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맹이 없이 지지부진한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

‘아시아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성남시의 판교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 첨단기술 육성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년 조성된 판교테크노밸리가 우리나라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단지가 됐지만 미흡한 게 많다. 경기도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에는 2022년 현재 1천642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입주 기업의 91%가 IT,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업종이다. 판교 제1·2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의 2021년 매출은 약 120조8천억원에 달한다. 이곳에 한국 첨단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남시가 아시아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성남시는 판교권역 특화 구축,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 성남형 바이오헬스벨트 등 3가지 사업을 2024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판교권역 특화사업은 판교를 명실상부한 게임·콘텐츠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 판교 제1·2테크노밸리와 백현지구 등 판교권역을 ‘성남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로 지정했다. 게임·콘텐츠 특구 지정은 전국 첫 사례로, 국내 게임업체의 43%가 몰려 있는 판교를 글로벌 게임·콘텐츠 산업의 중심지로 키워낸다는 목표하에 진행된 것이다. 특구 지정에 따라 각종 규제 특례가 주어졌다. 관련 법령에 따라 게임업체 외국인 직원의 체류기간 연장과 사증 발급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이 주어져 우수인력 확보가 쉬워지고 특허 출원 시 우선 심사 대상이 된다. 또 게임축제나 문화행사 등을 진행할 때 도로점용이 가능하고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축제·행사 홍보와 관련된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이와 함께 판교 제1테크노밸리 환상어린이공원 내에 485석 규모의 ‘e스포츠전용경기장’도 건립하기로 했다. 경기도가 2019년 공모해 선정한 것으로, 도 최초의 ‘e스포츠 경기장’이다. 하지만 시는 e스포츠 산업의 환경 변화, 투입 사업비 대비 낮은 기대효과 등을 이유로 질질 끌다 최근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성남시의 판교 프로젝트 중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특구의 중심축이 되는 e스포츠 경기장 백지화에다, 특구 안에 조성하려던 특화거리도 지지부진하다. ‘판교 콘텐츠 거리’는 삼환하이펙스~넥슨을 잇는 판교 제1테크노밸리 중앙통로 750m 구간이다. 시는 거리 공간을 리뉴얼해 놀이·축제·소통 캠퍼스 등을 구성하고 주말·휴일에도 ‘붐비는 판교’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특별할 것 없는 일반 거리다. 경제와 문화를 아우르는 특구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더니 ‘특구’가 무색하다.

[사설] 대장동 송전탑 지중화, 기다릴 시간 있나/사건종결·이익환수, 다 끝난 뒤엔 늦는다

대장동은 대통령 선거 이후 2년째 정치 싸움터다. 2020년 12월31일 준공 승인이 났어야 했다. 그게 지금까지 7차례나 연기되고 있다. 대장동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등 개인 자산과 관련된 절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도시 기능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 조치도 모두 완비됐다. 본보 취재진이 돌아 본 현장도 그렇다.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전원 신도시 그대로였다. 전체 준공 승인도 대장동 사건을 따라 시간이 되면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송전탑 지중화 문제가 좀 걱정이다. 대장 단지 북쪽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이 있다. 345kV의 송전선로가 일부 아파트를 가깝게 지난다. 사업 초기, 유관 기관 평가에서 ‘전파장해’ 우려가 제시됐다. 성남의뜰도 지중화 이행 방안을 약속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성남의뜰이 돌변했다. 환경부가 성남시를 통해 이행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성남의뜰은 거부했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는 100여m 앞에 선로가 있다. 대장동 송전탑이 갖는 상징이 있다. 대장동 의혹의 한 축이 거대한 법조 집단이다. 검찰총장, 대법관, 검사장 등과 함께 뭉쳐 있다. 그 거대한 집단의 힘이 이 송전탑 문제에도 얽혀 있다. 이를테면 ‘50억 클럽’ 중 한 명인 김수남 검찰총장이 있는 대형 로펌이 태평양이다. 그 태평양이 ‘송전탑 소송’을 맡았었다. 행정심판에서 졌으면서도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은 역으로 고소·고발당했다. 검사 출신들을 위세로 하는 대주민 압박이었다.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인 권순일 전 대법관도 송전탑에서 언급된다. 송전탑이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행히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 부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준공 승인의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송전탑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송전탑 문제를 풀기까지의 기간이다. 우선 대장동 사건의 확정까지도 수년이 걸린다. 부당 이익 환수는 그로부터 또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송전탑 지중화 공사 자체도 72개월 걸린다(성남의뜰 분석). 전체 소요 기간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알 수 없다. 한국전력공사 등이 ‘전파장해’를 경고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을 피해다. ‘철탑 흉물’로 인한 재산권 피해도 있다. 역시 현재 적용되고 있을 피해다. 이걸 5년, 10년 기다리라면 말이 되나. 아파트의 감가상각은 5년만 지나도 달라진다. ‘대장동 송전탑’은 우선 처리해야 한다. 안 해주는 것이 성남의뜰이고, 그 성남의뜰 지분의 ‘50%+1주’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것이고, 그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출자 100%가 성남시 것이다. 성남시에서 도출될 혜안은 없겠나. 대장동 자금이 꽁꽁 묶여 있음을 잘 안다. 그러니 혜안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사설] 실내마스크 해제 임박, 방심 금물 자율방역 철저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다. 파괴적인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대혼란을 겪었다. 공중보건의 위기를 넘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지금까지 전 세계 확진자는 6억7천여만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670여만명이 사망했다. 집계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는 3천만명 가까운 사람이 감염됐다. 사망자는 3만3천여명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감염됐고, 이 중 0.11%가 목숨을 잃은 셈이다. 경기도는 18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809만3천759명에 8천152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백신 접종과 감염을 통한 자연면역 덕분에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방침이다. 착용의무 조정 평가지표 4가지 중 3가지는 달성한 데다 유행 상황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점은 오늘 발표한다. 30일께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2020년 11월 미착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2년2개월 만이다. 실내 마스크 자율화에 많은 국민이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이르다. 의료기관·감염취약시설·대중교통 등에선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4가지 지표 중 백신 접종률은 목표치 미달이다. 고위험군의 40% 정도가 아직 면역이 안 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었는데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마스크의 일상화로 독감과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크게 줄었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에도 자율적인 방역이 필요하다. 2년여 만에 맞는 실내 마스크 자율화가 자칫 재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차를 맞으면서 병원에선 비대면 진료가 느는 등 새로운 의료체계가 도입됐다.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개인 건강관리에 많은 신경을 썼다. 반면 비대면 생활에 갇힌 소통의 단절로 우울증 등이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3.2%에서 2022년 18.5%로 급증했다. 자살 생각률은 4.6%에서 11.5%로 늘어났다. 이제 코로나 사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해 방향을 설정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건의료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고,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사설] 경기도 한 해 1천건 공장화재, 안전강화 선제 대응해야

지난 15일 용인시 이동읍의 고무 공장에서 불이 나 공장 4개동 중 2개동이 전소하고 1개동은 부분 소실됐다. 14일에는 양주시 남면의 섬유가공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염색기계와 섬유원단 등이 타 1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9일엔 포천시 한 상자 제조 공장에서 큰불이 나 23억원의 재산 피해가 생겼다. 이 3건의 공장 화재에서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재산 피해가 컸다. 공장에서의 화재가 끊이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경기도내 공장 화재는 하루 3건 정도 된다. 최근 3년간 도내 공장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2020년 1천179건, 2021년 1천132건, 2022년 1천113건으로 총 3천424건에 이른다. 이 중 공장 규모가 5천㎡ 이하인 소규모 공장에서 많이 발생했다. 2020년 784건(66.4%), 2021년 738건(65.1%), 지난해 755건(67.8%)의 불이 규모가 작은 공장에서 일어났다. 화재로 3년간 181명이 목숨을 잃거나 중경상을 입었다. 공장 화재사고가 빈번한 이유는 안전의식 실종,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낮은 안전의식, 시설의 노후화, 안전관리 부실 등이 주된 원인이다. 소규모 공장일수록 근로자들이 화재 예방 및 대응 요령에 대해 잘 모른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화기 사용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방당국의 소방시설 점검·단속도 중요하지만 화재예방을 위해 소방장비 사용 방법 등 안전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경기지역엔 소규모 공장이 밀집된 곳이 많다. 섬유·비닐·플라스틱 등 가연성 높은 재료를 취급하는 곳이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으로 번지거나 수십,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 매년 1천건 넘는 화재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핵심은 처벌보다 예방이다. 안전과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화재로부터 안전한 일터 환경 조성을 위해 ‘소방안전 The 3대 캠페인’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캠페인은 소방안전 서비스 지원을 강화해 화재를 막아 피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소방본부는 용접 등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한 작업장 주변 정돈, 화기 작업 시 3m 이내에 소화기 근접 배치,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 휴대용 비상 조명등·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지원, 다국어 표기 화재 안전 리플릿을 통한 홍보를 하기로 했다. 영세한 공장 내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등 환경이 열악한 숙소 200곳을 선정해 소화기 400개, 주택용 화재경보기 800개 등도 보급한다. 화재 예방은 소방당국의 노력만으로 안 된다. 공장 사업주 및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방설비 갖추기, 소방 안전점검과 관리, 화재 상황에 맞는 대처 등 선제 대응해야 한다.

[사설] 핵심기술 국외 유출, 산업간첩죄 적용 엄벌해야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은 기업 생존은 물론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대한 범죄다.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규제와 단속을 해도 기술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법과 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인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16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세메스 전 연구원 A씨 등 2명과 기술 유출 브로커 B씨, 세메스 협력사 대표 C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세메스를 그만두고 2019년 다른 회사를 설립한 뒤 2021년 6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도면을 C씨로부터 취득해 이를 브로커 B씨를 통해 중국에 유출한 혐의다. 협력사 대표 C씨는 A씨에게 도면을 넘겨주는 대가로 A씨로부터 38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로커 B씨는 16억원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다. 초임계 세정장비 기술은 반도체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국가 핵심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빼돌린 행위는 국부를 유출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기업과 국가에 치명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핵심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핵심기술 해외 유출은 36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이 중국에 앞서가는 분야가 다수다. 피해 추정액이 22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 유출로 인한 국부와 산업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하면 한국이 초격차를 유지해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몇 안 되는 분야마저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 문제는 많다. 기술을 유출하다 적발돼도 실형으로 처벌받는 건 10명 중 1명에 그친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1심 공판 81건 중 28건(34.6%)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집행유예 32건, 재산형(벌금 등)과 실형은 각각 7건과 5건에 불과했다. 한국은 산업기술 유출 범죄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 같은 범죄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기술유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기술유출 방지와 중요 물자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했다. 대만은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경제간첩죄를 적용한다. 미국도 ‘경제 스파이법’을 통해 국가 전략기술을 유출하다 걸리면 간첩죄로 가중 처벌한다. 우리도 국내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사설] 검찰, 이재명 소환은 28일로 끝내라

‘이재명 수사’를 대하는 민주당 전략은 늘 일사불란했다. 침묵과 반발이 하나된 목소리로 나왔다. 이런 모습은 검찰의 두 번째 소환 통보에도 나타난다. 소환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16일이다. 이 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변인, 비서실장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하루 뒤인 17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야당 대표 악마화’ ‘때려 잡기’ ‘집단 린치’ 등 표현이 동원됐다. 이 대표의 검찰 출두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2차 소환의 혐의를 보면 이렇다. 대장동 개발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었다. 최종 결정권을 이 대표가 행사했다. 민간업자들에게 4천40억원의 수익을 챙기게 했다. 그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배임의 죄가 있다. 여기에 측근들의 금품 수수도 있다. 2013년 위례신도시 사업도 문제다. 정진상 당시 비서관이 성남시 내부 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미리 흘렸다. 이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되게 했다. 여기에도 시장인 이 대표 관여가 있다. 이게 검찰 시각이다. 이 대표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사실 지금껏 알려진 의혹의 상당수는 검찰발(發)이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정황, 진술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출두는 이 대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자기 주장 표출의 무대인 것은 맞다. 11일 출두에서 그는 ‘당당히 임하겠다’고 했었다. ‘당당함’의 정치적 평가는 달랐다. 미리 준비된 서면을 제출했음을 보는 해석의 차이다. 그래도 이 대표가 얻은 것은 있다. 이번에도 출두해서 진술하는 게 맞다. 우리가 펴려는 주장은 이보다는 검찰을 향한다. 이 대표 추가 소환은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28일이 마지막 소환이어야 한다. 첫째 이유는 정치적 위치다. 야당 대표 소환이다. 필연적으로 국론 분열을 가져온다. 1차 소환 때 성남지청 앞이 그랬다. 대한민국 국론 분열의 현장이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대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성남지청보다 크다. 관심의 대상도 넓다. 더 큰 분열의 장이 될 것이다. 소환의 횟수만큼 느는 건 사회적 갈등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국민의 법 감정이다. 특히 피조사자들의 감정이다. 2020년 법무부가 ‘인권수사 제도개선’을 만들었다. 그 핵심에 피의자·참고인 소환 제한이 있다. 가급적 소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감옥에 있는 재소자 소환까지도 가급적 제한하기로 했다. 야당 대표를 떠나 평범한 피의자 인권에 관한 얘기다. 여기에 자꾸 소환해서 얻을 수사 실익도 없다. 열 번 부른다고 인정할 이 대표가 아니다. 괜히 ‘야당 망신 주기’라는 비난만 커진다. 복잡한 대장동·위례 개발의 실체를 어찌 예단하겠나. 단지, 그 수사의 바람직한 갈무리를 권해 보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출두해야 맞고, 그게 일반 국민의 자세다. 검찰은 소환을 최소화해야 맞고, 그게 인권 검찰의 자세다.

[사설] ‘원톱 친윤’ 장제원의 도 넘는 오만·막말/수도권 민심, 尹정부에서 떠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심리적 경계선으로 불리는 40% 아래다. 리얼미터의 1월 2주 차 여론조사다. 긍정 평가가 39.3%, 부정 평가는 58.4%였다. 직전 조사보다 긍정 평가는 1.6%포인트 하락, 부정 평가는 2.5%포인트 상승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12월 3주 차 조사에서 41.1%를 기록한 뒤 41.2%, 40.0%, 40.9%였다.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5주 만이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내용이 있다. 특정 여론조사 기관의 특정 시기 여론조사다. 근소한 증감에 부여할 의미는 한계가 있다. 이를 과하게 기준 삼으려는 논리는 옳지 않다. 그렇더라도 여론의 흐름을 뽑아낼 유일한 과학적 접근인 것만은 맞다. 그래서 찾게 되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리얼미터 측은 이번 지지도 하락 이유를 ‘대통령실과 나경원 갈등’이라고 밝혔다. 이 주장의 근거가 13일 일일 지지도다. 나 전 의원과의 갈등이 최고점에 달한 그날, 38%로 가장 낮았다. ‘나-친윤’ 갈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다양하게 감지된다. 보수성향 유튜버 상당수도 이 문제에 부정적이다. ‘대통령 속 좁은 행보’ ‘친윤 의원의 과한 설침’ ‘당의 균형감 잃은 운영’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 없이 추종하던 우군들이다. 여기에 일부 당원들의 우려도 표출된다. 수도권 쪽에서 불거지는 목소리가 많다. 김용남 전 의원은 ‘영남 대부분인 현역들이 김기현 의원에게 쏠렸다. 수도권 본선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친윤의 전횡이 이래도 되나 싶다. 따지고 보면 친윤이랄 것도 없다. 장제원 의원 한 사람이다. 나 전 의원을 세차게 몰아세운다. 흡사 상대 정파를 대하듯 모욕적이다. ‘고고한 척하는 행태’ ‘반윤의 우두머리’ ‘얄팍한 지지율’ ‘헛발질 거듭’.... 여기에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편파 관리도 논란이다. ‘친윤 반윤 단어를 없애자’면서 ‘대통령 공격할 시 즉각 제재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사의’를 표명한 나 전 의원을 굳이 직위에서 ‘해임’했다. 우리는 수도권 보수를 걱정한다. 2020년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경기는 민주당 51, 통합당 7, 정의당 1이었다. 인천은 민주당 11, 통합당 1, 무소속 1이었다. 수도권을 대변할 현역 의원이 거의 없다. 앞선 김영남 전 의원의 분석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영남당에 가깝다. 막강한 영남 위력이 대표 선출을 휘젓고 있다. ‘친윤’ 장제원 의원이 칼을 휘두르고, ‘윤심’ 대통령실은 보조를 맞춘다. 지금이 이럴 땐가. 코로나 후유증이라지만 경제가 최악이다. 책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시민 159명이 압사했다. 무너진 안보 의식이라지만 대통령실 하늘이 적에 뚫렸다. 한창 박수 받을 정권 초인데 대통령 지지율 30%대다. 이런 성적표를 놓고도 측근 놀이 하고 싶은가. 친윤 완장 차고 군기 반장하고 싶은가. 안타깝다. 계속 이렇게 가면 수도권 민심이 떠날 것임을 왜 모르나. 수도권 공천장이 낙선 보증서가 될 수도 있음을 왜 모르나.

[사설] 시신 방치 ‘백골 연금’이 우리에 왔다/이 ‘참상’의 실태부터 확인하고 가자

일본에서는 2010년대 일이었다. 최고령이라던 가토 소겐(加藤宗現)씨가 발견됐다. 30년 전에 사망한 백골 상태로 집에 있었다. 연금 수령을 노린 유가족들의 짓이었다. 놀란 일본 정부가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도쿄 최고령 113세 할머니, 후쿠시마현 102세 할머니 등 300여건이 확인됐다. 이른바 ‘백골연금’이라 불린 허위 생존이다. 장수대국 일본의 자부심이 무너졌다. 노인연금 정책의 근간이 흔들렸다. 그 비극이 한국에 왔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79세 여성인데 사망한 지 2년4개월 됐다. 숨진 여성의 딸(47)이 방치해 오고 있었다. 목적은 연금 수령이다. ‘2020년 8월 엄마가 사망했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그후 매월 30만원씩 28회 연금을 받았다. 관할 구청의 방문 조사는 없었다. 홀몸 어르신이 아니라고 봐서다. 방문 관리 등이 요구되는 사례 관리 대상은 장애인 또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딸의 행위는 심각한 범죄다. 경찰이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알고 가야 할 뒷얘기는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다. 숨진 여성은 지난해 4분기 수급권 확인 조사 대상이었다. ‘부정수급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대상자’를 추려 조사하는 절차다. 지난해 6만7천여명이 대상이었다. 공단이 숨진 여성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 등을 봤다. 70세 이상 고령인데도 2년간 진료 기록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외부 가족 등에게 탐문을 했고 결국 현장이 확인된 것이다. 시의적절한 조사와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점이다. 5년 전이던 2018년, 이미 이런 분석이 있었다. 사망 후 서류로만 살아 있는 ‘유령 국민’이다. 2016년 기준으로 연간 4%에 이르고 있다. 공식 통계가 이 정도다. 실제는 더 높았다. 고려대 연구팀 조사 결과는 8%를 넘고 있다. 사망 후 한 달을 넘기면 지연 신고다. 1년 이상 지연 신고율이 중요한데, 이 역시 당시 연평균 3.2%를 넘기고 있었다. 신고 1개월 초과 과태료 5만원 대신 돌아갈 복지 혜택이 수백만원이다. 현금 복지와 가난이 맞물리는 필연이다. 유혹은 현실이고 시도는 세태다. 그 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에서 작동될 사회적 논의가 있다. 십수년 전 일본은 이런 걸 했다. 노인 안부 확인 정례화, 연금 수급 시스템 개혁.... 그때 제일 선행한 조치가 전(全) 일본 지자체의 ‘백골연금’ 실태 조사였다. 그리고 그 결과의 적나라한 공개였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백골연금’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더라도 다 밝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맞는 대책이 나온다. 우리에게 맞는 확인 방법, 우리에게 맞는 수급 방식, 그리고 우리에게 맞는 사망신고제도 개선까지.

[사설]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 조속 확정해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도 예산안에 ‘경기남부국제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으로 2억원이 책정됨으로써 추진에 물꼬를 트게 됐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공항시설법을 기반으로 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의 후속 조치로 경기남부국제공항의 사업성을 조사할 전망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경기 남부국제공항의 사업성이 나올 경우 국토교통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밟을 것이며, 예타 통과 시 경기 남부지역에는 공항 신설이 유력해진다. 이미 2021년 9월 국토부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 ‘경기남부 민간공항’을 명시한 채 이를 확정,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경기국제공항은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경기 남부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경기국제공항 건설 문제는 지난해 실시된 대통령선거는 물론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에서 단골 메뉴와 같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 공약집에 우선순위가 됐을 정도로 관심이 많은 지역 현안이다. 특히 경기국제공항은 수원군공항 이전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이다. 즉, 경기국제공항이 대구통합신공항처럼 군과 민간 통합 형태로 건설될 수 있으며, 이에 건설비용 절감, 효용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본보에서 수차례 지적했고 본보(1월13일자) ‘경기이슈&현장을 가다’에서도 주장된 바와 같이 경기남부공항의 조속한 건설은 불가피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2040년에는 수용 부족 규모가 무려 386만명으로 측정되며, 김포국제공항 역시 2040년에는 139만명의 수용 부족이 측정되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의 공항 포화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굴지의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항공 운송 수단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지난 2021년 아주대 산업협력단 등이 수행한 ‘경기남부국제공항 항공 수요 분석 용역’에서도 경제성 효과가 충분한 것으로 조사,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경기도는 지난해 말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을 설치, 공항건설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제공항 건설을 핵심공약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수원특례시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최근에는 화성지역 시민단체와 대학들도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특례시, 화성시는 물론 중앙정부와 적극 협력해 경기 남부지역의 항공 수요 충족과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의 조속한 확정에 진력해야 한다.

[사설] ‘국토부와 경기·인천·서울’ GTX 협의회/경기도와 시군 간 GTX 협의회도 만들라

2023년에 해야 할 GTX 주요 절차가 있다. 기관 입장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업무다. A노선에는 재정구간 종합시험운행 착수 및 민자구간 터널굴착이 있다. 올 하반기에 끝내야 한다. B노선에는 재정구간 설계 착수와 민자구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있다. 모두 올 1월에 해야 한다. C노선은 민자적격성 검토 완료를 올 2월에, 실시협약 체결·착공을 올 하반기에 해야 한다. 연장 신규 사업의 방안도 6월까지 정리해야 다음 절차로 간다. 2023년이 그만큼 GTX 사업에는 중요하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단계마다 넘어야 할 난제가 많다. 그걸 푸는 게 관건인데 각 사업의 구간별 희망 주체가 다르다. 선거에서 GTX 공약이 봇물을 이루며 복잡해졌다. 공약이 많아지며 거대한 GTX 거미줄도 생겼다. GTX라는 교통망은 기본적으로 광역교통 행정이다. 경기, 인천, 서울 어느 한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안 된다. 서로 협력하고 토론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안별로 만나 풀었다. 그러다 보니 더뎠다. 이견을 좁혀 볼 기회도 없었다. 그걸 해볼 협의체가 오늘 출범했다. 경기도, 인천시, 서울시와 국토부가 함께하는 ‘국토부·지자체 GTX 협의회’다. 각 기관의 국장급이 참석하는 기구로 1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협의회의 첫 회의가 철도공단 수도권 본부에서 열렸다. 3일 발표된 올해 국토부 업무보고의 후속 조치다. GTX라는 단일 사업을 목적으로 수도권 3개 광역지자체에, 국토부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는 처음이다. GTX는 너무 펼쳐 놓은 측면이 있었다. 복잡한 과정을 풀어가야 하는데 구심점이 없었다. 국토부가 중심인 것은 맞지만 지자체 협조도 절반 이상이다. 공정 하나 풀어가는 데도 기관 관계자들이 수없이 오갔다. 이제 문제를 정기적이고 집중적으로 풀어갈 기구가 생긴 것이다. 분기별 회의가 원칙이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모일 수 있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시는 GTX 전문 창구를 얻은 셈이다. 아주 잘됐다. 국토부의 판단과 실천을 평가한다. 바람이 있다. 경기도·인천시와 시군과의 협의 창구다. GTX의 진짜 현장은 시·군이다. 그 목소리를 경기도·인천시가 늘 파악해야 한다. 출범한 국토부 중심의 GTX협의회를 확장·응용하면 될 것이다. 이를테면 GTX A노선은 파주시에서 화성시까지 간다. 경유하는 시·군과 경기도가 협의회를 만들면 된다. 인천시도 GTX와 연계된 구와 시 간의 협의회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시군-광역-국토부’로 이어지는 온전한 GTX 합체가 될 것이다. GTX의 완성은 10년, 그 이상 걸리는 사업이다. 지금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어느 행정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광역철도교통에 대한 관심은 그중에도 워낙 특별하다. 특별한 관심에 특별히 보조를 맞춰 가는 것도 행정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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