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험 성범죄자 차단, 거주지 제한만으로는 미흡하다

성범죄자가 출소 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가해자를 다시 만날까 무서워 피해자 가족이 살던 곳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성범죄자와 이웃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적극 반대했다. 2008년 안산에서 잔혹하게 아동을 성폭행한 조두순은 2020년 출소해 자신이 살던 안산으로 돌아왔다. 주민 반발에 그는 자신이 살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몰래 옮겨 단원구의 주택가에 살고 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출소해 의정부로 간다고 했을 때, 2005~2007년 수원 일대에서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박병화가 출소 후 화성시로 간다고 했을 때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성범죄자 신상등록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는 공개 성범죄자는 706명이다. 전국 공개 성범죄자 3천188명 중 22%를 차지한다. 도내 공개 성범죄자 706명 중 33%인 233명은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을 포함해 해당 지자체에 살고 있다. 성남이 51.2%로 가장 많고 이어 수원 48.61%, 부천 48.84%, 군포 42.9%, 광주 40.9%, 안산 40.6%, 안양 38.9% 등의 순이다. 죗값을 치렀다지만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와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크다. 성범죄자의 주거지와 관련, 전자장치 부착 등 제한을 두고 있지만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법무부가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반경 500m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일명 제시카법)을 5월 국회에 제출 예정이라는데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 법무부가 ‘제시카법’을 추진하는 것도, 성범죄 재범률과 함께 심리적으로 친숙한 장소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력 성범죄자 거주지 주변에 CCTV 수십대와 초소를 설치하고, 인력을 배치해야 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이들이 거주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거주지 제한보다 외국처럼 종신형을 내리든가, 보호관찰시설에 두는 게 낫다고 한다.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교육 등 제도 보완, 형량 상향조정, 집중적인 보호 수용 등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사설] 김포FC 대표 “아이들 누가 책임질 것인가”/그래서, 숨진 아이는 구단이 책임졌습니까

김포FC에서 유소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서 ‘살인 충동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반복적이고 심각한 언어 폭행, 괴롭힘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지난 1월3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요청을 의결했다. 축구단의 코치 등 지도자들과 일부 동료 선수들이 대상이다. 문제는 김포FC가 징계 대상 지도자 등과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김포FC 서영길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스포츠윤리위원회에서 지난해 8월까지 어떠한 근거로 징계 조치됐는지 공문으로 보내 주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대표이사 재량으로 징계를 내리기에는 법적 근거 등 부족함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코치나 감독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연관돼 있다.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 지면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이 놀랍다. 미뤄보건대 재계약은 서 대표의 뜻인 것으로 보인다. 부당함이 명백하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징계가 의결됐음은 김포FC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용을 공식 확인하고 공문 하달을 촉구하는 게 순서였다. ‘공문이 안 왔다’는 것을 마치 ‘징계가 사라졌다’처럼 해석하고 있다. 그러니 재계약한 것 아닌가. 대표이사 재량을 들먹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 1차 징계는 스포츠윤리위원회에서, 2차 처벌은 수사기관에서 내린다. 김포FC 대표이사는 그 내용을 따를 책임만 있을 뿐이다. 이번 재계약 강행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 아이들의 자유로운 진술 기회를 박탈해 버린 것이다.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숨진 선수의 유가족이 제기하면 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도 해야 한다. 그때 핵심은 숨진 선수에 대한 평소의 언어 폭행, 괴롭힘이다. 가장 절절한 증언이 동료 선수들로부터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과 감독 코치가 한 공간에 묶여 있다. 이제 재계약까지 맺어 계속 엮여 있게 됐다. 감독 코치와 매일 본다. 가해 학생도 매일 본다. 자유로운 진술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범죄 은닉이다. 지난해 4월27일 선수가 숨졌다. 3월14일이 선수의 생일이라고 한다. 선수의 아버지는 지금도 통탄하고 있다. 경찰 조사는 1년 되도록 종결되지 않고 있고, 축구단은 가해자를 포함한 지도자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절망한 아버지가 건 마지막 희망이 법원이다. 김포FC 재계약을 바로잡아 달라며 영업정지가처분신청을 했다. 우리도 곧 내려질 판사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사설] 부천축산물단지 청사진은 땅장사였나/약속 8년 잡초만… 市 ‘우리 업무 아냐’

부천시 관계자가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축산물공판장은 경기도 소관 업무다. 축산물복합단지 조성에 관여할 사항이 없다.” 8년째 표류하는 부천축산물공판장 건립에 대한 설명이다. 부천 지역에 들어서는 대형 유통집합시설이다. 인근 주민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기대·우려가 크다.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그것이 곧 시정이다. 경기도 업무면 경기도와 협조해 풀어 가야 맞고, 중앙정부 업무면 중앙정부와 협조해 풀어 가야 맞다. 201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협 축산경제가 중앙회 이사회에서 안건을 보고했다. 부천축산물복합단지 건립계획이다. 도축부터 각종 포장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시설이다. 이를 위해 농협 축산경제는 땅 2만8천185㎡를 LH로부터 사들였다. 기존 공판장 부지까지 포함해 대지면적 6만1천㎡다. 건물 연면적만 7만2천㎡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최첨단 축산물복합단지’ 건립계획이었다. 2016년 1월 착공해 2018년 개장한다고 했다. 이렇게 심쿵하게 시작한 사업이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당초 예고했던 복합단지는 흔적도 없다. 일부 창고 건물만 지어져 있을 뿐이다. 넓은 부지는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매입으로부터는 8년이 지났고, 예정완공시점으로 봐도 5년이 지났다. 계획을 알고 있던 시민들은 궁금해한다. 최대·최첨단이라고 홍보했던 터니 더욱 그렇다. 최근 들어 추측이 나돈다. 대표적인 추론이 ‘투기성 부동산 매입 의혹’이다. 애초 땅장사가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농협 축산경제 측은 부인한다. 행정절차 문제(2016년), 설계사무소 문제(2017년), 건축물 허가 문제(2019년)를 든다. 과연 그럴까. 1천500억원을 들이는 사업이다. 행정 절차로, 설계사무소 파행으로, 육가공공장 허가 문제로 계속 밀린다는 게 말이 되나. 공교롭게, 그사이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농협이 매수할 때 ㎡당 139만원이다. 지금 주변시세는 292만~385만원이다. 300억원에서 최소 800억원, 최대 1천억원짜리가 됐다. 큰 기대를 걸었던 시민만 답답해졌다. 8년 연기된 이유도 설명 받은 바 없다. 복합단지에 대한 믿음 자체가 사라졌다. 그 땅이 매각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2016년 매입 토지만 3만㎡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다. 도시의 밑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불안하다. 도시 전체를 구획하는 게 부천시 행정 아닌가. 초기에는 농협 측과 많은 협조 관계도 있었다고 한다. 인허가 절차도 도왔고, 부지 매입도 거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도 부천시가 관여하고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괜찮은 시설 온다고 할 때는 옆에서 돕다가, 사업 지연돼 욕 먹는 땅이 됐다고 관심 끊는다. 그건 좋은 행정이 아니다.

[사설] 국민을 극도로 피로하게 만드는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최근 시청자들이 TV에 나오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정치뉴스가 나오면 아예 TV를 끈다고 한다. 신문을 보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정치와 관련된 기사는 보지 않는 신문독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정치 관련 뉴스에 대한 기피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정치에 대한 혐오증까지 확산될 것 같다. 지난해 있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이후 한국사회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돼 이들의 갈등 양상을 보도하는 정치 관련 뉴스는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는 인물이 고정적이고 보도 내용도 특별히 새로운 것 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들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시중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호비방, 인격모독, 거짓말은 일상화되고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어 어린 학생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런 현상은 집권 여당은 물론 야당 모두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며, 지난 토요일부터 나흘간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가 실시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책임 있는 여당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 비전의 제시는 보이지 않고 윤심(尹心) 논란과 함께 후보들 간 이전투구만 뉴스에 보도된다. 고물가, 수출부진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에도 민생 현안이나 정책 노선에 대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고 “당을 망칠 사람” “가짜 뉴스” “땅 투기자” 등과 같은 막말만 난무했다. 보수 정당의 미래나 당의 쇄신 방안 제시를 통해 당원은 물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집권당의 위상을 추락시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과연 정국을 어떻게 이끌지 염려된다.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의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당 대표를 위한 정당” 또는 “국민을 위한 정당”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당내 싸움이 격화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는 물론 당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소집을 요구한 3월 임시국회는 “무엇을 위한 국회”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모르겠다. 3월1일은 독립운동을 기리는 공휴일임을 알면서도 민생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놓고는 정작 국회는 상임위원회 하나도 개최하지 않았다. 더 가관인 것은 국회의원 20여명은 지난 2일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를 위한”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2박3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국민들은 극도로 피로가 누적돼 있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없으면 스스로 공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외진 마을버스 타 보긴 했나, 도지사∙시장∙군수들

마을버스는 말초 단위의 대중교통이다.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을 운행한다. 기본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노선이다. 주목할 것은 이용자층이다. 경제적 사정 또는 고령으로 자가용을 사용할 수 없는 시민들이 많다. 어찌 보면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배차간격이 하세월이고, 운행 차량 상태도 엉망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시내버스 지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시내버스 업체가 지난해 경기도와 시·군에서 받은 지원금이 3천22억여원이다. 수도권 환승할인 보전금, 청소년할인결손보전금, 적자노선지원금 등 모두 8개 항목이다. 마을버스는 그 10분의 1 수준인 289억원을 받았다. 단순하게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지원하는 항목부터 차별이 심하다. 시내버스가 받는 지원금 항목 8개 가운데 6개는 마을버스에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대중교통인데 현실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마을버스도 고통이다. 협회가 22개 시·군의 마을버스 운영 실태를 집계했다. 1일 평균 이용객 수가 지난해 76만8천731명이었다. 2019년에는 96만6천360명이었다. 3년 만에 20% 줄었다. 2021년 현재 도내 마을버스가 2천883대다. 하루 평균 수익금이 33만원이다. 표준 운송 원가는 51만5천원이다. 버스 한 대가 하루 18만4천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계속 운행하는 게 신기할 판이다. 지자체마다 교통복지, 교통편의를 주창한다. GTX니 3호선이니 하는 철도 교통에는 수조원도 척척 써낸다. 시내버스니 광역버스니 하는 주류 대중교통에는 툭하면 신차 도입이다. 그런데 이런 예산 투입에 마을버스는 없다. ‘신경 쓰고 있다’고 항변하겠으나 드러나는 게 없다. 지난해 1년간 교통 관련 보도자료를 그러모아 보자. 철도교통 얘기, 광역·시내버스 얘기가 많다. 그 보도자료 중에 ‘마을버스’가 몇 건인가. 있기는 했나. 지난주에도 경기도의 교통 자료가 배포됐다. 2층 전기버스 40대를 올해 추가로 들여온다는 발표였다. 국비 96억원 등 2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소음과 진동도 적어 쾌적한 승차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는 어떤가. 어떤 마을버스는 ‘봉고 버스’라 불린다. 너무 작아 환기도 안 된다. 출퇴근길에는 승객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차체가 심하게 흔들려 어르신들은 서 있기도 어렵다. 이게 경기도 마을버스의 실태다. 통근복지를 선창해 온 경기도의 실상이다. 그래서 도지사·시장·군수들에 시승을 권해본다. 외진 마을버스 노선을 꼭 타보길 권한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출발한 버스 꽁무니를 쫓아 달리는 시민을 볼 수도 있다. 8억원짜리 2층 전기버스가 다른 나라 얘기다.

윤 대통령 “산불 예방 총력”···‘특별대책기간’ 지정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최근 산불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산림청과 행안부 등 관계부처는 지금부터 비가 내리는 우기까지 특별대책 기간으로 지정, 예방과 상황 관리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최근 건조한 날씨 등으로 급증하고 있는 산불 상황을 보고 받고,이 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산불로 훼손된 산림을 회복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산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심각한 재난이다.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산불이 실화, 소각 등과 같은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는데, 행안부, 산림청, 지자체 등에서는 산불 예방을 위한 순찰 강화, 계도 및 홍보활동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윤 대통령은 “산불이 발생한 경우에는 관계부처 간 협력체계를 신속히 가동하여 산림청 외에도 행안부,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에서 가용 헬기, 장비, 인력 등을 총동원하여 조기에 진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산불로 인해 주택이 소실되는 등 국민들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상실한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신속하게 행정·재정적 지원조치를 실시하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복구를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사설] 살인까지 부르는 ‘벽간소음’, 규제 강화 등 대책 절실하다

‘층간소음’ 못지않게 ‘벽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벽을 타고 들리는 이웃집의 갖가지 소음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밤잠까지 설친다는 불평·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벽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심화돼 살인까지 부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4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원룸텔에 살던 20대 남성이 벽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40대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평택시의 한 원룸에서 60대 남성이 벽간소음 때문에 이웃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 위협하다가 검거됐다. 앞서 9월 화성시에서도 벽간소음에 격분해 이웃집 현관문을 흉기로 여러 차례 내리찍는 등 위협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층간소음·벽간소음 민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서만 연 2만여건의 민원이 발생한다. 최근 5년간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센터에 접수된 경기도의 층간소음(벽간소음 포함) 민원은 2018년 1만4천206건, 2019년 1만4천607건, 2020년 1만9천585건, 2021년 2만4천210건, 2022년 2만102건에 이른다. 연평균 1만8천542건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주요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민원 1순위가 벽간소음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벽간소음으로 인한 칼부림, 살인 등 강력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벽간소음은 관련법상 소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사회 문제가 되면서 데시벨 기준 등 규제가 강화됐지만 벽간소음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벽간소음에 대해선 지을 때의 기준도 없고, 짓고 난 다음 실생활에서의 소음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음 규제 기준이 없다 보니 경계벽의 방음이 허술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벽간소음으로 인한 마찰을 중재하는 곳이 마땅히 없다. 관련 부서나 부처도 나뉘어 있어 혼란스럽다. 지자체에도 전담부서는 없다. 벽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경계벽 소음 차단 규정 등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 ‘방 쪼개기’를 통한 원룸 임대사업도 한몫하고 있다. 방 쪼개기는 건축주 등이 준공 허가를 받은 이후 주택 내 가벽을 설치해 가구를 늘리는 것이다. 방을 늘려 임대료를 더 받으려는 편법으로 주택건설기준규정에 명시된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벽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계벽에 대한 방음 기준 등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국토부나 환경부에서 규제 및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 단속을 강화해 방 쪼개기 같은 불법건축물 양산을 막아야 한다. 민원을 상담하고 해결할 센터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정치권의 ‘서울대병원 생색’, 오산을 망치다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의 후유증은 끝이 없다. 이번에는 점점 커지는 손해배상 액수다. 유치 예상 부지의 환매권 고지 의무 위반으로 빚어진 사태다. 내삼미동 토지주 3명이 시를 상대로 환매권 상실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 소송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지난해 6월30일 나왔다. 배상액이 2억3천만원이다. 시가 2010년 사들인 전체 토지는 내삼미동 104필지(12만3천881㎡), 토지주는 모두 75명이다. 이들이 같은 자격이다. 판결 직후 시가 배상액을 계산했다. 최초 배상토지의 감정평가 지가상승률(18.71%)을 토대로 평균 20%의 상승률을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100억원 정도가 나왔다. 올 예산에 118억원을 편성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추가 소송과 이 과정의 화해권고가 나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가상승률이 최고 28%까지 높아지는 등 평균 25%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전체 배상액도 150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부담이 급증했다. 사태의 출발이 어처구니 없다. 환매권이란 토지를 취득한 사업자(오산시)가 취득일로부터 10년 이내 해당 사업의 폐지·변경을 하는 경우 발생하는 권리 관계다. 토지 소유자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시업시행자(오산시)에 지급하고 토지를 환매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 경우 서울대 병원 유치라는 목적이 사라졌으므로 당연히 원 토지주들에게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했어야 했다. 바로 그 통지를 하지 않아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앞서 우리는 내삼미동 공영주차장의 혈세 낭비 사례를 지적했다. 2021년 66억원을 들여 200면짜리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텅텅 비어 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의 후유증이다. 용도가 없어진 그 땅에 이런저런 사업이 그려졌다. 미니어처 빌리지, 드라마세트장, 안전체험관 등이다. 여기도 정치권 개입 소문이 있다. 결과는 어땠나. 엄청난 관광객이 온다더니 텅 비었다. 서울대병원 유치에 이은 거짓말이었다. 언제적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인가. 그런데도 그 폐해가 오산시의 현재를 망치고, 미래까지 망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0억원을 물어주고, 66억원짜리 주차장을 계속 돌릴 지경에 와 있다. 그 시작과 책임을 많은 시민이 알고 있다. 누가 뭐래도 시작은 정치였다. 어줍잖은 시작, 엉성한 추진, 무책임한 마무리가 문제였다. 미숙한 유치 추진 이기하 전 시장, 유치 불발과 환매권 패착 곽상욱 전 시장, 정치적 포장과 간섭 안민석 현 국회의원이다. 셋 모두 시민에게 머리 숙이고 사과해야 맞다. ‘나 혼자 한 건 아니다’(이 전 시장), ‘부시장 전결이라 몰랐다’(곽 전 시장), ‘행정과 정치를 구분해야 한다’(안 의원)....(2022년 11월30일자 안 인터넷 언론 인터뷰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납득되는 해명이 없다. 그 긴 세월 정치 선전에 단골 구호로 써 먹더니 지금 와서 저런 변명이 가당키나 한가. 그 변명을 무색케 할 증거가 지금도 인터넷 곳곳에 넘친다. 결국 토론하고 밝혀야 할 것이다.

[사설] 20년 기다린 동탄~인덕원선, 조속한 착공 이뤄져야

동탄~인덕원 복선전철(동인선) 건설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숙원사업이다. 사업이 제안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로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 참다못한 지역 주민들이 ‘동인선 범시민연합’을 구성, 조속한 착공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동인선 착공 지연 불가. 20년 기다린 5개 시 주민의 숙원’이란 제목으로 도민청원을 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건설공사’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상반기 내 완료하고 조속히 전 구간을 착공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청원은 지난 1월14일 도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후 19일 만인 2월2일 도지사 답변 성립요건인 1만명을 돌파해 ‘도민청원 1호’가 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취임 후 처음인 도민청원 1호에 대해 “동인선 전 구간 조속 착공을 위해 5개 시와 함께 정부와 관계기관에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의왕시의 동인선 1공구 현장사무실에서 도지사와 수원·용인·화성·안양·의왕 등 5개 시 단체장, 국회의원, 도의원, 동인선 범시민연합 운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동인선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전 구간이 착공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KDI에 공동건의문을 보내기로 했다. 또 동인선 착공 전 발생하는 교통 불편에 대해선 버스 증차·노선 신설 등 보완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착공 지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인선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인덕원에서 수원, 동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총연장 37.1㎞로 2조8천32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2003년 제안된 이후 2018년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12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설계·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1공구(안양시)·9공구(수원시)가 2021년 착공했다. 그러나 사업 구간 내 역사 신설과 터널 지반보강 등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KDI가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동인선의 완공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20년이 지났는데 재검토를 한다는 황당한 소식에 뿔이 났다. 경기도와 5개 지자체, 정치인들이 뭉쳐 ‘동인선 조속 착공’을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도민 불편을 감안하면 진작 나섰어야 했다. 정부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전 구간이 착공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던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은, 그날 하루의 퍼포먼스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12개 구간의 착공이 빨리 이뤄지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설] 국세 체납 100조, 소멸시효 없애고 끝까지 추적 받아내야

누구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누구는 재산을 숨긴 채 고의로 안 낸다면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납세의무를 지킨 국민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받아 내야 하는 이유다. 국세청이 거둬들이지 못한 국세 누계 총액이 2021년 기준 99조8천607억 원이다. 이 중 ‘못 받는 돈’으로 분류된 정리보류 금액만 88조4천71억원에 이른다. 체납액의 88.5%는 징수가 어렵다는 뜻이다. 수도권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경기(강원 일부 포함)·인천권의 체납 총액은 68조6천729억원, 이 중 정리보류 금액이 61조623억원(88.9%)에 달한다. 100조원 가까운 체납 국세의 90%가 못 받는 돈이라니, 국세청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국가가 부과하는 내국세 중 직접세는 소득세, 상속세, 법인세, 증여세 등이다. 세금을 안 내는 사람 중에는 돈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고급주택에서 호화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숨기고 고의로 내지 않는 악성체납자도 상당수다. 국세청은 2억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할 경우 고액·상습체납자로 분류해 명단을 공개한다. 작년 한 해 공개된 신규 대상자만 해도 개인 4천423명, 법인 2천517개로 4조4천196억원의 국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징수가 어려운 체납의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캠코의 징수실적은 0%대다. 최근 5년간 징수위탁 실적(징수율·금액 기준)은 2017년 0.65%, 2018년 0.64%, 2019년 0.68%, 2020년 0.65%, 2021년 0.69%에 그쳤다. 체납자들은 폐업자, 신용불량자, 실종자 등의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실제 그럴 수도 있지만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악용하는 등 편법 사례가 많다. 현행 국세기본법상 5억원 이상은 10년, 5억원 미만은 5년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5년만 버티자’는 악성 납세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소멸시효 기간 동안 버티는 방법’ 등의 글이 수두룩하고, 불법 브로커들의 허위 과장광고도 많다. 악성 체납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없애야 한다. 국세청은 징수 체계를 개편해 세금을 떼어먹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의 추적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추적전담반’을 늘리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인력을 늘리되, 전문 능력도 키워야 한다. 불공정 탈세, 역외 탈세, 고액·상습 체납에 국세 행정 역량을 집중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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