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학교급식

항상 우려했던 학교에서의 집단식중독이 광명시 철산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지난 9일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먹은 초등학생 1백43명이 설사와 복통, 구토 등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불상사는 늘 불안했던 일이 기어이 터진 것이다. 철산초등학교는 지난 96년부터 안양축협, 수협중앙회, 삼신유통, 푸른유통, 서울우유 등에서 재료를 납품받아 영양사 및 조리종사원 등 11명이 1학년을 제외한 1천4백40명에게 자체급식을 실시해 왔다고 하는데 이번 집단식중독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학교급식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었다. 비단 철산초등학교뿐만이 아니라 학교급식은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음식을 조리하는데도, 부패음식 등을 사전에 가려낼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급식시설의 위생점검을 실시해야 하지만 급식담당 직원이 2∼3명에 불과하고 특히 위생상태를 조사할 장비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많은 음식양을 조리하면서도 납품돼온 재료가 부패했는지 아니면 세균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학교가 급식에 따른 위생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들은 가능하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부식을 공급받으려 노력하고 있고, 급식담당직원들은 급식이 시작되면 ‘무사히 하루가 잘 넘어가길 바랄뿐’이라는 원시적인 대책뿐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근본적으로 학교급식문제는 교육청이 급식시설만 세우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안전한 급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도 그 원인이 있다. 특히 위생을 점검하고 사전에 조사할 직원과 장비를 확충해 주지 않은 채 오히려 직급 조정과 관련 보건직을 줄이고 있는 것도 학생들의 급식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학교급식 집단식 중독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학교에 음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부패음식 납품 엄금은 물론 당국의 특별한 위생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자치경찰제’타령

최인기 행자부장관이 지방순시를 통해 벌이는 자치경찰제 뜸들이기를 주목한다. 대구시 방문에 이어 전남지방경찰청 방문에서 또 자치경찰제 실시를 말했다. 경찰청이 마련중인 단일안이 하반기에 이루어지면 내년부터라도 실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자치경찰제가 굳이 필요한 것인지 그 이유를 도시 알 수 없다. 최장관도 이에 대한 확실한 설명이 없다. 그러면서 중앙집권적 권력을 분권화 한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지방분권화를 강조하면서 자치경찰 임명권은 지방에 넘겨주지 않고 정부가 그대로 행사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임명권도 갖지 못하는 자치경찰이 무슨 자치경찰이며 분권이란 것인지 듣기에 심히 해괴하다. 본란은 일찍이 자치경찰제 실시에 몇가지 의문을 표명했다. 현 국립경찰체계를 나누어 특정 계급에 따라 구분, 지방경찰을 만드는 것은 조직관리상 무리이며, 이같은 이원화는 민생치안에 별 도움이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생각인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사는 예산문제다. 최장관부터 걸핏하면 자치경찰제를 들먹이면서 자치경찰의 예산엔 일체 함구하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 자치경찰이란 허울아래 지방예산으로 떠맡길 속셈이 아닌가 의심된다. 경찰청이 경기지방에 영달하는 연간예산은 인건비 및 제반경상비등을 합쳐 2천500억원에 이른다. 전국으로 치면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장비구입비를 제외하고도 이러하다. 우리는 자치경찰제 자체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만약에 국비부담의 경찰운영비를 지방비 부담으로 돌리는 자치경찰제라면 더더욱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경찰조직은 국가조직의 골격이다. 같은 국가조직의 근간인 검찰의 중립화방안은 외면하는 정부가 유독 경찰조직개편을 서두는 것이 이상하다. 선거공약이라지만 잘못된 선거공약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지방경찰제는 이런 것이 아니다. 앞으로 지방예산 사정이 더 나아지면 자치단체가 지역의 보조치안을 위해 경찰인력을 따로 둘 수 있는 순수한 지방경찰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명색이 경찰조직개편을 다루면서 몇몇 책상머리 밀실에서 주물럭 거리는 것부터가 크게 잘못돼 있다. 정부의 자치경찰제 작업은 그만두어야 한다.

구치소의 汚水방류 배짱

도대체 우리 공무원들은 어느 세월에나 가야 환경위기를 제대로 인식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경기도내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의 수질이 날로 악화돼 경종 울린지가 이미 오래 됐음에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가 매일 수천톤의 오수를 수년째 학의천에 방류하고 있었다니 정말 놀랍고 한심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오염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세워야할 의왕시가 학의천 바닥이 오수퇴적물로 썩어가는데도 수질검사는 하지도 않은 채 눈대중으로 기준치 이하라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분통 터질 일이다. 서울구치소측이 지난 87년과 92년 신·증설한 3천500톤 규모의 오수처리시설이 낡아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오수를 그대로 방류할 수 밖에 없다고 한 것이나, 육안으로만 검사하고 수질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한 의왕시의 태도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한마디로 우리 관리들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무지하고 또 의식이 마비돼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창피스럽기도 하다. 의왕시를 관통하는 학의천은 이처럼 오수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방류하는 서울구치소의 배짱과 의왕시의 수수방관속에 악취를 풍기며 먹물같은 폐수로 찌들어 가고 있다. 그 뿐인가. 학의천 하류인 안양천마저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 하천의 수질오염문제는 지금까지 온 국민이 참을 만큼 참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당할 수 없는 한계에 왔다. 아무리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기업이라도 이제 오염배출기업은 당연히 단속대상이 되고 문을 닫게 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공공기관부터 법령을 어기며 오수를 배출하고, 또 행정기관이 이같은 위법사실을 묵인하고 제 할일을 못하면서 그 누구에게 환경기준을 준수하라할 수 있겠는가. 예산부족을 핑계로 정부기관조차 계속 환경기준을 어긴다면 민간의 법규준수는 기대할 수도 없다. 구치소당국은 하루속히 낡은 오수처리시설을 보수하고 정상적인 가동과 함께 시설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의왕시 역시 환경은 전문적인 분야인만큼 관계공무원들의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주먹구구식 행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베를린선언’, 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부당국간협력, 화해협력, 이산가족문제, 특사교환제의는 전문 25조로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돼 있거나 함축된 내용이다. 기본합의서는 남북 최고당국자가 재가, 발효절차를 거친 일종의 조약이다. 선언은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베를린 현지에서 있었다. 그러나 그같은 의의에 충족할 만한 북한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 그해에 예정된 분야별 남북공동위원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이후 지금까지 일관해 오고 있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에 당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들은 대통령이 올들어 CNN회견방송에서 제의한 남북정상회담도 주창준 주중국대사를 통해 거부한 바가 있다. 거부해도 그냥 거부한 것이 아니고 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등 종전의 상투적 주장을 되풀이 했다.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에 한반도만이 유일하게 기존냉전이 계속되는 이중구조속에 있다. 이에 평화, 화해, 협력의 대북정책 기조로 냉전을 종식시키고 싶어 하는 대통령의 뜻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바란다고 해서 저들이 개혁개방의 길로 선듯 나서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흡수통일 배제를 강조해도 빗장문을 여는 것은 저들의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지만 열리기가 어려운 것이 북한의 빗장이다. 하긴, 베를린선언은 뜨거운 감자일 수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북측은 다루고싶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협력제안, 특히 식량증산문제같은 것은 절실한 입장이다. 언젠가는 선택적 사안별 접촉 반응이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건을 붙일게 뻔하다. 가령 연평해전대첩에 유감이나 사과표명 요구를 해오면 정부는 어쩔 것인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근래 김대통령은 유별나게 대북 화해 제스처를 많이 썼다. 베를린선언 역시 발표전에 이례적으로 판문점 적십자연락관을 통해 북측에 내용을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방문에 이어 백남순 외교부장은 베이징을 곧 방문한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모종의 채널이 가동되고 되고있는 징후인지 어쩐지 잘 알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무관하다면 베를린선언은 메아리 없는 일방적 제스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추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문화재보호구역에 골프장?

고양시 원당동 서삼릉 인근에 신설예정인 대중골프장 부지가 문화재보호구역인데도 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 건설이 추진중이라고 한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강매∼원흥간 도로가 골프장 신설 예정 부지를 가로지르게 되자 고양시가 도로의 선형까지 변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골프장이 들어서는 원당동 산 38의23 일대 42만5천700㎡ 한 가운데에 고종황제의 후궁이자 의친왕의 생모인 덕수 장씨 묘역이 섬(島)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서울컨트리클럽이 고양시에 제출한 골프장 신설조감도에는 골프장이 묘를 둘러싸고 있으며 묘역 전체가 1만3천200㎡에 이르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특히 강매∼원흥간 도로가 당초 기존의 한양골프장 일부를 통과한 후 신설예정인 골프장의 6·8홀을 가로 질러 가도록 돼 있었으나 고양시가 골프장을 비켜 축협 유우(乳牛)개량소와 농협전문대 일부를 통과하도록 도로 선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이러한 처사는 문화재보호구역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40년 전에도 서삼릉역 40만평을 훼손하여 한양 서울골프장을 만들었는데 또 다시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것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현재 골프장 부지로부터 반경 1.5㎞ 이내에는 인종·철종 등의 왕릉과 태실(胎室) 등이 있는 서삼릉이 자리하고 있다. 서삼릉은 당초 1백30만평 규모였으나 60년대 이후 골프장, 목장, 군부대, 농협전문대 등 부지로 1백23만평이 잘려나가 현재 약 7만평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고양시가 대중골프장 신설추진을 강행할 경우 특정 골프장의 편의를 봐준다는 의혹을 사게될 뿐 아니라 문화재 보호도 외면하는 것이다. 고양시는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지역이었으며 조선조 시대에는 한양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여서 수많은 고적과 귀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향기 드높은 고장이다. 이러한 고양시가 문화재보호구역에 골프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땅히 재검토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選管委 보강 시급하다

4·13총선의 공정·공명성이 제대로 확보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각당의 공천과정에서 이미 총선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법정선거기간이 개시되기도 전에 탈·불법 선거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이를 단속해야 할 도내 각급 선관위와 일선 경찰의 인력 장비가 크게 부족,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 선거법은 선관위 직원이 위법소지가 있는 사람을 임의동행할 수 있도록 했고, 향응·금품수수 현장에 대한 자료수거권, 검찰의 선거사범 기소 지연에 대한 재정신청권 등 보다 효과적으로 위법행위를 제재할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인력 장비가 부족해 감시·단속활동이 미진하면 법조문이 그렇더라도 공명선거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도내 39개 선관위의 경우 각각 전임직원 5∼8명에 투표구별 특별단속위원 2명이 배속돼 있으나 내근 요원을 빼면 실제 단속요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탈·불법행위단속에 필수적인 비디오카메라나 녹음기 등도 보강안돼 효과적 단속이 어렵다. 이같은 실정은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 도입한 선거부정감시단도 선거기간개시 10일전에 구성토록 규정돼 있어 그 이전의 사전선거운동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당장 단속 인력과 장비를 보충 보강해야 할 것이며, 선거부정감시단도 사전선거운동을 초장부터 단속할 수 있도록 그 구성일정을 조정하는 법개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선거는 법적 제도적 장치나 예산·인원 등의 미비·부족등을 이유로 적당한 관리가 용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이제까지와 같은 내용으로 치러서도 안되며, 누구든 이를 방치해서도 안되는 명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최우선 과제는 새삼 강조할 것도 없이 ‘깨끗한 선거’의 구현이다. 선거가 탈·불법으로 오염될 때 민주정치의 틀은 망가뜨려지게 마련이다. 새 세기 들어서도 부정선거 부패정치가 이어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 천년을 맞은 이번에야말로 선거혁명을 이뤄야 한다. 선관위 등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선거혁명의 계기를 맞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로 무장할 것이 요구된다. 인력등의 부족으로 어려운 점이 없지 않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공정·공명선거가 이뤄지도록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주길 당부해둔다.

지역감정 선거이용 안된다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가 4·13총선을 계기로 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을 비롯하여 여·야당 모두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이용한 선거전략을 획책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나 한국정치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의 소리가 대단하다. 최근 각당의 수뇌부들이 전국을 돌면서 각종 연설을 통해 내뱉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보면 과연 이들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인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래서 이런 정치인들에게 정치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기도 한다. ‘지역감정의 괴수’ ‘영남정권 창출’ ‘영도다리에 빠져 죽어야’ ‘싹쓸이’ ‘호남공화국’ ‘충청도 곁불론’ 등등의 발언은 지역감정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정치인들이야 선거에 이기면 최고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 유리하다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그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더욱 잘 알것이 아닌가. 선거때라고 하지만 소위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정치인들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마구 내뱉으면 과연 이 나라에서 지역주의는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가. 검찰과 선관위에서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발언에 대한 선거법 저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을 ‘공적(公敵) 1호’로 간주하고 이들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함은 물론 이들이 당선되었을 경우, 당선 무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이다. 이번 총선에서까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선거에 당선된다면 과연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선거에서 최종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유권자들의 의식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지역감정이나 자극하는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될 것이다.

인천시의 ‘안전’ 확보능력

인천지하철 동수역 지상 도로가 엊그제 또 내려앉았다. 작년 10월 개통된지 5개월만에 벌써 네번째 일어난 침하사고다. 지난 2월초 첫사고가 일어난지 1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시 산하 관계기관들이 침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채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는 사이 또 침하사고가 발생했으니 관계당국의 무책임한 행태가 한심스럽다 못해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사고원인을 신속·철저하게 규명하고 수습해야할 지휘책임있는 인천시당국의 침하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이 모호하기만 해 인천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 역시 침하상태(길이 4m, 너비 2m, 침하 1m)가 그렇게 크지 않아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잦은 침하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침하원인을 놓고 지하철본부측은 지하의 상수도관이 파열돼 되메우기한 부분의 흙이 씻겨 나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상수도사업본부측은 되메우기의 날림공사로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상수도관이 파열됐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며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 미루고 있다. 시 산하 두 기관이 이처럼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티격태격 한달이상 공방을 벌여왔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침하현상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시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본란은 그동안 침하지역에 매설된 상수도관과 가스관을 내려앉지 않게 받치는 시멘트 구조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이 관(管)들을 보호할 완충제인 모래가 덮여있지 않은 점을 들어 되메우기 공사의 부실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지하철공사가 ‘체전개최전 개통’이라는 일정에 맞추느라 졸속 추진된 결과 이같은 사고가 복개구간 어디에서 또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복개도로를 포함한 지하철 모든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 실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 당국은 침하현상이 수차례 일어나는 동안에도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호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시 당국과 시공회사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만큼 땜질식 하자보수 차원이어서는 안된다.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침하원인을 밝혀내고 제대로 된 보수 보강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위험요소를 미적거리고 방치하면 더 큰 화(禍)를 자초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성의식 왜곡하는 PC통신

최근 PC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성 관련 정보 상당부분이 청소년들에게 불순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왜곡된 성의식을 부추기고 있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PC통신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성의학이나 부부갈등클리닉, 불임클리닉코너 등 성관련 정보들이 연령구분없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성관련 메뉴는 대부분 정보이용료가 1분당 30∼50원인 유료서비스로 이들 정보가 자극적인 내용을 담는 저변에는 성문제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끌어 들여 이용료수익을 올리려는 업체들의 상흔이 깔려 있는 인상이 짙다. 특히 음란성이 짙은 일부 성의학 관련 서비스의 경우는 초기화면에 ‘19세 미만 청소년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문구가 게재돼 있으나 실질적인 차단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성년자들의 이용을 부추기는 듯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성관련 정보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바다에 넘치고 있는 음란물이다. 수천개의 외국 음란사이트 외에 한글로 제공되는 음란사이트만도 1백개가 넘는다. 사진합성 등을 통해 유명 연예인의 누드사진을 보여주는 내용에서부터 집단성교같은 변태적이고 반사회적인 음란행위 등을 묘사하는 내용들이 인터넷 음란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5백만명에 육박하고 PC통신의 가입자수는 6백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성과학연구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75.3%는 PC통신에서, 그리고 그들의 53.4%는 인터넷상에서 음란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해환경으로 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면 우선 해당 PC통신업체들이 유해정보를 삭제하고 국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음란물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상태를 차단하는 작업을 두고 정보검열이다, 정보통제다 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청소년의 중요성 차원에서 보면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 나라의 꿈과 희망인 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가장 최우선적이기 때문이다.

下水溝같은 간이상수도

인구집중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수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터에 도내 간이상수도 2천100여곳 중 10%이상이 대장균 등에 오염돼 식수로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원이 간이상수도에 대해 3개월마다 실시한 수질검사결과를 보면 작년 1·4분기 214곳, 2·4분기 299곳, 3·4분기 390곳, 4·4분기 238곳 등 분기별마다 모두 10% 이상이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았다. 국내 최대 상수도 공급원인 팔당호가 경기도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수돗물 혜택은 고사하고 보건을 위협할 만큼 열악한 수질의 지하수를 마셔야 한다는 것은 정말 딱한 일이다.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광역상수도 밖 주민들의 건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5일 이질환자가 집단발생한 용인시 모현면 능원1리 간이상수도 취수장을 보더라도 그 위생수준은 경악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경기일보가 엊그제 게재한 취수장 보도사진은 한눈에 그 불결함과 비위생의 정도가 상하수도의 구별이 어려울 만큼 수준이하임을 알 수 있었다. 도로 바로 옆 마른 잡초에 싸인 취수장은 블록이 깨져 하수가 흘러드는가 하면 어떤 취수장 부근엔 건축폐기물과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산에 설치된 취수장도 다를바 없어 등산로 옆 계곡물이 여과없이 유입되고 있었다. 집수정 바닥엔 토사와 오물이 침전돼 있어 청소도 불량한 상태였다. 이같은 위생수준은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은 10%이상의 간이상수도도 거의 비슷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건당국이나 행정기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주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할 당국의 불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국은 자주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아 꺼림칙한 지하수를 매일 마셔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을 하루속히 해소시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상수도 확장사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간이상수도시설 소독을 철저히 해야함은 물론 오염된 취수원은 폐쇄하고 다시 개발하는 등 깨끗한 물 공급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총선정국이 어수선하다 해도 국민건강과 직결된 국민의 기본생활수요는 한시라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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