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 잃는 경기문화재단

본보가 엊그제 연일 보도한 경기문화재단의 직제개편 내막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또 사공이 많아서인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 같아 황당스럽기도 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개편한 직제내용 가운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먼저 그동안 행정부지사가 수행했던 이사장을 도지사가 맡도록 바꾼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 총무처를 기획조정실로 바꾸고 경기문화재단 업무의 핵심부서인 문예진흥실을 축소한 것이다.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부지사가 이사장이었을 때도 도정수행상 많은 일로 재단운영을 거의 사무총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정치적으로도 매우 공사다망한 도지사가 이사장이 된다면 더욱 그러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과 각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획부를 문예진흥실에 두지 않고 기획조정실로 이속시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문예진흥실은 문화부와 예술부만 남게돼 경기문화예술진흥이라는 경기문화재단 설립목적이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국제문화교류센터까지 개설, 부족한 전문위원을 증원하려던 국제부를 문화홍보부에 통합시킨 것과 문화홍보부를 강화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문화홍보부를 도정홍보기관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문화재단은 사무총장과 총무처장이 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문예진흥기금을 마치 도지사 개인이 지원하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일 등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차제에 경기도에 건의한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전대로 행정부지사가 그 직을 유지하던지 아니면 민간인을 초빙하여 운영하기 바란다. 기획부는 문예진흥실에 계속 두고, 재단을 도정홍보기관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지 말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기문화재단은 명칭 그대로 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는 전당이어야지 정치마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기도 문화관광국 소속이나 산하가 되어서는 특히 안된다. 본란이 이러한 고언을 하는 것은 경기도를 사랑하는 충정 때문이다. 직제개편의 재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총선 여론조사의 신뢰성

4·13총선 여론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를 선택할 유권자나 또 국회진출을 목표로 한 후보와 정당들 모두가 여론의 진짜 내용과 흐름을 바르게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여론조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의 여론조사가 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차원에서 선거전반에 대한 여론 파악보다 지나치게 후보와 정당에 대한 등수나 순위조사에만 치중하는 듯 해 자칫 선거분위기를 왜곡 또는 오도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인천지역의 경우 후보 및 정당의 지지율과 순위 등 여론조사 결과들이 제각각이고 조사기관에 따라 1위가 3위로 되는가 하면 지지율이 20∼30%나 차이 나는 등 격차가 너무 심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타당성과 신뢰성이다. 여론은 민주발전과 국가경영에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경계해야 할 함정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조사대상을 무작위 표본 추출법에 의거, 공정하고 보편성있게 고르고 설문내용도 답변자들이 솔직하게 회답할 수 있게 객관성 있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질문순서에 따라 조사의 공정성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조사도 우송 전화 직접면접에 따라 공정성에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며, 조사결과를 어떻게 정리하는 가도 주요 과제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의의와 중요성을 크게 평가하면서도 이런 점에서 최근 대다수 여론조사의 방향과 공정성 객관성에 대해 때때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후보와 정당들의 인기도와 선호도 조사에만 경쟁적으로 치중하여 그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권자들에게 정책 및 공약 비교 등 투표에 참고되는 자료제공 대신 마치 ‘인기연예인 순위’를 나타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총선은 국민의 대변자를 뽑는 일인 만큼 당연히 정치철학과 구체적인 의정활동의 실천방향 등에 관한 정책·공약의 타당성과 합리성 측정이 여론조사의 핵심이 돼야 하고 그에 따라 후보의 인기와 신뢰도 조사는 부차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조사의 목적은 유권자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시하는 일이 돼야 마땅하다. 조사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게 엄정해야 하며,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

태국 선관위가 지난 4일 실시된 선거에서 부정행위로 당선된 78명에 대하여 당선무효를 선언했다. 이는 상원의원 총 당선자 200명의 40%에 달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태국 정가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반시민들이나 외국에서는 신선한 선거개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태국 선거사상 가장 강력한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다. 우리도 눈여겨 볼 일이다. 당선 무효가 된 후보자중에선 군장성, 전 하원의원, 내무장관, 언론사 사주 등과 같이 거물급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선관위의 결정이 빛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이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를 선관위가 과감하게 당선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태국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태국 선관위의 결정은 더 이상 부정선거를 방치할 경우, 태국 정치의 장래는 물론 태국의 미래가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들은 대개 매표, 대리투표, 학력 위조 등의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사실 태국 정부는 선거부정 방지를 위하여 각종 장치를 마련하였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여 외국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금권을 동원한 매표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고 비판하였다. 태국 선관위가 내린 결정은 20여일 후에 실시되는 제16대 총선을 맞이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즈음 연일 언론들은 전국 각지에서 먹자판선거, 선거브로커에 의한 선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운동 행태를 보도하고 있다. 정당, 후보자, 유권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대로 가면 역대 선거 중 제일 혼탁한 선거가 될 조짐이다. 이미 3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쓰면 낙선된다는 소위 ‘30當20落’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선거전담 재판장 회의를 개최하여 선거사범이 당선될 땐 당선무효를 선고키로 했다고 한다. 이미 선관위에 의한 선거사범 적발 건수가 1천여건을 넘었다. 앞으로 선관위법을 개정하여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자에게 벌과금 부과, 당선무효까지 할 수 있도록 해서라도 선거부정 행위는 뿌리 뽑아야 된다. 법원과 선관위는 물론 정치인들은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된다.

손벌리는 유권자 각성해야

4·13 총선은 어느 정당이 몇석을 차지하느냐는 권력게임의 측면 뿐 아니라 선거혁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도 큰 뜻이 있다. 그럼에도 선거판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각 정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기 위해 조기 과열된 선거전이 불법·탈법운동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부 유권자의 손벌리기 추태가 선거판을 더욱 흐려 놓고 있는 것이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제일 큰 고충이 손벌리는 유권자 문제라고 할 만큼 지각없는 유권자들의 행태는 매우 심각하다. 무슨 산악회 무슨 동호회 등의 이름을 대고 찾아와서 ‘표를 몰아줄테니 우리 행사에 참석해 달라’며 손을 벌리는가 하면, 아예 음식점 등에 집단으로 모여 회식을 하면서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 등 표를 미끼삼아 돈을 뜯어내려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아 출마 예정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귀찮고 짜증이 난다하여 요구를 거절하거나 소홀히 대하면 표를 안주겠다고 하는 정도를 넘어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므로 이래 저래 난처하다는 것이 출마 예정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유권자들의 손벌리기를 단속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동안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은 주는 쪽인 출마자측에 편중돼 왔었고 이 때문에 금권선거를 뿌리 뽑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성해야 할 표를 무기삼아 교묘한 방법으로 출마자들을 울리는 빗나간 유권자들을 방치한 상태에서 ‘깨끗한 선거’란 구호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공명선거는 선거운동측 의지에도 달려있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이룩된다. 선거운동측의 공명의지가 강하다고 곧 공명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의 손내밀기·금품기대심리가 없어져야 공명선거는 가능하다. 일부 유권자들이 죄의식 없이 출마자들에게 손벌리는 행위가 선거자체를 오염시키고, 자기들이 뽑는 후보를 부패시켜 결과적으로 비리·부패 정치를 초래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유권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선거혁명을 이루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먼저 학운위부터 구성해야

지난해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4월말까지 의무적으로 완료해야 하는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대다수의 학교들이 힘겨루기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학법인과 교사단체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이유로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 이의를 제기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각 세력간의 편가르기와 세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로 대표되는 사학법인측과 전교조로 대표되는 교사단체들의 대립은 먼저 사립학교 학운위의 ‘성격규정’이다. 초중등교육법은 사학의 학운위를 국·공립학교처럼 ‘심의·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단체들이 특히 인사, 예산 등 중요사안은 아예 자문대상에서 제외돼 위상약화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학법인측은 법인 이사회가 존재하는 마당에 학운위를 심의·의결기구로 격상시키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라며 오히려 학부모지역위원 선출방식을 무기명투표로 규정한 시행령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자문기구인 사립학교 학운위 위원 선출은 투표가 아니라 위촉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교사단체들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추천, 학교장이 위촉토록 한 선출방식을 학부모·지역위원과 마찬가지로 무기명 투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힘겨루기는 사학법인은 학운위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교사단체는 학운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세불리기 차원의 공세로 볼 수 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감선출권을 가진 학운위원 자리에 자기사람을 앉히려는 법인과 교사단체, 그리고 교육감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다. 벌써부터 본인에게 유리한 인사를 지역위원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교육감 후보들의 물밑 작업 소문이 파다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학법인측과 교사단체들은 진정한 교육자 본연의 임무를 잊지말고 정관개정 등을 통해 4월말까지 학운위 구성부터 마치고 기타 제반사항을 논의하기 바란다.

경기도 물정책 실천이 중요

경기도가 수돗물정책 기조를 그동안의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꾼 것은 일단 잘한 일이다. 도 당국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마련한 대책은 절수설비와 중수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수돗물을 10% 이상 절약하고, 낡은 수도관 대체 등으로 누수율을 10% 이내로 줄이며, 상수도 요금을 생산원가의 100% 수준으로 현실화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수자원 개발의 한계성과 물낭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한 올바른 정책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십수년내에 세계적인 물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장기전망이 진작부터 나와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로부터 이미 1990년에 ‘물부족 국가’로 분류됐던 터에 이제서야 물정책이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된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물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경기도의 이같은 수요관리중심의 절수대책이 공수표가 안되기를 바라는 게 도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도 당국의 절수대책은 거의 매년 발표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엔 도내 물부족량이 하루 14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도내 상수도관의 누수율은 12%로 연간 낭비되는 수돗물이 1억톤이 넘고 있다. 많은 돈과 정성을 들여 1년간 생산 공급한 수돗물 9억6천7백여만톤 중 12%가 가정에 도달하기도 전에 땅속에서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어떻게 도 당국이 도민들에게 물을 아껴쓰라고 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한들 그 홍보가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때문에 당국은 절수설비 및 중수도시설 설치와 함께 누수율을 대폭 줄이는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상수도 요금 현실화도 그렇다. 생산원가의 51.5% 수준인 수도요금을 100% 현실화하면 수돗물 절약효과는 있겠으나 수질개선의 가시화가 병행돼야 거부감을 덜 느낄 것이다. 비싸되 믿을 수 있는 물을 충분히 공급받기 위해서라면 수돗물값 인상을 반대할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질도 개선되지 않고, 누수율을 줄이지 않아 새나가는 물값이 주민부담으로 돌아 온다면 당국에 대한 불신과 민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휴대폰 운전중 사용 금지를

지난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입자가 2천500만대를 기록하여 일반 전화가입자 수를 능가하고 있으며, 이는 인구대비 보급률이 세계 제6위라고 한다.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이해 나타난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휴대폰은 일상 생활에 필수품이 되었으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휴대폰 사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휴대폰 사용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돌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지난 해 11월 1일부터 자동차 운전 중 휴대폰, 카폰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였으며,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면 벌점과 벌금이 무거워져 보험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독일은 금년부터 자동차 운행중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60마르크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며, 일부 서구유럽의 경우, 최고 126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각종 교통사고에서 휴대폰 사용 중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 지난 주 울산에서는 승용차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받으려다 중앙선을 침범,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 사고를 일으켜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상반기 중 휴대전화로 일어난 교통 사고가 242건으로 98년 상반기의 119건에 비해 무려 두배 이상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손해보험회사들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계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휴대폰 보급에 걸맞는 휴대폰 사용문화정립은 시급한 과제이다. 식당, 극장 등 공중장소에서 마구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휴대폰 사용 문화도 문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주의에 의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더구나 생명까지 앗아가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운전중 휴대폰을 하여 대형 사고가 발생, 귀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강력한 규제조치가 있어야 된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이나 서구 유럽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 조치는 고려해볼 제도라고 생각된다.

재정적자 증폭, 경제안정 公敵

경제실상이 마치 붕괴우려의 출렁다리를 건너는듯 하다. 무역 금융 기업 물가 등 제반분야의 대책이 미봉책에 급급하다. 이마저 상호응집력을 갖지 못해 효율성이 지극히 낮다. 이에 경제안정을 요구하는 시각은 여러 각도에서 진단할 수가 있다. 오늘 본란이 재정적자의 위기탈출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재정파탄이야말로 회생이 난감한 악성파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조만간 재정인플레이션 끝에 민간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는 경제파탄이 예견되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오는 2004년부턴 국가채무를 줄여갈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채무가 400조원이다 108조원이다하는 정치권의 이견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측의 안일한 자세다. 한국조세연구원이 파악하고 있는 국가채무는 111조8000억원이지만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한 채무 64조원에 대한 이자를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으므로 정부부채나 마찬가지라며 위기상황임을 밝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이다. 이밖에 만병통치약처럼 투입된 통계에 비치지 않은 공적자금을 감안하면 재정수지적자는 더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세입원인 세금은 다투어 감면을 남발하면서 세출을 다투어 인심 쓰듯이 퍼대는 정부의 재정운용은 도시 나라살림을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인지 의구스럽다. 예컨대 금과옥조로 내세운 실업대책만 해도 실업급여, 취업훈련, 공공근로 등 3개분야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 9조5천억원만 공중에 뿌린 꼴이 됐다. 실업률은 오히려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1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빈부차 해소를 내세워 빈곤층지원예산으로 10조원을 편성했으나 선심배분으로 빈곤퇴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두 사례일뿐 재정운용을 위협하는 불건전사례는 이밖에도 수다하다. 이로도 모자라 재원조달이 막연한 신기루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는가하면 여러부처가 같은 내용을 번갈아 발표하기가 예사다. 공무원보수 4년내 민간기업수준, 농어업개선, 연10조원확보 등이 이런 류에 속한다. 지금 수출만해도 고유가에 엔저가 겹친 가운데 흑자를 위한 구체안이 없어 초비상상태다. 아무리 선거때라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을 파탄으로 끌고갈 요량이 아니면 이토록 무책임할 수가 없다. 더욱이 국가채무를 갚기 시작한다는 2004년은 김대중정권 임기가 끝난 뒤다. 재정파탄을 물려주겠다는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건정재정의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LPG 앞에는 法이 없다?

석유화학사가 제조한 LPG(액화석유가스)에 오일 성분이 섞여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극심한데도 관련법상 규제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은 한국에 왜 법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강화군내 음식업소와 가정 등에 배달된 LPG통에서 기화되지 않는 불량가스와 함께 노란색 기름이 다량으로 검출된 사실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강화군 뿐만이 아니다. 일부 석유화학사에서 생산, 충전소를 통해 유통되는 가정용 LPG통에 기름이 20%가량 포함돼 있어 보일러나 가스레인지 등의 가스기와 계량기가 고장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더 비싼 값에 가스를 구입해온 것이다. 더구나 문제의 기름이 섞인 LPG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사는 유통사와 판매업체가 기름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통사와 판매업체는 충전때 마다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은 ‘LPG의 안전 및 사업관리법’에 품질에 관한 법 규정이 전혀 없어 문제가 된 LPG의 제조 및 판매업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LPG의 품질에 관한 규정은 ‘품질이 저하된 LPG를 판매하는 충전소와 판매소는 처벌할 수 있다’는 제24조 2항이 유일했으나 이마저 사문화된 법조항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7월1일 법개정과 함께 삭제됐기 때문이다. 또 현재 가정용 LPG에 대한 품질규정은 한국산업규격(KS)에만 있으며 이마저도 권고사항인 것으로 강제력이 없는 실정이다. 산업자원부가 한심한 이유는 ‘LPG에 함유된 오일은 제조 및 판매의 계약 당사자들이 제거하고 팔아야 한다. 경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품질검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경찰도 LPG 제조과정에서 오일이 발생했는지, 유통 판매마진을 위해 고의로 유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가정과 업소가 LPG를 사용하고 있는 데도 불량 LPG생산업소 및 판매업소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산업자원부는 하루 빨리 규제대책을 수립, 시행하기 바란다.

새총통 양안긴장과 동북아

타이완 총통선거는 국민당분열, 금권 부패폭력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으로 야당인 천수이벤(陳水扁) 후보에게 돌아갔으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전쟁불사 강경태세속에 타이완 태생의 거부인물을 당선시킨 타이베이는 전쟁위험의 공포속에 생필품사재기, 해외항공권 사두기가 한창인 것으로 전한다. 새 총통은 오는 5월20일 취임하지만 취임에 앞서 당장 전쟁위험해소를 비롯, 힘겨운 여러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에비해 경제 및 외교에 대한 경험부족, 민진당의 인재난은 국민당과 무당파와의 필연적 제휴로 정국안정을 위한 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독립추진은 양안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의 대거 이탈을 초래, 타이베이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력행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긍정적으로 볼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 총통당선자 역시 중국에 대한 공연한 자극은 타이완을 위해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점에서 ‘독립을 선언하거나 헌법에 양국론을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타이완의 장래를 결정짓는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배제, 한발 물러선 것은 적절한 조치다. 우리가 양안의 긴장악화를 걱정하는 것은 동북아 안정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력충돌은 중국과 타이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로인한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중국의 제동력 상실은 동북아안정을 위해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국민당의 50년 타이완통치 종지부, 타이완 태생 새 총통의 압도적 당선은 역사의 전환이다. 세월의 변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중국과 타이완은 상호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양안관계를 예의 주시해가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대처, 추호도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 타이완에 정권교체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새삼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정치에 다분히 냉소적이었던 타이완 유권자들이 전례없는 82.69%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과거 어느때보다 투표에 대거 참여한 서민층의 관심은 ‘정치가 아니고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줄 새지도자였다’는 외신보도는 우리의 실정을 한번 생각케 해본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