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간 특허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 ‘전쟁’이 치열하다. 지난 여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이 유럽, 미국, 호주, 한국 등 전세계에서 특허 소송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 10월 초 야심차게 출시한 킨들파이어라는 태블릿PC 신제품도 특허 침해로 제소되었다. 한동안 구글, 애플, 페이스북에 밀려 빛을 못보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특허권을 앞세워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즉, 구글이 무료로 공급하고 있던 안드로이드OS에 대해 MS윈도우즈의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여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고 있는 회사들에게서 특허권료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의 특허 전쟁을 살펴보면 종전과는 다른 양상이 몇가지 보인다. 첫 번째로 특허는 무형의 상품인 기술거래의 매개물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종전의 특허는 과학자, 엔지니어의 발명에 대해 남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자산 보호에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발명자가 특허를 이용해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특허사용을 허가하고 특허권 사용료를 받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CDMA 폰 하나마다 퀄컴이란 미국회사가 특허권료를 받아가고, 삼성이나 HTC가 만드는 구글폰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특허권료를 챙긴다.
두 번째로 특허는 다른 기업을 공격하는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애플이 삼성의 갤럭시탭이 자신의 아이패드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디자인을 특허로 보호해 놓고 이것으로 특허소송이라는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애플이 유럽 중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소송을 건 이유는 그곳이 특허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경향이 강한 곳이라는 공격자의 “전쟁터 선택 어드벤티지”를 계산한 공격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소송에 맞서 자신들이 많이 보유한 통신 관련 특허로 맞소송을 하고 있는 것도 특허 공격의 예이다.
네 번째로 특허는 다른 기업과 협상을 하는 데에도 중요한 무기가 된다. 이번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안드로이드 특허 관련 협상은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라이센스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개발할 윈도우폰을 염두에 둔 크로스라이센싱으로 알려졌다. 즉,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각자 보유한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애플, 구글 등에 대항하는 동맹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허는 흉물스러운 매복에 사용되기도 한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개발 특허 또는 중요한 특허를 미리 사들인 후 다른 사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판단이 되면 소송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이다. 괴물이란 용어까지 등장한 이유는 이런 회사들이 실재 그 특허를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이로운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남들의 비즈니스 길목에 가만히 숨어서 침해받기 쉬운 특허를 덫처럼 놓고 기다린다는 비생산적인 특징 때문이다.
다양한 양상으로 특허전쟁이 진행 중인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인식과 체계적인 대처이다. 우선, 특허가 기술혁신의 종착점이 아니라 무기 확보를 통한 비즈니스 전쟁의 시작점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두 번째, 기술개발, 상품개발, 마케팅이 따로 따로 약진하던 것을 지양하여 최근 기술경영이란 이름으로 기술혁신 프로세스가 정렬하듯이, 특허에 대해 기존의 개발팀과 지재권대응팀 차원의 각자 대응이 아닌 전사적 차원의 비즈니스-특허 경영 프로세스가 통합적으로 계획되고 실천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개발자들에게 1년에 몇 건의 특허를 의무적으로 출원하라는 식의 물량적 접근이 아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특허를 식별하여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자체 기술개발만이 아닌 개방형 기술혁신이 최근 각광을 받듯이, 필요한 특허를 스스로 만드는 것만 고집하지 않고 개방형으로 특허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희상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기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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