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저축銀 피해자 특혜, 철회해야

정치인들의 염치없음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지만 이번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문을 닫은 18개 저축은행의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 8만2천391명에 대해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전해준다는 내용의 법이다.

 

이것은 명백한 특혜 법률이다. 피해자들의 환심을 사겠다는 것 외에 합리화할 만한 이유가 없다. 오죽했으면 정부 개입에 우호적인 좌파 시민단체에서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

 

의원들은 부실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국가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피해자 지원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들이댄다. 하지만 국가에게 정말 그런 책임이 있다면 피해자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를 밝힌 후에 국가배상 절차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투자와는 달리 예금은 일정액까지 법으로 보호를 해주게 돼있다. 위기 시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호도 원칙이 있어야 하고, 정도껏이어야 한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하면 1은행당 5천만원까지의 예금만 보호를 받게 돼있다.

 

후순위채까지 보호를 해준다면 원래의 법 원칙은 유명무실해져 버리고 거의 무한정 예금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생긴다.

피해자 환심 사기 위한 특혜 법률

 

사실 이 5천만원이라는 금액도 지나치게 큰 경향이 있다. 이것으로 인해 부실저축은행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거래하는 시장이든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불량품이 자동적으로 도태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그런 기능이 작동한다.

 

소비자들이 불량품은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금 시장에서는 예금자보호제도 때문에 불량은행 자동 제거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되다시피 했다.

 

불량은행 자동 제거 기능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정부의 예금자보호제도가 없이 예금자가 자기 예금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 예금자는 은행을 고를 때 예금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와 더불어 그 은행의 부도 위험에 대해서도 고려하기 마련이다.

 

부도위험이 높은 은행에는 예금자들이 가급적 자기 돈을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도위험이 높은 은행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자동적으로 사세가 위축되거나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예금자보호제도가 들어오면 이런 기능이 훼손되기 시작한다. 예금이 5천만원을 넘지 않는 한 예금자에게 은행의 부도 위험은 문제거리가 아니다.

 

부도가 나더라도 그 금액까지는 정부가 대신 갚아주기 때문이다. 예금자들은 부도위험 따윈 무시하고 무조건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으로 몰리게 된다.

특별법 제정, 더 많은 부실銀 만들 것

 

 예금자들의 태도가 이렇게 바뀌면 은행들도 대출 태도가 달라진다. 즉 안전한 곳보다는 위험하더라도 수익이 높은 곳에 더 유혹을 느끼게 된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대개 그런 위험한 투자의 결과로 생겨났다. 결국 예금자보호제도가 부실저축은행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나마도 어느 정도 시장의 기능이 작동했던 것은 예금액이 5천만원을 넘을 수 밖에 없는 예금자들 때문이었다. 그런 예금자들일수록 은행의 위험도를 살펴서 예치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법처럼 모든 예금자를 거의 무한정 보호해준다면 시장의 불량은행 제거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버린다.

 

금융시스템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예금자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 어쩌면 기존의 5천만원도 지나친 보호일 수 있다. 하물며 특별법까지 만드는 것은 경제원리를 지나치게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 법이 실제 시행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부실저축은행들이 생겨날 것이다. 진정 국가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본회의에서라도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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