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벌리는 유권자 각성해야

4·13 총선은 어느 정당이 몇석을 차지하느냐는 권력게임의 측면 뿐 아니라 선거혁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도 큰 뜻이 있다. 그럼에도 선거판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각 정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기 위해 조기 과열된 선거전이 불법·탈법운동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부 유권자의 손벌리기 추태가 선거판을 더욱 흐려 놓고 있는 것이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제일 큰 고충이 손벌리는 유권자 문제라고 할 만큼 지각없는 유권자들의 행태는 매우 심각하다. 무슨 산악회 무슨 동호회 등의 이름을 대고 찾아와서 ‘표를 몰아줄테니 우리 행사에 참석해 달라’며 손을 벌리는가 하면, 아예 음식점 등에 집단으로 모여 회식을 하면서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 등 표를 미끼삼아 돈을 뜯어내려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아 출마 예정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귀찮고 짜증이 난다하여 요구를 거절하거나 소홀히 대하면 표를 안주겠다고 하는 정도를 넘어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므로 이래 저래 난처하다는 것이 출마 예정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유권자들의 손벌리기를 단속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동안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은 주는 쪽인 출마자측에 편중돼 왔었고 이 때문에 금권선거를 뿌리 뽑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성해야 할 표를 무기삼아 교묘한 방법으로 출마자들을 울리는 빗나간 유권자들을 방치한 상태에서 ‘깨끗한 선거’란 구호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공명선거는 선거운동측 의지에도 달려있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이룩된다. 선거운동측의 공명의지가 강하다고 곧 공명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의 손내밀기·금품기대심리가 없어져야 공명선거는 가능하다. 일부 유권자들이 죄의식 없이 출마자들에게 손벌리는 행위가 선거자체를 오염시키고, 자기들이 뽑는 후보를 부패시켜 결과적으로 비리·부패 정치를 초래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유권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선거혁명을 이루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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