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선관위가 지난 4일 실시된 선거에서 부정행위로 당선된 78명에 대하여 당선무효를 선언했다. 이는 상원의원 총 당선자 200명의 40%에 달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태국 정가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반시민들이나 외국에서는 신선한 선거개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태국 선거사상 가장 강력한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다. 우리도 눈여겨 볼 일이다. 당선 무효가 된 후보자중에선 군장성, 전 하원의원, 내무장관, 언론사 사주 등과 같이 거물급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선관위의 결정이 빛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이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를 선관위가 과감하게 당선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태국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태국 선관위의 결정은 더 이상 부정선거를 방치할 경우, 태국 정치의 장래는 물론 태국의 미래가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들은 대개 매표, 대리투표, 학력 위조 등의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사실 태국 정부는 선거부정 방지를 위하여 각종 장치를 마련하였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여 외국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금권을 동원한 매표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고 비판하였다. 태국 선관위가 내린 결정은 20여일 후에 실시되는 제16대 총선을 맞이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즈음 연일 언론들은 전국 각지에서 먹자판선거, 선거브로커에 의한 선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운동 행태를 보도하고 있다. 정당, 후보자, 유권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대로 가면 역대 선거 중 제일 혼탁한 선거가 될 조짐이다. 이미 3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쓰면 낙선된다는 소위 ‘30當20落’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선거전담 재판장 회의를 개최하여 선거사범이 당선될 땐 당선무효를 선고키로 했다고 한다. 이미 선관위에 의한 선거사범 적발 건수가 1천여건을 넘었다. 앞으로 선관위법을 개정하여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자에게 벌과금 부과, 당선무효까지 할 수 있도록 해서라도 선거부정 행위는 뿌리 뽑아야 된다. 법원과 선관위는 물론 정치인들은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된다.
사설
경기일보
2000-03-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