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식자재 입찰 구매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인천의 한 식자재 공급업체가 학교급식 입찰에서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들러리 세워 담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인천의 A식자재 공급업체가 위장회사 B업체를 설립,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차례에 걸쳐 입찰에 함께 응찰, 담합한 사실을 밝혀내고 인천시교육청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특히 A업체 대표가 B업체의 지분 90%를 소유했고, A업체 영업부장이 B업체 대표를 맡고 있으며, A업체 관리과장이 B업체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두 업체의 사무실 주소가 같은 점을 들어 사실상 B업체가 A업체의 페이퍼 컴퍼니인 것을 확인, 시교육청에 부정당업자의 제재 등 처분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두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규정, 6개월 간 학교급식 입찰 참여 금지 조치를 내렸다. 죄질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 문제는 이 같은 유형의 고질적 담합행위가 관련업계에서 관행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 연합회는 지난 7월 식자재 공급 업체를 방문 점검한 결과 한 축산물 공급업체가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 중인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초중고 학운위 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 2012년부터 해마다 식자재 공급업체를 점검한 결과 10곳 중 3곳은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이 갈 정도로 운영상태가 엉망이었다며 업계의 검은 실상을 꼬집었다. 수년 간 학교급식 입찰에서 위장업체의 불법 담합행위 투입 개연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동안 관계당국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학교급식은 식약처로부터 식품 위해(危害)요소 중점관리 기준(HACCP)인증을 받은 식자재만 납품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페이퍼 컴퍼니가 입찰 들러리로 불법 담합에 악용되는 건 HACCP 인증서 및 각종 등록증과 영업허가증만 갖추면 학교급식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관련법의 허점 때문이다. 위장업체의 불법 담함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학교급식 입찰 참여 업체에 대한 현장 확인 및 실사를 철저히 하도록 관련법 강화가 필요하다. 학교 식자재 납품업체가 실질적으로 단독 응찰하면서 페이퍼 컴퍼니 등을 내세워 경쟁 입찰인 것 같이 가장하는 건 입찰의 공정을 해치는 것이다. 입찰 실시자를 기망, 식자재의 높은 가격 투찰을 노린 악질적 사기행위다. 이런 상황에선 질 좋은 식단과 급식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 관계당국은 납품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양질의 식자재 납품을 유도하며, 교육예산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 담합행위를 엄벌,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사설(인천)
경기일보
2014-12-17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