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도 정치판 닮나

경기·인천교육계 주변이 벌써부터 교육감 선거로 얼룩지고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오는 4월(경기)과 6월(인천) 치러질 교육감 선거는 1999년말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학부모와 지역인사·교원들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들이 직접선거로 교육감을 뽑게 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다. 종전 교육위원들에 의한 선출과는 달리 선거권자가 두 지역 각각 수천명에 이르는데다 출마예정자도 각각 7∼8명에 달해 과열·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출마예정자들이 학연·지연을 내세워 이미 선거대책기구를 조직, 학교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지지세력 확보에 나섰고, 경쟁 예상자에 대한 음해성 비방과 함께 갖가지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어느 지역은 아무개 인사를 지원키로 했다’는 등 편가르기를 하는가 하면, ‘누구는 늙어서 거동조차 못해 교육감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에서 부터 또 개인적인 신상이나 전력과 관련 ‘누구는 도덕파탄자·무능력자로 교육감자격이 없다’는 등 상대방을 흡집내고 음해하는 얘기들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정식 선거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는 치졸하고 낯뜨거운 저질비방이 도를 넘어서 시장잡배 뺨치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질적인 정치판을 꼭 닮았는가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교육감 선거까지 오직 당선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심한 풍토를 보면서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교육감이란 지역의 학예(學藝)를 관장하고 교육문화적 풍토를 진작하는 수장(首長)이다. 이런 자리를 차지할 사람들을 뽑는 선거가 앞으로 4개월 이상 남았고 후보등록도 안된 상태에서 혼탁한 정치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양상이 벌어진다면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어떻게 교육풍토를 진작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이같은 문제는 교육행정에 커다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교육자치 실시 후 각종 권한이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육감 권한은 막강해졌다. 교육예산과 인사권은 물론 교육의 내용과 제도 등 교육정책 전반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리다. 그러나 선거가 이렇게 난장판인데다 특히 학연·지연 등 분파의 힘이 작용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고 제대로 될 리도 없다. 때문에 교육감 선거만은 정치판과는 달라야 한다. 교육감이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학부모와 일선 교직자, 그리고 특히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거가 되도록 몸가짐을 진중히 해야 할 것이다.

건축폐기물 투기 왜 못막나

경기도내 곳곳에 쌓여 있는 건축폐기물 무단 투기행위는 못막는 건지 안막는 건지 의구심마저 든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인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자유로변에 방치돼 있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9천6백여평 농지에 콘크리트 덩어리 건축폐기물이 평균 9m 가량의 높이로 쌓인 이 ‘쓰레기 산’은 군데 군데 폐가전제품과 비닐 등 일반 쓰레기까지 섞여 자유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폐기물 더미가 쌓인채 방치돼 있는 것은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2개사가 건축폐기물을 야적할 수 없는 그린벨트내 농지를 토지소유주들로부터 임대해 건축폐기물을 무단으로 반입한 뒤 수수료만 챙긴채 불법으로 쌓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양시가 1997년 3월 불법 야적장을 강제 폐쇄하고 업체 대표 2명을 검찰에 고발, 실형을 받도록 했으나 치우는데 70여억원이 드는 쓰레기 더미는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주군 광주읍 송정교 인근 목현천변과 안성시 서운면 신능리 13의7 일대 12만평에 이르는 산업단지에도 폐합성수지, 폐콘크리트 등 폐기물 2천여t이 방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는 착공시에 발생되는 폐기물은 9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명시돼 있으나 이 규정을 지키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고양시, 광주군, 안성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썽 사나운 광경이다. 고양시의 경우, 자유로변에 쌓인 쓰레기더미는 특히 심각하다. 월드컵관련 행사가 시작되는 올 하반기 이전까지 쓰레기더미를 처리하지 않으면 수많은 외국 방문객에게 나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고양시가 최근 쓰레기 더미 앞쪽에 나무를 3중으로 심는 방법의 눈가림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나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월드컵조직위와 건설교통부가 고양시에 처리비용을 지원, 폐기물처리장으로 가져다 버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폐기물 처리 감독을 하는 지자체는 폐기물을 무단 투기한 업체들을 관련법에 의거 엄중히 조치하고 다시는 대량의 건축폐기물이 야적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단속을 실시하기 바란다.

즉석식 복권의 역기능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 열풍이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실물경기 지표가 몇년째 불안한 조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행산업의 매출은 매년 상상을 넘는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매몰찬 경제한파속에 대박심리가 확산되면서 요즘 당첨금액이 10억원대에 이르는 즉석식 복권 판매량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최고 40%까지 증가한 것은 투기판으로 변한듯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으로 몹시 씁쓸하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듯이 복권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도 복권을 사는 것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요행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즉석식 복권은 종전의 추첨식 복권과는 달리 복권을 사는 즉시 손톱이나 동전으로 표면을 긁어서 당첨여부를 알게되는 ‘즉석식’이어서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순간적인 사행심을 유발하기가 더욱 쉽게 마련이다. 물론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공공사업기금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복권발행 자체를 일종의 필요악적 산물이라고 보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사 특수한 목적으로 복권이 발행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요행을 바라는 인간의 허욕과 환상을 자극하고 심할 경우 적지않은 재산상실과 그에 따른 폐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결코 권장할만한 일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시중에는 주택복권·관광복권 등 그 종류가 10여개나 되고 시장규모가 1조4천억원에 이르게된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과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순간적인 사행심을 자극, 수시로 복권매입을 유혹함으로써 그들의 주머니를 축내는 즉석식 복권은 당국이 어떠한 목적과 명분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지탄과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진사람’이나 ‘없는사람’을 가릴 것 없이 못된 투기열병을 앓고 있다. ‘있는사람’들은 그들대로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봉급생활자들과 상당수의 농민들까지도 증권투자에 멍들어 있는 판국에 돈놓고 돈먹기식의 즉석식 복권이 저소득층의 사행심을 자극, 온통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대량실업사태속에서도 3D업종 취업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번지고 있는 세태에 불로소득보다는 ‘근면’이 강조되어야 마땅하거늘 정부가 복권을 남발, 사행심을 유발케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전국민의 사행화’를 부추기는 복권 남발을 자제하고 현행 복권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갈피 못잡는 신도시 개발계획

정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도내 화성군 동탄면 일대 12만명 규모의 신도시개발 계획과 판교의 신도시 개발 유보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 화성과 판교 일대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발표로 인하여 지역 곳곳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으며, 과연 정부가 누구를 위하여 이런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성군 동탄면 주민들은 구랍 29일 동탄 신도시 택지개발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 청와대 등 관계 기관에 신도시 결사반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불과 3년전에 신도시개발 방침을 철회하여 그동안 각종 중소기업들이 들어서 애써 기반을 닦아 놓았는데, 이제 다시 신도시를 추진하면 생활 터전은 물론 경기지역 경제도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여론을 왜곡시켜 오순도순 살던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외지인들을 위하여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교 지역은 화성과는 반대의 경우이다. 지난 25년간 그린벨트 지역에 묶여 판교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98년 개발예정 용지로 승인하여 최소한 지난 해를 끝으로 개발제한이 해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또다시 1년간 유보하는 것은 그동안 막대한 재산 손해를 본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더구나 주민들의 여론을 중시하여 건축제한 조치를 연장할 수 없다던 도와 성남시가 태도를 바꿔 유보를 찬성한 것은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도시개발 문제는 국가발전 전략에 의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지역공동체도 살리고 또한 재산권도 보호되는 묘책을 강구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나 그러나 정부는 진지하게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불과 수년간의 정책방향도 설정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선량한 주민만 보게 된다. 재삼 정부의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신도시 개발 계획에 적용되기를 요망한다.

地自體 재정낭비 문책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무작정 사업을 벌이는 일이 허다한 데다 도시발전에 대한 비전없이 마구잡이식 건설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시책사업에 시민을 참여시킨다며 추진한 포상제가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선심적으로 집행돼 지자체의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선심성 사업을 남발해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422개 사업이 중단되는 등 총 8천592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 경우 안산시가 지난 96년 행자부로부터 재검토 통보를 받고도 지역개발기금 등에서 240억원을 빌려 신도시 2단계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지난 9월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을 포기, 토지매입비 197억원을 날렸고, 실시설계용역비 11억원과 차입금 이자 등 61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부천시는 인천시 북구 일신동∼소사구 송내동∼서울 오류동까지 경인우회도로 건설계획을 세우면서 인천·서울시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데다 민자유치가 제대로 안돼 일부구간을 포기, 설계비 18억여원을 낭비했고, 수원시는 무리하게 영화사업에 10억원을 투자한 결과 회수곤란으로 인한 예산손실이 예상돼 경고조치를 받았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95년 이후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낭비된 예산이 도내에선 1천30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예산낭비 사업들은 애당초 지자체장들이 선의에서 시도한 것이었다해도 사전에 수익성과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볐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욱이 수원시처럼 쓰레기분리수거 포상제를 실시하면서 포상대상자들에게 온천관광과 술판을 제공하는 등 선심을 베풀어 차기 선거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예산이 오·남용된 의혹이 있는 경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민선 단체장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의 확대가 민선 단체장들의 오만과 독단을 초래해선 안된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모색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선 단체장의 자기목적을 위한 예산낭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절실한 미군기지지역 특별법

최근 평택시의회가 국회에 낸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을 원유철 국회의원이 미군기지를 둔 전국의 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대, 청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미군기지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오염 및 항공기 소음피해, 사유재산권 침해, 지방세 수입감소, 미군범죄 등에 대하여 국가 차원의 특별지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개정타결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은 더욱 필요하다. SOFA는 형사재판권, 환경, 노무, 검역, 시설, 구역의 공여 및 반환, 비세출자금 기관, 민사소송절차 등 7개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을 하게 됐으나 문제점도 많다. 특히 미군 범죄인에 대한 처리, 미군 환경오염에 대한 처리, 미군내 한국노무자 권리 문제 등은 단서조항이 많아 실제 법적용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심히 우려된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인 사법·노동·환경의 경우 전제조건이 너무 많아 실질적인 운영에서 어떤 변형이 생길지 의문스럽다. 미군 피의자 신병인도 시기에 대해서 12개 주요범죄로 한정했고 우리 경찰의 구금대상인 미군 피의자 범위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일방적인 기준이 아니라 단순히 강간, 살인 등 흉악범으로 규정, 이러한 조건들의 확대해석이나 남용시 상당한 폐해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 해고와 노동쟁의 등에 대해서도 종전 포괄적인 전제조건을 구체화시켰을뿐 일본, 유럽 등과 맺은 협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냉각기간이 45일로 정해진 것은 국내법상 특수사업장에만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나 마찬가지다. 미군의 환경범죄의 경우 범죄행위자 처벌과 원상복구 등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이 환경보호 의무조항만 삽입한 것은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SOFA의 미비점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지역은 미군기지가 가장 많은 경기·인천지역이다. 이러한 때에 추진중인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은 갈등소지가 많은 SOFA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 평택시의회가 국회에 제출, 원유철 국회의원 등이 추진중인 이 특별법이 하루 빨리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길

지금 우리의 최대 현안은 경제위기 탈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정부의 올 경제운용방향도 향후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소비와 투자심리의 회복을 정책운용의 주축으로 삼고, 예산의 60∼7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등 재정지출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등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데 두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는 정부나 민간 연구소들이 별 이견이 없다. 우선 경제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이 5.1%, 삼성경제연구소가 5.7%를 보고 있으며, 정부도 5∼6%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물가는 3%대, 경상수지 흑자는 50억∼90억달러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적표(성장률 9.2%, 소비자물가 상승률 2.3%, 경상수지흑자 1백억달러)와 비교하면 뚝 떨어지는 것이다. 경기급랭현상을 반영하는 민간소비증가율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5%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의 체감 경기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경기도가 도민 3만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가계생활이 전년보다 나빠졌고 올해도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인천지역은 대우자동차의 부도와 신용금고의 잇단 도산으로 지역경제가 몹씨 휘청거리고 있다. 3년전 환란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얼마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정말로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된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의 무비전과 무소신·무대책에 있다. 총선을 의식해 IMF 조기졸업을 선언하고 구조조정과 개혁의 고삐를 늦춘 정책 실패 탓이다. 4대 부문 개혁이 일관성이나 객관적인 기준과 원칙도 없이 추진됐고 시한에 쫓겨 허둥대며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그 결과가 금융시장 혼란과 불신, 그리고 제2의 경제위기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상태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지자체의 독자적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우선 원칙에 충실하고 일관성 있게 기업·금융개혁을 추진,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국민의 불신·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위기를 헤쳐나갈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불신감이 팽배한 현 상황에선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국민도 냉소와 불신은 결국 스스로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 다시 한번 ‘금모으기’ 심정으로 돌아가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相生의 정치 기대할 수 있나

신년 초부터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배기선(裵基善), 송석찬(宋錫贊), 송영진(宋榮珍)의원이 탈당, 자민련에 입당함으로써 자민련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케 되었으며, 동시에 소위 DJP 공조가 복원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여당이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하여 국회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게된 상황에서 등장된 해법인 것 같다. 물론 배의원 등 당사자들은 현재와 같이 야당이 반대하는한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안정된 정국 운영이 어려워 여당이 각종 개혁입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구국의 심정으로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하였다고 하지만 과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최근 새로 임명된 여당 대표가 DJP 공조가 복원되었다고 언급한 직후에 나온 사건이기 때문에 여권 지도부와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 행태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야당은 이를 정계개편을 위한 정치적 쿠데타로 규정, 더이상 여당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더이상 인위적 정치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여당이, 이런 국민을 속이는 정치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므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해 들어 여야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회복되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만 없었다면 오는 4일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간의 신년 여야 영수회담이 열려 화합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은 새해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영수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으며, 정국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자민련이 비록 국회에서 때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정치적 실체이기는 하지만 여당이 이렇게 상식에 벗어난 정치행태를 통하여 DJP 공조를 해야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인위적인 정치개편보다는 정책대결을 통한 타협과 대화의 정국운영을 요망하였다. 상생의 정치는 말로 또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타협과 대화속에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펼때 가능한 것임을 특히 여당은 알아야 된다.

DJP의 오만과 失德

“뭣 십년에 ‘목딱’이란 귀신 처음 본다”고 했다. 민주당의 용병의원 빌려주기는 53년의 의정사상 처음 보는 폐악이다. 일찍이 자유당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에서조차 볼수 없었던 희한한 권모술수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고 또 예측이 가능했던 일도 아닌 상식의 허를 찔린 국민은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즉 이른바 DJP의 노회함에 경악과 공분을 금치 못한다.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를 가리켜 흔히 ‘정치9단’이라고들 말한다. 두 ‘정치9단’의 기발한 착상인 용병의원 빌려주기는 과수다. ‘정치9단’은 커녕 9급도 안되는 자충수로 끝내 민심을 더 멀리 이탈시켰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구성을 위한 이같은 편법은 국회를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요량인 것 같다. 그러나 역대 그 어느 집권당치고 국회운영을 일방적 힘에 의거하여 민심을 얻은 적은 없다. 우리는 DJP공조 여부는 두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아 한동안 소원한 것을 다시 복원한다고 하여 굳이 탓할 생각은 없다. 두 당이 합당을 하든지, 아니면 국회운영에 자민련이 원내 무소속으로 남아 민주당과 동조하든지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용병의원 빌려주기같은 인위적 정계개편 강행은 일종의 헌정질서 파괴다. 우리는 용병의들이 둘러대는 국정안정을 강변으로 여기는 것처럼 두 당의 지도부가 세 의원의 탈당 및 입당은 자의적 결단이라고 우기는 사실을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불행을 체험한다. 설사, 아래사람들이 그같은 정치적 농간을 추진하였다 하여도 결국은 이를 승인한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더욱이 야당은 새해를 맞아 적어도 경제에 관한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바가 있다. 여야의 상생정치, 생산적 정치기운이 모처럼 싹트는 마당에 이에 찬물을 끼얹는 DJP의 폐악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양김의 오만이다. 양김이 오만을 버리지 못하면서 YS의 오만을 배척하고자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우리는 3김중 정치현역에 머문 양김 가운데 특히 김대중대통령이 폐덕의 주역인 사실을 몹시 안타깝게 여긴다. 정치를 현실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미래가 없는 것도 또한 알아야 한다. 이래가지고 민심을 수반해야 할 개혁을 어떻게 제대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인지 지극의 의문이다. 민심을 얻는 것은 꾀가 아니고 덕이다. 덕은 저버린채 꾀로만 일관하는 실덕은 유한하다. 김대중대통령은 불행히도 국민의 구심력을 저버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

畿甸문화의 융성 다시 일구자

문화와 지식이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1년 새해는 ‘지역문화의 해’이다. 그동안 이른바 ‘중앙’으로 일컬어지는 서울로만 집중돼온 문화향수의 기회를 지방으로 확대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일단 고무적이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미술의 해’ ‘문학의 해’ ‘연극의 해’ 등 여러 분야를 지정, 진흥사업을 편 결과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새해를 ‘지역문화의 해’로까지 지정한 이유는 지역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그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여유있고 윤택하게 영위케하는 정신세계의 윤활유다.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생활기반인 지역의 자연적·역사적·사회적 특성을 바탕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생활환경과 생활양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신적으로 위안을 얻기 위한 활동의 소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경인지역은 ‘기전(畿甸)문화’를 형성한 독특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문화의 해’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일찍이 기전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인천, 북한지역의 개성 일원을 가리키는 한반도의 중심부였다. 삼국시대에 백제 500년, 고려 500년, 조선이후 오늘날까지 600여년간 한국의 수도를 둘러싼 지역인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발상 지역이었다. 경기·인천지역 문화창달에 앞장서온 경기일보가 2001년도 주제를 ‘신(新) 기전시대 열린다’로 정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이다. 때마침 경기도가 21세기 동북아 중심의 세계경쟁시대에서 경기지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사업에 중점을 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문화산업 육성책의 첫 시발점으로 ‘디지털 아트 하이브’, 즉 문화예술자원을 디지털화해 집약시켜 놓은 공동지원센터를 추진하기 위해 부천시를 대상지로 선정한 것을 비롯,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과 활성화, 그리고 사이버 문화관광, 사이버도서관 구축 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사업가운데 수원의 화성 성역화, 남한산성 복원, 양주 회암사지 복원계획 등은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차원을 넘어 도민들의 자긍심 제고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특히 이천·여주·광주를 도자벨트로 연결해 올해 8월10일부터 10월28일까지 80일간 ‘흙으로 빚는 미래’를 주제로 개최하는 세계도자기엑스포 등은 지역문화의 해를 맞은 경기도의 역점사업이다. 이제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싼 위성도시, 또는 수도권이라는 지칭이 적어도 문화예술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기전문화가 부활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을 위하여 경기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경기도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기전문화는 서울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문화, 개성있는 문화전통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융성했던 기전문화가 부활되어 수도권이 아닌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보, 한반도 중심의 문화체계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 육성은 지역문화 예술인들이 당연히 중심에 서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크다. 미미하기 짝이 없는 문화관련 예산을 앞으로 특별예산을 짜서라도 대폭 늘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개최되는 행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종래의 문화예술을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대상에서 문화를 소재로한 상품과 더 나아가 문화산업으로까지 육성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획일화된 문화제 행사와 일회적인 행사로 그치고 마는 형식적인 예술제 등은 지양해야 된다. 지역문화의 해에 기획된 행사가 2002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 열려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아무쪼록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경기도와 인천이 가장 향토적인 문화사업을 펼쳐 나가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가장 향토적인 문화가 가장 세계적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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