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름만 특례시, 특별지원법 제정 실질권한 확보해야

특례시가 출범한 지 1년 됐다. 준(準)광역시급 특례시로 승격한 수원·용인·고양·창원시는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에 기대감을 가졌으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무늬만 특례시’일 뿐, 행정 권한 등을 제대로 이양받지 못했다. 인구 100만 이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특례시는 지난해 1월13일 공식 출범했다. 2021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주민이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되고,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돼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외쳐 온 ‘지방정부의 꿈’이 이뤄졌다고 환호했다. 특례시 출범 1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행정 권한의 대폭 이양을 예상했지만 86개 기능과 380개가 넘는 사무 중 정부로부터 받은 권한은 고작 9개 기능, 142개 사무뿐이다. 그동안 4개 특례시는 정부와 국회 등에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 △관광(단)지 지정 및 조성계획 수립 △생태계 보전부담금에 관한 사무 등 △폐기물 처분 부담금에 관한 사무 △산업단지 개발 등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규제에 관한 사무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조항만 있을 뿐, 특례시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다. 특례시의 법적 지위 등을 명시한 법은 없다. 특례시에 비해 인구가 적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가 ‘특별시·도자치위원회’ 등을 마련해 광역지자체 행정 권한을 부여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도나 세종시처럼 특례시에 걸맞은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 특례시 사무 권한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말로만 특례시, 이름만 특례시는 소용이 없다. 특례시의 권한 이양을 위해 개별법령 제·개정이 시급하다. 문제는 법 개정 여부가 각 부처의 의지에 달려 있어 권한 이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구성 단계에 머물러 진척이 없다. 관련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로 인해 권한 이양 심의는 전면 중단됐다. 현재는 특례시 활성화를 위해 일할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례시지원협의회’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과 특례시 지원기구 설치 등을 통해 실질적인 특례권한을 확보하는 게 큰 과제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끌어낼 행정·사무 권한을 확보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뿐 아니라 지방의회, 국회의원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

[사설] 전세사기 정부책임도 커, 법•제도 정비 시급하다

‘빌라왕’ 사건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68.8%)이 2030세대라고 한다. 국토부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사건 106건의 피해자 중 30대가 50.9%, 20대가 17.9%를 차지했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 30대가 전세를 얻는 연립·다세대주택에 피해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서울지역 52.8%, 인천 34.9%, 경기 11.3% 등 수도권에 많았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층,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이다.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빚을 낸 사람도 많다. 이들이 전세금을 날리면 빈곤층으로 전락할뿐 아니라, 희망마저 무너져 내리게 된다. 정부가 전세사기범의 엄벌과 함께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일 전세보증금 피해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설명회가 열렸다. 국토부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 80여명 대부분은 2030세대였다. 피해자들은 미래를 위해 준비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전세금을 어떻게든 받아야 한다면서 눈물 짓는 사람도 있었다. 법·제도에 허점이 많아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분노한 사람들도 있었다. 설명회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세입자들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제도상 허점이 있어 못한 경우가 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피해자는 전세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이 ‘악성임대인’인지 알 수 없었다. 계약 뒤 보증보험 가입 절차를 밟게 돼서야 임대인이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알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했다. 결국 보증보험을 들지 못해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씨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60억원 넘게 체납했는데도 주택 1천139채를 보유했다. 수십억원의 세금 체납에도 주택을 맘대로 보유할 수 있는 제도 또한 문제가 크다. 전세사기범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현행 법·제도의 허점이 전세사기의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임대차 계약 전 단계를 검토해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정부가 아직도 검토 중, 추진 중, 예정 중이란 말만 한다”며 속터져 한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허술한 법과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사설] 정치가 둘로 쪼갠 브라질 파국 본 날/우리 성남지청 앞도 정치로 쪼개졌다

10일 조간신문마다 ‘브라질 사태’를 보도했다. 대선 불복 세력이 만든 난장판 모습이다. 전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주요 기관에 난입했다. 습격 당한 곳은 대통령궁, 연방의회 의사당, 연방 대법원이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방화와 서류 탈취까지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룰라가 1.8%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대선 불복에 불을 지폈고,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이 이날의 폭동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브라질 내부의 정치 환경을 함부로 말할 순 없다. 대선 불복 세력을 무조건 폭도로 규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단지, 브라질 사태에서 우리가 챙겨야 할 교훈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정치·정치인이 나라를 갈라치기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공교롭게 우리 눈앞에서 그런 모습이 펼쳐졌다.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두고 지지 단체와 비판 단체가 서로 팽팽하게 대립했다. 정문 앞쪽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시민촛불연대 회원들이 모였다. 파란색 풍선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표적 수사’, ‘이재명 죽이기 중단하라’. 도로 건너편에선 이 대표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애국순찰팀 및 신자유연대 등이 맞시위를 했다. ‘이재명 구속’ 등의 현수막을 펼쳤다.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비판 방송도 틀었다. 붉은색 깃발을 든 이 단체들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 집행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추산 1천500명에 이른다. 이 대표의 혐의는 성남FC 광고후원금 의혹이다. 두산, 네이버, 차병원 등 6개 관내 기업으로부터 160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제3자 뇌물이라 보고, 이 대표는 ‘개인적 이익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성남지청은 이런 법률적 판단이 이뤄지는 수사 기관이다. 그런데 그곳에 울려 퍼진 것은 정치 구호다. 양쪽 진영의 세 대결이 펼쳐졌다. 다분히 정치가 선동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보수 성향 단체의 기획도 있다. 브라질 사태 비교를 침소봉대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가 조장하고, 정치와 연결하는 메커니즘은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우리 기억에 생생한 장면이 있다. 2019년 가을 하늘을 덮었던 조국수호·검찰수호 집회다. 서초동검찰청사 앞에 조국 지지자 수십만명이 모였다. 광화문에는 검찰 수사를 지지하는 인파가 역시 수십만명 모였다. 그 결과는 2년 뒤 정치로 연결됐다. 조국은 추락했고,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됐다. 그게 또 재연되는 듯 하다. 보수·진보 공히 자각해야 한다. 국론 분열을 도모하는 정치는 반드시 망한다. 나라와 국민까지도 파국으로 이끈다. 성남FC 의혹은 진행 중인 수사다. 비슷한 유형의 탈불법 경계를 정의해야 한다. 꼭 제1야당 대표 수사가 아니어도 지방정부의 관심이 많다. 혐의가 증명되면 기소하는 것이고, 혐의가 없으면 불기소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내놓을 정치적 목소리가 있다면 그건 여의도에서 하면 된다. 정치도, 이념도, 성남지청을 떠나라.

[사설] 늘봄학교 기대·우려 교차, 인력 등 세심한 뒷받침 있어야

교육부가 오후 8시까지 돌봄과 방과후 교육을 제공하는 초등 ‘늘봄학교’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방과후 돌봄교실이 있지만 오후 5시까지여서 직장인의 불편이 많아 오후 8시까지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만 실시하는 아침 돌봄도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4개 시범 교육청을 선정해 올해 관내 200여개교에서 늘봄학교를 추진하고, 내년에는 시범 교육청을 7∼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전국에 늘봄학교를 도입할 방침이다. 늘봄학교는 희망하는 초등학생 모두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다.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 돌봄’ ‘아침 돌봄’ 등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초등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맞벌이 학부모를 위해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돌봄교실’, 정규 수업 외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과후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교실은 무상이지만, 방과후 학교는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저소득층을 제외한 학부모들이 수강료를 낸다. 선착순이나 추첨으로 모집해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들어가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에 교육부가 현 제도를 개선, 원하는 모든 초등학생이 안정적인 돌봄과 방과후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방과후 학교를 내실있게 효율적으로 운영해 사교육의 폐해를 완화하겠다는 것에 많은 학부모들이 환영한다. 교육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초등학교 총 사교육비는 10조5천억원, 1인당 32만8천원에 달한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8배 차이가 난다. 맞벌이 부부의 보육까지 책임져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많은 초등학생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을 전전했는데 제도가 정착되면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당장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이를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에게 떠넘기면, 업무가 늘고 교육과 돌봄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별도의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돌봄전담사와 방과후 강사 등 전담 인력의 처우와 노동 여건이 개선돼야 양질의 돌봄이 가능하다. 예산도 국가가 확보해야 한다. 시작만 하고 지자체나 교육청에 떠넘겨선 안 된다. 교육 주체가 교육청인지, 지방자치단체인지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초등생의 방과후 교육·보육을 책임지겠다는 야심찬 정책을 내놓은 만큼, 이의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짜야 한다. 우려하는 부작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면서 꼼꼼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설] 이재명 구속 영장을 치려 들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는 제3자 뇌물이다. 작금의 정치 사건에 자주 등장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수주한 금품은 없다. 재판 결과 징역 20년 유죄가 선고됐다. 정찬민 의원의 죄명도 같은 제3자 뇌물이다. 시장 시절 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했다. 그 대가로 지인이 싸게 토지를 사도록 했다는 혐의다. 1심에서 징역 7년형으로 항소심 진행 중이다. 오늘 이 대표가 검찰에 출두한다. 여야가 사활을 건 성명전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소환’을 부각한다. 검찰에 의한 정치 탄압이란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1월 임시국회를 ‘방탄 국회’로 비난한다. 이 대표가 출두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치 충돌의 현장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치를 싹 걷어 내면 나타나는 수사 전망이다. 검찰과 이 대표의 법 대결이다. 성남FC 사건 속 제3자 뇌물을 보자. 성남 관내 기업들이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냈다. 그 대가로 인허가 편의가 돌아갔다고 본다.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장이 이 대표였다. 이를테면 55억원을 낸 두산건설의 예다. 분당구에 두산그룹 소유 병원 부지가 있다. 이 땅이 상업용지로 변경됐다. 39억원 낸 네이버, 33억원 낸 차병원에도 같은 의혹이 있다. 사건 자체는 대단히 간단하다. 광고 후원금의 흐름, 행정 행위의 전개, 행위로 인한 이익 편차가 특정된다. 이 대표가 할 진술은 정해져 있다. 뇌물로 볼 모든 정황을 부인할 것이다. 성남FC 구단 운영이 시정과 직접 관계 없음도 강조할 것이다. 무엇보다 후원금이 이 대표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강변할 것이다. 그동안 펴온 논리도 이것이다. ‘후원금을 받았더라도 그건 성남시민의 이익이다.’ 이 대표가 오늘 검사실에서 취할 대응은 두 가지다. 강력한 혐의 부인 또는 전략적 진술 거부다. 이를 예상 못할 리 없는 검찰이다. 그래서 정해진 절차로 갈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나 검찰 모두 실체적 진실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비중은 다르다. 재판은 진실 확정에 맞춰진다. 수사는 범인 기소에 맞춰진다. 검찰은 의혹이 있고, 정황이 맞다면 기소한다. 그리고 통상의 기준에 따라 구속·불구속을 나눈다. 성남FC 사건을 보는 검찰의 시각은 확실하다. ‘제3자 뇌물’이라는 의혹이 있고, ‘기업의 진술’이라는 정황까지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오간 광고 후원금의 액수가 크다. 그런 기준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들 것이다. 이 대표의 한 방은 있을까. 있다면 검찰의 영장 청구 의지는 주춤거릴 것이다. 검찰의 한 방은 있을까. 있다면 이 대표의 방어 전선은 와해될 것이다. 검찰의 결정 시한은 이 대표의 귀가 직후부터다. 그 결정에 ‘성남FC’뿐 아니라 ‘이재명 사건’ 전체가 달렸다.

[사설] ‘민망한 반란’이 돼버린 ‘유쾌한 반란’/김동연式 2차 인사 실험은 실패했다

앞서 각광 받은 ‘유쾌한 반란’이 있었다. 도지사 비서실장 공모의 예다. 도지사 수족이 되는 자리다. 측근을 앉히는 경우가 많다. 공직자라면 특별히 뽑아 쓴다. 그 자리를 공개 모집했다. 누구든 지원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원자 중에 뽑았다. 김동연식 인사 개혁이었다. 여기에 이은 2차 ‘유쾌한 반란’이 시도됐다. 이번은 경기도청 과장급(4급) 인사다. 대상이 17명으로 대폭 넓어졌다. 그만큼 관심도 커졌다. 공모 결과가 5일 발표됐다. 도가 자찬했다. ‘기존 직렬 위주의 관행을 깨뜨리고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사실일까. 공모는 성공한 것일까. 평균 경쟁률은 1.6 대 1에 그쳤다. 3개 직위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공직사회만의 특징이 있다. 연공서열, 위계질서에 민감하다. 같은 경기도청 내부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간부 자리를 지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경쟁률이 낮았을 것이다. 지원자들은 그중에 용기를 낸 공직자들이다. 선택에 대한 절박함이 그래서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황당하다. 지원한 공직자들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대신 지원도 하지 않은 공직자를 뽑았다. 17개 가운데 11개나 그렇게 했다. 65% 가깝게 공모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 반대로 65%가 부합하고 35%가 부합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다. 이래 놓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믿고 지원한 직원들만 황망해졌다. 밝혔듯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도청이다. 자리를 탐했다는 눈총만 얻게 됐다. 유쾌한 반란이 아니라 ‘진짜 반란’이 됐다. 도 관계자가 이런 해명을 했다. ‘자기 의지에 더해 능력을 봤다’ ‘인재 풀을 조금 넓혀서 선발했다’. ‘능력을 본다’? 평소 일반 인사다. ‘인재 풀을 넓혀 뽑는다’? 평소 발탁 인사다. 이럴 거면 굳이 공모할 필요 없었다. 공모(公募)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일반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함’이다. 모두가 수긍할 기준이 필요하다. 지원자 중에서 뽑아야 한다. 적격자가 없었다면-이 해명도 추가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재공모를 해야 한다. 경기도의 모든 공모가 이렇다. 이렇게 안 한 공모는 당장 무효·징계다. 아닌가. 국민의힘이 논평으로 때렸다. ‘이번 공모 결과는 김 지사의 이미지 정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이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미지 정치가 나쁜 건 아니다. 대개의 정치인들도 그렇게 한다. 더구나 목적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인사 개혁이다. 실패했다고 큰일날 것도 없다. 경기도정은 잘 돌아간다. 그럼에도, 꼭 얻고 가야 할 교훈 하나는 있다. 정치 실험 대상에 공무원이 오르면 안 된다. 실험쥐 삼기엔 ‘임기’보다 ‘평생’이 길고 중하다. 실패한 실험의 결과가 지금 경기도청에 왔다. 신임 과장 17명이 어색해졌고, 떨어진 지원자들이 불편해졌고, 도지사 신뢰가 줄어들었다. 평가와 검토를 하고 가야 한다. 제도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준비가 제대로 안 됐던 것인가. 실무진의 거부감이 컸던 것인가. 인사(人事)도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공개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면 그 원인이 보일 것이다.

[사설] 근로기준법 개정해 영세 중소기업 고통 해결해줘야

올해 1월부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돼 영세 중소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즉,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2021년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된 주 52시간제의 적용 부담을 일정 기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1주 8시간의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2022년 말까지 허용한 제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지 않음으로써 올해 1월부터 30인 미만 영세 작업장에서도 주 5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종료로 인한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 중 30인 미만 사업장은 장시간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며, 그 외 근로감독 또는 진정 등의 처리 과정에서 근로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최장 9개월(3개월, 필요 시 3∼6개월 추가)의 시정기간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런 계도기간 부여와 같은 것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적과 같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다. 지금 중소기업들은 아주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기업 운영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추가 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중소기업 운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 이런 문제점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동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기업 중 93.9%가 해당 제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 따른 근로자 영향 조사 결과, 전체의 55%가 삶의 질이 더 나빠졌다고 했으며, 반면 좋아졌다고 답변한 근로자는 13.0%에 불과했다. 나빠진 이유로는 근로 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인들은 말한다. “워라밸도 좋고 복지도 다 좋지만, 일감이 더 생기면 일하지 못하게 막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는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국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아닌 업종별, 규모별로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임시국회가 야당의 요구로 오늘부터 회기가 시작된다. 여야는 ‘방탄국회’ , ‘민생국회’ 운운하면서 정쟁만하지 말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영세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이 없이 노동시간 유연화에 따라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개정하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사설] 농촌 생태·환경 파괴에 화재 유발하는 영농폐기물

한 해 농사의 마무리는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사에 사용 후 버려지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농사의 마무리다. 하지만 농경지 곳곳에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쓰레기산을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풀이 나지 않도록 설치한 멀칭용 비닐이 넘쳐나고 각종 플라스틱 농약병도 나뒹굴고 있다. 영농폐기물은 파종기인 3∼4월과, 수확 직후인 늦가을 이후에 많이 배출된다. 수확이 끝난 농촌현장에서 고춧대나 콩대, 깻대 등 영농 부산물의 불법 소각이나 매립, 무단 방치 등은 큰 골칫거리다. 2021년 전국의 폐비닐 발생량은 32만t에 달했다. 수거·처리된 양은 26만t이다. 나머지 20%(6만t)는 소각 또는 불법 매립됐거나 방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거되지 않고 버려진 영농폐기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이 크다. 불법 소각이나 매립은 토양과 대기,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폐비닐은 강풍에 날려 농경지 인근의 고압전선에 걸릴 경우,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된다. 불법 소각을 하다 산불 등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동계 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경북 영덕 대형 산불은 농자재인 과수용 반사필름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선에 닿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대형사고 이후에도 농촌 현장에선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 영농폐기물이 수거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농업인구 고령화와, 일손이 부족해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영농폐기물을 수거해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거보상제도를 시행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 각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도 영농폐기물 수거활동을 펼치지만 한계가 있다. 수거되지 않은 영농폐기물 대부분은 불법소각되거나 생활폐기물 등과 섞여 매립되기도 한다. 비닐 같은 영농폐기물은 무단 소각 시 공기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땅에 임의로 묻을 경우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 허술한 영농폐기물 관리는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화재까지 부르는 고질적인 농촌 문제다. 영농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수거·처리할 수 있는 맞춤형 관리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영농폐기물을 스스로 수거하는 농민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고, 예산·인력 확충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사설] 예산 아낄 고양 청사 이전 백지화/공동화될 지역을 위한 대책 있나

고양특례시 청사는 신축이 필요한가. 1983년 건립된 40년 건물이다. 당시 인구가 20만, 현재는 100만이다. 공간이 부족해 40여개 부서가 외부에 있다. 사유 건물 임대도 많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까지 있다. 2003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시세가 비슷한 용인, 성남과는 대조적이다. 청사 면적에서 두 시의 5분의 1이다. 이만하면 청사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 부분을 다시 꺼낼 건 없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였다. 관련된 파격 선언이 나왔다. 4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던졌다.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의 기부채납이 지난해 11월 확정돼 신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청사를 이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결정의 배경으로 이런 설명도 했다. “고양시가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다...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 제일 큰 이유는 돈이다. 신청사 건립에 2천900억원이 든다. 부지 매입과 청사 건축비다. 2018년부터 매해 500억원씩 적립해 왔다. 부족한 부분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고양시 재정 규모에 큰 부담이다. 이걸 아끼자는 게 요진 빌딩 이전 구상이다. 2000년대 초, 지방정부에 불던 광풍이 있었다. 호화·거대 청사 경쟁과 재정 파탄이다. 그런 낭비를 막자는 것 아닌가. 누가 뭐랄 건가. 백번 옳은 결정이다. 다만, 중요한 판단 요소가 있다. 관련 지역민의 정서다. 지역에서 시청사가 갖는 경제적 비중은 절대적이다. 2천~3천여 공직자들의 소비가 시청 주변에서 이뤄진다. 상주 직원 3천명이면 웬만한 대기업이다. 고양특례시에 직원 3천명인 회사가 몇이나 되나. 여기에 행정 수요에서 파생된 각종 사무실들까지 몰려든다. 청사가 들어서는 땅은 순간 노른자위로 변한다. 반대로, 청사가 떠나면 공동화에 빠진다. 이걸 지역 이기주의라고 무시만 할 수 있나. 엄연한 상권 현실이다. 당연한 탄식이다. 고양특례시, 특히 이동환 시장이 해야 할 일이 여기 있다. 백지화에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말로만 되지 않는다. 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양시가 5일 원당지역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4일 청사 이전 백지화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시 청사가 빠져나가는 원당 주민의 분노가 커서다. 구상이 꽤 많다. 기존 청사 재활용, 건립 예정지 복합개발, 창업·벤처혁신지구, 도시 재정비 활성화, 오픈 카페 거리 등이 있다. 청사를 대체할 그림으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진솔하게 도출됐느냐다. 거대 지역을 재개발하는 일이다. 당연히 관련 용역이 진행됐어야 한다. 당연히 깊이 있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 당연히 개발 일정과 대략의 예산을 추론했어야 한다. 이런 심도 있는 과정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신뢰받는다.

[사설] 규제 해제한 부동산, 투기 재발 부작용 없게 해야

경기·인천 지역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사실상 모두 해제됐다. 부동산 침체가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한다고 3일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4개 지역(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서울 15곳이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전임 정부 이전 수준으로 규제지역이 풀렸다.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대출과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의 규제가 완화됐다. 수도권은 최대 10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까지 적용되는 전매 제한이 대폭 완화되고,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됐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의 중과세도 사라졌다. 모든 분양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 한도도 사라졌다. 청약 재당첨 기한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규제지역 해제는 이번이 네번째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조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지난 3개월간(9∼11월) 경기도의 주택 가격은 평균 3.68% 하락했다. 광명(-6.85%), 하남(-4.36%), 과천(-3.75%)은 경기도 평균 이상으로 떨어졌다. 서울의 주택 가격은 평균 2.59% 하락했다.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분양시장 침체는 건설과 금융업계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치솟은 금리와 경제 위축 등으로 막힌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급변이 경제에 위협적 요소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해제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안정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급격한 집값 하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기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현금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기회를 줄 수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선 상황에 서민들이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집중, 향후 집값 상승과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없도록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실수요자를 위해 대출금리 인하 등 고금리 대책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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