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킨텍스 사장 선임에서 협치정신 봤다

킨텍스(KINTEX) 신임 대표이사에 이재율씨가 선임됐다. 신임 이 대표이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관료 출신이다. 경제투자실장, 경제부지사 등에 이어 행정1부지사를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청와대 등의 요직도 거쳤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킨텍스와의 인연이다. 경기도 정책기획관 시절 킨텍스 유치의 당사자였다. 대통령 지휘보고, 당정협의회, 국회청원, 범도민대회 등을 모두 기획하고 추진했다. 그 결과로 1999년 고양에 킨텍스가 자리했다. 이번 경쟁 과정에는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많았다. 인천지역을 연고로 하는 중견 정치인 후보도 주목 받았다. 3선의 풍부한 중앙정치 경험과 행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킨텍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와의 연고 등에서 이재율 후보에게 점수가 갔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지금 ‘모처럼의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했던 게 있는데, 김동연 경기도의 선택이다. 이재율 대표이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 진영에 있었다. 국민의힘 대표 공약인 ‘과표 3억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100% 감면’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 만큼 경기도가 선임 과정에서 보여줄 입장이 관심이었다. 킨텍스 지분 구조는 독특하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3.74%, 코트라가 32.52%다. 3개 기관의 결정 권한이 정확히 3분의 1씩이다. 그래서 경기도를 봤다. 후보를 낼 것인지와 이재율을 품을 것인지였다. 현재 공석의 원인은 전임자의 구속이다. 전임자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출신이다. 경기도가 추천한 인사였다. 공석에 이른 책임이 도에 있다. 경기도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 자세’로 풀이됐다. 도리에 맞는 선택이다. 또 다른 관심은 이재율 후보에 대한 입장이었다. 선거 때 계속 부대꼈던 상대 진영 참모다. 도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이 전 부지사를 지지했다. 돌이켜 보면 김 지사의 협치 선언도 오래됐다. 당선인 신분일 때 국민의힘에 ‘사람’을 요청했다. 인수위에 ‘국민의힘 자리’까지 만들고 기다렸다.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성사된 것은 없다. 그렇게 어벌쩡 해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때 보게 된 킨텍스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다. 상대 정파 인사를 지지해 선임시켰다. 고비의 순간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킨텍스 미래에 대해 공감했다고도 전해진다. 반년 전 했던 협치가 이 모습 아닌가. 이재율 대표이사가 냈던 지원서의 한 대목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쏟아 킨텍스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김 지사가 7월4일 선언한 취임사 끝 부분이다. “경기도 구석구석을 땀으로 적신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하고, ‘구석구석 땀’으로 적시겠다고 한다. 여기에 무슨 차이가 있나. 무슨 정치가 있고. 킨텍스라는 작은 기관에서 모처럼 협치의 본(本)을 본다.

[사설] 국회, 민생 핑계로 정쟁하지 말고 협치정치를 해야

국회는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638조7천276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가 연말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헌정 사상 최초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를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 시한을 넘김은 물론 가장 늦은 22일 만에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불명예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통과된 예산안은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639조원에서 4조6천억원을 감액하고, 야당이 주장한 일부 사업을 반영하고 동시에 정부가 편성한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를 5억1천만원에서 50% 감액하기로 조정하기로 하는 등 여야가 중간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수준에서 최종 예산안이 통과됐다. 여야는 그동안 끝도 없는 정쟁하에 정기국회를 운영해 왔다. 국회는 회기 종료일 9일을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추가 시한을 두 차례 넘기는 등 벼랑 끝 대치를 벌이면서 민생을 핑계로 상대 정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쟁을 계속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다가 겨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여야가 국민 여론에 못 이겨 중간선에서 적당히 합의해 처리한 새해 예산안은 예산 본래의 취지가 상당히 변색했다. 헌법은 예산안을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는 심의해 감액만 할 수 있도록 했으니, 이는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이 책임성 있게 새해 정책을 운용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인 민주당은 169석의 힘으로 집권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산의 골격까지 변경시키면서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발목을 잡았다. 정책 운영 결과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견제를 넘어 국정을 방해하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아직도 야당이 지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행태라고 본다. 여당과 정부 역시 정치력 부족으로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야당에 끌려 다닌 것에 대해 자성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도록 뒷받침하지 못하는 책임을 야당 탓으로만 볼 수 없다. 여당과 정부는 더욱 포용력을 가지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올해 실시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팬덤정치로 인해 오히려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해 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는 근로기준법 등 아직도 처리해야 할 민생 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다. 남은 회기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은 그만하고 협치정신을 발휘, 국민을 위한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사설] 관심은 대장동 뇌물에, 소환은 성남FC로/검찰의 의도된 성동격서式 수사일수도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해를 넘길 것이라던 다수의 예측보다 빨랐다. 통보한 수사 주체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이다. 그동안 관심의 초점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다. 혐의는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수수다. 역시 언론이 보도하던 대장동 뇌물 의혹이 아니다. 이렇듯 시기, 주체, 혐의가 통상의 예측과 많이 다르다. 그저 수사 진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까. 수사를 대비해야 하는 이 대표 측이 적잖이 당황할 법도 하다.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의 얘기다.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 이후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민원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 등의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다. 이번 소환 통보를 보며 정치권 일각의 소위 ‘순차적 기소설(說)’을 생각하게 한다.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한 기소 순서 예측이다. 설에 따르면 기소는 선거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배임 순이다. 이 순서로 기소되면서 점차 총선 정국이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금 세인의 관심인 대장동 뇌물 수수 의혹은 이 순서에 들어가 있지 않다. 입증이 쉽지 않고, 굳이 무리하게 기소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검찰의 이번 ‘성남FC 소환 통보’는 이상할 게 없다. 설에 나온 대로다. 오히려 이런 순서에 혼란을 갖게 한 작금의 수사 흐름이 이상했다. 결과적으로 성동격서(聲東擊西)가 됐다. ‘동쪽을 말하고 서쪽을 친 수사’다. 겉으로 흐름은 분명히 대장동 뇌물에 비중이 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환을 통보한 것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이다. 여론이 서울중앙지검을 향하는 동안 소환 준비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한 편에서는 선거법 재판 진행도 밀도는 높여 가고 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이 대표가 모른다고 허위 진술했다는 것이 공소 사실이다. 유동규씨가 출소 이후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아마도 검찰이 이 부분을 재판 증거로 추가하지 않았을까 싶다. 검찰이 최근 고 김 처장 유족을 이 대표 선거법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출소한 유동규·남욱의 진술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뇌물 등 돈 흐름에 대한 진술은 전언이거나 추론이 많다. 이보다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다’는 증언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무게를 실어가는 진술이다. 결국 다음 기소는 대장동 의혹의 배임죄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대표 측이 ‘대장동 뇌물 없다’는 소명에 매달리는 동안 검찰은 ‘뇌물 뺀 다른 사건’에 집중해온 것 같다.

[사설] 하준이법 유명무실, 경사면 주차 안전위협 막아야

경사진 곳에 주차하는 차량들이 많다. 지역마다 주차장이 부족하다 보니 경사면까지 이용해 주차를 하게 된다. 주차면이 그려져 있는 곳도 있고, 불법 노상주차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적법, 불법을 떠나 경사면에 주차할 때는 고임목으로 차량을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이 미끄러져 종종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의무화한 일명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준이법은 2017년 10월 과천시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량에 4세 최하준군이 부딪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9년 법 개정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경사진 곳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해야 한다. 위반하면 6개월 미만의 영업정지 또는 300만원 미만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다. 법 시행 이후에도 경사면에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져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상당수 운전자들은 경사면 주차 시 의무적으로 돌멩이나 고임목 등으로 바퀴를 고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평소 갖고 다니지 않으면 그런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소한 앞바퀴를 돌려 주차라도 해야 덜 미끄러지는데 이마저도 잘 안 지킨다. 주차 관리자 등이 고임목 도구를 갖추거나, 경사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안 지키는 곳도 있다. 고임목함이 구비돼 있어도 운전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할 정도다. 고임목 없는 차량들은 언제든 아이들과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화물차 등 중량이 무거운 차량과 오래된 차량은 제동력이 떨어지는 데다 눈이나 비가 내려 도로가 젖어 있으면 본래 제동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경사로 사고 대부분이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운전자들이 하준이법을 제대로 알고 지킬 수 있게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경사진 주차장 주의사항’ 안내판과 고임목함 설치도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308곳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차장은 올해 말까지 안전설비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라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어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 모호한 법이 문제다.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경사진’이란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경사 각도부터 고임목의 개수, 종류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추상적이다. 때문에 법 준수도 그렇고, 단속 기준이 애매하다. 법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

[사설] 道, 비위 공무원 ‘공직에 남기 어렵게 한다’

다시 입에 담기도 불편한 일련의 공직자 비위가 있다. 7억원 상당의 마약을 밀반입하려던 공무원이 호주에서 체포됐다. 경기도 소속이다. 여자 화장실에 몰래 잠입해 촬영하던 공무원이 걸렸다. 경기도 소속 별정직이다.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간부 공무원의 비위가 폭로됐다. 그 역시 경기도 소속이다. 몇 년에 한 번, 어쩌다가 한 명 있을 법한 황당한 비위다. 이런 일들이 올해 경기도청 주변에서 연이어 일어났다. 한때 ‘경기도’ 연관 검색어가 ‘마약’이었다. 김동연 지사의 관련 입장이 11월 중순에 있었다. ‘지사인 저의 책임’이라며 도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건별로 요구되는 후속 조치도 밝혔다. 성비위 피해자를 위해 가해자와 즉시 격리했고, 비위자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했고, 입건된 경우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 도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한 입장이고 조치였다고 본다. 그때 남겨 놓은 약속 하나가 있다. “무관용 원칙으로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도록 하겠다.” 그 계획이 공개됐다.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음주운전,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를 3대 비위로 규정했다. 직위·이유 불문 일벌백계를 선언했다. 높은 징계 수위와 벌칙(패널티)까지 마련했다. 비위 행위자에 대해 최고 양정 징계 의결을 요구키로 했다. 또 징계 이력을 관리해 승진을 제한하기로 했다. 3년 동안 휴양포인트도 주지 않고, 성과 상여금과 포상 등도 제한하기로 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이를 명문화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경우 비위 공직자가 공직에 계속 남아 있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비위 예방을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그중 ‘기관별 감찰 책임전담제’가 눈에 띈다. 최근 발생했던 비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마약 공무원이나 성추행 간부 공무원 등이 모두 산하·공공기관에 근무 중이었다. 현실적으로 공간적으로 본청의 시야에서 벗어난 근무 형태다. 본청의 관리도, 해당 기관의 관리도 받지 않는 신분에 있었다. 기관별 감찰 책임전담제는 이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기관 내부까지 촘촘히 보겠다는 뜻이다. 일반 공직자들의 청렴 교육과정을 단독 교육과정으로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일반 교육과정에서 하나의 과목으로 편성돼 있었다. 승진할 때는 이 교육을 의무이수제로 채택했다. 신규 입직부터 퇴직 시까지 공직 생애 주기별 청렴 교육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별정직·임기제 공무원도 예외가 없다. 신규 입직 시 임용 1개월 이내에 ‘입직자 초심청심(初心淸心) 교육’을 실시해 청렴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이런 내용을 ‘공직자 공직 기강 확립 추진 계획’에 담았다. 도와 소속 공공기관에도 배포했다. 그 취지를 최은순 경기도 감사관이 설명했다. “비위 공무원은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고, 모든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교육을 일상화해 청렴의식을 고취시키겠다.” 김 지사의 청렴 약속을 한 달 만에 구체화하는 구상이다. 내용, 대상, 의지가 다 좋다. 여기에 굳이 더 할 평은 없다. 이제는 실천이다. ‘2023 경기도정’의 견인차가 바로 ‘경기도 감사팀’이다.

[사설] 사고 배상책임 있다, 내 집·상가 앞 눈 치워야

어제 수도권에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오늘부터 성탄 전야까지 다시 한파가 몰아친다고 한다. 폭설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곳곳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제설팀은 비상이다. 공무원이 대거 동원돼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간선도로 등 큰 도로는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의 제설작업으로 통행에 큰 불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면도로나 골목길은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거나 얼어붙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빙판길 낙상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눈이 내리면 상가나 주택 앞, 이면도로는 시민들이 눈을 치워야 한다. 각 지자체마다 조례를 제정해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를 독려하고 있다. 경기도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건축물의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 등의 제설·제빙 책임 우선순위와 보도, 뒷길, 보행자도로 등의 눈을 치워야 하는 범위가 담겨 있다. 건축물의 소유자·점유자 등이 스스로 재해를 예방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재해대책법 27조에 근거한 것이다.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는 지자체 행정력이 집 앞 도로나 골목 구석구석까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눈을 치우기 위한 제설장비와 인력,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를 제정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 강제성이 없고, 책임의무도 부과하지 않아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 조례에는 벌칙 규정이 없다. 눈을 치우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집이나 상가 앞에 쌓인 눈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 빙판길 낙상 사고로 인한 법적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2012년 안산시의 한 만두가게 앞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친 시민에게 만두가게 주인이 2천6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5년간 눈길 미끄러짐 등을 포함한 낙상사고가 24만3천480건 발생했다. 낙상사고는 매년 5만건가량 되는데 상당수는 겨울철에 일어난다. 겨울철 낙상사고는 노인들에겐 특히 치명적이다.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아 사고가 날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설작업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관련 법·조례 제정 사실을 모른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주민자치센터 등 곳곳에 제설 도구를 비치해 빌려주는 등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는 나와 지역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시민들 스스로 나설 수 있는 의식과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사설] 전입신고 못하는 불법 원룸, 단속하되 세입자 피해 없게 해야

돈 없는 주거 취약계층은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원룸을 찾게 된다. 대학생이나 신입사원 등 목돈이 없거나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원룸 월세에 사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이들 중 상당수도 원룸에 살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내 1인 가구는 154만가구로 도내 인구의 29.2%에 달했다. 이에 원룸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문제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업무용 오피스텔과 불법 용도변경을 통한 변종 원룸들이 성행한다는 것이다. 임대인들은 원룸 수요가 크게 늘자 불법 용도변경을 통해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 본보가 불법 원룸 실태를 점검했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은 보증금 300만~500만원에 월세가 40만~50만원 선이다. 이 건물은 업무용 오피스텔이어서 주거용으로 쓰면 안 되는데 월세를 놓고 있다. 주거 자체가 불법이라 전입신고는 못 한다. 권선구의 오피스텔도 업무용이다. 하지만 각종 옵션을 갖춰 놓은 주거용 원룸으로 꾸며 세를 받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의 오피스텔도 상황이 비슷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인 이 오피스텔은 150여개 방에 취사시설을 갖춰 놓았다. 인근 오피스텔은 고시원 용도로 허가를 받아 취사시설을 설치했다. 모두 불법인데 주거용 원룸으로 꾸며 월세를 받고 있는 것이다. 건축법상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고시원 용도로 허가받은 건물과 제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에 취사시설 등을 설치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임대인들은 법칙금인 이행강제금보다 수익이 훨씬 크다 보니 불법임을 알면서도 용도변경을 한다. 수익률을 높이는 재테크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변종 원룸으로 인한 피해는 주거취약계층인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전입신고가 안 되는 업무용 오피스텔은 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없어 보증금을 뜯겨도 대응하기 어렵다. 2종근린생활시설이나 고시원 용도 건물은 지자체 단속에 적발됐을 때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취사시설 등의 철거 뒤 불편도 세입자가 감내해야 한다. 또 취사시설을 금지한 불법 원룸은 안전시설이나 소방시설 설치 의무 요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기도 한다. 최근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셋값도 떨어져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가 많아졌다. 전세가가 주택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주택’도 늘어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증했다. 여기에 불법 원룸까지 판치고 있으니 주거약자인 세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불법 용도변경한 원룸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세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 긴급차 불러 타고, 사진으로 정치 홍보/이런 특위가 소방·경찰 호통치려 했나

신현영 국회의원이 이태원 국조위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닥터카 탑승 논란에 대한 책임이다. 신 의원은 “저의 합류로 인해 재난 대응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유족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닥터카 탑승 자체는 국회의원이 아닌 의사로서 충분한 역할과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국조위는 활동도 전에 위원을 교체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신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참사 당일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긴급 출동 차량을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신 의원의 중도 탑승으로 차량 도착 시간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이 차는 다른 긴급 차량보다 20~30분가량 늦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발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현직 의사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의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치과의사인 남편도 동승했다. 응급 상황에서 치과의사는 일반 의사만큼 중요하다. 악안면 중상, 기도 확보 등의 역할이 크다. 신 의원 남편은 마침 구강외과 출신이다. 그러나 이 역시 동승 자격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우리는 세 가지만을 팩트로 전제하려고 한다. 명지병원 긴급차가 출동 중에 신 의원을 동승시켰다는 사실, 현장에는 15분 정도만 있었다는 사실, 그 사이 현장에서의 사진이 SNS에 홍보됐다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실망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 158명이 죽어 나가는 생사의 현장이었다. 어떻게 그곳에 가는 긴급차를 타는 편의를 좇았을까. 어떻게 사진으로 홍보할 생각을 했을까. 참사 현장을 정치에 이용한 ‘구급차 정치’다. 그가 말한 사퇴의 변도 옳지 않다. 시종일관 ‘의사로서의 역할’이라고 둘러댄다. ‘재난 대응에 불편함을 끼쳤다’고 축소한다. ‘진상 파악을 당부드린다’는 주문까지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대목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가 돼야 한다.” 자신은 생명을 살리려 무언가를 하려 했으니 비난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지금 그가 기준 제시하고 있을 때인가. 하나만 맞다. 그날 거기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경찰·소방·행정 공무원들의 구급 활동이다. 이걸 하지 않았다면 책임져야 한다.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은 그래서 구속될 상황에 있다. 다른 하나는 틀렸다. 그날 거기서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었다. 널브러진 참사를 배경으로 삼는 정치 행위다. 이걸 했다면 이 역시 책임져야 한다. 신 의원의 행위가 딱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 분노의 크기는 구속을 기다리는 공무원들을 향한 그것보다 크다.

[사설] 막판에 예산·인사 힘 보탠 경기도의회/이제 과정도 결실도 ‘김동연의 시간’

걱정 많았던 시작과 걱정 사라진 마무리다. 경기도의회의 2022 의정를 마무리하는 평가다. 경기도가 올린 신년 사업비를 통과시켰다. 김동연 지사의 역점 사업비도 인정했다. 앞서 산하기관장 인선도 속도감 있게 처리했다. 해를 넘길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를 씻어냈다. 당초 의장 선출 갈등으로 시작한 의회였다. 지각 개원으로 전국적인 지탄을 받았다. 78석 균형 의회의 비극이라는 비아냥도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은 달랐다. 모든 걱정을 불식시켰다. 2023 예산 등 의결 과정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1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도·도교육청 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전날인 16일은 본회의 마지막 날이었고, 예산안 심사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자칫하면 준예산 체제로 갈 수 있었다. 여기서 의회가 빠른 판단으로 정례회 연장을 결정했다. 엄밀히 따지면 법정 시한을 하루 넘긴 늑장 의결이긴 하다. 하지만 신속한 회기 연장과 처리로 실제 비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본다. 의결 내용도 주목을 끌 만하다.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비를 다 통과시켰다. 또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기회 확대 사업비,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 추가 지원 사업비 등도 의결 확정했다. ‘기회 수도 경기도’의 실현을 위한 5대 기회 패키지 사업비 1조470억원도 통과시켰다. 이 밖에 북부특별자치도, 경기국제공항 건설 사업, GTX플러스 기본 용역비 등도 도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반영시켰다. 이른바 김 지사 역점 사업들이다. 염종현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78 대 78 동수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지만 여야 의원님들 모두가 함께하는 협치의 힘으로 3차 추경안과 내년 본예산안을 의결했다.” 우리도 여기에 보탤 더할 말이 없다. 우려를 불식시킨 책임 있는 의회 모습이었다. 앞서 산하기관장 청문 때도 그랬다. 10개 넘는 기관장 청문을 속도감 있게 처리했다. 지역 언론 등의 장기 공백 우려를 모두 털어냈다. 연말을 맞아 경기도의회가 잇따라 보여준 책임 있는 의정 모습이었다. 예산안 통과 직후 김동연 지사가 이렇게 밝혔다. “내년도 예산은 경기도민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신속하고 고르게 집행하겠다.” 대승적 차원의 결과를 낸 도의회에 대한 심심한 사례가 아낌 없이 표현됐다면 더 좋을 뻔했다. 각설하고, 이제 김동연의 시간이다. 도의회가 만들어줘야 할 큰 틀의 밑그림은 끝났다. 이제 그 위에 ‘기회의 수도’를 만들어가는 일이 남았다. 누가 대신 못할 ‘김동연 몫’이다.

[사설] 국가 채무 1천68조, 국회는 재정 준칙 조속 법제화해야

국가 채무가 연말이면 무려 1천68조8천억원에 달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9.7%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까지만 해도 국가 채무는 660조2천억원이었던 것이 지난 5년 새 400조원 정도 증가했다. 정부가 복지 확대 등 지출을 늘린 탓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확장 재정 기조에 속도가 붙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공공 부문 부채도 문 정부에서 대폭 증가했다. 2017년 1천44조6천억원이었던 공공부채가 2021년에 1천427조3천억원에 달해 약 400조원 증가했다. 이런 통계는 지난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 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 자료에 따른 것으로 공공부채도 역대 최고액이다. 이렇게 국가 채무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국회의 국가 채무 해결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2월 ‘한국형 재정 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에 의하면 2025년부터 국가 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 통합 재정 수지 적자는 3% 이내로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정 준칙 도입을 강조했다. 즉, 윤 정부는 GDP 대비 적자액을 3% 이하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화된 재정 준칙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지난 9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소속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윈회가 개최, 재정 준칙 법제화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당시 안건이 27번째까지만 심의돼 28번째 안건인 재정 준칙은 논의되지 못했다. 재정 준칙 안건이 소위를 통과하더라도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하므로 불과 2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올해 재정 준칙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등으로 복합 경제 위기가 밀어닥치는 상황이다. 수출로 사는 한국은 최악의 수출 부진 상태다. 이에 저출산·고령화, 성장잠재력 하락 등 여러 악조건을 감안하면 갈수록 재정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국가 채무가 급증하게 되면 한국 경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이미 재정건전성 국가가 아니다. 국회는 여야 간 정쟁으로 내년도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 정쟁만 하지 말고 미래 세대의 삶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재정 준칙의 법제화를 서둘러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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