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남 학생 ‘경기교육청에게 10만원 받자’/지역 넘는 초유의 교육청-학생 소송戰

우리가 목도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소송이다. 첫째, 학생 개인이 교육청의 위법 행위를 근거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둘째, 소송 당사자인 학생과 교육청이 소속 지역을 달리하는 원지 소송이다. 도화선이 된 것은 최근 불거진 경기도의 학력평가 성적 유출이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피해 학생들의 손해를 경기도교육청에 청구하자는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남 순천 지역의 학생 인권 단체 대표인 김모 군(18)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소송 참여 인원을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940명가량이 김 군 측에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김 군은 “다만 온라인 설문조사는 단순히 참여 의향을 묻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한 것이고, 이 중엔 실제 참여 의사가 없는 응답자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사에서 취합된 인적 사항을 토대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한 뒤 응답자들에게 소송과 관련한 설명을 한 이후에야 정확한 인원이 집계될 듯하다”고도 했다. 김 군은 이번 설문조사에 앞서 법무법인 측의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 1인당 10만원의 청구액을 상정했는데, 이 역시 자문과 판례 분석으로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소송 목표 인원은 3천명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3억원 정도의 소송 가액이 예상된다. 김 군은 제소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본안 소송에 앞선 전치 절차도 밟겠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 보상 요구 통지서를 소송에 앞서 2, 3차례 보내겠다고 했다. 김 군의 설명대로면 10일 이후에 소장 접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자료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달 19일 새벽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도교육청 서버를 해킹해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암호화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에 2학년 개인 성적표 전체라는 파일이 유포됐다. 교육청은 곧바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문제는 해킹 당한 자료가 전국적이라는 점이다. 경남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 관내에서 이 시험에 응시한 고2 학생 27만여명이다. 이들의 시험 성적과 학교, 이름, 성별 등이 담겨 있다. 순천 지역 고교생인 김 군이 이번 소송의 당사자 자격을 주장하게 되는 근거다. 김 군의 해결 방식이 옳으냐에 대한 논박이 있다. 전통적인 교육 가치관에 맞느냐는 이견도 있다. 피해자 특정이 될 수 있느냐는 법률적 토론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 자체가 유례 없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판단에 맡길 대목이다. 교육계, 학부모, 학생들이 각자 판단하면 된다. 다만 사고 이후 경기교육청의 미진한 대처, 진척 없는 경찰 수사 등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런 미덥지 않은 모습이 이런 행동까지 유발한 것이다.

[사설] 노웅래 부결 이어 이재명 부결까지/매번 영장에 당당하지 못한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의원 299명 중 297명이 참여했다.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표 11표다. 찬성이 과반을 넘기지 못해서 부결됐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치지 않고 폐기됐다. 모두의 예상을 깬 의외의 표 결과였다.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왔다. 이재명 체제에 먹구름이 예상된다.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관심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또 한 번의 면책특권 발동이다. 이 대표는 신상 발언에서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부결을 통해)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이유에서 “구속될 만한 중대 범죄이므로 법원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설명했다. 결국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선택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또 휴지로 만들었다. 앞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부결했다.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사업가로부터 6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했다. 271명이 투표했는데 반대 161명, 찬성 101명, 기권 9명이었다. 이틀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 국민 여론이 표출됐다. ‘불체포특권남용, 부결 부적절’이라는 의견이 58.4%, ‘의정활동 보장, 부결 적절’이라는 의견이 24.2%였다.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두 배를 넘겼다. 물론 보수정당에도 전력이 있다.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대 국회 때다. 홍문종·염동열·최경환·이우현·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청구됐다. 홍·염 의원은 부결, 최·이·권 의원은 표결 무산 폐기였다. 당시 의석 분포를 보면 민주당 123석, 자유한국당(새누리당) 122석이었다. 여야 구분 없이 ‘동료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는 결론에 달했다. 21대 국회 들어 정정순(민주)·이상직(민주)·정찬민 의원(국)까지는 가결되다가 노 의원·이 대표에서 다시 과거로 갔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 가운데 제3자 뇌물이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과 관련해서다. 많은 언론이 이 부분과 비교하는 것이 정찬민 국회의원의 경우다. 같은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때 마지막 신상 발언에서 정 의원이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법원에서 명명백백하게 제 억울함과 결백함을 밝히고 여러분 앞에 당당히 서겠다.” 적어도 그는 면책특권에 숨지 않는다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물며 이재명 대표다. 특권 없애기를 신조처럼 말했다. 죄가 없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구속영장에 대해서도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그의 지지자에게는 한 점 의심 없는 무고함을 피력해온 그다. ‘영장 심사에 당당히 임하라’는 조언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아무렴 민주계 원로들이 이 대표의 구속을 종용한 것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당당함과 너무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연명하는 수준의 결과를 받았다. 표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우리 정치사에 특권 정치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는 듯하다.

[사설] 조합장선거, 철저한 관리∙감독과 개선 필요하다

오는 3월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이미 21일부터 22일까지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으며, 지난 23일부터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돼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농협·수협·산림조합장 등을 선출하는 조합장선거는 전국 1천347개 단위조합에서 실시되며, 4년 임기의 대표자를 새로 뽑는 것인데, 평균 2.3 대 1의 경쟁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총 180개 조합에 419명이 등록해 전국적인 경쟁률과 비슷하다. 즉, 경기도내 조합별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산업협동조합(163개)에는 총 389명의 후보자가 등록했으며, 수산업협동조합(1개)에 1명, 산림조합(16개)에 29명이 각각 등록했다. 농민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매일의 일상과 관련이 가장 많은 농협 등 조합장선거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과거 선거의 경우 금품 수수, 향응 제공 등 불법선거로 인한 위반 사례가 많이 발생해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전국단위로 동시 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 업무가 위탁된 이후 선거법 위반 사례가 감소하고 또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증대됐다. 그러나 아직도 금품 수수, 향응 제공 등 불법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감독과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2일까지 이미 전국에서 198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으며, 특히 기부행위 위반 사례가 97건으로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은 혼탁해지고 있는 선거운동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파주의 경우, 모 후보자는 지난해 조합원이 포함된 마을 행사에 160만원의 찬조금을 7차례에 나눠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장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통상 1억1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업무추진비 등 수당은 물론 운전기사와 차량도 제공받는다. 조합 직원 채용 등 인사권에 더해 조합의 대출 등 금융, 농수산물의 판매 및 유통 등을 관장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정치적 위상도 막강해 지역 행사에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다음으로 소개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조합장 선거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와 달리 SNS 선거운동도 못하고,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어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구조다. 또한 농협의 경우 연임 제한 규정도 애매한 조항이 있어 10선 등 장기 집권한 사례도 발생, 이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조합원인 유권자는 금품이나 향응 등에 유혹되지 말고 후보자의 정책을 세심하게 평가해 유능한 대표를 선출하는 모범적인 선거를 실시, 조합원에게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사설] 누르려는 尹 정부, 안 눌리려는 경찰/檢출신 낙마의 본질은 학폭이 아니다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낙마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이틀만이다. 임기 시작일(26일) 이전이니 형식은 발령 취소다. 정 변호사 아들의 고교시절 학교폭력이 문제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가했다. 학폭위의 심의를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등 가족은 처분이 과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여론은 ‘반성하지 않은 학폭’으로 규정해 분노한다. 정 변호사가 지원을 철회하고 떠났다. 대통령실이 논평했다.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어긋난다고 밝혔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한계가 있었음도 인정했다. 다만. 듣기 따라 달리 해석될 부분이 있다. 검증의 정도에 대한 설명이다. “앞으로도 헌법 체계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사 검증에)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철저한 검증이라는 목적이 부당한 정보 수집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부당한 정보 수집’이 관여돼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혹시 경찰 정보를 말하나.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정황이 있다. 정 변호사 임명에 대한 경찰의 반발이 심상치 않았다.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로 봤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 조직이다. 경찰법 개정에 따라 2021년 출범했다. 경찰의 수사 독립을 상징하는 조직이다. 실제 권한도 막강하다.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그리고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하필 그 자리에 검사 출신 정 변호사를 임명했다. 검사로부터 독립한 기구에 검사 출신을 앉힌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했다. 이러다 보니 차기 경찰청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소문도 있었다. 치안정감 가운데 청장이 나오는데, 국수본부장이 그 인사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권력과의 연결도 구설로 얘기됐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대학 동창이며 대검·서울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앞서 경찰조직이 크게 반발했던 일이 있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다. 경찰이 ‘권력 시녀로의 회귀’라며 반발했다. 현직 총경이 반박 성명을 냈다. 그를 징계하자 총경급들이 일어났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상경·현수막 투쟁을 했다. 이번 국수본부장 임명에 대한 경찰의 반발도 다르지 않다. 경찰 익명 게시판에 반발 글이 이어졌다. 그런데 마무리가 그때와는 다르다. 임명되자 ‘학폭’이 뿌려졌고, 정치권이 가세했고, 그대로 퇴출됐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우리의 우려가 괜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윤석열 정부와 경찰을 말하는 많은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얘기, ‘경찰이 윤석열 정부와 따로 가는 것 같다’는 얘기다. 시중에 아주 많다.

[사설] 하남 ‘K-스타월드’ 걸림돌인 중첩 규제 풀어야

K-스타월드는 민선 8기 하남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미사동 일원 약 90만㎡에 국내 최고 수준의 K팝 공연장과 글로벌 영화촬영스튜디오, K-컬처 문화·영상산업단지,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K-스타월드를 통해 연간 3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3만여개의 일자리, 연 2조5천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K-스타월드는 국가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국책사업으로 지정, 지자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스타월드가 들어설 미사동 일원은 개발제한구역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문화재보호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K-스타월드 조성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핵심은 그린벨트(GB) 해제다. GB 해제를 위해선 환경평가등급이 조정돼야 한다. 시는 환경평가등급 평가항목 중 ‘수질’ 항목 재산정 및 ‘GB해제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에 맞지 않은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다른 지자체처럼 하남시도 중첩 규제로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 하남시는 전역이 수정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다. 여기에 개발제한구역이 전체 면적의 71.8%를 차지한다. 또 87%는 공장설립제한·승인지역으로 지정돼 기업 및 산업 유치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각종 규제가 도시 성장의 족쇄가 되고 있다. 1989년 10만명으로 출발한 하남시는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33만명으로 늘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인구 순위로 16위다. 그러나 정부의 자족도시 약속 미이행과 개발제한구역법, 수정법 등 각종 규제로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내총생산(GRDP)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9년 하남시의 1인당 GRDP는 2천463만원으로 도내 31개 지자체 중 24위에 머물렀다. 경기도 평균 3천606만원의 68.3% 수준이다. 하남시는 서울 강남·송파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과 중부고속도, 수도권순환도, 서울~춘천 고속도, 서울~세종 고속도 등 수도권 교통요충지라는 지리적 강점으로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그럼에도 각종 중첩 규제에 발목이 잡혀 도시가 성장을 못하고 있다. 인구는 느는데 지역경제는 정체 상태다. 수정법은 악법이다.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불합리한 법이다. 일본, 영국 등 수도권 규제 정책을 펼쳤던 국가들이 수십년 전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했는데 우리는 40년 전의 구태한 법에 얽매여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낡은 수정법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사설] 경기지사실은 압수수색 당하면 안 되나/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이 권력인 줄 아나

2013년 1월 수원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다. 대낮 국정원 직원 미행 실패 사건이다. 수원진보연대 지도위원을 뒤쫓던 남자가 잡혔다. 전화부스에서 붙잡힌 남자가 국정원 소속으로 확인됐다. 난리가 나지 않았겠나. 진보 진영이 국정원의 사찰로 규정, 강하게 성토했다. 언론도 야권 탄압, 정치 개입이라고 했다. 그런데 8월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다. 그날 미행은 ‘이석기 수사’의 과정이었다. 그런 게 수사다. 함부로 예단하다가는 자칫 위험해진다. 수사의 최종적인 목적은 범죄 확인이다. 추적·압수수색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밀행성의 원칙이 필요하다. 미행 당하는 사람이 몰라야 한다. 압수수색 직전까지 당사자는 몰라야 한다. 그래야 수사가 된다. 일상에서 그랬다간 범죄다. 수사니까 가능하고, 합법화되는 것이다. 그제 검찰이 김동연 지사실을 밀고 들어왔다. 집무실과 비서실, 그리고 개인 PC까지 봤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은 분노한다. 검찰은 적법하다 한다. 생각해 보자. 과한 것이었나. 혐의는 쌍방울의 대북사업 지원이다. 이화영씨(구속)가 중심에 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때의 일이다. 경기도청 업무의 한 부분이었다. 수사가 진행된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다. 그동안 압수수색도 여러 번 있었다. 충분히 ‘재탕 압수수색’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과한 압수수색이다. 하지만 모두가 짐작할 사정 변경이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월 귀국했다. 금고지기가 최근 귀국했다. 전에 없던 얘기들이 막 쏟아진다.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도지사 방북 경비 300만달러를 부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북 협력 사업 지원금 50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 전 회장이 귀국한 이후 나오는 새로운 진술이다. 검찰로서는 이에 대한 증명 절차가 필요해졌을 것이다. 경기도청 업무·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걸 뭐라 할 건 아니지 않나. 전임 도지사가 수사 대상이다. 전임 부지사의 의혹이다. 감수할 측면이다. 동시에 검찰에 남는 아쉬움도 크다. 경기도청을 너무 자주 뒤진다. 민선 8기 들어 13차례나 했다고 한다. ‘법원 영장에 근거했다’는 게 변명일 순 없다. 법원이 정한 ‘도지사실’이 아니잖나. 검찰이 ‘도지사실 수색하겠다’고 청구한 영장이다. ‘김동연 도지사실’을 특정한 건 검찰이다. 김성태 전 회장 귀국이 변수는 맞다. 귀국 후 진술로 압수수색이 필요해진 것도 맞다. 그 논리면, 김 전 회장이 도망갔던 작년에는 왜 열 몇 번 압수수색했나. 이래도 압수수색, 저래도 압수수색인가. 양쪽 똑같다. 경기도 대북 행정은 수사 대상이다. 정치 탄압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김동연 지사 측의 냉정이 필요하다.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할 강제수사다. 달포가 멀다 하고 막 들어가면 안 된다. 수원지검이 수사를 되게 못하는 것 같다.

[사설] 道기념물 ‘만년제’ 방치 27년, 주민들 고통 안 보이나

화성시 안녕동에 소재한 경기도기념물 ‘만년제(萬年堤)’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된 지 27년,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오랫동안 방치해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2m 높이의 녹색 울타리가 만년제 주변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그 안쪽은 잡초와 잡목이 무성하다. 도기념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버려진 공원처럼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만년제는 조선 22대 왕인 정조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1797년에 축조한 저수지다. 이곳은 문화재청이 소유한 국유지였으나, 1964년 2월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불하했다. 만년제가 도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한 지역주민이 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진정서를 경기도에 제출한 것이 계기다. 도는 1992년부터 7차례에 걸쳐 도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했고, 1996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했다. 만년제 토지 소유주는 2000년 문화재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화성시에 제출했다. 시는 ‘만년제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적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도에 냈다. 경기도는 ‘만년제는 농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만년제 복원 사업을 추진, 용주사·융건릉과 함께 지역 대표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와 화성시는 아무런 조치도 않고 수십년째 방치하고 있다. 그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문화재 지정 후 계획됐던 모든 게 정지됐다. 건축물 높이 등 각종 규제가 늘고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지역 개발이 멈춰진 상태다. 상권과 정주여건이 열악해 약국이나 병원을 가려면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불편·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만년제의 효율적인 보존 및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만년제 주변은 섬마을처럼 고립돼 주민들이 떠나고, 지역은 더 낙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만년제 정비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복원사업을 금방 할 것처럼 했는데 30년 가까이 돼 간다. 이곳은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개발도 안되는데 인근 태안3지구·병점동·진안동 등은 급속도로 성장, 주민들은 박탈감에 빠져 있다. 건축 제한이 있는데 만년제와 가까운 곳에 한 제약회사의 대규모 물류단지가 준공을 앞두고 있어, 이것도 의문이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낙후된 환경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만년제 복원사업에 속도를 내든가, 문화재 지정 해제를 하든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사설] 허술한 지진대피소, 시설 확충하고 관리∙홍보 신경써야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규모 7.8의 강진으로 4만7천여명이 생명을 잃었다. 사고 수습이 한창인 가운데 규모 6.3 등 여진이 수십차례 발생해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은 7천400km 떨어진 한반도에서 체감하고 관측될 정도로 엄청났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기상청의 ‘2022 지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2018년 115건, 2019년 88건, 2020년 68건, 2021년 70건, 2022년 77건이다. 매년 70여건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인천 강화도 서쪽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괴산에선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고, 2017년 포항 지진의 규모는 5.4나 됐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과 함께 지진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진은 단기 예보가 불가능해 사전 대비가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너무 허술하다. 지진 위험도에 비해 건물 등의 내진설계가 부족하고, 대비 훈련도 거의 안 한다. 지진대피소가 있다는데 주민들은 안내판이 없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 지진이 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떨어지는 구조물에 맞지 않는 공터 어딘가로 가야 한다’ 정도는 아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즉시 몸을 피해야 할 ‘지진대피소’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진대피소를 들어봤다 해도,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다. 안내표지판도 제대로 없고, 관리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옥외대피장소 지정 및 관리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가 지진 발생 시 주민들이 낙하물로부터 안전한 야외 장소로 일시 대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운동장, 공원 등을 지진 옥외대피장소로 지정·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내 지진대피소는 1천500여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용인시 등은 100곳이 넘는데 과천·구리시 등은 10여곳에 불과해 지역별 편차가 크다. 그나마 옥외대피소에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부족한 대피소를 내실있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와 각 시·군은 지진대피소 실태를 긴급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민 대피가 쉽도록 접근성을 고려해 지진대피소를 확충해야 한다. 안내판 설치 등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건물 붕괴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개방형 ‘옥외대피소’ 외에 주거지가 파손된 이재민들이 거주하는 ‘실내구호소’도 마련해야 한다. 경각심을 갖고 총체적 점검 및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설] 안성시의회 ‘시장기 대회’ 트집잡기/무대뺏긴 생활체육인들 분노살 것

야구대회가 본보기가 됐다. 3월부터 11월까지 치러지는 대회다. 36개팀, 600여명의 사회인이 참여한다. 대부분 직장인 자영업자로 이뤄졌다.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리그다. 그래도 야구인들의 애착은 강하다.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할 생활체육의 한 영역이다. ‘안성시장기 야구대회’는 그런 무대다. 많은 돈을 지원하지도 못한다. 시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이라야 1천만원이 전부다. 그걸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삭감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할 수 없다. ‘선거법에 문제가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듣는 이 처음이다. 선거법 중 어떤 항목에 걸린다는 것인가. 시장의 기부행위인가. 시장의 사전선거운동인가. 아니나 다를까 선관위가 확답을 했다. ‘선거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안성시가 이 해석을 시의회에 정식 제출했다. 시의회의 재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처음 예산 삭감의 이유가 ‘선거법 위반 소지’였다. 그걸 선관위가 문제 없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 설명 없이 또 삭감했다. 다른 지자체의 예를 봐도 그렇다. 화성시장배 전국사회인야구대회가 있다. ‘화성시장’ 깃발을 걸고 10회 넘게 치르고 있다. 안산시장배 전국사회인야구대회도 있다. 이건 무려 35년째(34회) 이어오고 있다. 동두천시장배 야구대회는 안성처럼 자체 시민들이 참여하는 내부 대회다. 이 대회도 벌써 13회를 넘었다. 사회인 야구는 인기 많은 생활체육이다. 야구장 마련과 대회 창립을 공약으로 내건 시장도 있다. 그중 어디서도 ‘○○시장배’란 명칭에 무산된 적 없다. 안성시의회의 트집은 야구대회에만 그치지 않는다. 앞서는 종목별 생활체육대회 전체를 막았다. 22개 종목으로 관련 사회체육인만 수천, 수만명이다. 대회 모두에서 ‘안성시장기’와 ‘안성시장배’를 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삭감했다. 그중 야구대회 예산이 먼저 재상정됐다가 삭감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나머지 21개 종목 예산도 상정하기 부담스러워졌다. 김보라 시장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배, 도지사배 대회도 없애야 하느냐’고 따졌다. 지역 국회의원이 설명 했다. ‘체육회장이 민선이니 시장 명의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체육 자치를 말하는 듯하다. 전혀 근거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왜 안성에서 시작하나. 수많은 안성 시민을 볼모로 논쟁하나. 시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하던 시절, 그때도 대회 명칭은 시장기, 시장배였다. 민선 체육회가 22개 대회를 치를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안성시의회만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안성시에도 많은 시민이 생활체육을 한다. 야구·축구·수영·궁도·배구·게이트볼·테니스·배드민턴·실버바둑·검도·족구·볼링·탁구·피구·플라잉디스크·당구·패러글라이딩·양궁.... ‘안성시장배 △△대회’는 그들에게 동기가 되고 보람이 된다. 그걸 안성시의회가 갑자기 박탈한 것이다. 즐기던 무대를 갑자기 철거한 것이다. 동호인들이 뭐라 하겠나. 이해 못할 횡포라고 노하지 않겠나. 설득력도 없는 트집이다.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그만해라.

[사설] 주거복지센터 확대로 주거취약층 피해 최소화해야

사람이 생활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의식주이며, 특히 주거 문제 해결은 복지의 핵심이다. 이에 국가는 2015년 ‘주거기본법’ 제정을 통해 지역 주민의 주거복지 관련 지원을 위해 주거복지센터 설치를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적으로 주거복지센터는 44개(약 18.1%) 밖에 설치되지 않아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주거복지센터는 6곳에 불과하다. 지난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광역 센터를 제외한 도내 주거복지센터는 수원·고양·용인 등 3개 특례시를 포함, 부천·시흥·광주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 2021년 ‘주거복지로드맵2.0’을 통해 2025년까지 모든 지자체에 센터가 설치되도록 강조했지만, 경기도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기도의 주거복지센터 부족 상황은 서울시와 비교했을 때 더욱 현저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각 자치구에 주거복지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어 주거복지 취약 계층이 큰 불편없이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시주거복지센터는 물론 각 자치구 주거복지센터와의 유기적인 협력 하에 주거취약층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수해가 발생, 반지하 등 주거취약시설에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함으로써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도는 물론 각 지자체는 예산 등을 이유로 주거복지센터 설치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집중호우 이후 여주·안양·광명·광주·군포·과천·파주·포천 등이 금년 설치 목표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 중이나, 다른 지자체는 논의하는 수준에 있는 실정으로 아직 구체적인 설치를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 주거복지센터는 주거 복지 정책을 소개하고, 도내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복지 정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므로 센터의 시설 확대는 시급하다. 도와 지자체가 다양한 주거지원정책을 마련하더라도 이런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정보력에 취약한 주거취약층에는 무용지물과 같아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최근 도 주거복지센터의 상담 실적은 지난 2020년 416건, 2021년 529건, 2022년 4천156건으로 증가, 전년도 대비 무려 8배가량이나 급증한 사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주취약층의 요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도와 각 지자체는 예산타령만 하기보다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해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비 확보는 물론 가용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지난해 집중호우 시 피해를 입었던 주거취약층이 더 이상 사각지대로 몰리지 않도록 강력한 주거복지지원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