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의 좌절과 하시모토의 등장

복지비용 증가로 인한 재정위기

日 민주당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이념만으로는 부족하다.’ 2009년 10월 27일자 일본의 대표적 보수 언론인 요미우리의 사설 제목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그해 10월 자신의 정책기조를 담은 연설을 하자 다음날, “하토야마 정치 철학이 가득하다. 물론 철학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념만으로 정치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27일 오사카의 하시모토 지사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일본의 정치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하토야마에 이은 노다 총리의 참패로 볼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 3년 만에 환호를 받았던 일본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대규모 지진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요소도 있었다.

 

2009년 8월 30일. 연구년 도중에 일본의 도쿄에서 패전 후 최초의 정권교체를 직접 목격하였던 나로서는 그 변화 이유가 궁금하다. 일본인들이 민주당에 대해 실망하는 내면에는 우리의 정치가 배워야 할 반면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동 수당인상, 고속도로무료화 등 가족 지원을 통해 인간을 위한 경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대안제시가 부족했다. 정치철학을 법안과 정책으로 구체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정권을 만든 우시로 후자오 교수 등 브레인들의 메시지는 “얀바댐 건설을 중지한다. 과거의 핵 밀약을 조사한다. 연금기록 문제를 해명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토야마 내각은 ‘왜, 중단해야 하는가, 해서는 안되는가’에 대해 정치적으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적 과제는 넘쳐나는데 냉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 핵심 전략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집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예견되었다.

 

2009년 11월 정치평론가 다가하시는 민주당이 100점 만점을 위해 성급하게 행동할 경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았다. 선거공약에 대한 우선순위, 단계적 예산집행 등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얻지 못하는 경우 자민당에게 재기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당은 자녀수당 지원, 농가호별소득보상,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험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증세, 세출제한, 적자국채발행 중 어느 것을 어떻게 사용하여 국가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준비가 없었다.

 

결국 자녀수당과 각종 지원책에 대해 부담세대는 불만이고, 과연 계속해서 집행할 수 있는 이념인가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제도는 재원부담을 가중시켰고, 납세자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자녀수당을 받지 않는 세대, 독신자, 딩크족, 자녀교육이 끝난 세대 간의 갈등만 증폭되었다.

 

당시 다무라 산케이신문 편집위원은 ‘디플레를 퇴치할 수 있는가’를 민주당의 성공요인으로 보았다. 디플레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소득격차를 넓히며, 재정적자를 팽창시켜 국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고 진단했다. 2010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야권연대에 기반하여, 보편적 복지의 실현과 부채문제해결을 내세우며 승리했다. 그러나 사회복지비용의 증가는 자치단체들을 재정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과 구도심의 각종 개발사업, 그리고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부채문제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고 있다. 일본의 민주당 정부 3년의 실패과정과 우익세력의 부활을 보노라면 정치는 한치 앞이 어둠이라던 옛말이 새삼스럽다.

 

하지만 현재의 여론은 일본이 선택한 하시모토와 니시하라 모델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박원순과 안철수 신드롬이 그것이다. 정확히 말해 정당이나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들이 일본과는 다른 길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인천은 어떠한가. 시민들이 묻고 있다. “일본의 민주당이 걷고 있는 실패의 모델에서 인천은 과연 탈출하고 있는가.”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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