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지역 발전해야 삼성도 전진”/삼성, 국가균형발전 정신도 챙겼다

용인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삼성은 용인시 남사읍에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일 단지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기흥·화성·평택·이천에 있는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워낙 중량감 있는 발표라서 세세한 내용 검토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중 우리가 주목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 발언이다. “지역 사회 발전 없이는 회사도 전진할 수 없다.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성장하자.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지지 및 지원 의사 표시다. 통상 국가균형발전은 국가 정책의 어젠다다. 기업의 경영논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영논리는 이윤추구를 근거로 한다. 입지는 이 이윤 추구의 핵심 조건이다. 교통 접근성, 고급 인력 접근성 등을 따진다. 여기에 생산 시설 집적화도 중요한 조건이다. 전국에 균등 분배하는 국가균형발전 논리와는 여기부터 안 맞는다. 그래서 정부가 아무리 강조해도 기업의 지방 이전이 지지부진하다. 혹여 이전한다 해도 그저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이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지역 발전과 이에 대한 기여를 약속한 것으로 들린다. 구체적인 밑그림도 내놨다. 그룹 차원에서 10년 동안 60조원을 지역에 투자하기로 했다. 충청·경상·호남 등 비(非)수도권 지역을 분화했다.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천안·온양),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아산), 차세대 배터리 마더팩토리(천안) 등을 배치한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부산), 스마트폰 마더팩토리(구미),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구미),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소(울산) 등을 세운다. 현재 광주 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제품군(群) 중심으로 확대 재편해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 지역상생을 위한 직접 투자 계획도 밝혔다. 60조원 외에 10년간 3조6천억원이다.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국내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에 5천억원을 투입한다.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제품 생산 지원 서비스(MPW) 확대에도 5천억원을 투자한다. 지방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오·폐수 재이용 기술을 공유하고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운영 중인 벤처·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 C랩을 광주 등에도 구축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발전만큼 비수도권의 발전도 중요하다. 부의 지나친 지역적 편중은 국가의 건전성을 해친다. 삼성이 이번에 내보인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적절했다. 지지한다. 지방이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실현되기 바란다.

[사설] 학업중단 학생 증가, 학교밖 통합지원대책 강화해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전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비행을 저질러 중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적성이나 진로, 교육내용 등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숨 막히는 경쟁을 견디지 못해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가족부가 몇 해 전 학교 밖 청소년(검정고시 접수)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업 중단 사유가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어서’, ‘공부하기 싫어서’,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 ‘학교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심리·정신적 문제’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업 중단 후 ‘선입견과 편견, 무시’ ‘진로 찾기 어려움’ 등의 고충을 겪는다고 했다. 2021년 전국 초·중·고의 학업 중단 학생은 4만2천755명이다. 초등학생 1만5천389명, 중학생 7천235명, 고등학생 2만131명 등이다. 경기도의 학업 중단 학생 수는 매년 1만명이 넘는다. 2018년 1만6천806명, 2019년 1만6천773명에서 2020년엔 코로나19로 등교를 거의 안 해 1만385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 1만3천783명으로 다시 늘었다. 연 1만명 넘는 도내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이탈하지만, 지원책은 미흡하다. 교육당국은 학업 중단 학생을 줄이기 위해 ‘학업중단 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퇴·유예 등 학교 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에게 2, 3주 숙려기간을 주고 위(Wee) 센터, 대안교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거나 진로적성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 증가가 보여주듯 별 효과가 없다. 학교에서 학업 중단 숙려제나, 검정고시 준비 등 학습 관련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해 자발적인 학업 중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기 청소년이나 문제아라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소년의 권리인 교육적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면 안 된다. 어떤 길을 택하든 학습권을 보장받고 사회 구성원으로 잘 자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지원 대책은 부족하고, 만들어놓은 지원방안 마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니 문제가 많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23개 대안교육위탁기관이 학업 중단 학생들의 학력 지원 등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별로 기관이 충분하지 않고, 학교폭력과 청소년 상담 같은 유형별 전문성을 갖춘 곳도 적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들을 위한 상담과 학력 인정, 진로탐색 기회 제공 등이 포함된 ‘원스톱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교 밖 교사’ 양성도 절실하다.

[사설] 평택•아산만권 ‘베이밸리 메가시티’, 대한민국 성장동력으로

경기도와 충남도가 평택·아산만 일대를 초광역 경제권으로 만드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실현을 위해 공동 연구에 나섰다. 지역과 정당을 뛰어넘어 글로벌 첨단산업을 선도할 대형 프로젝트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양 도(道)는 지난해 9월 업무협약에 이어 13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해 청사진을 밝혔다. 베이밸리(Bay Valley) 메가시티는 평택·안성·화성·오산 등 경기 남부권과 천안·아산·당진·서산 등 충남 북부권을 아우르는 평택·아산만 일대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대한민국 4차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를 건설,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이끌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평택·아산만 일대에는 인구 330만명, 기업 23만개, 대학 34개가 밀집해 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204조원에 달한다. 이곳은 국가 수출의 21.7%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반도체(아산·평택)와 삼성디스플레이(아산), 삼성SDI(천안), 현대자동차(아산), LG디지털파크(평택), 쌍용차(평택), 기아차(화성) 등의 산업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다. 또 대산 석유화학단지와 당진 철강단지가 포진해 있고, 평택당진항도 끼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천혜의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13일 세미나는 ‘4차 산업혁명의 새 심장, 베이밸리 메가시티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평택·아산만 일대가 우리나라 수출제조업 최대 집적지로 부상한 만큼 기존 주력산업을 보완하고, 신성장산업에 대해선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태흠 충남지사,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 두 지역의 대학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번 공동연구는 10월 최종보고회를 열고, 11월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공동 비전을 선포할 계획이다. 평택·아산만 일대 현황과 여건을 분석해 상생협력 방안과 추진 전략 등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은 올해부터 2042년까지 20년에 걸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장기적으로 경기도와 충남도가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과제가 많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산학연의 적극적인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필수다.

[사설] 대성동마을 주민 외면한 고엽제 보상안/발암물질이 군인엔 붙고 주민엔 안 붙나

대성동마을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남방한계선 이북의 유일한 남측 마을이다. 1953년 8월3일 조성됐다. 특수한 지역인 만큼 불이익이 많다. 아주 기본적인 권리인데도 제한된다. 거주 이전의 자유 제한이 대표적이다. 1년에 8개월 이상을 대성동에서 지내야 한다. 여성이 외지인 남성과 결혼하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아니면 남자가 데릴사위로 들어와야 한다. 이때도 엄격한 자격 심사를 한다. 이런 마을에 또 속상한 일이 생겼다. 주민들의 고엽제 피해 논란이다. 고엽제는 군 작전지역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사용된다. 1960년대 이후 미군이 동남아시아 등에서 많이 사용했다. 한국에서도 남북이 대치하는 DMZ에 사용됐다. 주한미군이 실시한 ‘식물통제계획 1968’이다. 당시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에 근무했던 군인이 피해자다. 미국 보훈처에 보상 기준이 명시돼 있다. 1967년 9월1일부터 1971년 8월31일까지 DMZ 일부 지역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군인이다. 여기엔 미군에 근무하는 한국군 요원, 즉 카투사도 해당됐다. 공교롭게 대성동마을 주민인 김모씨가 여기 포함됐다. 입대 후 카투사병으로 차출돼 대성동마을에서 민사업무를 했다. 50년이나 흐른 2021년에 피해보상 조치를 받았다. 병원 치료 등의 혜택을 뒤늦게 보고 있다. 김씨의 근무지인 대성동마을을 고엽제 피해 지역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마을에 상주하던 다른 주민들의 피해 가능성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안 한다. 법률 규정 때문이다. 미국 보훈처의 보상 기준이 있다. ‘~근무했던 예비역’으로 돼 있다. 우리 정부의 보상 기준도 마찬가지다. ‘~근무했던 군인·군무원’으로 돼 있다. 미국 보훈처의 기준은 이해할 수 있다. 당시 DMZ에 근무한 미국인은 기본적으로 군인이다. 군인(예비역 군인)으로 한정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 기준은 다르다. 군인이 아닌데도 DMZ에서 365일 생활하는 특수한 민간인, 즉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엄연히 있다. 지난 2011년에도 대성동마을에서 고엽제 논란이 있었다. 주한미군이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다. 보건환경연구원이 대성동마을 등의 지하수를 검사했다. 다행히 다이옥신 등의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그때의 연장이다. 당시 확인으로 이뤄진 고엽제의 피해 보상의 기준 문제다. 대성동마을에서 근무한 군인은 보상되는데, 민간인은 보상되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을 고쳐야 한다. 대성동마을은 70년 동안 군사 작전 지역 복판에 있었다. 이 유일한 특수성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황당한 고엽제 차별은 없었을 것이다. 즉시 법령 검토에 나서라.

[사설] 국민의힘 당뇌에는 ‘경기정치’가 없다

경기당심은 대표 경선 때부터 부글거렸다. 시초는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나 전 의원에게 십자포화가 가해졌다. 공세를 주도한 그룹은 친윤이었다. 친윤의 상당수가 영남권이다. 영남권에 의한 수도권 박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빠진 채 본선이 시작됐다. 이번엔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이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의 의중-윤심(尹心)-을 둔 논쟁이었다.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안 의원을 몰아붙였다. 이를 보며 상처받은 경기도민이 많다. 김기현 대표의 첫 당직 구성에 그래서 관심이 많았다. 경기도·인천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 정도 배려는 있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절박함도 있다. 수도권 의석만 121석이다. 전체 300석의 40%다. 경기도 59석, 인천 13석, 서울 49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국민의힘 의석은 17개였다. 현재 완벽히 기울어진 국회가 결국 수도권의 불균형에서 시작됐다. ‘여의도 탈환’의 열쇠는 곧 경기도 탈환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빗나갔다.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다. 전략기획부총장에 박성민 의원이다. 울산 중구다. 조직부총장에 배현진 의원이다. 서울 송파 을이다.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은 강대식 의원으로 채워졌다. 대구 동구다. 수석 대변인은 강민국, 유상범 의원이다. 경남 진주을과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박수영 의원이 내정됐다. 부산 남구갑이다. 친윤·반윤을 인사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견해가 많다. 친윤 전면 배치, 과도한 쏠림 현상 등의 주석도 그래서 나왔다. 우리 관심은 다르다. 오직 경기도·인천이다. 살폈듯이 전체 의석의 40%가 몰려 있는 수도권이다. 그중 59석이나 되는 경기도 표밭이다. 여기에 단 한 명의 당직자도 배려하지 않았다. 지명 최고위원 자리를 고사했다는 의원 얘기가 들린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그런 ‘인사 뒷얘기’나 들으며 위로 삼으라는 건가. 경기정치의 권리 주장은 여야 모두를 향한다. 야당인 민주당의 당직에도 같은 기준을 들이댄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미 수도권 중심 정당이다. 늘 경기도 의원이 중심에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그 보답이 돌아갔다. 이재명 후보가 5% 이상 크게 이겼다. 그 후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경기도·수도권이다. 국민의힘만 여전히 경기도와 담을 쌓고 있다. 선거 때 아픔 주고, 당직 배정에서 소외시킨다. 선거전 때부터 걱정했던 ‘영남당 속 경기도 소외’다. 배려 안 해도 총선에 자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경기도 총선은 포기했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배려할 깜냥조차 없다는 것일까. 어느 경우든 경기도 보수에는 맥빠지는 당직 인선이다.

[사설] 도로를 휩쓰는 정당 현수막,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가

수원역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나 광장에는 각종 홍보를 담은 현수막이 지정된 게시물 설치대에 걸려 있다. 때로는 이런 현수막을 통해 공연, 병원, 부동산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 유용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수막은 관련 법령과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지정된 장소와 시설에만 설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유독 정당 현수막은 예외로 아무 곳이나 설치해도 되기 때문에 도로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 최근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걸려 있어 도로의 미관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13일 인천 연수구에서 20대 여성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과거에도 정당 주요 행사나 정책을 홍보하는 경우, 유권자들이 잘 볼 수 있는 도로에 정당 현수막을 걸어둔 사례는 자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도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정당 현수막으로 도배를 한 것과 같은 ‘정당 현수막 홍수시대’는 아니었다. 더구나 현수막에 적혀있는 내용은 상대방 정당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거나 또는 막말 수준의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경우가 많다. 정당 현수막 설치에 대한 규제가 이렇게 풀린 것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이 대표 발의해 통과된 옥외광고물관리법(8조)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지자체 허가 아래 지정된 곳에만 걸릴 수 있었던 정당 현수막이 아무 곳에나 15일간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관련 법 개정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여야가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현수막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요망된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설치로 신호등이나 가게 간판을 가리고 운전자들의 시야를 분산시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영업에도 지장이 크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일부 지자체는 조례 개정을 통해 이를 규제하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6일 국회와 정부에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울산시 역시 5개 시·군과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막기 위한 세부 기준 마련을 행정안전부에 공동 건의한다고 말했다. 정당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승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이나 하면서 도로의 공해로 등장한 정당 현수막은 관련 법규나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해결책을 강구해야 된다. 국회가 관련 법규를 마음대로 개정해 오히려 정치공해를 유발하는 잘못된 정치 행태는 정당은 물론 국회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사설] 용인시의회, ‘개(犬)’싸움 하고 있다

사달은 지난달 9일이었다. 민주당 의원이 ‘갈등 예방’ 등 관련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모 의원이 지난해 처리된 ‘시설 개방’ 등 관련 조례개정안을 언급하며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또다시 압력을 행사했다”며 “시의원들은 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며 그들에게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문제 삼았고 결국 윤리위에 회부했다. ‘스스로 시의원의 격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스스로’라는 표현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김 의원의 발언에는 본인에 대한 자조도 포함된다. 부적절 논란은 있으나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도 있다. 시의원의 공천은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달렸다. 시의원의 ‘정치적’ 생살여탈권은 국회의원이 쥐고 있다. 대개 그렇다. 현 실태에 자조를 섞은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리위에 회부되면서 상황은 심각하게 가는 중이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달 25일 일단락됐었다. 시의회 의장과 양당 대표, 당사자 의원 등이 다 모였다. 용인시의회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지도부 회동이다. 여기서 윤리위 회부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이 공개됐고 지역 언론을 통해 시민들까지 다 알려졌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이 윤리위 회부로 바꾸었다. 지도부 합의를 무색케 할 ‘어떤’ 사정 변경이 있었다는 얘기다. 시의장·양당 대표 합의까지 뒤집은 사정 변경의 힘, 뭘까. 이제 곧 윤리특위의 조사는 시작된다. 당연히 ‘충견’ 자체가 판단의 중심은 아닐 것이다. 징계를 안 한다고 시의원은 개(犬)라는 표현이 옳은 것은 아니다. 징계를 해야만 시의원이 사람(人)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발언의 내용과 의미를 살피는 조사가 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련의 조례개정안 처리 과정이었다. 거기서 김 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압력’을 언급하며 ‘시의원 충견’으로까지 이어갔다. ‘충견’의 출발이 ‘국회의원 압력’에 있슴이다. 압력이 없었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시의회 명예실추다. 반대로 압력 등 사실이 있었다면 흔하게 보는 정파 간의 논쟁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국회의원의 압력 여부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조사부터 철저히 이뤄지고 그 결과가 공개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유무’도 모두에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이런 싸움을 봐야 하는 용인시민들이 안쓰럽다. 안 그래도 현안이 산처럼 쌓인 용인시 아닌가. 출퇴근 길 만성 교통 체증, 아직도 복구 중인 홍수 피해 현장, 감감무소식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런 현장을 뛰고 마땅한 대안을 내야 할 게 용인시의회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개 싸움’을 하고 있다. 뭐라고 결론지어야 하나. 이 결론은 시민에게 열어 둘까 한다.

[사설] 안산갈대습지 육지화, 시화호까지 망가질 위험 있다

시화호의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안산갈대습지가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육지화되고 있다. 시화호를 살린 갈대습지가 다시 시화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환경오염 우려와 함께 멸종위기생물의 서식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인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됐다. 갈대 등 수생식물을 이용해 생활 오폐수·축산 폐수 등을 처리하는 자연정화 방식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68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7년 착공해 2005년 12월 완공했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로, 면적이 103만8천㎡(31만4천평)에 이른다. 2014년 4월 관리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로 이관됐고, 안산시의 경우 2020년 안산환경재단이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안산갈대습지는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을 관찰할 수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릴 만큼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시화호는 갈대습지 조성으로 생명의 호수가 됐다. 시화호에는 세계적 희귀새인 저어새를 비롯해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수달, 칡부엉이 등 각종 조류, 식물, 포유동물 등 400여종이 서식한다. 겨울엔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어 진풍경을 보여준다. 그런데 시화호를 지켜주는 안산갈대습지가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며 육지화돼 가고 있다. 이곳이 습지 역할을 못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지 못하게 되고, 동식물의 서식도 위협받게 된다. 생태계의 보고 시화호가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경기일보 기자가 안산갈대습지를 탐사한 결과, 저습지 지역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습지 안에는 2~3m 무성히 자란 갈대 등 습지식물과 토사물 등 부유물이 잔뜩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곳 수위는 지난해보다 60㎝ 정도 줄었다고 한다. 갈대 습지의 육지화는 습지 물이 빠져나가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부유물이 쌓인 채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수달 등의 생물이 잘 안 보인다. 물 공급이 안 돼 습지 역할을 못하게 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기 어렵다. 안산시는 수위를 높이기 위해 용수를 공급하고, 갈대도 순차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미흡하다. 어렵게 살려낸 시화호를 다시 오염으로 병들게 해선 안 된다. 갈대습지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함께 체계적·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 갈대습지 보호를 위해서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멸종위기 생물종의 서식지 파괴와 오염, 불법 수렵행위 등을 막고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는 해법이다.

[사설] 조합장 4명 중 1명, 무투표 당선/이런 선거, 국가가 관리해야 하나

4곳 가운데 1곳이 무투표 당선이다. 혼자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당연히 현직 연임 비율이 높다. 무려 95%에 달한다. 이런 투표를 굳이 국가가 관장해야 하는가.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런 작금의 현실은 문제다. 손을 뗄수 없다면 선거에 관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에서 180명, 인천에서 23명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농협(축협)·수협·원예·인삼 등의 단위조합 대표자다. 조합장은 조합별 생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총괄한다. 그중에도 자체 금융사업에 갖는 권한이 막강하다. 조합원 이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할 만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선거는 무탈하게 끝났다. 탈·불법 선거에 대한 감독이 엄하게 이뤄졌다는 평이 많다. 국가 관리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다. 반면 아주 보기 민망한 모습도 드러났다. 지나치게 많은 단독출마·무투표 당선이다. 경기도에서 42개 조합이 투표 없이 조합장을 냈다. 23.3%다. 인천시에서도 4개 조합이 그랬다. 17.3%다. 경쟁자 없는 선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얘기가 다르다. 무투표 당선이 4개 가운데 1개, 5개 가운데 1개 꼴이다. 단언컨대 이런 선거는 없었다. 겨우 이런 투표를 감독하려고 혈세·공권력을 투입한 건가. 공정성만큼 부각되는 효율성 문제다. 어쩌다 한 번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전국동시조합장선거다. 앞선 두 번째 선거는 2019년에 있었다. 그때도 후보자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 조합이 경기도 28곳, 인천 2곳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개선은커녕, 되레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뒤인 2027년에 또 치러진다. 그때는 ‘무투표 당선 30%’에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고민해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리 이후 개선된 점은 많다. 금품 선거, 부정 선거가 줄었다. 후보나 유권자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길었던 ‘고무신 선거’의 폐습이 사라졌다. 선관위가 다시 손을 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불공정으로의 역주행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4곳 중 1곳에 달하는 무투표 당선을 보고만 있을 일도 아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거 참여 열기를 높여야 한다. 후보와 유권자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점에서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선관위 역할이 꼭 단속과 적발에만 있지 않다.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책무다. 대선, 총선에서의 홍보·안내와 조합장선거에서의 그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특정 집단만의 선거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업무를 관장하는 선관위의 기본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다. 후보자·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한층 배가하기 바란다. 물론 가장 시급한 건 폐쇄된 조합장선거 풍토 개선이다. 얼굴 아는 조합원끼리 정(情)으로 한다는 그들만의 정서다. 그러니 경쟁에 주춤거리고, 변화에 멈칫되는 것 아닌가. 변하기 쉽지는 않은 일이다.

[사설] 반려동물 잔혹사 충격, ‘동물권’ 강화 대책 내놔야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최근 1천200여마리의 개가 사체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6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2, 3년 전부터 유기견 등을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키우던 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 마리에 1만원씩 받고 가져온 것도 있고, 번식장에서 개를 넘겨 받은 것도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그렇게 데려온 개들을 방치하고 굶겨 죽였다. 그 숫자가 1천마리가 넘는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현행법상 동물 생산업자(번식업자) 등이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이를 교사한 경우 형법상 교사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양평 사건의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인데, 개를 데려온 구체적인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고 하지만, 또 한쪽에선 동물을 굶겨 죽이거나 아무렇게 버리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동물 학대 및 유기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반려견 학대와 유기는 공급 과잉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반려동물 생산에 제한이 없다 보니 잉여 동물이 생기게 돼 처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형적인 반려견 생산구조 문제가 큰데도 우리 사회가 이를 눈감아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합법 동물생산업장은 총 2천19곳이다. 동물 생산량에 상한선이 없어 이들 업장에서 한 해 태어나는 동물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여기에 불법 번식장도 있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강아지 공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된 동물이 많다 보니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펫숍 등에서 반려동물을 상업적으로 매매하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 이곳에선 대부분 2, 3개월령의 작은 개와 고양이를 판매하는데 선택받지 못한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양평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반려동물 생산 및 판매 등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의식 부족’이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관련 업체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이력관리제 등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모견 및 종견의 출산 나이 제한, 불법 생산업체 등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세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 반려동물 영업관리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동물권’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반려인 복지·편의보다 동물복지에 초점을 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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