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쌀, 밀,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가격이 2007년에 이어 다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9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국제 곡물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이러한 국제곡물가격 증가추세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곡물수요는 식용과 사료용 수요증대 추세와 더불어 최근 바이오 연료용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공급은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국제적 식량공급 불안정 현상이 과거와 달리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들은 향후 식량이 양적으로 부족할 가능성이 크고, 국제 식량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식량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반면에 공급여력은 기후변화, 도시화, 사막화 등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높아져 가는 식량 대외의존도
그런데 세계 5위권의 곡물 수입국이면서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식량공급의 불안정성 심화와 곡물가격 급등 현상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WTO출범 이후 전면적인 농산물 시장개방 흐름에 따라 농업부문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우리나라의 식량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7%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콩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참고로 2010년 기준 주요 곡물 자급률은 쌀(104.6%), 보리쌀(26.6%), 밀(0.8%), 옥수수(0.8%), 콩(8.7%)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밀, 옥수수, 콩 등의 식량작물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대규모 식량수입국이다. 특히 밀, 옥수수, 콩 등은 대부분의 필요량을 전적으로 해외시장에서, 그것도 일부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필요로 하는 식량을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적정가격으로 원하는 물량만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 식량안보 달성이라는 정책목표는 굳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국제 곡물교역은 전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의 불안정과 함께 소수 국가의 수출과 다수 국가의 수입이라는 과점적 교역체제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필요한 때 적절한 가격으로 쉽게 수입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국제 식량수급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식량가격 급등 현상은 전반적인 물가상승과 사료가격 급등으로 국내 농축산업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식량가격 급등이 세계적인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물가지수 계산에서 농식품 가격이 차지하는 낮은 비중을 감안할 때, 애그플레이션이란 용어의 출현이 보여주듯이 얼마나 국제 식량가격이 증가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국내공급·해외조달 균형 필요
따라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국민들에게 안정적ㆍ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국내생산능력 유지와 함께 해외조달능력의 향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생산 공급능력 증대노력은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로 판단되며, 무엇보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식량생산기반 구축이 어려운 밀, 콩, 옥수수의 경우 해외 식량조달방식의 개선이 요구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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