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명품가격의 경제학

명품 가격이 높다고들 야단이다. 한국 소비자만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불평이 자주 들린다. FTA를 했는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참다 못한 소비자단체가 원가 공개를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높은 명품 가격 문제는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명품의 가격이 원가에 맞춰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짝퉁 명품 가방 중에는 오리지널보다 품질이 더 좋은 것도 있다고 한다. 오리지널을 만들던 장인들이 만든 데다가 재료는 오히려 오리지널보다 더 좋은 것을 써서다. 그런 짝퉁 제품은 원가도 오리지널보다 높을 것이다. 하지만 짝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가격은 오리지널과 비교도 안되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이는 마치 골동품의 가치가 원가와 무관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영어로 하면 prestige(위세, 위신)를 얻고자 하는 것이 명품이다. ‘내가 이 정도의 것을 들고 다닐 정도로 잘난 사람이야’ 라는 표시를 해줄 장식품이 바로 명품인 것이다. 그래서 희소성이 중요해진다. 또 짝퉁이 아닌 정품이어야 한다. 그런 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명품이 되면 가격은 원가와 무관해진다. 명품의 가격에 있어 원가 같은 것은 하찮은 존재다.

명품되면 가격은 원가와 무관해

명품 가격 책정에 있어 소비자의 충성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충성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가격도 비싸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명품 업체들이 유별나게 한국에서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이 유별나게 명품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의 명품 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젊은 엄마들은 이태리제 명품 유모차를 밀고 다녀야 행세를 할 수 있다. 등산복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산에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심지어는 고등학생들까지도 명품 선호 풍조에 물들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엄마 졸라서 비싼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다녀야 왕따를 면할 수 있었다.

 

명품 시장의 생리가 이러하기 때문에 명품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물건으로 자기의 ‘잘났음’을 표시하고자 하는 한 그 물건의 가격은 원가와 무관하게 결정된다. FTA로 관세가 낮아진들 그런 물건의 값이 떨어질 리가 없다.

 

정부가 새로 들고 나온 병행수입이라는 정책도 정식 수입 매장의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그다지 기여할 것 같지 않다. 정식 수입이 명품 본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한 수입이라면 병행 수입은 외국의 아웃렛 등에서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다. 정식 수입된 명품 가격이 외국보다 수십 또는 수백만원씩 더 비싸기 때문에 병행 수입이 가능해진다.

비싸기 때문에 갖고 싶은게 명품

 

실제로 몇 년 전부터 대형마트도 병행수입 명품 매장을 개장했고, 명동 등에 로드샵이 만들어졌다. 그 곳의 명품 가격은 백화점의 정식 수입명품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그것이 정식 수입품의 가격을 낮춘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대형마트 등에서 시작했던 명품 병행 수입 매장들은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아버렸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정품 매장에서 구입하는 명품만을 진정한 명품으로 여기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식 수입 매장들도 병행수입 매장의 등장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불평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일인지 모른다. 비싸기 때문에 갖고 싶어하는 것이 명품이다. 비싸기 때문에 사놓고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 하긴 앞뒤가 안맞게 행동하는 것조차 인간 본성의 일부이긴 하지만….

 

김정호 자유기업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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