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교통연합에 기대한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전국 인구의 45%에 이르는 2천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단일생활권이지만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관리업무는 69개 자치단체로 분산돼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자치단체간 과열경쟁과 중복투자 등으로 시민들의 교통불편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이 겪고 있는 교통불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서울 주변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의 숙원 가운데 하나가 원활한 대중교통 문제 해결, 즉 서울 도심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의 신설과 노선연장, 그리고 증차 등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 하나의 숙원은 종합버스터미널 설립이다. 수도권 신도시에 시외버스를 탈만한 종합버스 터미널이 없어 주민들이 타지방을 오가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은 경기도 등록 버스 2백2개 노선 1천9백29대와 서울 등록 버스 1백18개 노선 2천6백17대가 있다. 버스터미널은 부천 시외고속터미널 1곳 뿐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광역교통기획단, 수도권행정협의회 등 현재의 교통조직체계로는 실질적인 집행력이 없어 교통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도권 교통사정이 이러한 때에 경기도가 수도권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수도권 광역대중교통연합’을 설립키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그 운영효과에 큰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이 교통연합은 각 시·도와 시·도 교통관련 단체 등이 일정지분씩 투자한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고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와 유기적 관계를 통해 수도권을 단일교통체제로 운영하는 매우 타당한 광역지구이다. 하지만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교통광역기구 설립을 아무런 이유없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횡포이다. 깊이 따지고 들어가면 수도권 교통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서울시다. 서울시가 말로는 대중교통 이용을 외치면서 인구분산정책에 따라 수도권도시로 이주한 주민들의 대중교통 불편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광역대중교통연합 설립 특별법 제정에 대한 경기도의 건의를 이유없이 즉각 받아들여, 대중교통 관리를 일원화하고 난마처럼 얽힌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협조하기를 촉구한다.

‘인간존엄성’ 우선한 판결

법리해석, 사실판단 양면으로 실로 맹괘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장례식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고 한 수원지법의 판결은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친 수원시가 이의 허가신청을 불허한데 대한 행정소송 재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물론 수원시가 불복하면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장례식장을 무조건 혐오시설로만 볼수 없는 것으로 본 판결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입각했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생명은 잉태해 태어남으로 인해 시작돼 그 수명이 다함으로써 소멸한다. 즉,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장례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혐오시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그릇된 오만으로 이로인해 장례식장은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인식된 일부의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감성적 측면일뿐 인간생활은 이성이라는 것이 요구된다. 법원의 판결은 감성적 정서보다 보편적 이성을 강조했다고 보아 사회기능 및 사회공익에 일치된다. 법률이 추구하는 합목적성에도 합치되는 것으로 믿어진다. 장례문화는 머지않은 우리 주변의 생활문화다. 장의사가 주택가나 상가에 위치하는것 쯤은 흔히 보는 일상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장례식장이 아무대나 마구 들어서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주관적 거부감은 객관적 타당성을 부인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의 새로운 인식과 함께 적정한 장소에 적정하게 세워지는 장례식장은 일종의 공공적 시설로 보는 객관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줄 안다. 이같은 노력은 장례식장 운영에 또한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판결은 실생활에 근거한 사회기능속에 법리추구가 융합할 때 더욱 빛을 뿜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서는 법익을 피부로 느낀다. 법원의 형안에 감동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판결은 그간 혼란을 겪어온 장례식장 등에 따른 인근 주민들과의 무턱댄 잦은 마찰에 새로운 행정 및 사회지침이 될 것으로 보아져 크게 주목된다.

실효성없는 본적란 폐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직 대통령들과의 만찬석상에서 지역감정의 골을 해소하기 위해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에 찬반 양론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망국병’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지역감정 문제가 특히 선거 때 마다 증폭된 작금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려는 생각에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지역감정이 과연 호적에서의 본적란 때문인가. 물론 아니다. 역대 정권이 국민의 자연스런 애향정서를 불순한 의도로 왜곡시켜온 것이 지역감정이라는 망국병의 원인이다. 본적의 가족법상 정의는 호적의 존재장소다. 그러나 국민정서는 법에 앞서 연년세세(年年歲歲)의 혈연, 가족관계 및 개인 정체성의 표현으로 인식하고 있다. 법을 바꿔 본적을 삭제할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국민 일반의 공감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사회생활을 할 때 각종 서류 등을 통해 개인의 본적지가 따라다니고 그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출신지를 환기시켜 주기 때문에 본적란 삭제가 지역감정 타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찬성론도 있다. 그러나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는 일은 여권에서 국적을 안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이력서에서 학력을 없애는 것 과도 같다. 본적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뿌리와 고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본적 기재를 왜 나쁜 의미로 해석하는가. 또 호적제도 자체는 유지하면서 본적지란을 없애는 것은 호적등·초본 발급시 출생지 등이 상세히 나타나 실익도 의문시 된다. 현실적으로 취업, 진학, 자격시험 때 본적지를 스스로 표시토록 하는 관행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설령 호적에서 본적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지역주의를 치유할 수는 없다. 현 제도하에서도 본적을 옮기는 전적(轉籍)이 어렵지 않고, 또 많은 국민이 실제로 본적을 옮기고 있지만, 그로써 지역감정 문제의 심각성이 결코 덜해지지는 않는다. 지역감정을 극소화하려는 고충은 십이분 이해가 되지만 호적에서의 본적 삭제 문제는 무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둔다. 본적폐지 검토는 지역감정 해소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것인지 법령이 아니다.

조급한 對北 ‘노크’, 상투적 ‘반응’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로 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시각은 오류다. 그랬으면 좋지만 북한은 다르다. 단순한 사회주의 정권이라면 벌써 개혁개방에 나섰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이유가 동구권 붕괴이후 더욱 강도높게 다진 김일성주의에 있다. 김일성주의는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로 폐쇄사회에서나 가능한 체제다. 이를 모르지 않을 김대통령이 그제 재향군인회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혁개방을 촉구하면서 중국·베트남과 비유했다. 정말 같다고 보고 말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 연유가 어떻든 베를린 선언이후 며칠새에 대북 제스처가 부쩍 는 것은 정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송위원 면담 자리에서는 ‘베를린선언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전직 대통령들과의 회동에서는 ‘북한이 응할 것’이라고 했다. 육사졸업식에서는 ‘어떤 레벨의 당국자회담도 응하겠다’고 했다. 베를린선언과 관련, 미국에 보낸 이정빈 외교는 ‘북한의 테러문제는 응징보다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며 테러지원국 해제조건으로 랑군폭파, KAL기 폭파사건 등을 묻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측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대통령의 재향군인회 간부들 접견이 있던 날 중앙방송은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노동신문 논평을 보도하면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소위 통일애국인사 활동보장,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긍정적 변화 조건으로 요구해 왔다. 이뿐 아니다. ‘남조선 집권자가 최근 해외에서 북남관계의 연설을 하면서 무슨 선언이란 것을 발표…’라고 한 방송보도 내용은 다분히 의도적 비하의 어투로 보인다. 가관인 것은 북한의 보도내용보다 우리측 대응이다. 중앙방송을 가리켜 ‘북한이 베를린선언의 대응방법을 둔 내부조율 과정에서 1차반응을 보인 것’이라는 통일부 당국자의 논평은 제정신인지 의아스럽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한반도의 냉전종식은 우리 역시 대통령 못지 않게 열망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유도해야 한다는 고충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벌이는 대북노크는 틀렸다. 북한 문제는 보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내외정세와 함께 신축성, 의연성 있는 객관적 대처가 필요하다. 지금같아서는 설사, 북한이 대좌에 나온다 해도 적당한 구실로 저들에게 일시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다. 남북문제를 치적화에 급급하는 일방적 과욕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선진 교통문화 확립을

최근 수원시는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까지 교통질서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수원시 전역에서 불법 주·정차한 차량에 대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함은 물론 견인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원시의 이런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내 곳곳에는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량이 많아 교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응급환자 발생시나 화재시 구급차와 소방차 같은 긴급 차량출동이 어려워 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시의 교통체증은 이미 한계에 달하고 있다. 최근 도로 증가율은 0.5%인데 비하여 차량 증가율은 11.2%로 훨씬 높고 또한 출퇴근시 주행속도가 낮아지고 있어 불법 주·정차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었다. 이에 시는 78명의 단속 요원을 배치하여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철저한 단속을 하여 선진화된 교통문화를 확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최근에 야기된 상황은 아니다. 또한 수원지역만의 문제도 아니고 운전자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물론 불법 주·정차를 하는 운전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겠으나, 과연 정부나 지자체에서 차량 증가에 따른 주차장과 같은 기본 시설 설치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진화된 교통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준법 정신과 교통 질서에 대한 폭넓은 이해이다. 아무리 강력한 단속을 해도 운전자들의 협조 없이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통질서를 지킴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질서 의식이 선행되지 않고는 당국의 단속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다. 무절제한 차량 운행을 줄이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중 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대중교통 노선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하다. 대중교통이 시내전역에 고루고루 운행되어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지 않은가. 2002년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는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를 갖기 위한 선진교통문화가 불법 주·정차 근절로부터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투표소, 장애인도 배려해야

이번 4·13총선에서도 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선거때나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2·3층에 위치한 상당수의 투표소가 출입경사로와 휠체어 리프트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장애인들이 모처럼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보도다. 경기도내 장애인 유권자는 관계기관에 등록된 장애인 9만6천여명 중 70%인 6만7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도 선관위에서 설치예정인 2천272개소의 투표소 가운데 장애인이 투표하기 어려운 2·3층 또는 지하에 마련된 투표소는 423곳(19%)에 이른다. 장애인 상당수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헌법이 명시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될 처지에 있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을 위한 부재자 투표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거동이 불가능한 재가(在家)중증 장애인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지체장애인협회는 재가중증 장애인을 제외한 장애인들이 투표장에 나간다 하더라도 투표소가 지하나 2·3층에 설치됐을 경우 편의시설이 없거나 장애인들을 도와줄 종사자들이 없기 때문에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우리가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식과 함께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다짐해 온지 올해로 20년째다. 그런 장애인의 날을 며칠 앞두고 치러질 4·13총선의 투표소 중 2·3층에 설치된 투표소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아 이들이 주권행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복지증진은 커녕 이들에게 불편없는 주권행사의 장(場)조자 마련해 주지 못하는 실정은 장애인 처우에 관한 한 우리 사회가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인권보호 차원에서 장애인에 대한 일체의 차별을 없애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책에서 ‘장애인 우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동떨어진 현상이며, 그동안 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겉돌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형편에서 ‘선진형 복지’니 ‘사회안전망 구축’이니 하는 구호들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 관계당국은 당장 투표소 건물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기가 어렵겠지만, 이번 선거엔 1층에 장애인을 도와줄 종사자들을 배치, 이들이 주권행사에 불편이 없도록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중심 못잡는 경제정책

최근들어 유가 및 원자재값 인상, 미국증시 불안 등의 외부악재와 환율불안, 금융시장 혼란, 무역수지 비상 등 내부 악재가 맞물리면서 제2차 외환·금융위기 발발에 대한 황색경보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은 심히 우려되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의식해서인지 정책 방향이 갑자기 뒤집히고 있는 사례가 속출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환율대책의 경우 재경부 고위관계자가 지난 7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대거 유입으로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1백10원대까지 급락하자 ‘조만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1조원어치 추가발행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재경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번복했다. 대규모 외평채 발행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채금리가 다시 10%선에 육박하는 등 금리가 뛰었다는 것이다. 유가대책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유가 급등은 단기에 그쳐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경제운용의 기본틀을 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유가관련 세금을 인하하고 정부 비축유를 민간에게 대여하는 등 가능한 조치들을 동원해 국내 유가는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도 유가전망이나 대책 양면에서 지나치게 단기적일뿐 아니라 유가전망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금세 나왔다. 최근의 대외 경제변수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강해 정책대응에는 어차피 버릴 것은 버리는 선택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막연한 낙관론을 제시하기 보다 어려운 상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서 정책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실상을 자꾸 덮어 두면서 정책대응을 소홀히 하면 국제투기자본의 공격을 자초하는 등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실제 상황이 이러한데도 임기응변식 대응을 계속 한다면 또 다시 불행한 경제대란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정치권을 의식하지 말고 과제별로 순차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

地自體長 선거개입 안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총선개입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4·13 총선이 초장부터 과열돼 사상 유례없는 혼탁 타락선거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 몇몇 지자체장들이 선거개입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주의와 경고조치를 받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당에 소속된 지자체장은 통상적 정당활동은 할 수 있으나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하는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대통령이 여당총재이면서도 선거관리에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자체장들도 설사 자기가 당원이라도 선거관리에서는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자체장들은 지구당 개편대회나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 자기 당 공천자에 대한 지지발언과 축사를 했고, 지역소식지에 국회이원들의 인사문을 게재했다는 것이다. 우리 선거역사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가 ‘관권개입’임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지자제 실시전 임명직 시장 군수들에 의한 선거개입가능성은 주로 여당후보 지원이나 자신의 입후보 대비에 관한 것이었으나 정당공천 단체장들의 개입은 여당지원뿐 아니라 야당지원도 가능하게 되는 등 정당대결의 양상이 나올 수 있다. 공명선거를 훼손함은 물론 지방자치의 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적을 가진 단체장들이 일선행정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어떤 선거든지 행정의 엄정중립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사활을 걸고 뛰는 총선의 소용돌이와 열풍은 지자체장들이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런점에서 이번 선관위의 조치는 중립적 위치에서 자칫 일탈하기 쉬운 지자체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지자체장들은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을 만큼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최소한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미리 알아보고 문제가 되지 않게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아울러 부하 공무원들의 엄정중립유지도 각별히 감독해야 한다. 각 정당들도 소속단체장에 대해 중립을 지키기 어렵게 하는 어떤 부담도 줘선 안된다. 단체장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지방행정의 중립과 총선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돈선거판 놔둬선 안된다

제16대 총선거가 앞으로 한달 있으면 실시된다. 이번 총선은 2000년대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어떤 후보자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국정치발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욱 크다. 더구나 총선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전개하고 있는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선거보다도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하고 있는 선거운동을 보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혼탁하고 또한 돈이 많이 드는 선거가 실시될 조짐이 보여 우려되는 바가 크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미 선거법 위반 행위가 1천99건에 달하여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때 선관위가 선거가 끝난 4월말까지 단속한 7백41건보다 50%를 상회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선거법 위반 사례가 계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역대 선거사상 최악의 불법·탈법 선거가 될 것 같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금권선거 조짐이다. 이미 ‘30억 쓰면 당선되고 20억 쓰면 낙선된다’는 ‘30當20落’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각 정당에서 개최되는 당원단합대회는 이미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뿌려지는 ‘돈선거’의 상징이 되고 있다. 단합대회 이후 줄줄이 식당으로 가거나 또는 잘 차려진 뷔페 음식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소위 당원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 선거운동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일부 후보자들은 하루에 밥값으로만 5백만원 또는 6백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하니 돈이 없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풍토가 되었다. 선관위와 총선연대가 아무리 선거문화개혁을 외쳐도 당사자인 정당과 후보자들이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안된다. 이런 선거 풍토가 지속되는 한 한국정치발전은 어렵다. 선관위, 검찰, 경찰의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단속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끝까지 추적하여 사직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 스스로 향응 등을 뿌리침은 물론 선거법 위반자를 고발하여 깨끗한 선거 풍토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퍼주기식’ DJ對北觀

외신은 정부가 당국자간 대화재개를 위해 북측에 비료 10만t을 조건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대한 정부측 논평이 없어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으나 작금의 전후사정으로 보아 근거가 없다고 믿어지진 않는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아니 무한정으로 갖다 퍼주기만을 일삼아야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만해도 이산가족문제를 위해 비료를 퍼주었으나 연평해전을 구실로 비료만 떼였다. 대북지원은 어디까지나 동포애 차원에서 시작되고 동포애 차원으로 끝내야 한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을 위해서라면 세계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한적이 있다. DJ의 그같은 발상은 심히 위험하다. 우리는 지금 그런 허튼말을 할 때가 아니다. 외채가 아직도 1천300억달러가 넘고 국가가 거머쥔 국내 빚도 수다하다. 밥을 굶는 사람들도 많다. 실업자는 다시 120만명을 육박한다. 정부는 이때문에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에 세일즈순방이란 것 치고 용두사미로 끝나곤 하지 않은 것이 없어 말처럼 결실 맺는 것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이번의 유럽순방 역시 결과를 지켜 볼 뿐이다. 근본적으로 DJ의 퍼주기식 대북시각이 옳은 것인지 의심된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나 언론들 사이엔 북한을 다시보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지원해온 식량 비료 기름 등의 상당부문이 군사용으로 전용돼 지원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남북간에 군사력 대치만 더 심화한 결과가 됐다. 북한정권이 인민을 굶겨 죽이는 참혹한 식량난을 겪는다해서 곧 망할 것으로 여겨서는 큰 오산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올 신년사 특징은 강성대국의 건설이다. 경제력은 미약해도 군사력은 막강한 것이 저들이다. 베를린선언 이후 정부의 대북구상이 달라진 것은 이상하다. 모든 분야의 지원논의에서 상호주의의 교환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상호주의 배제는 무조건주의로 해석된다. 상호주의 포기의 배경은 무엇이며, 교환방식 배제는 종전에 말한 포괄적 타결주장과 어떻게 다른지 잘 알 수 없다. 이처럼 헷갈리는 대북정책은 국민의 판단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막상, 북측이 지원을 구걸해도 뭣하는 판에 지원해가며 당국자간 대화를 구걸하는 양상이 한반도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꼭 명심해둘 것이 있다. DJ는 식량 한톨, 비료 한주먹일지라도 다 국민 부담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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