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몰래 했나’ 화성시민 분노 증폭/軍공항도 대화하는데, 교정 행정은…

여자교도소 건립을 위한 공론화가 파행으로 끝났다.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고 어떤 공감대도 도출하지 못했다. 화성시 마도면 주민과 법무부 관계자 간의 자리였다. 법무부는 이날 여자교도소 신축 사업의 경과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대표들의 주장은 ‘교도소 설립 절대 불가’ 하나였다. 토론하며 협의에 나설 어떤 안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애초에 쉽지 않은 대화였다. 그 우려대로 나타난 것이다. 법무부가 찍은 부지는 화성시 마도면 슬항리다. 축구장 3개 규모의 1만9천㎡ 크기다. 현재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외국인 보호소가 있다. 여기에 여자교도소까지 추가하는 계획이다. 사실상 이 일대가 ‘교정타운’화되는 셈이다. 알게 된 주민의 반대가 심하다. 안 그래도 화성 공항 추진 문제로 시끄럽다. 국방부, 수원시와의 대립이 수년째다. 이런 상황에 교도소 건립까지 얹혀진 셈이다. 교도소에는 지역명이 붙고, 그래서 교도소 신설을 좋아할 지역은 없다. 물론 이곳을 교도소 부지로 정한 법무부 입장은 있다. 수용 시설 부족으로 인한 재소자 인권 논란이 심각하다. 여성 범죄자 수용을 위한 전용 시설 부족은 특히 더하다. 심지어 대통령선거 공약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마침 이곳이 법무부 땅이고 유사 시설이 모여 있다. 예산 절감과 행정 효율을 동시에 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행정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가 있다. 교정 행정에 남은 밀실 관행이다. ‘교도소 행정은 비밀리에 해도 된다’는. 지역 국회의원이 그간 추진 일정을 알아냈다. 계획안은 2009년에 나왔다. 2014년에 기재부에서 예비타당성을 면제받았다. 2020년 6월에 설계 용역 공고를 냈고, 업체도 선정했다. 2021년에는 신축부지 기반조사, 재해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까지 했다. 준공 목표 시점도 2026년으로 딱 정해 놨다. 절차상으로 보면 곧 삽 뜰 차례다. 공사를 숨길 순 없어서였을까.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래놓고 공론화하자고 한다. 대화가 되겠나. 과거라면 이해됐다. 교정 행정의 특수성이 인정됐다. 주민 반발을 덮고 가도 됐다. 이제 안 된다. 사회가 바뀌었다. 모든 행정이 투명해졌다. 군 행정만큼 보안과 밀행이 중요한 영역도 없다. 그런데 거기도 열렸다. 멀리서 찾을 것 없다. 현안인 화성 군공항 이전 사업이 그렇다. 전시 군전략의 핵심이다. 과거 같았으면 무조건 정하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 한다. 검토 단계부터 다 설명하고 있다. 힘들고 더디지만 맞춰 가고 있다. 교정 행정이 군사 행정보다 비밀스러워야 할 이유가 있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교정 행정만 시대 변화를 못 따르는 것인가. 그런 것 같다. 십수년 몰랐던 ‘화성여자교도소’ 추진 자료들을 한꺼번에 보니 그런 것 같다.

[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반시설 등 종합대책 꼼꼼히 세워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신도시 재건축에 안전 진단을 면제·완화하고, 사업성 보장과 가구 수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500%까지 풀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용적률 규제 탓에 사업성이 낮아지거나 안전진단에 가로막혀 재건축 계획을 못 짜는 일이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다. 경인지역에선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와 인천 연수·안양 포일·수원 영통지구 등이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가구 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수직증축 허용 가구 수를 일반 단지에 적용되는 15%보다 더 높여주기로 했다.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거나 완화하고, 건축 사업의 핵심 변수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는 것은 파격적인 혜택이다. 1기 신도시 등 단기에 공급이 집중된 고밀 주거단지는 기반시설 노후화로 지역주민의 불편 호소와 정비 요구가 높았다. 정부가 기존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생법’으로는 신속한 정비가 어렵다고 판단,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숙원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별법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동시다발적 개발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적률을 크게 높이고 종 상향도 가능해 고밀·복합개발로 토지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기반시설 용량이 크게 부족하게 된다. 현재 신도시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200% 안 되는 용적률에 맞춰져 있는데 특별법으로 이를 350%, 최대 500%까지 올린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당연히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 도로 확충이나 주차, 난방, 상하수도 문제 등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 베드타운에 불과했던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인근 집값·전셋값 안정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도 신도시 정비사업의 장애요인이다. 재건축 사업의 큰 걸림돌이 초과이익 환수제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특별법의 정책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이를 폐지하면 좋지만 쉽지 않다면 감면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마스터플랜 수립과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이 동시 진행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도 중요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에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되 사업 우선순위 등을 놓고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으므로 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사설] 돈 뜯어내는 건설노조 악폐, 반드시 뿌리 뽑아야

전국 건설현장에 만연한 노조의 불법행위 사례는 충격적이다. 불법행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건설산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그동안 자기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전임비, 타워크레인 월례비 등의 금품을 요구해 왔다. 불응할 경우 작업·운송 거부, 협박, 폭력 등으로 건설사를 괴롭혀 왔다.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하도급 장비업체와 월 380만원의 근로계약을 맺었으나 건설사에 월례비 600만원을 월급처럼 요구했다. A씨가 태업으로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자 건설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매달 월례비를 지급했다. B건설노조는 3천가구 아파트 공사 착수 전 자기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건설노조는 현장 입구를 봉쇄, 작업을 방해하면서 현장 직원에게 폭력을 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30일부터 2주간 아파트 신축 등 민간 건설현장을 조사한 결과, 전국 1천489곳에서 2천7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한 건설사는 최근 4년간 18곳 현장에서 44명의 타워크레인 기 사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의 명목으로 38억원을 뜯겼다. 또 다른 건설사는 2021년 10월 10개 노조로부터 전임비를 강요받아 1개 노조당 100만∼200만원씩 월 1천547만원을 냈다. 3년간 118개 업체의 피해액이 1천686억원에 이른다. 건설노조에 뒷돈이 많은 것은 ‘공사 기간’이 이윤의 관건이 되는 특성 때문이다. 노조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온갖 핑계로 공기를 지연시켰다. 공사 지연은 329개 현장에서 벌어졌으며 120일까지 늦어진 사례도 있다. 건설노조의 불·탈법은 공사 지연, 부실시공, 건설비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아파트 입주자 등 국민에게 돌아간다.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돼 온 건설노조의 악폐에 건설업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6일 총궐기대회를 열고, ‘불법행위를 끝까지 뿌리뽑자’고 결의했다. 1천여곳의 건설업체가 참여한 궐기대회에서 건설인들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단순 이권 투쟁을 넘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치주의와 공권력을 비웃으며 활개 쳐온 노조 횡포에 건설사들은 입주지연, 공사중단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갖 요구를 들어줬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가격상승, 인건비 증가, 분양경기 악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악재가 수두룩한데 노조 불법행위까지 더해지면 건설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민형사상 조치와 손해배상 청구 등 엄중한 처벌로 악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

[사설] 사회지도층이 주로 쓰는 묵비권/힘없는 국민엔 저것도 특권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에서 짚고 갈 부분이 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뤄졌던 극단적 묵비권이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사용했다. 항변 빠진 검찰의 주장이 그대로 법원에 넘어갔다. 조 전 장관의 묵비권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단히 드문 경우였다. 그가 든 이유는 형사소송법상의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이다. 배우자·자녀가 피고인·사건 관계인이므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질문 때마다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른바 7대 스펙의 허위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었다. 일부 범죄 행위에는 본인게 연루돼 있었다. 그런데도 묵비권을 행사했다. 법조인들에조차 생소했던 ‘가족 관계 진술 거부권’이었다. 결과는 어땠나. 그 재판에서 정경심 피고인은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조 전 장관도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이었다. 전문가적 소송 기술이 무색해진 엄한 판결이다. 유명했던 묵비권 사건들이 있다. 조 전 장관의 묵비권이 그런 예였고, 앞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그랬다. 한 전 총리는 검찰에서 시종 묵비권을 행사했다. 첫 번째 사건과 두 번째 사건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무죄가 선고됐고, 두 번째 사건은 실형이 선고됐다. ‘양심의 법정에서 나는 무죄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실형이란 결과는 영원히 남았다. 최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목 받는다. 진술서로 대체하는 ‘변형된 묵비권’이다. 한 전 총리, 조 전 장관, 그리고 이 대표의 공통점은 진보 진영이라는 점이다. 보수 진영 인사에서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검찰에 출두했다. 구속 기소가 뻔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치열히 진술했고, 장시간 수사기록을 고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변호인을 통해 일일이 항변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묵비권 선호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묵비권이 재판에 주는 영향은 있는 것일가. 일반인들은 궁금하다. 선호하는 이유라면 이걸 것이다. 민주화운동 시절부터 몸에 익은 경험칙이 있다. 사법부, 특히 보수 정권의 사법부에 대한 근원적 불신이다. 구속·기소를 정해 놓고 수사를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애써 진술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라면 유리한 결과를 여론 대결로 풀려는 시도다. 사법부보다는 여론으로 심판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대중 선동은 독재 시절부터 진보 진영의 무기였다. 그 무기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묵비권을 탓할 건 아니다. 법이 정한 피의자 권리다. 다만, 지도층의 묵비권은 달리 보일 수 있음이다. 일반인의 그것과 지도자들의 그것이 현장에서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썼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검찰·경찰 조서가 여전히 재판의 절대 증거다. 뒤늦게 항변을 늘어놨다가는 ‘왜 검찰에서 입 닫고 있었냐’며 질책 받기 딱이다. 결국 힘없는 국민 눈에는 정치인들의 묵비권도 흉내 낼 수 없는 특권일 것이다.

[사설] 조민, 부친 실형 선고에도 ‘난 떳떳하다’/여행∙맛집 꿈까지… 법원∙청년∙의료계 조롱하나

아무리 어리다지만 심하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다. ‘떳떳하다’ ‘의사 자질 충분하다했다’고 했다. 모두 적절하지 않은 말이다. 얼굴을 공개하며 응한 첫번째 인터뷰에서다. 인터뷰를 한 곳은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이다. 하필 조 전 장관에 실형이 선고된 당일에 이뤄졌다. 재판 결과는 모친 정경심 교수에 이어 부친 조 전 장관에까지 실형이 선고됐다. 감정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일 수 있음은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도를 넘어 보이는 부분이 많다. “저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그래서 결심했다...이제 조국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 공개 인터뷰에 나선 이유도 그래서라고 설명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조국·정경심 부부의 핵심 공소 사실은 조씨의 입시 부정이다. 동양대 총장 표창 위조 등 7개 허위 스팩 만들기가 사건의 핵심이었다. 이 7개 스팩 모두를 법원이 ‘허위’라고 판결했다. 모든 허위스팩은 본인의 진학 자료로 쓰였다. 그게 실형인데 뭐가 떳떳한가. “(선배의사들로부터)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 본인의 의사 자격에 대해서도 밝힌 대목이다.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의사가 조씨의 의사 자질을 인정했다는 것인가. 그 칭찬 속에 의전원 입시 비리는 평가돼 있는가. 우리가 기억하는 의사들 목소리는 이런 거다. 조씨가 인턴 지원을 하던 2021년에 나온 성명서가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냈다. ‘입시 비리가 있는데도 의사가 됐다는 사실에 의사들이 황당하다.’ 그러면서 당장 의사 자격을 정지시키라고 했다. 미래 계획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귀를 의심케 된다. 국내 여행도 하고, 맛집도 하고, SNS도 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하는 평범한 일들을 하도 싶다고 했다. 젊은이다운 꿈으로 봐야 하나. 하필 부친 조 전 장관이 딸 조씨의 입시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은 날이다. 부부 동시 수감이라는 참변은 면했으나 언제든 살아야 할 징역 2년의 짐이 생겼다. 재판 결과를 지켜 본 젊은이들의 좌절도 또 한번 끓어 오른 날이다. 거기에 대고 여행, 맛집을 얘기할 건 아니다. 조씨의 실망스런 인터뷰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고졸이 돼도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 입시·취업 지옥에 사는 젊은이들에 대한 오만 가득한 발언이었다. 그 오만함이 이번에도 물씬 풍긴다. “부족하지 않은 저의 환경 자체가 누군가에게 특권으로 비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특권으로 비친 게 아니라 그냥 특권이다. 각종 불법까지 가미된 최악의 특권이다. 어머니 정경심 피고인의 항소심 판결문의 끝 부분이 이랬다. “교육기관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고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2021년 8월· 서울고법). 이 시대를 사는 한 젊은이가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좌절이라는 법원의 선언이다. 이런 법원의 선언을 ‘나는 떳떳하다’며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사설]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부모, 홍보와 지원책 강화해야

청소년부모의 생활 실태는 참으로 눈물겹다. 청소년 복지 지원법에 따라 만 24세 이하로서 자녀를 가진 어린부부를 청소년부모라고 칭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액수도 아주 미미할 뿐만 아니라 적은 액수이지만 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부모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청소년부모 가정 지원 조례’를 제정한 뒤 지난해 7월부터 ‘청소년부모 아동 양육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소년부모에게 6개월간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간 ‘청소년 한부모’로 제한됐던 대상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청소년부모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경기도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는 청소년부모가 10명 중 2명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경기도내의 청소년부모는 지난 2021년 9월 말 기준 608가구, 1천712명에 이르지만 지난해 수혜자는 313명으로 청소년부모 중 82%는 해당 사업에서 제외된 것이다. 상당수 청소년부모가 제외된 이유는 이런 제도 자체를 알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설령 지원 제도를 알더라도 직접 청구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 월 20만원이라는 지원 액수는 너무 적다. 이들 청소년부모는 이른 나이에 부모로서 짊어진 자녀 양육 및 가사 부담 등으로 인해 대부분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전문직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배달 아르바이트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아 지원비는 기저귀 값도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한다. 한국미혼모 지원 네트워크에서 실시한 ‘2019 청소년부모 생활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부모가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22.9%는 낙태를, 15.2%는 입양을 권유받았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방관의 경우도 16.2%나 됐다고 한다. 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당수 청소년부모들은 학업 중단을 결정하고 원가족의 경제적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비록 적은 지원 액수이지만 다수가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이런 사업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도는 물론 기초지자체는 제외된 청소년부모를 조속히 조사해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 액수 20만원은 너무 적다. 이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청소년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소년부모를 위해 직업훈련 같은 실질적인 경제 지원 정책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 이들이 빈곤가정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설] 與 ‘윤석열 마음’ 놀이, 野 ‘이재명 방탄’ 놀이/물가·집값·난방비 비상에도 정치는 놀고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이 너무 개입한다. ‘윤심 논란’의 감별사 노릇을 자임하고 있다. 그 감별·검색의 방향이 안 후보 쪽으로 일방적이다. 안 후보가 말만 하면 대통령실이 나선다. 급기야 듣는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하는 전언까지 나왔다. ‘대통령과 당 대표 후보는 급이 다르다’고 했다. ‘안-윤 연대 주장’이 그래서 무례한 표현이라는 논리를 폈다. ‘급’이라니. 지금이 70·80년대 군부 독재인가. 어떻게 대통령과 타인을 급으로 차별하는 논리를 입에 담나. 대통령의 탈당 경고는 또 뭔가. 김 후보의 후원회장 신평 변호사의 SNS 글이다.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며 어찌 될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윤 대통령은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의 ‘안-윤 연대론’에 무례하다며 노한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한 이 말에는 대로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하다. 이러니 윤심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깊이 관여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외로 나갔다.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처음이다. 그 6년간 장외로 나서야 할 국가·정치 현안은 많았다. 광화문과 서초동을 양분했던 ‘조국 집회’가 대표적이다. 그때도 장외로 나서지 않았다. 그랬던 당을 장외로 이끈 상황, 6년 만에 달라진 이 특별한 사정 변경은 당 대표 수사 말고 없다.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 독재 규탄대회’라고 적었다. 이재명 당 대표의 이름은 빠졌다. 하지만 그 핵심 목적이 이 대표를 위한 방탄에 있음은 자명하다. 집회에서 이 대표가 직접 단상에 올라 연설을 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직접 비판했다. “나를 짓밟더라도 민생은 짓밟지 말아야 한다”고 외쳤다.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수만명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셈이다. 그렇게 당당히 할 말이 많으면 검찰 수사에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검찰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본인이 미리 추려낸 진술서로 끝냈다. 사실상의 묵비권이었다. 그래 놓고 지지자들 앞에서는 열변을 토하며 공분을 유도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며 국민이 접하는 기시감이 있다. ‘기호 1번 이재명, 기호 2번 윤석열’의 작년 이맘때 모습이다.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를 쫓아다니며 당심을 챙겼다. 이 후보는 대통령에 떨어지면 감옥 갈 것 같다며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시간은 흘렀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됐고, 한 사람은 제1야당 대표가 됐다. 그런데도 그대로다. 여전히 당권에 매달리는 중이고, 여전히 억울하다며 버티는 중이다. 그때는 선거였다지만 지금까지 왜들 이러나. 천정부지 고물가, 침체로 가는 집값, 공포의 난방비.... 어제는 신안 앞바다에서 배도 뒤집혔다. 그런 주말에도 정치는 놀고 있었다. 여당은 윤심 놀이, 제1야당은 방패 놀이 중이었다.

[사설] K반도체 추락하는데 국회는 지원법 뭉개고 있을 건가

한국 반도체가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SK하이닉스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이 본격 하락세에 접어든 가운데 시장을 선점하려는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6천986억원, 영업손실 1조7천12억원(영업손실률 22%)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으로 어닝쇼크다. 전날 삼성전자도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의 반도체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천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9%나 감소했다. 두 회사의 실적 악화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나빠진 영향이 가장 크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올해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하락했다. 반도체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반토막 난 게 원인이다.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한 게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업황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미·중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반도체 산업은 경제를 넘어 안보 차원의 이슈로 부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자들이 앞다퉈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수출 규제, 보조금, 세액공제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경제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극복해야 한다. 답답한 것은 반도체 관련 지원과 투자 확대 관련 정책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반도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법안을 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 한번 안 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는 조세특례제한법 등 투자 촉진을 위한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더 힘을 쓰고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에도 선제 대응해야 한다.

[사설] 고독사는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데/고독사 예방책은 노인층만 쳐다본다

“지체장애라는 이유 때문인지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제게 많은 것을 일러주려 분주한 마지막을 보내셨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50대가 남긴 글이다. 돌봐주던 어머니가 1년 전 숨졌다. 몸이 불편한 자식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가게에서 물건 사는 법, 가스 버너 켜는 법.... 하지만 모든 게 버거웠다. 기초생활수급을 처리하는 방법도 몰랐다. 유서 마지막에 참담한 환경이 담겨 있다. 먹을 것이 떨어졌고, 춥고, 아프고, 그래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적었다. 보건복지부가 낸 고독사 분석 자료가 있다. 여기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통계가 있다. 전국에서 1만5천66명이 고독사로 숨졌다. 이 가운데 21.1%인 3천185명이 경기도였다. 걱정인 것은 고독사의 증가 추세다. 2017년 512명, 2018년 632명, 2019년 650명, 2020년 678명, 2021년 713명이다. 해마다 늘었고 평균 증가율이 8.6%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비율도 나빠지고 있다. 2017년 4.0명에서 2021년에는 5.3명이다. 고독사 증가의 원인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사회 분화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이 원인이다. 우리가 논하려는 것은 고독사 예방 대책, 이 가운데서도 정책의 대상 연령에 대한 문제다. 경기도 고독사의 59.6%가 50·60대 연령층이다. 절대 다수다. 실제 정책의 대상은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으로 한정돼 있다. 행정 정책과 수혜 대상의 심각한 괴리다. 경기연구원에서도 ‘소외된 중장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으나 바뀐 건 없다. 고독사 발생 장소로 다가구주택, 임대 아파트, 고시원 등이 꼽혔다. 20대까지 포함된 다양한 연령대가 거기서 살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다양한 기회 제공 또한 전문가들이 드는 주요 예방책이다. 마침 민선 8기 경기도의 화두가 기회다. 고독사 예방 행정이야말로 ‘기회 제공’이 절실히 요구되는 영역이다. 재취업 기회, 재활 기회 등이 주어질 수 있도록 방안이 연구돼야 한다. 고민하면 연계된 정책 개발이 가능할 거로 본다. 고독사가 많다. 인구가 많은 데 따른 자연스러운 비율이다. ‘고독사 많은 경기도’라 매도할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독사가 제일 많은 것은 현실이다. 고독사 관련 정책이 전국 어디보다 절박한 것도 현실이다. 경기도가 고독사 예방 정책의 선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만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다른 지자체에 선뵐 모범 대책이 있을까. 많이 부족하다. 더 많은 노력과 예산,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성한 사람 1천300만명의 복지보다 더 절절한 것은 한 사람의 고독사를 막는 복지다.

[사설] 성남시의료원 총체적 난국, 정상화 방안 적극 모색해야

성남시의료원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원장이 공석인데다 의료진이 부족하고 환자도 적다. 의료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 착공,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7월 개원했다. 1천691억원의 건립비용이 들어갔고, 509개 병상에 최신식 진단·치료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 부족 등 의료시스템 부재로 서비스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시의료원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2020년부터 3년간 정부로부터 손실보상금 757억여원을, 성남시로부터 출연금 831억여원을 받았다. 총 1천588억원가량 받았는데, 이 기간 의료손실은 1천492억여원에 이른다. 정부 지원금은 코로나 거점병원이어서 받은 것으로, 올해는 거점병원에서 해제돼 지원금이 끊기게 됐다. 성남시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1천981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건립비용까지 포함하면 3천673억원이 투입됐다. 시의료원은 개원 이후 2020년 465억여원, 2021년 477억여원, 지난해 550억여원의 의료손실이 났다. 하루에 외래환자 1천500명 이상, 입원환자 300명 이상 돼야 정상 운영이 가능한데 지난해 하루 평균 외래환자 450~500명, 입원환자 100~110명 정도다. 이런 상태면 매년 최소 400억~500억원의 의료손실이 예상된다. 공공의료원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연 수백억원의 적자를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제는 적자가 나더라도 시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부족해 중증 수술환자는 타 병원으로 보내고, 시의료원은 단순 수술만 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지난해 2개과 전문의 구인공고에 연봉 2억5천만~3억5천만원을 제시했지만 아무도 응시하지 않았다. 1개과에선 연봉 4억2천만원에 의사를 채용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경영도 안 되고 의료진 수급도 안 되는 악순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개원한 지 몇년 안 된 성남시의료원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세금을 한 해 수백억원씩 쏟아부으면서 공공의료원 역할도 충실히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같은 운영은 더 이상 안 된다. 시는 경영 적자, 의료서비스 문제 해결 등 정상화 방안으로 대학병원 위탁 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조는 ‘공공의료 파괴’, ‘진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노조원이 전체 직원의 3분의 1 정도여서 대표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쪽에선 ‘고용 승계’, ‘임금 유지’ 등이 보장된 상황에서 정상화된다면 위탁 운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학병원 위탁이 공공의료 파괴는 아니다. 공공의료원 목적에 맞게 운영하면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다. 시는 우선 병원장부터 선임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최적의 대안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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