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자가 버핏처럼 착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부자들을 상대로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 같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그것을 당론으로 삼은지 오래다. 민주당의 경우 아직 당론은 아니지만 시간 문제일 뿐이다. 정동영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에 맡겨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의 84%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한다고 한다. 이 세금이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공약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나머지 한나라당도 여기에 가세할 것 같다.

 

전통적으로 부유세에 반대해왔던 당이지만 미국 부자 워렌 버핏의 증세 주장에 탄력을 받아 한나라당에서도 버핏세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도부가 부인을 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야당의 포퓰리즘을 따라다닌 전력에 비추어본다면 내년 선거 과정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부자에 대한 중과세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유세, 득보단 실이 많다

 

필자는 예전부터 부유세 반대론자다. 첫 번째의 이유는 단순히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벌금처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재산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내야 할 사람은 안내고 상식적으로 낼 이유가 없는 서민들에게까지 부유세가 부과되는 일들이 자주 나타난다. 셋째, 국민경제적 실리와 관련된 것으로 부자로부터 거두는 세수에 비해서 투자손실액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투자가 줄어들면 일자리도 줄어들고, 서민들의 소득도 줄어든다. 정치적 인기를 얻기는 좋지만 경제적 실리는 약한 세금이 부유세다.

 

물론 이런 반대 논리는 부자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세금에 대해서 이기적으로 반응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즉 수익과 재산에 대한 세금이 벌금처럼 커질 경우 부자들이 수익과 재산을 늘리려는 노력을 줄일 것이라는 전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부자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버핏 같은 부자 말이다. 그런 부자들에게 세금은 부담이 아니라 목표가 될 수 있다. 마치 자식이 대학을 들어가면 등록금 마련을 위해 가장이 더욱 열심히 돈을 벌 듯이, 부유세가 생기면 그 돈을 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투자하고 노력하는 부자가 있을 수 있다. 그야말로 ‘천사표’ 부자다. 부자들이 모두 그렇게 착하고 헌신적이라면 부유세의 부작용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작을 것이다. 부유세로 인한 세수는 세수대로 늘어나고 투자와 일자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천사표 부자가 몇이나 될까. 대다수의 일반적인 부자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들도 그냥 사람일 뿐이다. 세금으로 나가는 돈이 커질수록 일하기 싫어지는 것은 부자나 서민이나 다를 것이 없다.

 

투자의지 꺾어 일자리 줄 것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일찍부터 부유세를 시행했던 나라들에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버핏 같은 착한 부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세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에릭 피노세라는 프랑스 학자에 의하면 프랑스의 경우 부유세 26억불을 걷기 위해 1천250억불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투자를 기피하거나 다른 나라로 국적이나 투자처를 옮겨 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스웨덴과 네덜란드와 덴마크, 독일 등이 부유세를 폐지했다. 해외로의 투자가 자유로워질수록 부유세의 부작용은 심해질 것이다.

 

부자가 기부를 하고 세금을 내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누구도 그것을 막을 사람은 없다. 세금이 아니라면 기부금을 더 늘려 내면 된다. 하지만 자기가 착하다고 해서 다른 부자들에게 기부를 더하라거나, 세금을 더 내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런다고 해서 대다수의 다른 부자들이 갑자기 천사표가 될리 없다. 그리고 심성을 바꾸지 못하는 한 새로 부과되는 부유세는 부자들의 투자와 노력을 줄여서 결국 일자리를 줄여 놓을 것이다. 한국이라고 유별나게 착한 부자가 많을 리 없다. 그럴수록 부유세의 부작용은 클 것이다. 부자를 너무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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