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기업의 위기관리

결국 리스크와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열린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사장단회의에서 최근의 경제위기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일본 대지진, 유럽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 계속 이어지는 위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맹수들이 우글거리고, 천재지변이 빈번한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초식동물과도 같은 처지이다. 국내외적으로 자고 일어나면 기업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큰 사건이 기업 외부 또는 내부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타이코, 엔론 등 세계적 기업이 윤리경영, 재무투명성 등의 위기로 파산한 바 있고, 233년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베어링 사는 한 직원의 파생상품 거래 실수로 파산하였다. 국내에서도 페놀 사건, 공업용 우지 파동, 불량만두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조류독감, 대우그룹 신용 추락 등의 위기가 닥쳐 잘나가던 기업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거나 아주 문을 닫도록 한 바 있었다. IMF 사태 때는 국내 20대 대기업 중 반 이상이 소유권이 변동되거나 사라진 바 있다. 기업의 위기 자체를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위기는 기업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사전에 대처 능력을 갖추어 위기가 발생하여도 극복하는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스크와 함께 생존 방법 배워야 잘 준비된 위기관리 체제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 911 테러로 본사가 완전히 파괴된 모건, 스탠리, 딘위터의 경우는 사전에 준비된 17명 위기관리팀의 활약으로 테러 공격 4일 후인 다음 월요일부터 정상 영업을 가능하게 하여 물리적으로 회사가 큰 타격을 입어도 거대 투자금융회사가 꿋꿋이 살아남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발생 시,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월마트의 대응은 자사의 위기에만 대처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존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는 훌륭한 사회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거버 이유식, 타이레놀 같은 상품들에 대한 독극물 협박사건에 대해서, 관련 기업들의 잘 준비된 위기관리 시스템은 위기를 기회로 돌려, 위기 이후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개선되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기업의 위기관리에 관해 금융업은 재무적 위험, 제조업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위험을 중심으로 각기 대응해왔다. 그러나 최근 방어적인 위기 관리체제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내부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의 다른 관리체계와 결합하는 전사적 위기관리 체제(ERM: Enterprise Risk Management)가 등장하고 있다. 적극적 위기관리위기가 기회로 닥쳐오는 위기에 대해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응으로는 불안한 시대이므로 우리 기업들도 이제 ERM을 갖추어 부분적, 담당자 중심 위기관리에서 전사적인 위기관리를 강조하여야 한다. 또한, 사후 대응적방어적 관리에서 사전 예방적공격적 위기관리를 강조하고, 유형적 자산관리 이상으로(지적재산권, 소비자 신뢰, 파트너 가치 등) 무형적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중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자사에 적합한 체계적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KRI(Key Risk Index)를 도출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체계적인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는 있으면 좋은 장식적인 것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하는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사적 위기관리 체제를 갖추어, 넓은 초원 위를 자신 있게 질주하는 표범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가치

현재 세계경제는 1995년 출범한 WTO 다자체제와 주요국들의 쌍무적 FTA 체결을 통해 경제통합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의 형태로 나타나는 전 세계적 경제통합 현상은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자원이용의 효율성 증대, 시장접근 기회의 확대 및 경제 효율성 제고를 통해 세계 경제발전과 각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농업은 여타 산업부문과 다른 특유의 다양한 비시장적 공익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폭적인 무역자유화나 시장개방에 민감한 분야이다. 농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하게 인식되는지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WTO 도하개발의제(일명 DDA협상)와 대다수의 FTA 협상에서 가장 큰 핵심쟁점이 바로 농산물 시장개방과 관련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이는 모든 국가에 있어 농업은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인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의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토양보전 및 수자원함양 등 비시장적이고, 비교역적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쟁 원리가 국제 경제 및 무역활동의 기본원칙이지만 여타 산업과 달리 농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능은 경쟁논리에 입각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급격히 상실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와 같이 농산물 수입국입장에서 무역자유화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국내 농업생산 활동의 위축은 지금까지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를 통해 부수적으로 수행되어 온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사회 및 정치안정, 홍수조절, 지하수 함양, 대기정화 및 환경보호,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 전통문화보전, 생물다양성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감소시킬 것이다. 무역자유화, 농촌 순기능 없어질 것 우리가 아무런 대비책 마련도 없이 농업부문을 대폭 개방하여 농업과 농촌부문이 붕괴된다면 농업활동과 농촌사회의 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위와 같은 많은 사회적 순기능이 없어질 것이며, 향후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사회, 경제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가 중 하나이자 우리와 같이 농업여건이 열악한 스위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위스의 경우 1996년 연방헌법 104조에 농업의 역할과 관련하여 농업이 국민의 생존을 위한 식량생산뿐만 아니라 다원적 기능과 공공적가치 역시 공급한다는 철학을 공식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스위스는 시장에서 보상하지 않는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부지원을 정당화시키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 농업과 농촌부문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지원을 증대시킨 이후 발생한 더 깨끗해진 환경과 경관, 지역의 분산적 정착으로 인한 국토의 균형발전, 국제적 식량위기에 대응한 안정적 식량자급률 유지 등 정책성과에 농민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도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농업 공익적 가치, 공감대 형성 필요 WTO나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 물결 속에 농가소득안정망 장치가 미흡하여 도농간 소득격차가 나날이 커지며, 식량자급률이 낮아 항상 식량안보의 위협에 시달리고, 농업의 환경부하가 높아 아름다운 경관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농촌에서의 삶의 질이 열악하여 농촌공동체가 갈수록 해체되어 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스위스의 사례는 매우 부러울 따름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우선 우리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 작업과 함께 농업과 농촌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임 정 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제프리즘] 문화와 지역경제의 원천

괜히 왔나. 자유여행일정을 함께 하던 중년부부가 서둘러 한 시간 만에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아내가 말했다. 그렇게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도착한 곳이 오카야마 현의 구라시키시(倉敷美觀地區)였다. 그러나 거의 하루 종일을 구라시키에서 보내고도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무엇이 우리를 붙잡은 것일까. 일본최초의 사립 서양 미술관이라는 오하라 미술관, 방적 공장을 재개발하여 호텔과 도예공방으로 만든 아이비 스퀘어, 에도시대의 사무라이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 경관 등. 안내서를 보니 미관지구에 3개의 미술관을 포함하여 12개의 관람시설, 94개의 특색 있는 음식점, 지역의 전통을 파는 84개의 상점, 그리고 21개의 호텔 등이 있었다. 전쟁과 천재지변을 겪지 않은 채 번영했던 일본 지방도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복원되어 있었다. 돌아보고 나서야 왜 일본인들이 일본 제일의 상점거리경관으로 선정했던가를 알 수 있었다. 역전을 나서면 구라시키의 재래시장을 지나야 한다. 특이한 것은 우리처럼 개조한 시장의 천정에 구라시키의 명소들이 새겨진 천들이 걸려 있다. 시장과 문화유산들이 공존공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장문화유산 공존하는 日마을 도자기, 지역토속주, 그리고 카펫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상점들도 즐비하다. 전통 일식은 물론 콩 전문집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맛 집도 많다. 독특한 상점과 음식점을 보면서 차이나타운에 다양성은 없고, 비슷한 자장면 집만 계속 늘어난다고 걱정하던 풍미 사장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힘은 오하라미술관에 있었다. 3천500점의 예술품을 소장한 오하라미술관은 1590년경 엘 그레코가 그렸다는 수태고지(Annunciation)를 명작 1번에 등재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는 사업가였던 오하라(大原孫三郞)의 친구이자 천재화가였던 고지마 토라지오가 유럽에서 수집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벨기에의 화가 레온 프레드릭의 대작이었다. 제목도 범상치 않다. 모든 것은 죽음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신의 사랑은 모든 것을 소생시킨다. 1893년에 시작하여, 25년 만에 완성했다는 1611100㎝ 짜리 대작이다. 7폭으로 이루어진 작품에는 처참한 죽음, 지옥의 불길, 거대한 홍수와 빙하, 정의와 종교를 상징하는 천사, 풍요로운 대지와 무지개 사이에 자리한 예수가 그려져 있다. 인천형 문화지구의 롤모델 삼자 나의 사랑하는 딸 가브리엘에게라는 헌사에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화가의 애절함이 담겨있다. 47세로 요절한 화가 고지마가 수집한 이 작품의 크기가 바로 오하라 미술관 본관의 크기를 결정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림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내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구라시키의 힘의 원천을 생각했다. 사업가 오하라가 아니라 미술관 오하라로 자리잡은 그의 정신도 생각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과 노력들이 지방소도시 구라시키에 살아 있었던 것이다. 넘쳐나는 관광객을 보면서 생각했다. 인천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조건이 가장 유사한 지역이 인천의 중구 일대와 청량산 일대가 아닐까 싶었다. 중구 주변에는 근대문화유산과 자유공원, 신포시장과 아트플랫폼 그리고 차이나타운이 있다. 청량산 일대에는 송암 미술관과 옥련시장, 시립박물관과 가천박물관, 영일 정씨 제실과 흥륜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예술과 관광, 문화와 상업을 연계하여 인천형 문화미관지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곳들이다. 권하고 싶다. 해당 구청의 공무원과 활동가들, 그리고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함께 구라시키 시를 방문해 보시기를. 정답은 아니어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경제프리즘] 유통업, 농업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

한국의 유통업은 매우 뒤떨어졌다. 유통업 종사자의 1인당 부가가치를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한국은 1만7천불 수준인데(2007년 기준), 일본은 5만8천불, 프랑스는 6만7천불, 미국은 7만3천불이나 된다. 한국의 전자 산업이나 자동차, 건설 등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산업의 낙후는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한다. 농업이 낙후되면 소비자는 비싼 농수산물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청년들은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국민이 낸 세금이 농민들에게 보조금으로 지출되어야 한다. 재래시장과 동네슈퍼, 중간도매상들로 대표되는 유통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농수산물 가격이 뛸 때마다 문제가 되는 높은 중간 유통마진, 그것이 바로 유통산업의 낙후가 가져오는 해악이다. 낙후되었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고, 그래서 제품 한 개당의 유통마진도 높아진다. 산지에선 값싸던 와인이 한국에만 들어보면 고가품이 되는 이유도 술의 유통구조가 낙후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은 한국이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유통산업발전법까지 만들긴 했지만, 그 핵심을 들여다보면 낙후유통업보호법임이 금방 드러난다. 낙후된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현대식 할인마트를 만들려면 까다로운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한 달에 몇 번은 강제로 휴무해야 한다. 19대 국회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저녁 9시에 문을 닫게 한다고 한다. 이 법이 내걸고 있는 유통 부문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이란 실질적으로는 낙후 유통업의 생명 연장을 뜻하게 되었다. 낙후된 유통업만 보호하는 관련법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의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서민 소비자와 청년 근로자들도 생각하길 바란다. 지금과 같은 유통산업에 청년들이 청춘을 걸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의 유통업은 농업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보호와 보조금이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농업이 지금처럼 낙후된 산업이 된 데에는 소위 도시자본의 침투를 막는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농업의 기업화는 아직도 금기이다. 그런 곳에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들어올 리가 없다. 결국, 농업은 어르신들만 하는 산업이 되어버렸다. 할 것 없는데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식의 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유통이 그런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 유통의 프로들은 참여 못하고 아마추어들끼리만 경쟁하는 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할 것 없으면 하는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유통의 프로들 경쟁하는 산업 돼야 무엇보다 유통혁명에 성공한 기업이 계속 점포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구하고, 근로자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영세상인들과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상생을 도모하면 된다. 영세 상인들이 소자본을 투자해서 성공 기업의 브랜드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이다. 그것이 진정한 상생이고 동반성장이다. 2년 전까지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오던 프랜차이즈 보급 정책은 좋은 시도였다. 느닷없이 프랜차이즈마저 대기업의 횡포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쇼핑 천국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정치권에 묻는다. 발전은 고사하고 아직 제대로 커보지도 못한 유통업을 벌써부터 애 늙은이로 만들려고 하는가.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경제프리즘] 산출보다 활용이 중요한 특허

최근 스마트폰 관련 특허 소송 등으로 특허 등 지적자산에 대해서 국민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도 1만412건의 국제특허를 출원해 세계 4위권 수준이고, 우리나라 모 대기업이 현재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국제특허를 보유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어, 양적 측면에서는 특허에 대한 충분한 국가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특허에 대해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특허의 산출 이상으로 특허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특허는 눈에 보이지 않은 지식이란 추상적 존재를 실제로 제품을 만들거나 공정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기술로 형상화하는 실체적 존재이다. 기술로 형상화하기 위해 특허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만든 기술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작동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따라서 공개되어 특허를 받아 실체화된 기술은 이제부터는 다른 발명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호된다. 둘째로 특허는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 국민, 더 나가면 인류에게 이롭게 사용하도록 일정기간 독점적으로 재산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허가(특허) 제도이다. 즉, 자본주의 경제에서 제일 경계하는 독점의 폐해를 무릅쓰고서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독점권을 주어 상당한 특혜를 주는 제도적 장치이다. 양적 경쟁력은 있으나 활용 안 돼 셋째로 특허는 이를 활용하여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에 사용권한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란 철학을 반영한다. 따라서 특허를 통째로 또는 나누어 허가권(라이센스)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적거래 매개물이 된다. 우리나라는 특허 중 발명자가 직접 사업화한 실적이나 다른 사람이나 기업에 라이센스를 거래한 경우를 살펴보면 매우 낮은 실정이다. 특허를 중심으로 한 기술거래의 활성화나 자체기술 사업화 촉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로 공공연구의 성과물이 특허의 산출 건수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될 것이다. 특허가 몇 개가 출원되고 등록됐느냐가 아닌 특허가 정말 활용되는지를 반영하는 평가지표의 사용과 과제 관리가 공공연구부문에서는 중요하다. 둘째로 현재는 기업가가 사업에 필요한 특허를 찾고자 할 때, 또 발명자가 자신의 특허를 라이센스로 팔거나 자체 사업화를 하고자 할 때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기가 어려운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특허의 거래나 자체사업화의 정확한 통계를 추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선진국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기술거래 지원 관련 정보서비스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허 중심 기술거래 활성화돼야 셋째로 특허를 통한 자체기술 사업화 및 기술거래가 활성화되도록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일도 중요하다. 즉, 대기업은 내 기술만이 최고라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소기업은 적극적인 자체 기술 개발이나 개방형 혁신을 통해 지적자산을 확보하는 기술기반의 경쟁모델을 지향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허괴물이라고 속칭하여지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허용해야 한다. 즉, 특허 매복행위 등 부정적인 측면은 경계해야 하지만, 개인이나 비영리기관에서 생산하여 거래되지 않은 특허 중 가치 있는 특허를 발굴하여 적절한 기업에 연결해주는, 특허의 상업적 발굴 및 자산화 기능은 시장에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적절한 공공기관 민간기업들이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더욱 적극적인 특허괴물 대응 방안이며, 자체기술 사업화 및 기술거래가 활성화되는 방법일 것이다. 지적자산의 개발과 특허로 등록하는 일뿐만 아니라 이들의 유통과 활용을 촉진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중요한 일을 잘하려면 특허라는 지적자산의 형성과 거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이를 둘러싼 기술과 비즈니스 생태계 측면을 이해하는 스마트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기후변화 따른 농작물 피해대책 강구해야

우리는 흔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아무래도 5월이 되면 세상 만물들이 마음껏 자신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오월이 되면 녹음이 짙어지고 자연의 왕성한 활동과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 활동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생육발달이 기후조건에 영향을 받는 농작물의 경우 한해 농사의 성과가 5월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올해 5월은 유난히도 우박과 강풍이 잦아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사실 최근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지구촌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보다 가뭄, 홍수, 태풍, 한파, 폭설, 서리, 냉해, 우박, 강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은 불가피하게 농업생산 활동에 큰 위기이자 도전이 되고 있으며, 이 탓에 농가의 경영위험 및 소득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경영위험과 소득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농업재해프로그램의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우박, 강풍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한 경영위험으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농작물재해보험제도의 빠른 정착이 요구된다. 농작물 재해보험제도는 선진국형 농업정책의 하나로 자연재해를 입은 농가회생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농작물재해보험제도가 도입되어 현재 사과, 배 등 35개 작물에 대해 실시하고 있다. 사과, 배, 감귤, 복숭아, 포도, 단감, 참다래, 자두, 콩, 양파, 감자, 고구마 등 16개 품목은 전국사업품목이고, 복숭아, 포도, 수박, 고추, 시설 딸기 등 19개 품목은 주산지 중심의 시범사업 품목이다. 그동안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한 후 자연재해를 입은 9만여 농가가 5천202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경영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농작물 재해보험제도 정착 필요 정부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비하여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보험료의 50%를 지원해 주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농가의 보험료 부담 경감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보험료 일부를 추가로 지원 해주고 있다. 그 결과,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품목간, 지역 간 농업재해보험 가입률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사과와 배는 전국 대상면적의 약 60% 이상이 보험에 가입된 반면에 사과, 배를 제외한 감귤, 포도, 복숭아 등 대부분 품목의 보험가입률은 20% 이내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사과와 배의 주산지인 경북과 전남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아직까지 농업재해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농가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따라서 농가들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농업재해보험 가입률 증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재해보험계약 당사자인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도 현재 수확량 피해 위주의 작물보험 형태에서 벗어나 농가별 특성을 고려한 수입보험, 소득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보험유형 개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현재 특정재해에 대해서만 보상하는 재해의 범위도 지역별, 품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자연재해를 보험대상으로 확대하고, 피해보상범위와 기간도 탄력적으로 수정함으로써 농가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맞춤형 재해프로그램 개발 힘써야 전 세계적 기후변화 탓에 농업재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다 빈번히 발생 중인 기상이변, 긴급재해, 환경조건 변화에 따른 농가의 소득손실 보상과 경영위험 축소를 위한 농업재해 프로그램의 마련과 확충에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농업특성에 적합한 농업재해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제프리즘] 인천의 섬과 지중미술관

지중미술관(地中美術館). 말 그대로 땅속에 자리 잡은, 자연과 풍경을 훼손하지 않고 설계된 미술관이다. 세토대교를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한 섬, 일본의 나오시마에 있다. 작년 가을에 가보려고 했지만 매진되어 참가하지 못했다. 지난달, 1박2일짜리 주말 전세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생각했다. 왜 수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일본의 시골 섬마을을 찾는 것일까. 안도다다오(安藤忠雄)라는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 때문일까. 아니면 미술관의 모네 그림 때문일까. 한적한 오카야마의 시골공항을 나서, 섬의 미술관에 도착할 때까지도 내내 같은 생각이었다. 과연 인천 앞바다 섬들의 문화와 관광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바다의 역, 지중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이우환 미술관 등. 그래. 우리의 세계적인 화가 이우환을 위해 친구인 안도가 직접 건축했다는 이우환 미술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자. 그러나 지중미술관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술관으로 가는 입구 근처에 모네의 그림 그대로 연못을 만들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만발했다. 담백하게 처리된 입구를 지나 모네의 대작 수련(Water Lily)이 우리를 반겨준다. 전시된 수련은 말년에 모네가 백내장과 투병하면서 그린 26m 크기의 대작이다. 이 작품을 구입하면서 지중미술관을 구상했다고 한다. 모네를 19세기 유명한 인상파 화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각으로 해석하기 위해 2명의 랜드 아티스트를 초대했다. 자연과 조화 이룬 지중미술관 보며 현대미술가 마리아(Walter De Maria)와 터렐(James Turrell)이 바로 그들이다. 미술관의 설명에 의하면 그동안 예술작품은 현실의 세계를 상대로 미술이나 조각 등으로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져 왔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세계는 현실과 미술을 만드는 공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자연에 직접 접근하는데 그 중요성이 있다고 한다. 건축가 안도와 모네 그리고 랜드 예술가 2인의 작품은 자연을 새롭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연을 빛과 색채, 형태로 바꾸어, 각각 독자적인 방법으로 작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설립자이자 미술관의 관장인 후쿠다케는 왜 이런 미술관을 구상한 것일까. 그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하는 장소를 추구하고자 했으며, 아트는 자연 가운데 존재해야만 한다는 신념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건축과 환경이 나아가야 할 본연의 자세를 물으면서, 세토내해의 자연을 재생하기 위해 위대한 작가 4명을 초대했다는 섬,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의 지하 2층 탁 트인 카페에서, 세토내해의 푸른 바다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인천 앞바다에는 155개의 섬이 있다. 그러나 무의용유도는 이런저런 계획과 거대프로젝트로 휘둘림을 당한지 20년이 넘는다. 굴업도는 골프장 논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강화도와 신도 등은 조력발전 논쟁에 갇혀 있다. 계양산의 골프장을 폐지하고, 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에 반대하는 해당 기업의 입장도 여전하다. 글로벌을 내세우는 기업들조차 부동산 개발과 카지노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에 밀린 우리의 예술 안타까워 모두들 말로는 소프트 파워의 시대라고들 한다. 입만 열면 너도나도 문화예술관광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을 내세우는 곳마다 술집과 포장마차, 그리고 정체불명의 음식점들이 문화와 관광의 이름으로 판을 치고 있다. 인천에서도 시립미술관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정신과 예술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런 시립미술관은 어떻게 누가 건립해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미술관조차도 지역부동산 정책과 재개발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되묻는다. 왜 우리의 섬과 예술에는 지중미술관의 정신이 없는가.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경제프리즘] 中企-대기업 정책, 동화적 프레임 벗어나자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일자리의 88%를 공급한다. 숫자로는 1%, 일자리의 12%를 공급할 뿐인 대기업이 나라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홀대하고 핍박한다. 그러니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 대기업 규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이 논리가 과연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을까. 약간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자. 4월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공약으로 내걸었었듯이 30대 재벌그룹을 해체해서 3천 개의 중소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해보자. 그리하여 대한민국에는 대기업이 사라지고 중소기업만 남게 되었다고 해보자. 과연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낙원이 될까. 중소기업들끼리 사이좋게 오순도순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좋은 직장과 높은 소득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대기업을 없애고 나면 중소기업은 일자리의 88%가 아니라 100%를 공급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 100%라는 것은 좋은 직장이 없어짐을 뜻한다. 입으로는 욕을 해도 누구나 취직하고 싶어하는 곳이 대기업이다. 노동자들에게는 대기업이 일자리의 12%가 아니라 30%, 40%로 늘어나는 것이 좋다. 대기업이 없어지면 그런 일자리가 12%에서 0%로 줄어드는 것이다. 대기업을 모두 없앤다고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좋아질 리도 없다. 中企는 선하고 대기업은 나쁘다? 대기업이 사라진 세상은 중소기업 자신에게도 좋지만은 않다. 이름이 같은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같은 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상공회의소가 500개의 납품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납품 상대방 기업과의 거래에 대해서 만족하는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만족도는 82.4%,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사의 만족도는 57.2%였다. 중소기업도 속마음으로는 다른 중소기업보다 대기업과의 거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없어진다는 것은 납품 중소기업들이 좋은 거래처를 잃게 됨을 뜻한다. 동네 슈퍼들의 경우 대형마트가 모두 문을 닫는다면 지금보다 사정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네 가게들끼리의 경쟁까지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 온라인 쇼핑은 어떻게 할 것이고, 외국의 프랜차이즈 유통업체가 들어오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대형마트로 인해 안정된 판매망을 확보하게 되었던 계약재배 농민들과 무명의 중소 제조업체들, 푸드 코트의 식당 주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릴 때는 누구나 세상을 단순한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좋은 나라 대 나쁜 나라, 또는 착한 사람 대 악한 사람, 이런 식이다. 동화들은 대부분 그런 프레임 위에 서 있다. 나이가 들어 공부하고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대기업 규제, 경제학 관점에서 봐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다.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들은 서로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한다. 중소기업은 선하고 대기업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문제를 좋은 나라 대 나쁜 나라 식의 동화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동화는 환상에 머물러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읽는 아이들의 마음만 따뜻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동화처럼 이해하고 나면 결과는 치명적이다. 그 동화가 현실 속으로 튀어나와 스스로 삶의 기반을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생긴 이유는 대중들이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요즈음 경제에 대한 논의에서는 경제학은 무시되고, 온통 동화 작가들만 활개를 치는 듯하다. 사람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를 경제학 프레임으로 바라봐 주길 기대해본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경제프리즘] 청년일자리 문제 심각하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졸업생들이 취직하는 시즌인 올 3월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실업률은 8.3% 정도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러나 통계에 나타나는 실업률은 취업을 포기한 사람, 내년에 구직하길 기다리거나 졸업을 늦춘 사람, 학원고시원도서관 등에서 공부하는 사람 등을 모두 제외하므로 실제 실업상태인 젊은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0월 우리나라 청년실업자는 32만4천명이지만,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취업무관심자 등을 실업자에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110만명으로 정부가 발표한 청년실업률보다 3배 정도 높은 22.1%라고 주장한다. 15세에서 29세까지의 인구 중 1주일에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으로 정의하는 취업자 비율인 청년고용률은 청년실업률보다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더 정확히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은 40.3%에 불과해 OECD 평균인 50.7%에 비교하면 10% 포인트나 낮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1980년에는 27%이던 것이 2005년 이후에는 80%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우리나라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교과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58%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대학생이 대학 5학년생, 취업재수라는 단어에 익숙하듯 취업을 위해 어학연수, 인턴생활, TOEIC 점수 쌓기 등의 스팩 만들기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어 예전의 낭만적이고 활기차던 캠퍼스도 변하고 있다. 청년실업률 통계보다 높아 젊은이들이 힘들게 얻은 일자리도 만족할만하지 않은 실정이다. 상당수의 젊은이가 첫 직장을 계약직이거나 인턴이란 불안전한 형태를 통해 시작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했던 직업이 사라지면서, 초등학교, 중등학교 임용시험, 7급, 9급 공무원시험 등의 경쟁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3분의 1 정도는 아직 취업을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경기도의 비정규직 6급 공무원 1명 모집에 26명의 변호사가 응모할 정도로 변호사 부문도 취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 실업의 해소, 좋은 일자리의 확대 등은 현재 어려운 우리나라의 경제 상태가 회복된다고 해도, 후발 개도국의 추격, 고학력으로의 치중, 제조업의 감소, 단순 노동의 대체 등의 이유로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고도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이 선진국에 다가갈수록 어렵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이제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청년일자리 효과적 정책 제시 시급 올해는 총선, 대선이 있는 정치의 해이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감정 이상으로 세대 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신의 일자리 문제이다. 많은 정치인이 주목하고 있는 복지 정책이 반값 등록금, 무상 급식, 육아비 보조 등 오늘의 복지, 즉각적인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내일의 복지이며 더 근본적인 복지 해결책인 자신의 일자리에 더 관심이 많다. 정치인들이 젊은이들의 표를 얻고자 한다면, 아니 더 중요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젊은이들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말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한식 세계화의 핵심과제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한식세계화 목표를 설정하고 많은 논의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9년 5월 민관합동으로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출범시킨 이후 한식세계화의 붐 조성과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계적인 건강웰빙 지향의 소비 추세와 맞물려 한식의 우수성이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식을 영양상으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미국의 대표적 건강잡지(Health)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에 의하면 한식은 주요 12개국 음식과의 비교 평가에서 7위를 차지함으로써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한식세계화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자 한식세계화지수를 개발해 북미, 유럽, 아시아 총 5개국 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에 기초하고 있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성급한 목표보다는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핵심과제를 정해 차근차근 한식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이 한식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고 제대로 대접해야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 스스로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음식에는 높은 가격을 내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한식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낮은 가격만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마시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한식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 한식에 대한 세계 평가 갈길 멀어또한, 한식을 세계인이 믿고 찾는 웰빙 음식으로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홍보를 통해 많은 국가에 고품격 한식당이 개설되어야 한다. 해외 한식당은 현재 약 1만 여개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부분 주로 교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세업체이고, 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 따르면 한식을 팔고 있는 해외식당 중 현재 총 9개의 한식당이 등재되어 있으나, 이것도 그나마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미슐랭 가이드 등 세계적 음식 관련 잡지 등을 통해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식을 홍보하고, 세계적 요리학교 등에 한식요리강좌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한식이 현지화할 수 있는 기반 창출이 필요하다. 또한, 한식하면 주제가 없는 한상차림, 과다한 반찬 수, 고급이미지 부족 등 외국인이 한식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간소고품격 등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음식재료, 조리법 등 한식의 본질은 유지하되 맛과 서비스 방식은 세계인의 취향에 맞춘 한식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인 취향 맞춘 한식개발 중요한편, 해외한식당 인증제 도입을 통한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함께 한식당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관련 지역 정보를 수집제공하며, 메뉴의 개발과 경영마케팅 등 컨설팅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식의 세계화는 단지 한국의 먹을거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한식과 결합한 전통주와 도자기, 건축물 등 한국의 문화를 수출한다는 큰 틀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제프리즘] 원전사고와 엘리트 패닉

엘리트 패닉(elite panic).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검증위원회의 기타자와 위원장이 내린 탄식이자 결론이다. 위원회는 사고발생 초기부터 도쿄전력 본사, 원자력 안전 및 보안원, 원자력안전위원회, 그리고 총리실 등을 독자적으로 조사 한 후 400쪽의 보고서를 지난 2월 말에 발간했다.엘리트 패닉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국민보호 명분 하에 엘리트가 행하는 정보은폐 내지 정보조작을 일컫는 말이다. 보고서는 엘리트 패닉의 예로서 신속하게 방사능오염 예측 데이터를 공표하지 않은 점, 희생자와 대피범주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왜 안전제일을 내세운 일본에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국가가 긴급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거대한 정보파이프와 그 공유체제의 정비가 중요하다. 그러나 인터뷰 조사에서 문제점이 밝혀진다. 안전대책이 불충분하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했다. 조직을 곤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보호 명분하에 정보은폐원자력 무라(村)도 문제였다. 도쿄 전력 등의 유착문제가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정치인에 대한 경영자와 노동조합의 헌금, 각종 언론에 대한 거액의 광고비, 원자력 연구자에 대한 다액의 기부금, 낙하산 인사, 전력회사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인프라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일종의 집단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초기 간 나오토 수상 등이 재해 확대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혼란과 위기를 더 확대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사고현장으로 가는 헬기 안에서 간 총리가 묻는다. 수소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가. 동승한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은 격납용기 내부는 질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산소가 전혀 없으므로 폭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격납용기에 문제가 생겨 수소가 유출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발생 후 원자력 위원회와 보안원 등이 함께 총리실에 있었지만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보안원에는 현지상황을 보고했지만 위원회에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다. 법률상 권한의 차이를 들어 정보를 제공하지도 공유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총리실의 공간이 부족해 전문가그룹이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日 교훈 통해 우리도 되돌아봐야보고서는 복합적 재해에 대한 매뉴얼의 불비, 위기대응에 관한 정치인과 총리실의 인식부족 등을 위기 확산의 이유로 들고 있다.당시 2만명에 달한 사망자의 93%는 원전사고가 아니라 지진 후 해일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10만명을 넘는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의 두려움 속에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수십만명의 주민들은 방사능오염과 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의 원전사고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던가. 지금도 국내 원전사고가 별일 아니라는 보도 자료를 내기에 바쁘다. 보고서를 읽으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끝이 아니라 참담한 인류적 재앙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정부가 정보은폐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걱정되는 점도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원자력 관련자는 물론 최고 정책결정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보고서다.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경제프리즘] 명품가격의 경제학

명품 가격이 높다고들 야단이다. 한국 소비자만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불평이 자주 들린다. FTA를 했는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참다 못한 소비자단체가 원가 공개를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높은 명품 가격 문제는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명품의 가격이 원가에 맞춰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짝퉁 명품 가방 중에는 오리지널보다 품질이 더 좋은 것도 있다고 한다. 오리지널을 만들던 장인들이 만든 데다가 재료는 오히려 오리지널보다 더 좋은 것을 써서다. 그런 짝퉁 제품은 원가도 오리지널보다 높을 것이다. 하지만 짝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가격은 오리지널과 비교도 안되는 수준에서 책정된다.이는 마치 골동품의 가치가 원가와 무관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영어로 하면 prestige(위세, 위신)를 얻고자 하는 것이 명품이다. 내가 이 정도의 것을 들고 다닐 정도로 잘난 사람이야 라는 표시를 해줄 장식품이 바로 명품인 것이다. 그래서 희소성이 중요해진다. 또 짝퉁이 아닌 정품이어야 한다. 그런 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명품이 되면 가격은 원가와 무관해진다. 명품의 가격에 있어 원가 같은 것은 하찮은 존재다. 명품되면 가격은 원가와 무관해 명품 가격 책정에 있어 소비자의 충성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충성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가격도 비싸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명품 업체들이 유별나게 한국에서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이 유별나게 명품을 사랑하기 때문이다.한국 사람들의 명품 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젊은 엄마들은 이태리제 명품 유모차를 밀고 다녀야 행세를 할 수 있다. 등산복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산에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심지어는 고등학생들까지도 명품 선호 풍조에 물들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엄마 졸라서 비싼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다녀야 왕따를 면할 수 있었다. 명품 시장의 생리가 이러하기 때문에 명품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물건으로 자기의 잘났음을 표시하고자 하는 한 그 물건의 가격은 원가와 무관하게 결정된다. FTA로 관세가 낮아진들 그런 물건의 값이 떨어질 리가 없다. 정부가 새로 들고 나온 병행수입이라는 정책도 정식 수입 매장의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그다지 기여할 것 같지 않다. 정식 수입이 명품 본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한 수입이라면 병행 수입은 외국의 아웃렛 등에서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다. 정식 수입된 명품 가격이 외국보다 수십 또는 수백만원씩 더 비싸기 때문에 병행 수입이 가능해진다. 비싸기 때문에 갖고 싶은게 명품실제로 몇 년 전부터 대형마트도 병행수입 명품 매장을 개장했고, 명동 등에 로드샵이 만들어졌다. 그 곳의 명품 가격은 백화점의 정식 수입명품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그것이 정식 수입품의 가격을 낮춘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대형마트 등에서 시작했던 명품 병행 수입 매장들은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아버렸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정품 매장에서 구입하는 명품만을 진정한 명품으로 여기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식 수입 매장들도 병행수입 매장의 등장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불평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일인지 모른다. 비싸기 때문에 갖고 싶어하는 것이 명품이다. 비싸기 때문에 사놓고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 하긴 앞뒤가 안맞게 행동하는 것조차 인간 본성의 일부이긴 하지만.김정호 자유기업원 고문

[경제프리즘] 동네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TV에서 전통적인 것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내용은 개그 프로그램의 속성상, 전통적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놀이, 음식, 연예인 등이 사라진 것을 희화화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몇 골목 건너마다 또는 아파트 단지마다 있던 비디오 가게가 사라진지는 꽤 오래됐다. 동네 곳곳에 있던 서점도 레코드 가게도 거진 다 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서점은 전국에 2천여개만 남아 있어 등록된 출판사 수보다도 적은 실정이다. 동네 레코드 가게는 이보다도 훨씬 적게, 아주 간신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인터넷 등 기술의 변화나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 변화에 따라 이같은 업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와 달리 업종 자체는 축소되지 않지만 자신의 독자적인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만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즉, 재래시장의 생선가게, 야채가게는 물론 동네 옷가게, 문구점까지도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 빵집, 길모퉁이 붕어빵 가게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급의 체인점들로 밀려나고 있다.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전국적 규모의 체인점의 적극적 공격에 대해 동네 가게들이 살아 남으려면 이들이 등장하게 된 문화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은 미국에서 출발했다. 대형 체인에 밀려나는 동네 가게들대형마트는 미국이 도시화되고 자가용 중심의 이동 형태로 바뀌면서 자가용으로 접근하는 유통시스템 등장으로 시작됐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상당수 지역과 소비자들에게는 아직도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이 오히려 불편한 쇼핑 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가구 규모가 작아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거지 가까운 곳에서 식재료 등을 그때 그때 적절한 양만큼 사는 것이 오히려 웰빙이 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는 대형 마트보다는 동네 가게들이 더 적절하다.체인점이 미국에 많이 등장하게 된 것은 넓은 국토에 비해 다른 지역에 도착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의 불안한 소비 심리도 큰 이유가 됐다고 한다. 즉, 하워드 존슨과 같은 호텔 체인이나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미국 어디를 가도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비슷한 비용으로 제공하면서 많은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패스트푸드 체인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표준화된 조리법과 서비스인 이유는 자신들의 이런 출발점에 따른 것이다. 스토리텔링, 동네 가게만의 경쟁력하지만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유럽의 경우, 체인 형태의 패스트푸드점이나 모텔보다는 동네 레스토랑, 동네 호텔이 아직도 굳건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획일적인 호텔이나 식당보다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이야기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와 국토 규모, 인구밀도, 문화 등이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은 우리처럼 체인점이 떡볶이 가게 등 분식집 수준까지 침투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동네 가게가 지나치게 쇠퇴하는 현상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사라지는 동네가게에 대해 획기적인 회생책이 마련되기에는 복잡다단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편리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소비 자체를 통한 효용과 함께 소비를 제공하는 장소와 사람들에게서 만족을 찾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동네 식품점, 길모퉁이 빵집, 아파트 단지내 작은 잡화상은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획일화된 체인점이 갖지 못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고객들은 그런 가게를 통해 더불어 사는 이웃사촌들의 스토리를 듣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가족, 이웃들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기도 좋아한다는 것이 사라지는 동네 가게들에게 해결의 작은 시사점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경기도, 농업한류의 본원지로 육성하자

현재 많은 개도국들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개도국에서 5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선진국 문턱까지 성장한 한국의 개발경험을 배우기를 열망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 파라과이, 짐바브웨 등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높은 농업기술과 개발 경험을 배우고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전체인구의 3/4이 농촌 주민이고, 2/3가 농업에 종사하는 저개발국의 농업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어떤 분야보다도 절실하다. 이미 우리가 오래전에 경험했듯 저개발국가에서 농업기술보급, 품종개량, 농업기계화 등을 통한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촌 생활환경 개선은 기아와 빈곤해결, 기본적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국제농업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 전략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국제농업협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경제ㆍ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국가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면서 국가의 품격을 제고하는 중요한 방편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저개발국의 농업과 농촌분야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자국의 국가브랜드와 품격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해 왔다. 국제농업협력, 국가 위상 제고 방편사실 우리의 선진화된 농업기술과 성공적인 농업개발 경험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배우고자 하는 성공사례로서 어떤 분야보다 국제협력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가능성도 큰 분야다. 예를 들어 현재 농촌진흥청이 미얀마, 알제리, 에티오피아 등 15개 개도국에 설치운영 중인 해외농업기술센터는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 지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국제농업협력 활성화를 통한 대개도국 농업발전에 대한 기여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개도국에 대한 농업기술협력은 다양한 작물과 축종에 대한 국내 관련분야의 기술발전에 기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없는 농업유전자원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작부체계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농업기술의 발전과 농업생산성 증진토록 할 수 있다.또 우리나라로부터 지원을 받은 개도국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써 해당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개도국 농업기술협력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국산 종자, 비료, 농기계 등 농업용 원자재 수요를 높이고 비농업용 한국산 제품의 선호도가 증대하는 효과다. 즉, 국제농업협력을 통한 대개도국 농업기술지원은 수원국의 기아빈곤 퇴치, 농업생산성 증진과 농가소득 향상을 통해 개발도상국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원외교ㆍ미래시장 확보, 농업분야 리더국가로서 위상과 국격을 제고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반세기만에 식량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나라로서 많은 개도국들의 희망이자 롤모델이다. 향후 효과적인 국제농업협력이 추진된다면 현재 국제사회에 불고 있는 K-POP 열풍을 넘는 농업한류 의 조성과 확산이 가능하다. 道, 개도국 농촌개발 선봉에 서자수원은 우리나라 농학의 발원지이자 터전이다. 최초의 근대 농학교육이 서울대 농대가 위치한 수원캠퍼스에서 시작됐고, 국가적 농업연구와 기술보급이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지금까지 경기도가 국민의 먹거리 해결과 농업선진화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것처럼 이제는 못사는 개도국의 식량난 해결과 농촌개발의 선봉에 서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제고하는 농업한류의 본원지 역할도 시작할 시점이다.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제프리즘] GCF와 미디어밸리

지난 13일, 미디어밸리를 꿈꾸었던 송도 국제도시가 UN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후보도시로 확정됐다. 서울과 경쟁해 이겼다는 것에 더 자부심을 갖는 시민들도 많다. 쓰레기 매립지와 각종 발전소 등 서울의 혐오시설을 떠맡고 있는 인천이 그린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그동안 서울은 경기도와 인천의 희생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인천과 경기도민들이 서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NLL, DMZ, 상수원 보호구역, 화력발전소, 쓰레기 매립지, 분뇨처리장 등이 인천과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시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제약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각종규제가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 국한되는 사안들도 많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덤터기를 쓰고 있는 인천과 경기도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과연 서울과 서울 시민들은 인천과 경기도의 희생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는지.서울이 대한민국의 맏형으로서, 그리고 강자로서 지역과 지방을 배려했다면 시민들이 덜 섭섭했을 것이다. 한일 월드컵 당시 도쿄는 요코하마에 경기장을 양보했다. 베이징은 상하이와 경쟁보다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서울은 여전히 지역과 경쟁하고 있다. 서울이 세계적 도시가 되려면 도쿄나 베이징, 뉴욕과 경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음에도. 아무튼 인천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스위스와 독일,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다. 인천시민들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평창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정부와 국민들의 성원이 다시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십조 원 가치 지닌 GCFKDI에서는 GCF가 한국에 유치될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3천812억3천만 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총소비 지출과 생산유발효과 및 고용유발효과까지 포함하는 파급효과다. 또한 MICE산업의 발전, 외국인 투자 및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가속화, 의료 및 교육 서비스 질 개선, 남북관계 긴장 억제, 녹색기술 산업 분야의 발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렇다면 GCF가 인천 송도에 들어오는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얼마나 되는가. 인천발전연구원의 조승헌 박사가 이를 분석했다. GCF가 인천에 유치되면 지역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매년 1천91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회의, GCF 기구와 직원들의 소비, 유관기관들과 직원들의 소비규모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대부분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들은 1회성으로 끝나지만 GCF는 매년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킨다. 거의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수십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브랜드 가치가 있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996년12월, 인천송도가 12개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합한 끝에 미디어밸리로 확정된 바 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꿈꾸던 송도였다. 그러나 IMF를 맞이하면서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날개를 접었다. 시민들이 미디어밸리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투자했던 자본금은 휴지가 됐다. 미디어밸리의 청산을 알리는 우편물을 나는 지금도 갖고 있다. 기념이 아니라 자성하는 뜻으로. 미디어밸리의 恨 GCF가 풀어주길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이 되면서 아파트 광풍이 몰아쳤다, 5천대 1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숲이 무성해 질수록 미디어밸리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런데 IMF로 초토화됐던 송도에 아파트 광풍이 몰아치던 그 곳에 GCF꿈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GCF가 유치된다면 미디어밸리를 향해 꿈꾸던 시민들의 도전과 개척 정신이 새롭게 성취되는 것이다. 미디어밸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GCF가 못다 이룬 그 한을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경제프리즘] 한미 FTA의 일방적 폐기, 자살행위다

3월 15일로 한미 FTA가 발효된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라 더욱 뜻 깊다.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뛰어 오르는 기회로 활용되길 바라는 맘 간절하다.그러나 요즘 분위기대로라면 발효된 뒤에도 앞날이 순탄할 것 같지 않다. 언제부턴가 야권의 이념적 구심점이 돼버린 통합진보당은 집권을 하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전면재협상이라는 카드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폐기에 가까운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또 국회에는 이미 한미FTA의 이행을 위해 개정한 법률들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입법안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그 법들이 통과된다면 설령 전면 폐지는 안하더라도 한미FTA는 국내법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조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반대론자들의 이런 태도는 국제법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이미 체결된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무법자의 태도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체결한 양자간 조약은 2천200여개, 다자간 조약은 6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우리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조약은 하나도 없다. 유독 한미 FTA에 와서 문제가 되고 있는 ISD(투자자 국가 소송 제도) 역시 그렇다. 이 제도는 대한민국이 체결한 81개 국가와 모든 투자보장협정에 포함돼있다. 그 중에서 한 건도 ISD가 문제가 되거나 한국이 일방적으로 문제 삼은 적이 없다. 한미 FTA의 일방적 폐기는 그 동안 쌓아온 국제사회에서의 신용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신용 무너뜨려막무가내인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와 국가간의 분쟁을 다루는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국제 투자자-국가 재판소)에 142개국이 가입돼 있는데 2000년대에 볼리비아와 에쿠아도르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베네주엘라 역시 탈퇴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정유회사 등 외국인 투자기업을 국유화로 추진하다보니 국제규범의 통제 하에 있는 ISD 절차가 걸림돌로 등장했다. 그래서 조약 탈퇴 마저도 불사한 것이다.우리가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거나 ISD 조항 등을 거부한다면 국제적인 막가파의 일원이 될 것이다. 한국은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모랄레스의 볼리비아와 같은 수준의 나라로 인식될 것이다.이것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세 나라는 가진 자원이라도 많다. 막대한 석유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무법자의 오명조차도 감수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럴만 한 것이 없다. 손해만 있을 뿐이다. 우선 외국인 투자 유치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투자 자산의 안전이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 어떤 외국인이 투자를 하겠는가. 한미 FTA 폐기 있을 수 없는 일더욱 걱정인 것은 한국인의 해외투자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과 인도 등에 큰 투자를 해오고 있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지 않으면서 정작 다른 나라들에게 한국인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무법자가 되겠다는 말과 같다. 땅도 좁고, 자원도 없는 나라, 그래서 많은 것을 외국으로부터 들여다가 살아야 하는 나라로서는 자살 행위다. 그렇게 해서 북한의 독재자와 가까워지는 것 이외에 얻는 것이 무엇인가. 한미FTA 폐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김 정 호 자유기업원장

[경제프리즘] 부동산 시장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 등 인기 주거지역이 항상 지렛대 역할을 한다. 최근 이들 인기 지역들에 대한 집값이 조금씩 내리고, 치솟던 전세값도 다소 안정이 되고 있다. 집값의 안정은 내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서민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최근의 집값 안정 또는 하향은 부동산 경기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 경기 자체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주택 거래가 뜸하므로 주택에 관련한 소유권의 이전이 활발하지 않아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현재 주택시장에 관련해 상당한 본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국민들이 원하는 주거단지가 변화하고 있다. 즉, 버블 세븐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선호도는 최근 특목고의 인기 변화, 자율고의 대거 신설, 고교 선택제 실시, 대학의 수시입학 확대, 고교내신성적 중요도 증가,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쉬워진 점 등등에 기인한다. 소위 학군수요가 많이 약화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의 부동산 값 폭등의 주범이 학군수요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자해지라 할 수 있다. 부촌 지도도 바뀌고 있다. 반포동이 압구정동 아파트 값을 능가하고, 판교가 분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부촌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이제 더 이상 목좋은 곳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로또가 되기 어렵다는 기대의 포기가 많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부동산 변화 일시적 현상 아냐주택 시장의 경기와 선호도가 달라진 데에는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뉴타운 개발을 억제하고, 아파트 재건축과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달라진 정책을 적용하는 등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주택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향후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나아가 대통령이 어느 정당에서 나와서 수도권이나 전국적 주택정책이나 교육정책이 바뀌느냐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몇가지 시대적 경향은 확실히 자리잡을 것 같다.먼저, 현재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주택은 계속 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10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02%에 이르고 있다. 많은 국민이 거주지로 선호하는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7%, 경기도는 100%로 전국에 비교해도 크게 나쁘지 않다. 선진국 수준의 주택보급률이 110%를 보통 넘어간다고 하지만 2기 신도시, 세종시, 혁신도시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막대한 주택공급은 선진국 수준의 수요 공급을 쉽게 달성할 전망이다. 오히려 지역별로는 이미 공급과잉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부동산 변화를 주목하자취학연령이 줄고 노령화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절대적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것도 큰 변화이지만 인구구조가 재편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즉, 학교입학 인원은 감소되고 있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사교육 감소와 교육과 주거환경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라 학군 수요가 다시 심해질 가능성은 적다. 또 경제적 능력이 약화되는 노년층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버블 세븐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될 필요성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계속 확대되고 있는 수도권에서 교통 혼잡을 감안하면 GTX나 새로운 고속도로에 얼마나 쉽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같은 수도권에서도 인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젠 직장과 거주지의 단순 직선거리가 아닌 이동의 필요와 이용할 교통수단에 따른 생활공간 개념이 더 중요할 것이다.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모두 부동산 시장의 버블의 붕괴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우리 경제에서 부동산 버블에 대한 논란은 활발하지만 버블이 붕괴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글로벌 경제위기를 벗어나고자 꿈틀대는 지금 버블의 붕괴를 걱정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해외식품기업의 인수합병 관심 필요

WTO나 FTA를 통한 시장개방 확대 추세로 국내 식품시장에서 국내외 식품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식품시장에서 우리 식품기업들이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식품의 국내외시장 수요를 공고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 소비촉진 조성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우선 국가간 국경 없는 무한경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네슬레, 다농, 코카콜라 등 글로벌 식품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식품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진출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한계에 달한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해외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전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이를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신수요 신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은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판로를 용이하게 개척할 수 있는 주요 전략의 하나이다. 실제 글로벌 식품기업은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왔다.매출액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세계 1위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는 1983년 이후 193개의 해외기업을 M&A를 통해 인수했다. 프랑스의 세계적 유제품회사인 다농도 지난 20년 동안 81개 기업을 인수, 유럽의 대표적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는 잘만 하면 적은 재원으로 해외매출을 늘리고,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통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A로 해외판로 용이하게 개척특히 국내 식품기업의 해외 M&A는 신규사업 참여에 소요되는 기간 및 투자비용의 절감, 외국기업의 선진기술 및 경영 노하우의 습득, 전문인력 및 기업의 대외신용 확보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해외기업에 대한 전략적 인수합병이 핵심 사업에서 벗어난 경우 자금, 역량, 경영자의 관심이 분산돼 본업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과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국제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세계적으로 국경간 M&A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은 해외 M&A시 고려하거나 해소할 과제이지 해외 M&A를 포기하거나 자제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해외 M&A는 외국에 이미 설립된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초기 설립비용이 들지 않고 인력, 생산라인 등의 확장을 꾀할 수 있으며, 투자 후 조기에 정상조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싼 가격에 유망한 해외식품 기업의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어 우리 식품기업의 해외 M&A는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기업 지원체계 구축 힘써야일본의 유명 맥주음료회사 아사이그룹은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의 음료회사를 인수해 오세아니아 시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 식품기업 광명그룹도 2011년 호주 유제품 식품회사 마나센(Manassen)의 지분 75%를 인수하고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기업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식품기업과 일본과 중국 식품기업들의 공격적 해외 M&A 움직임은 한국 식품기업들에게도 큰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우리 식품기업들도 해외신시장, 신수요 창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해외식품기업 M&A에 나설 때다. 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M&A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전문인력 양성체계 구축, 해외기업 정보수집과 분석기능 강화, M&A 활성화를 위한 펀드 조성 등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인천 어젠다를 선택한 시민들

2012년 인천시민이 선택한 첫 번째 어젠다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폐지였다.이번 어젠다는 인천시나 자치단체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당초부터 제외했다. 어젠다의 기초자료는 지난 1년간 언론 등에서 제기한 지역현안 87개를 바탕으로 했다. 그 중 제도나 법률, 거대 재원이 필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 등의 조언과 자문을 받았다. 그리고 36개 어젠다를 시민투표에 붙였다. 그러나 결과는 요즘 화두라는 복지도 무상도 성장과 개발의 대명사인 토건사업도 아니었다. 사전 예비조사나 FGI 조사에서도 통행료폐지가 1순위로 나타났다. 통행료폐지를 1위로 선택한 시민들의 참뜻은 무엇일까.그 답은 경인철도의 지하화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한 부평공단의 재생을 10대 어전다로 선정한 시민들의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경인고속도로는 1969년 개통 이래 법적 징수기한인 30년을 12년이나 초과해 징수하고 있다. 징수액도 건설비 2천700억원의 두배인 5천700억원이다.더 큰 문제는 거의 매일 주차장화 한다는 점이다.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로서는 분통터지는 일이다. 이미 전국에 수많은 고속도로가 건설됐지만 지난 42년간 재투자 한 것은 거의 없다. 부평지역 공단을 재생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산업입지에 관한 법에 의해 지하화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경인고속道 통행료 폐지 1위 꼽혀공단재생사업지역으로 선정되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산업과 경제중심의 부평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철도도 마찬가지다. 항상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로 교과서에 기록됐지만 정작 서울까지 가는 길은 멀어지고 있다. 인천역에서 청량리를 가려면 1시간 반 가까이 걸린다. 그 시간이면 KTX로 대구를 가는 거리다. 경인축이 홀대를 받고 있는데 대한 분노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송도에서 청량리까지 GTX가 계획하고 있다.국토연구원은 2020년 전국을 GTX로 한 시간내에 연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한바 있다. 그러나 인천구간인 부평과 인천역 구간은 계획에 없다. 경인철도가 대심도 40m의 지하로 건설될 때 경인전철를 지하화하면 경인아라뱃길, 경인고속도로, 경인철도로 분단된 남북 축의 복원은 물론 지상의 부지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10대 어젠다의 특징을 보면 시민들은 인천국제공항과 충청 간 해상도로를 우선시 했지만 전문가들은 해주와 인천국제공항 간 평화도로 건설을 우선했다. 10대 어젠다 주요정책 되길 기대우선순위의 차이는 남북한 관계와 서해안 시대를 보는 시선의 차이일 수도 있다. 만약 해주와 충청, 새만금을 연결하는 서해안 대동맥이 건설되는 경우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인천이 상하이나 하네다의 허브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개항한 하네다 제3국제터미널을 보면 인천국제공항이 자만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제2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주장되고 있다.그 예산을 50km의 해상(해저)도로 건설에 투입해 물류의 대동맥을 건설하고, 국민여가와 관광시설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화해를 통해 해주, 교동산단, 강화산단 등을 개발하고 이를 인천과 연계하는 것도 매우 시급하다. 새만금과 충청권의 물동량이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해 전 세계로 나가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서해 대동맥의 재구축을 통해 중국의 내륙지역과 동아시아에 맞서는 국가전략을 추진해야 한다.향후 산업화를 이끌어온 인천과 수도권은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그 도약은 경인축과 남북축의 대동맥을 새롭게 구축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411총선과 12월 대선을 통해 시민들이 선택한 어젠다가 주요 정책과 국가전략이 되길 기대한다.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부실저축銀 피해자 특혜, 철회해야

정치인들의 염치없음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지만 이번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문을 닫은 18개 저축은행의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 8만2천391명에 대해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전해준다는 내용의 법이다.이것은 명백한 특혜 법률이다. 피해자들의 환심을 사겠다는 것 외에 합리화할 만한 이유가 없다. 오죽했으면 정부 개입에 우호적인 좌파 시민단체에서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의원들은 부실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국가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피해자 지원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들이댄다. 하지만 국가에게 정말 그런 책임이 있다면 피해자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를 밝힌 후에 국가배상 절차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물론 일반적인 투자와는 달리 예금은 일정액까지 법으로 보호를 해주게 돼있다. 위기 시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호도 원칙이 있어야 하고, 정도껏이어야 한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하면 1은행당 5천만원까지의 예금만 보호를 받게 돼있다. 후순위채까지 보호를 해준다면 원래의 법 원칙은 유명무실해져 버리고 거의 무한정 예금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생긴다. 피해자 환심 사기 위한 특혜 법률사실 이 5천만원이라는 금액도 지나치게 큰 경향이 있다. 이것으로 인해 부실저축은행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거래하는 시장이든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불량품이 자동적으로 도태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그런 기능이 작동한다.소비자들이 불량품은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금 시장에서는 예금자보호제도 때문에 불량은행 자동 제거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되다시피 했다.불량은행 자동 제거 기능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정부의 예금자보호제도가 없이 예금자가 자기 예금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 예금자는 은행을 고를 때 예금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와 더불어 그 은행의 부도 위험에 대해서도 고려하기 마련이다. 부도위험이 높은 은행에는 예금자들이 가급적 자기 돈을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도위험이 높은 은행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자동적으로 사세가 위축되거나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예금자보호제도가 들어오면 이런 기능이 훼손되기 시작한다. 예금이 5천만원을 넘지 않는 한 예금자에게 은행의 부도 위험은 문제거리가 아니다.부도가 나더라도 그 금액까지는 정부가 대신 갚아주기 때문이다. 예금자들은 부도위험 따윈 무시하고 무조건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으로 몰리게 된다. 특별법 제정, 더 많은 부실銀 만들 것예금자들의 태도가 이렇게 바뀌면 은행들도 대출 태도가 달라진다. 즉 안전한 곳보다는 위험하더라도 수익이 높은 곳에 더 유혹을 느끼게 된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대개 그런 위험한 투자의 결과로 생겨났다. 결국 예금자보호제도가 부실저축은행을 만들어낸 셈이다.그나마도 어느 정도 시장의 기능이 작동했던 것은 예금액이 5천만원을 넘을 수 밖에 없는 예금자들 때문이었다. 그런 예금자들일수록 은행의 위험도를 살펴서 예치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법처럼 모든 예금자를 거의 무한정 보호해준다면 시장의 불량은행 제거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버린다.금융시스템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예금자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 어쩌면 기존의 5천만원도 지나친 보호일 수 있다. 하물며 특별법까지 만드는 것은 경제원리를 지나치게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 법이 실제 시행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부실저축은행들이 생겨날 것이다. 진정 국가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본회의에서라도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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