 수 있는가? 반액등록금으로 대학이 교육의 질을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무엇이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인가? 젊은 청년의 반 이상이 꿈이 없는 사회, 이런 사회로 된 나라가 대한민국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우리 교육계의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제는 가르치는 것만이 대학의 교육이 아니라 지식을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까지 확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둘째, 수요자와 사회의 요구를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진정한 수요자는 사회이고 산업이다. 학생의 수요자도 사회이다. 그래서 대학은 사회의 요구를 교육목표에 반영하고 교육과정을 통하여 사회의 일터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길러낸 인재에 대하여 교육의 질을 보증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사회의 요구를 교육에 반영해야 이제 세계는 WTO, FTA 등으로 국제적으로 시장과 산업분야의 일자리도 함께 열리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적합한 고유의 교육 원형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교육의 질 보증을 통하여 고등교육의 국제동등성과 기술사 자격증의 통용성을 목적으로 공학, 건축학, 간호학, 의학 등의 분야 인증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학사학위와 교육의 질을 보증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하고 다양한 해외 시장을 열어갈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셋째, IMF시절 많은 졸업생이 일자리를 떠나서 실업상태에 있었지만 남의 일인 양 그 땐 무관심 했었다. 그런데 세계 경기 침체와 더불어 국내 산업도 건설, 자동차, 항공, IT 등의 분야에서 감원 계획을 세우거나 임의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4년을 공들인 내 아이가 감원 대상이라면, 또 감원되었다면, 지금도 그때와 같이 방관하고 있을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 이제 파도와 싸우고 태풍을 이기고 돌아온 배는 부두에 정박하고 수리하고 충전하여 재출발시키듯이, 우리도 일터에서 해고되고 잘린 그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따스히 맞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 교육이 거듭나게 하여야 할 것 아닌가 한다. 오환섭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중국투자 中企의 국내복귀

지난 8월 한중 수교 20주년이 됐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 협력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무역이다. 1992년 한국의 전체 무역에서 대중국 비중은 4%였다. 2011년에는 비중이 20%를 돌파했다. 또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연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관광객 1인당 구매액도 일본 관광객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한숨을 짓는 이들이 있다. 바로 중국에 투자한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중소기업은 102억 달러를 투자해 9천292개 법인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투자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인건비 상승이 매년 2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가공무역으로 수출하면 주어지던 각종 혜택이 축소됐다. 생산이 어려워진 우리 중소기업의 야반도주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2년 전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국내복귀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들이 중국으로 떠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인상된다 해도, 한국의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국내복귀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일자리 창출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그러나 2년 전에 비해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대표적으로 달라진 환경은 FTA다. 가령 중국에서 쥬얼리를 만들어 EU로 수출한다면 관세율은 11% 수준이다. 대신 한국에서 만들어 EU로 수출하면 관세가 없다. 한EU FTA로 인한 관세철폐 때문이다. 또한, Made in China보다는 Made in Korea가 가지는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중국에 비해 높은 한국의 인건비도 어느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각종 세제지원을 확대하면서 국내복귀를 강하게 유인하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또한, 입주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어려움이 큰 지방 산업단지에도 가뭄 속의 단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기업의 복귀는 경제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저부가가치 제품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체제 이원화가 필요하다. 저부가가치 제품은 중국의 생산여건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한국의 생산여건이 더 어렵다. 따라서 저부가가치는 중국, 고부가가치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체제가 적합하다.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원부자재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한국에서 부가가치를 덧붙여 최종재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중 FTA는 양국 간 원부자재 교역에 드는 비용을 낮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고부가가치화 통한 경쟁력 확보 필수 둘째, 국내복귀 기업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돕는 지원이 절실하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필요한 R&D는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복귀기업들의 고부가가치화를 높이기 위한 공동 R&D 지원이 필수적이다. R&D 센터를 통해 디자인, 생산성 향상, 브랜드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없어져도 산업은 없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1950년대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을 생각하면 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가발산업은 사양산업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21세기에도 가발산업은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국을 떠났던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한다 해서 이들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노동력에 기반을 둔 경공업이라 할지라도 부가가치를 더한다면 얼마든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 진출한 경공업 중소기업은 3천789개이며, 투자규모는 28억 달러이다. 이들 기업을 활용할 수 있다면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경제프리즘] 법관이여, 돈의 유혹을 떨쳐 버려라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정말 잘못된 관행이다. 죄지은 자는 누구나 법에 의해 똑같은 처벌을 받는 것이야말로 정의 사회의 핵심이다. 같은 죄를 짓고도, 돈 있고 빽 있는 자는 빠져나가고 돈 없는 자만 처벌을 받는다면 법이 설 자리는 없다. 새삼스럽게 이 말을 하는 것은 우리의 법조 관행이 정의롭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재벌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반면 일반인들의 형사사건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2011년의 경우 25%라고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그 여파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서도 재벌 오너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유 전무죄 현상의 근원은 전(돈)이 아니라 법관의 타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독립이라는 단어를 쓴 헌법기관은 법관 밖에 없다. 그만큼 법관은 독립적으로 심판할 의무와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넘어가는 법관은 법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아니 헌법이 부여한 권한, 즉 독립하여 심판할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 유전무죄 근원은 법관 타락에 있어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집행한 사건은 두 가지 면에서 뜻이 깊다. 첫째는 이 판결로 재벌 오너들에게는 집행유예를 주어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아마도 앞으로 유사한 사건을 다루는 다른 법관들은 관행의 압력을 훨씬 덜 받게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둘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유전무죄 관행의 가장 큰 원인이 법관 자신임이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김승연 회장은 거물이다. 기라성 같은 로펌과 쟁쟁한 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변호인으로 두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 한 사람이 마음을 굳게 먹으니 그런 거물까지도 법정구속까지 시킬 수 있었다. 법관에게는 그렇게 막강한 힘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돈 있는 자에게만 그 힘을 쓰지 않아 왔다면 헌법이 부여한 독립된 지위를 스스로 더럽혀온 셈이다. 재판의 당사자가 변호사를 고용해서 스스로 죄가 작음을 변론하는 것은 현대적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 모든 변론과 하소연을 듣고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릇된 것인지를 심판할 책임은 온전히 법관의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전무죄 현상이 독버섯처럼 생겨났다. 법관이 선배 법관의 청탁을 못 이겨 유리한 판결을 내어주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너도 나도 비싼 돈을 주고 그 선배 법관에게 자신의 변호를 맡기려고 하는 것이다. 전관예우를 말한다. 그런 압력과 유혹을 떨칠 책임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 법관에게 있다. 돈과 타협한 법관 처벌하는 개혁 필요 그렇기 때문에 유전무죄에 대한 실마리는 재벌개혁이 아니라 사법개혁에서 찾는 것이 옳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재벌 오너에게 특별한 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유전무죄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은 법관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돈과 타협한 법관은 색출하여 처벌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경제프리즘] 대기업 지원형 올림픽 지원 체제

무척 더웠던 올 여름 국민들을 잠못들게하던 올림픽이 끝났다. 금메달 13개 종합 5위의 성적에 환호하는 국민들과 함께 올림픽을 후원하던 기업들도 대부분 크게 기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소속 58개 연맹 중 27개 종목의 협회장을 기업인이 맡고 있고, 특히 육상, 빙상, 양궁 등 10개 종목 협회의 협회장은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 포스코, GS, 한진, 한화 등 10대 그룹의 CEO가 맡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스포츠 지원액은 4천276억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예산(8천403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관련 또는 총수의 개인적 인연 등을 통해 1개 협회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소위 비인기종목을 집중 지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10대 그룹의 스포츠 지원액 중 1천325억원이 비인기종목 육성에 투입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 출전종목 22개에서 한국 선수단이 차지한 28개 메달 중 22개가 10대 그룹 CEO가 협회장을 맡고 있는 7개 종목에서 나온 것을 보면, 이들 비인기종목들 중 대부분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제품을 더 잘팔리게 하는 효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대기업에 의존한 추격 모델 벗어나 그러나 이같은 현재의 기업-종목 연계형 스포츠 체제의 문제점은 없는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이와 같은 체제는 기업의 지원이 결국은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전가되는데 비교해 언론에서는 대를 이은 스포츠 사랑, 회사일은 잠시 잊고, 런던에 원정 응원 등등의 기사로 다뤄져 대기업 회장의 개인적 미담 또는 업적으로 치장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특정 종목을 집중지원하여 칭송을 받던 대기업 회장이 런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회삿돈 횡령배임으로 법정구속됐다. 또 몇 년전에는 비슷한 사건으로 구속된 대기업 회장의 선처를 위해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검찰청에 탄원서를 들고 갔던 일이 있었던 것은 현재의 대기업-종목 연계체제가 회장-종목의 연계로 혼돈되는 상황의 위험함을 보여준다. 대기업 회장에 의존하는 체제는 종목 지원과 경기력 향상의 형평성에서도 약점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1개 따기는 했지만 최근 10여년전에 비교해 지속적으로 부진한 복싱의 경우 1997년 대기업 회장이 손을 뗀 이후에는 협회 운영이나 선수 지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워 부진하다는 평가다. 지속성의 문제도 있다. 기업 실적의 부진에 따라 지원도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취약한 종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쉬운, 이미 성공한 선수의 명성에 편승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이미 금메달을 딴 선수는 연금, 병역, (종목에 따라서는) 프로 전향 등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선수다. 정말로 비인기 종목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지원의 뜻이라면 더 많은 선수에게, 더 필요한 선수에게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적 지원이 옳다. 선진국형 스포츠 육성 필요한 시점 그러나 무엇보다 이제는 선진국형 스포츠 육성이 필요하다. 올림픽 금메달 수에 집착하기보다는 필요한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지원받고 더 많은 국민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비인기종목 1개씩을 선택해 메달 획득을 집중지원하는 현재의 체제는 88올림픽을 유치한 80년대 군사 정권시절에 시작된 개발도상국형 추격 모델이다. 과학기술, 기업경영에서는 선진국형의 탈추격 모형, 창조형 모형이 이미 모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체육 육성과 지원 모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일이 지금 필요하다.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경제프리즘] 전문 농업경영 인력 육성의 중요성

우리 농업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구조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농업경영자의 급속한 고령화와 유능한 후계인력의 부족이다. 전체 농업인 중 60세 이상 고령취업자 비중은 1970년 6% 수준에서 2010년 56%까지 크게 증가했으며, 농업후계자를 보유한 농가도 전체 농가의 3%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현재 우리 농업문제의 본질은 농업 내부의 사람의 문제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문 농업경영인력의 확보방안 마련은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왜냐하면 경쟁력 있는 한국농업의 실현은 사실상 이를 실천에 옮길 주체인 농업인의 자구적 혁신노력과 경영능력 향상에 달렸기 때문이다. 즉 농업인 스스로 경영마인드와 기업가정신, 핵심역량을 갖추고 주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도 전혀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칠레, 아세안, EU, 미국과의 FTA 협정체결에 이어 국내 농업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FTA가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국 농업이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감각이 뛰어난 농업경영자가 존재해야 한다. 특히 본격적인 농산물 개방화 시대에 외국산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생산성 높은 농업 경영체를 유지하면서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정예인력이 필요하다. FTA 시대 농업 경쟁력 강화 위해 또한, 소비자주권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농업인력의 정예화가 중요하다.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농업 정예인력을 중심으로 국내외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고품질의 안전성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여야 한다. 이러한 농업 정예인력을 통한 지속적인 농업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농촌의 활력 유지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농업인력 육성정책은 정예 농업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과 농업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혼동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농촌 일손부족에 대한 대책으로서 혹은 노령화에 대한 대책으로서 추진된 후계농업인 육성사업은 젊은 노동력을 농업에 잔류시키기 위한 유인제공이라는 측면만 강조되고 능력과 의욕을 갖춘 인력이 농업경영자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농업인력 육성 및 지원정책은 젊은 남성 농업인 중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정부, 능력 기초한 전문인력 육성해야 그런데 현재 가장 높은 농가소득을 창출하는 농업경영인의 연령층은 50대, 40대 그리고 40대 이하의 순이다. 따라서 정예 농업인 육성정책은 기본적으로 연령기준이 아닌 스스로 농업기술과 경영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의욕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너무 남성 농업인 위주로 추진된 농업인 후계인력 육성 사업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정예 농업인력으로 육성 가능한 경쟁력 있는 여성농업인이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적인 위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예 여성농업인을 육성하려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한국 농업이 미래는 궁극적으로 능력 있는 전문 농업경영 인력의 확보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전문 농업경영인력의 확보는 비단 농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의 정주성 제고와 함께 농촌경제의 활성화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능력에 기초한 전문 농업경영 인력의 육성 체계 구축과 함께 농업 경영인 스스로 기술경영 수준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및 훈련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제프리즘] 베이비부머가 새로운 희망이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1955년부터 1963년생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베이비부머가 다시 화제가 된 것은 이들의 대규모 은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관련, 우리나라에서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줄이어 발표하고 있다. 이들의 퇴직이 가져올 유효수요의 감소와 부채 증가 등이 주된 비판의 논거다. 생산성은 없는데 그들에게 들어가야 할 실업급여, 연금지급, 의료비용, 고령화 사회 비용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퇴직 이전에도 IMF와 금융위기 등을 통해 대규모의 사오정과 오륙도를 양산한 우리나라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떠난 그들이 선택한 자영업의 고통과 실패는 알려진 대로다. 그런데도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주요 대책 가운데 하나로 60세 정년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당연히 경제계는 반발하고 있다. 그 타당성에 대한 검토 이전에 이들의 예고된 은퇴를 대비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더 씁쓸하다. 베이비부머는 2010년 11월 통계청 기준으로 695만명이다. 경기도 등 수도권에 절반이 살고 있다. 직업은 장치기계 및 조립 종사자가 75만명으로 가장 많다. 주거 형태는 자가 비율이 59.6%이고, 전세가 19.1%이다. 그렇다면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echo-boomer)는 어떠한가. 1979년부터 1985년생으로 954만명이다. 에코세대는 전문직 종사자가 139만명이고, 사무종사자가 112만명이다. 주거형태는 월세가 42.5%이고, 전세가 31.0%이다. 뿌리산업 기반이자 핵심 인재들 에코세대는 부모세대가 이뤄놓은 사회적 기반과 경제력 등 물질적 혜택을 누린 세대이다. 하지만 청년실업과 빈곤세대의 대명사로 지칭되기도 한다. 그러한 애증 때문일까. 에코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고령층의 고용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는 실증적인 보고서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고용유연화를 저해한다는 기업의 반발과 목소리도 크다. 자식을 위해 부모세대가 희생해야 한다는 정년연장 반대 논거도 있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우리 사회와 정부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를 천덕꾸러기 내지 위기요소로 보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점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의 주택소유 비율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현금과 부동산을 가진 세대다. 자신들의 자산과 부를 어떻게 소비하면서, 안정적 여생을 살도록 할 것인가. 그것이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자산과 소득을 생활비와 여가비용 등으로 지출해야만 내수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정년연장으로 경험 활용해야 베이비부머는 뿌리산업과 부품산업의 기반이자 핵심 인재들이다. 에코세대의 직업과도 중첩되지 않는다. 정년연장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뿌리산업과 부품산업의 재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 베이비부머에게 지급되어야 할 연금과 의료 그리고 세제 등의 혜택을 해당 기업의 고용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그를 통해 제조업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베이비부머의 자산과 정년 정책 등을 통해 유효수요의 창출과 내수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안정, 그리고 사회보장의 충격흡수라는 다목적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베이비부머는 사회의 위기요소도 천덕꾸리기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자산가이자 경력자인 그들을 활용하는 것, 그것이 새 정부와 대통령이 해내야 할 고령화 정책이자 일자리 창출전략이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경제프리즘] 정부 동물원을 벗어나야 中企가 큰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너무 많다.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 중견 기업, 중소기업의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2007년)이 0.1 대 0.2 대 99.8다. 이에 비해 일본(2006년)은 0.2 대 1.1 대 98.7로서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비율이 한국보다 네 배나 크다. 독일(2005년)은 1.3 대 8.2 대 90.5로서 중견기업 이상의 비율이 한국의 32배에 달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소기업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틀린 소리다. 중소기업이 많아서 좋을 게 뭔가. 생산성은 떨어지고, 임금은 낮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기업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지 중소기업을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이려면 대기업으로 크는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않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19개사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큰 기업은 28개사뿐이다. 그나마도 기존 대기업집단 소속기업과 외국인기업을 제외하면 그 수는 3개사로 줄어든다. 중소기업에 온갖 혜택 제공하는 정부 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크지 않는 것일까? 안철수 원장은 재벌들 때문에 중소기업이 크지 못한다며, 재벌 기업을 삼성동물원, LG 동물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건 지나친 침소봉대다. 그의 말대로 납품 계약을 독점방식으로 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아무리 삼성, LG라 해도 중소기업에 계약하자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비밀 유지가 필요한 핵심부품업체가 아닌 다음에야, 협력업체가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부품원가가 높아져 자기에게 오히려 손해로 돌아온다. 동물원이라는 비난이 무색하게도 재벌기업의 협력업체 중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도약한 곳이 많다. 예를 들어 현대차 협력업체로 출발한 한주금속은 스스로 품질을 높이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서 지금은 르노, 닛산, GM, 도요타 등에도 납품한다. 삼성전자는 아예 상생협력센터를 통해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재벌기업들과 무관하게 성공한 중소 중견 기업들도 있다. 네이버의 NHN, 인터파크, 카카오톡 같은 곳이 모두 대기업과 무관하게 컸다. 안철수 연구소 자신도 삼성SDS와 거래를 해서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안철수가 원할 때 SDS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다른 기업이라고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 안철수 원장의 동물원 비유는 자신의 경험과도 맞지 않는다. 대기업 되고 싶은 환경 만들어야 나는 오히려 정부의 잘못된 중소기업 정책이 중소기업의 야성을 길들이고 우리 안에 가두어두는 동물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중소기업정책은 중소기업으로 머무르는 자에게 온갖 혜택을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규모를 키워 대기업이 되면 혜택은 사라지고 수많은 규제만 어깨 위에 올려진다. 더 큰 어려움은 여론이다. 중소기업들과의 사이에서 갈등만 생기면 모든 비난과 책임이 대기업으로 돌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중소기업이 규모를 키우겠나. 심지어는 기업을 분할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겨서라도 중소기업의 자격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YG-1의 송호근 사장의 증언이다. 작은 규모로 남아 정부로부터 쉽게 먹이를 받아먹는 것이 낫게 만드는 정부의 정책이야말로 중소기업 동물원이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일자리는 늘고 소득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자면 대기업이 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동물원에 가두어두고 편하게 먹이만 주려는 현재의 중소기업정책과 대기업 때리기 정책의 이중구조를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경제프리즘] 하우스 푸어 시대

집을 소유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은 빈곤층을 의미하는 하우스 푸어가 최근 많이 듣는 경제 용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한 가구의 비중도 크고 개인 자산의 70%를 부동산이 차지하는 특이한 국가이므로, 하우스 푸어가 글자 그대로의 빈곤층이라기보다는 집값에 비교한 소득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위기의 중산층을 지칭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최근 주택을 가진 직장인들을 조사하니 이들의 반이 자신을 하우스 푸어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하우스 푸어는 매월 소득의 21%를 대출 이자 및 원금상환으로 쓰고 있고, 서울의 경우는 이 비율이 28%나 된다고 한다. 소득의 첫째나 둘째 비중이 집 구매에 대한 이자로 다 쓰는 셈이니 이들에게는 집이 재산 목록 1위가 아니고 고통 목록 1위인 실정이다. 하우스 푸어는 우리 경제에 다양한 위협을 주고 있다. 먼저 은퇴 후 별다른 소득 없이 집을 보유하고 있는 실버 세대에 대한 위협이다. 2005~2007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의 54%를 50세 이상의 장년노년층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가 이제 은퇴하여 고정적인 수입이 줄었고,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차액을 남길 요량으로 능력보다 과도한 대출을 받거나 일시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중 상당수가 깡통 아파트의 위협을 받고 있다. 경제에 다양한 위협 주는 하우스푸어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하우스 푸어가 고통의 원인인 집을 파는 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즉, 집값은 몇 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전세금은 40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가 실종상태이므로 집을 파는 일로 하우스 푸어들의 고통이 해결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재건축이나 신도시 조성으로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는 지역에서는 꿈에 그리던 자기 집에 입주하는 순간부터 하우스 푸어가 수천명씩 집단으로 만들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3천3백세대 아파트단지의 경우 아파트 입주 예정자 1천여 세대가 입주를 거부한 채 건설사와 은행을 상대로 계약 해지와 대출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남양주의 별내신도시 등을 포함한 50여 단지가 비슷한 실정이다. 하우스 푸어는 전세금 상승의 원인도 되고 있다. 3~4년 전 대단위 입주를 하였던 서울 잠실, 용인 수지 등에서는 입주 시기에는 대출과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하우스 푸어들이 당시의 많은 전세 물량 때문에 싸게 전세를 주었다가 2년이 지난 전세 갱신기간에는 전세금을 50% 정도씩이나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 마련해야 하우스 푸어는 능력을 넘어선 개인의 욕심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전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추락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미국의 하우스 푸어들로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었고, 일본의 장기적 침체도 부동산 자산의 가치 하락과 일반 가구들의 소비력 감소가 연계되었음을 상기하면 하우스 푸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취득세 감면, 보금자리주택 임대공급 전면 허용, 양도세 중과세 폐지,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등은 아직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이 부재인 실정이다. 어떤 정책들이 더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정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즉, 2000년도 중반 같은 집값의 과도한 상승은 막아야 하지만, 거래가 전혀 안 돼 부담이 되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어 하우스 푸어를 팔고 싶은 자신의 집에 묶어두는 지금 같은 결박 구조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농식품 시장개방과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현재 세계경제는 유행처럼 번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모든 분야에 걸쳐 무역자유화가 진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범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국내총생산의 80% 이상에 달하는 대외무역의존도 등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속에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FTA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2000년대 들어 다수의 국가들과 FTA 협상을 추진하여 왔다. 이렇게 FTA 대상 국가를 확대해 온 결과 칠레, 아세안, 유럽연합(EU), 미국 등 현재 총 8건(45개국)과 FTA 협정을 타결하고, 발효 중에 있다. FTA 체결의 결과로 나타날 시장개방의 확대는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FTA협정을 통해 시장개방이 확대된다면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점은 공산품과 달리 농식품 시장개방으로 인한 소비자의 이익에 대한 것이다. FTA가 발효된 이후 농식품 시장개방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값싼 외국산 농식품에 대한 접근기회를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되므로 소비자들의 후생증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농식품 시장개방의 확대는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떨어드릴 수 있는 측면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농식품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산품과 달리 인간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로서 공산품에 비해 보다 더 안정적인 공급이 요구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풍부한 물량자체의 식량제공뿐 아니라 식품안전성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증대하고 있으며, 오히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하고 값싼 수입 농산물 판매 특히 최근 국제적인 광우병파동이나 수입 농식품로부터 발생한 국민 보건 및 위생 위협사례들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생산부터 최종소비까지 이뤄지는 모든 유통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어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수입산 농식품은 상대적으로 국산 농식품에 비해 이러한 유통과정에 대한 관리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농식품 무역자유화로 인해 농식품 분야에도 국제경쟁력을 지닌 일부 국가나 지역에 생산이 집중된다면 식량수출의 독과점으로 인해 농식품 가격 상승압력과 세계 식량공급의 불확실성 증대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계적 차원에서 식량생산의 지리적 집중이 초래되면, 식량생산이 집중된 지역의 이상기후나 병해충 등 생산여건 변화가 발생할 경우 식량공급부족이나 식량가격 폭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상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와 같이 대규모로 식량을 수입하는 농식품 수입국 소비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먹거리 안전성독과점 고려해야 이렇게 농식품 시장개방은 다른 분야와 달리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 혜택을 주는 측면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손실을 줄 수 있는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식품에 관한 한 우리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위가 필요하다. 소비자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고품질, 안전 농식품에 대한 구매가 요청된다. 이러한 국내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위는 국내 농식품 생산자들에게 외국산 농식품과 경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건강에 좋고 안전한 농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위가 국내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희토류와 폐기물법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중국이 희토류 공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전 세계의 뉴스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 각종 첨단기기에 쓰이는 희토류 문제는 IT와 자동차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크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본래는 원소기호 21번 스칸듐, 39번 이트륨, 57번부터 71번까지의 17종의 희귀 금속을 지칭하는 용어다. 희토류란 말 그대로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라는 의미이다. 물론 희귀한 것은 그 종류가 무엇이든 사람들의 관심대상이다. 그런데 희토류는 그런 차원을 넘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미 중국이 자원과 환경 보호를 이유로 희토류의 생산과 수출을 정부가 통제하자 선진국들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 WTO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라며 제소한 상태다. 일본은 희토류 때문에 중국에 백기를 든 바 있다. 2010년 9월 양국이 센카쿠(尖閣)열도영유권을 놓고 분쟁 시 일본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선장을 그대로 석방해야 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본은 EEZ 심해에서 2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대량의 희토류 매장을 확인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서태평양 미나미토리섬(南鳥島) 부근의 해저 5천600m 지점에서 약 680만t의 희토류를 발견했다는 소식이다. 희토류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이 부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첨단산업에 불길함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네오디뮴의 가격은 2010년에 비해 4배 이상 뛰었고, 액정패널의 연마제에 필수적인 세륨은 t당 2009년 8월에 2천950달러에서 2011년 11월에는 5만1천950달러로 폭등했다. 미국과 호주 등은 자국의 폐광된 광산을 재가동하거나 새로운 생산지를 개발에 나섰다. 정작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대책은 제자리 수준이다. 최근 인천의 중장기산업발전전략을 수립 중인 연구원의 토론회에서 의외의 제안이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인천화학㈜의 임원은 우리나라의 희귀금속 정책을 비판했다. 폐기물법 때문에 희토류나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에 따르면 한번 사용한 광물이나 자원들은 모두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토류 관련 원광석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법률을 바꿔 재활용과정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이야기를 10년 후에 다시 듣게 된 것이다.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의 CEO에게 왜 그렇게 많은 폐기물을 모아 놓았던가를 직접 물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폐기물이라는 표현에도 부정적이었다. 벽돌이나 연탄에 활용하기 위해 달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소다회 처리 후 남아 있는 부산물을 광물자원 등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쌓아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고, 시민단체 등과의 논란과 곡절 끝에 단지 내 10만평에 매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답답한 폐기물 정책과 희토류의 관계를 들으면서, 갑자기 광산학과가 떠올랐다. 동양의 MIT를 지향한다던 인하 공대의 초기 학과를 보면 광산학과와 병기학과가 있었다. 그러나 입시생들의 수요에 따라 학과 이름이 바뀌다가 그나마 없어졌다. 학과가 없어지면서 광물과 자원을 연구하는 인력도 함께 사라졌다. 지금 중국은 희토류 하이테크단지에 자국의 해외 유학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희귀금속과 신소재 등의 연구와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만약 광산학과가 지금까지 있었다면 다른 시각에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첨단만을 외칠 때가 아니다. 겉멋만 부리지 말고,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전공과 산업이 무엇인지 다시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경제프리즘] 의사의 영리추구와 포괄수가제

영리병원이라는 단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이 영리병원 허용에 반대하는 것은 그때부터 의사와 병원들의 영리추구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은 영리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것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든 안 하든 대부분 의사와 병의원들은 이미 영리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의사가 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벌어서 잘 살기 위함이 아닌가. 아무리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다 해도, 그런 동기가 바뀔 것 같지 않다. 포괄수가제를 놓고 벌어지는 정부와 의사협회 사이의 다툼은 의사와 병의원의 영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괄수가제란 병의 종류별로 치료비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지금까지는 행위별 수가제였는데, 쉽게 말해서 의사가 진료 행위를 추가할 때마다 진료비가 올라가는 구조였다. 정부가 행위별 수가제를 버리고 포괄수가제로 가려는 이유는 의사들이 필요없는 치료를 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잉진료는 건강보험 지출의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적자를 줄여야 하는 건강보험 당국의 눈에는 당연히 물이 새는 바가지로 보였을 것이다. 그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이 포괄수가제인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가 의료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사협회의 주장도 물론 맞다. 또 낮은 수가로 인한 환자들이 병원을 지나치게 자주 찾는 현상도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과잉진료 역시 건강보험 적자가 느는 데에 일정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사병원 영리 동기 수용해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과잉 진료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 과잉진료를 촉발한 그 영리 추구 동기가 이번에는 과소(過小)진료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같은 증상을 치료하더라도 쓸 수 있는 기술이나 재료, 장비는 천차만별이다.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싼 것을 쓰던 비싼 것을 쓰던 보험공단이 지불하는 가격은 같다. 영리를 생각해야 하는 의사로서는 가급적 싼 재료나 장비를 쓰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지난 5월 의사협회가 안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0% 이상의 의사들이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가급적 싼 재료를 쓰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과잉진료가 현실화되면 정부는 또다시 증상별로 필요한 진료 행위의 목록을 만들어 의사를 규제할 것이다. 사실 의료 수가 규제를 둘러싼 숨바꼭질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외과, 산부인과 같은 전공은 진료가 어렵고 위험은 높은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하여 수가는 매우 낮게 규제되어 왔다. 반면 피부 관리, 라식 수술, 성형수술은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가격이 자유화되어 있다. 당연히 새로운 의사들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만 몰리고, 정작 생명과 직결되는 전공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은 기피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의료 수가 규제 재평가해야 이렇게 말을 하다 보면 의사들의 마음이 상할 것 같다. 하지만 조금도 그럴 이유가 없다. 겉으로 고상해 보이는 직업들도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리추구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 공립학교 선생님들이 학원 교사보다 의욕이 떨어지는 것도 영리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사명감만으로 고통을 감수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경쟁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은 그 영리 추구 동기를 좋은 방향으로 발휘하게 하자는 것이다. 과잉진료, 과다진료, 의사 수급 불균형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의사와 병원의 영리 동기를 받아들이고, 의료 수가에 대한 규제를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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