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아무래도 5월이 되면 세상 만물들이 마음껏 자신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오월이 되면 녹음이 짙어지고 자연의 왕성한 활동과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 활동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생육발달이 기후조건에 영향을 받는 농작물의 경우 한해 농사의 성과가 5월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올해 5월은 유난히도 우박과 강풍이 잦아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사실 최근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지구촌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보다 가뭄, 홍수, 태풍, 한파, 폭설, 서리, 냉해, 우박, 강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은 불가피하게 농업생산 활동에 큰 위기이자 도전이 되고 있으며, 이 탓에 농가의 경영위험 및 소득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경영위험과 소득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농업재해프로그램의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우박, 강풍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한 경영위험으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농작물재해보험제도의 빠른 정착이 요구된다. 농작물 재해보험제도는 선진국형 농업정책의 하나로 자연재해를 입은 농가회생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농작물재해보험제도가 도입되어 현재 사과, 배 등 35개 작물에 대해 실시하고 있다. 사과, 배, 감귤, 복숭아, 포도, 단감, 참다래, 자두, 콩, 양파, 감자, 고구마 등 16개 품목은 전국사업품목이고, 복숭아, 포도, 수박, 고추, 시설 딸기 등 19개 품목은 주산지 중심의 시범사업 품목이다. 그동안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한 후 자연재해를 입은 9만여 농가가 5천202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경영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농작물 재해보험제도 정착 필요
정부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비하여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보험료의 50%를 지원해 주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농가의 보험료 부담 경감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보험료 일부를 추가로 지원 해주고 있다. 그 결과,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품목간, 지역 간 농업재해보험 가입률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사과와 배는 전국 대상면적의 약 60% 이상이 보험에 가입된 반면에 사과, 배를 제외한 감귤, 포도, 복숭아 등 대부분 품목의 보험가입률은 20% 이내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사과와 배의 주산지인 경북과 전남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아직까지 농업재해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농가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따라서 농가들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농업재해보험 가입률 증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재해보험계약 당사자인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도 현재 수확량 피해 위주의 작물보험 형태에서 벗어나 농가별 특성을 고려한 수입보험, 소득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보험유형 개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현재 특정재해에 대해서만 보상하는 재해의 범위도 지역별, 품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자연재해를 보험대상으로 확대하고, 피해보상범위와 기간도 탄력적으로 수정함으로써 농가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맞춤형 재해프로그램 개발 힘써야 전 세계적 기후변화 탓에 농업재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다 빈번히 발생 중인 기상이변, 긴급재해, 환경조건 변화에 따른 농가의 소득손실 보상과 경영위험 축소를 위한 농업재해 프로그램의 마련과 확충에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농업특성에 적합한 농업재해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오피니언
임정빈
2012-05-22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