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속수무책인가

신용이 생명인 금융기관에서 9, 10월 두달동안 8건의 금융사고가 터진 데 이어 11월 들어서도 계속 횡령사건과 고객예금 불법인출사건 등이 터지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이후 보고된 대형금융사고는 10여건에 이른다. 직원이 금고속 현금 21억원을 빼내 달아난 사건을 비롯, 불법대출사기, 고객예금 횡령사건, 대출서류 위조에 이르기까지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대담해져 더욱 우려가 된다. 이처럼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이를 규제할 감독당국의 규제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일정액의 거액 여신에 대해선 지점장과 본부가 이중으로 감시할 수 있는 나름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지점장이 개입한 사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문제점은 감독 당국과 은행들의 태도에도 있다. 은행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같은 유형의 사고재발 방지 노력보다는 은행 이미지만을 고려해 사고은폐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도 그동안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금융기관의 이익을 더 고려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 왔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신분이 불안정해지니까 ‘크게 한탕 하고 튀자’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금융사고를 막는 방법은 철저한 감사 실시이다. 금융기관 자체 감사는 물론 금융감독원 등 외부기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과 검찰이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검사의 금감원 파견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사고근절은 무엇보다도 먼저 거액의 돈을 만지는 금융기관 직원들이 도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2차 금융구조조정의 막이 오르면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은행원이 전체 9만여명중에서 3천여명이나 된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벌써 몇차례 은행원들을 거리로 내몰고서도 아직도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니 금융대책을 믿을 수 없다. 불과 몇몇 사람들 때문에 전체 금융인들이 이렇게 불신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지만 그러나 금융사고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된다. 금융기관의 자체대책과 당국의 감독이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악성루머 꼭 색출 엄벌해야

고질적 악성루머가 또 다시 난무하고 있다. 혼미한 시국과 사정한파에 편승해 무섭게 퍼지고 있는 각종 유언비어가 사회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부도와 현대건설 사태, 금융기관 2차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직 불안과 경제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의 사정이 겹쳐 밑도 끝도 없이 증권가와 관가에 나도는 루머들은 가지 각색으로 폐해가 심각하다. 어느 어느 업체가 곧 부도처리될 것이라는 것에서부터 어떤 건설업체는 공사비리와 관련 내사를 받고 있다는 등 뜬 소문으로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또 이번 사정엔 어느 지역의 지자체장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어떤 건설업체들은 입찰비리가 드러나 관련 공무원과 함께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됐다든지, 또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 사정기관에 다른 직원의 비리를 제보했다는 등 출처불명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당사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소문들 중 한 둘은 대단히 그럴싸한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상당수는 황당무계한 음해나 생사람 잡는 모략인 경우가 허다하다. 증시에 헛소문을 퍼뜨려 증시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그 와중에 한몫 챙기려는 불순한 의도도 있을 수 있으며, 특정 기업이나 라이벌 기업과 공직동료를 음해 모략하기 위해 루머를 퍼뜨리는 사례도 흔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이 얼마간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전혀 터무니 없는 내용일지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막대한 타격을 받고 소문에 약한 경제의 속성때문에 멀쩡한 기업들까지 줄줄이 무너져 경제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공직사회 역시 갈등과 불신의 팽배로 조직이 흔들릴 우려도 없지 않다. 이처럼 악성루머의 홍수는 신뢰사회의 토대를 무너뜨림으로써 건실한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병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같이 경제·사회적 폐해가 막심한 악성루머에 대해서는 그 진원지를 반드시 색출, 엄벌해야 한다. 물론 금감원이 이번 악성루머의 유포조직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지하에 숨어 있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도 악성루머가 나돌 때마다 엄단한다고 소리만 요란했지 얼마 안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번에야 말로 악성루머를 상습적으로 퍼뜨려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무리를 철저히 가려내서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계당국은 근거없는 악성루머의 난무를 막는 확고한 정책방향과 다각적인 대응자세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농민들의 분노 이유 있다

전국 농민회 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지난 21일 각 지역에서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면서 일제히 농민대회를 개최한 뒤 고속도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를 점령,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는 물론 중부, 88고속도로가 시위하는 농민들로 수시간 정체되는 상황이 발생, 전국의 고속도로는 하루 종일 혼잡을 이루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흥분한 농민이 분신하는 소동이 야기되었는가 하면, 시위진압 경찰과의 충돌로 인하여 부상자가 속출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농민들의 주장은 정부가 농업정책을 잘못 추진하여 농가부채를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이를 농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힘없는 농민들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인 기업인이 잘못하여 수십조의 달하는 부채를 국민에게 전가시킨 대우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농민 부채는 겨우 농협으로 전가시키는 소극적 방법으로 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대책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회장 등 기업인들은 수십조의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면서도 외국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농촌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정부만 믿고 농사를 지은 농민에게는 겨우 이자율이나 낮추어 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농가부채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농림부에서 발표한 농가부채 중장기 분할 상환, 금리 인하 등의 조치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농가부채는 25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 가격은 최하위 수준이다. 돼지고기 한 근에 500원, 배추 한 포기에 100원인 상황에서 어느 농민이 희망을 갖고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는가. IMF관리체제때 귀농했던 농민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물론 농민에게만 특별대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십조원의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기고도 호화판 생활을 하는 부도덕한 대기업 총수를 보면 순박한 농민인들 가만히 있겠는가. 정부는 농어촌부채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분노한 농심을 달래야 한다. 결코 임기응변식 미봉책이 아닌 희망을 갖고 살수 있는 농어촌 대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

교육부가 추진중인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해 도내 초등교사 10명중 9명이 부정적 시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 1년에서 고교 1년까지 10년을 국민공통 기본교육 기간으로 하고, 수준별 학습과 학생선택권 부여를 특징으로 한 ‘7차 교육과정’에 대해 교육현장의 일선 교사들이 이같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도의회 강득구 의원이 도내 6개시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4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 의견을 묻는 질문에 90.6%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교재 교구등 준비도 미흡하다(93.6%)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사들은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이 정상적으로 실시되려면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내로 줄여야 하며, 교과목수도 축소해야 한다(92.4%)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교육의 이상과 실제에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적용하고 내년에 초등 3·4학년과 중2·고1, 2003년 중3·고2, 2004년 고3으로 확대할 예정인 ‘7차 교육과정’ 자체는 내용적으로는 이상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현행 초·중·고교의 학교급별 구분을 없애고 고1까지 10년동안 10개 교과로 나눈 국민공통 기본교육을 실시하되 학생들의 개성과 적성, 학습능력을 고려해 단계형·심화형의 수준별 교육을 실시토록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이를 가르칠 교사들이 이처럼 부정적 시각을 갖고 반대한다면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교총과 전교조는 학급당 50여명의 학생을 개별적으로 심화학습을 시킨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며, 그런 상황에서 수준별로 교육한다는 것은 우수학생을 위주로 가르치라는 것과 같다며 반대해왔다. 이들은 또 교과학습 성취도에 따라 우수·부진학생반을 따로 편성함으로써 이들간 갈등을 조장하고 수업시간마다 이동수업에 따른 혼잡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수없이 단행한 교육개혁이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음을 감안할 때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7차 교육과정’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열린교육’을 구현하려던 정부계획은 처음부터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일선 교사들의 의견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참작함으로써 ‘7차 교육과정’의 장점을 살려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천공항도로 문제점 많다

21일 개통한 서울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40.2㎞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문제점이 너무 많아 앞으로의 일이 매우 걱정스럽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터무니없이 비싼 통행료이다. 승용차 기준 통행료를 서울∼공항구간 6천100원, 인천(북인천IC)∼공항구간 3천원 등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한번 오가는데 보통 7만∼8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인천공항에 상주할 항공사 직원들은 교통비로만 월급의 절반이상을 쓰게 될 것이라며 불만이고 서울∼인천공항 노선버스 업체들도 사업면허 신청을 무기 연기하는 등 반발이 심하다. 물론 일반 이용객들도 반발이 크다. 통행료 못지 않게 불합리한 진출·입로 구조도 문제점이다. 서울방화대교 북단 북로분기점(JC) 등을 통해 진입한 차량은 북인천IC 등을 통해 인천방향으로 나갈 수가 없다. 한번 진입한 차량은 중간에 빠져 나가지 못한채 전구간을 완주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인천 차량은 북인천IC 등을 통해 공항방향으로만 갈 수 있을뿐 서울방향으로는 진입조차 할 수 없다. 이같은 구조를 잘 모르는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진출·입로 주변에서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같은 구조는 만일의 대형교통사고 환자이송 등에도 큰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공항고속도로는 전체 구간중 상당부분이 해안에 인접해 있어 바다안개, 겨울철 노면 결빙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도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경찰청·인천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공항고속도로 건설·운영주체인 ‘신공항하이웨이(주)’가 자체 구조·구급 전담요원, 응급처치장비 등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과속방지를 위한 무인속도측정기 등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신공항톨게이트 이외 지역에는 구조·구급용 헬리콥터 착륙장을 아예 만들지도 않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내년 3월 개항하지만 공항고속도로의 소통지체나 불능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공항철도, 제2연륙교 등이 아직 착공조차 안됐는데 공항고속도로의 대체 교통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이렇게 문제투성이인데 개통부터 해놨으니 이용객들이 겪을 불편과 불만이 눈에 선하다. 신공항하이웨이(주)는 이러한 지적을 간과하지 말고 통행요금을 현실점에 맞게 재조정함은 물론 다른 분야도 개선책을 수립하여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을 높여 주기 바란다.

대우車 마지막 회생의 길

김대중 대통령이 엊그제 법정관리 신청중인 대우차를 회생시키려면 강력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노조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채권단도 구조조정 동의서가 제출되면 대우차 및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즉시 시행키로 해 대우차의 사활이 노조의 감원동의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대우차 문제에 대해 ‘선(先) 구조조정, 후(後) 회생’을 강조한 것은 지난 8일 대우자동차가 부도처리 된 후 15일째를 맞고 있으나 뚜렷한 처리방향을 찾지 못한 채 구조조정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노조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차 처리 문제는 부평공장이 부도직후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GM측이 대우차 부도처리와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그동안 진행해온 인수협상을 늦추고 있고, 채권단과 노조는 새로운 구조조정에 대해 한치의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협력업체가 직장을 폐쇄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나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계속 이어질 경우 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해도 정상가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같은 사태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은 급한대로 일시적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나 미봉책에 불과할 뿐 협력업체가 대우차와 함께 사는 길은 대우자동차의 정상가동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우차 문제는 이제 달리 방법이 없다. 국민경제 회생이라는 큰 틀 아래 경제논리와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모든 것을 풀어가야 할 뿐이다. 대우차가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부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위에서 부실화 원인의 제거에 과감하고 예외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우차가 끝내 부도처리된 것도 회사의 운명이 풍전등화같은 위기속에서도 인원감축에 대한 노사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생의 노력보다 공멸도 불사한다는 서로의 강공책이 맞선 결과였다. 결국 채권은행단이 최종부도를 결정한 것은 노조가 회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노조측은 침몰위기의 회사를 일단 구해놓고 볼 일이다. 회사가 회생불능으로 판단되면 법정관리도 물건너갈 수 밖에 없다. 일부 감원에 반대해 전부를 잃는다면 그것처럼 큰 비극은 없다.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감원은 바람직스럽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구조조정에 대해 무조건 버티는 협상태도는 공멸을 가져올 뿐이다. 노사는 합리적 구조조정안 도출에 노력함으로써 마지막 회생기회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재구역 건축제한 강화해야

우리나라 문화재행정은 한마디로 ‘우리의 얼’을 너무 경시한다. 그리고 문화재의 소중함을 너무 모른다. 지난해 5월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의 건축제한 제도를 폐지했을 때는 절망적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문화재 파괴의 심각성을 우려한 문화재관리청이 지난 7월 10일자로 다시 500m 이내로 강화하면서 전국 시·도에 조례제정을 요청했으나 힘없는 부처의 지시사항이어서 그런지 우선 경기도부터 조례제정을 하지 않았다.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 건축제한을 해지하여 각 시·군이 문화재보호구역내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번 국정조사 당시 문화재관리청이 제출한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건축사례’를 보면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남양주, 파주, 화성, 광주, 고양, 연천 등 경기도내 6개 시·군을 비롯 전국의 각 시·군 소재 국가지정문화재 주변의 건축행위가 지금도 무더기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적 제367호인 영빈묘(남양주)를 비롯, 융릉·건릉(화성), 윤관장군묘(파주) 광주조선백자도요지(광주), 서오릉(고양), 전곡리선사유적지(연천) 등 주변에 음식점,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미 지자체의 허가가 나간 건축행위는 규제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상태로 방관할 수 밖에 없는 한심한 지경에 처했다. 게다가 문화재 관리행정을 맡고 있는 도내 문화재 관리 인력도 62명중 전문성을 갖춘 학예직이 6%인 4명 뿐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당초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 건축제한을 폐지한 것 자체가 실책이지만 문화재 법 규정을 강화한 문화재관리청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는 시·도는 문화재보호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하루라도 늦으면 늦어질수록 문화재 주변의 경관훼손은 물론, 이로 인해 문화재가 파괴·훼손될 우려가 크다. 경기도는 500m 이내로 건축제한 조치를 다시 강화한 문화재보호법시행령에 근거 하루 빨리 조례를 제정, 시·군이 시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문화재보호를 경시하면서 어찌 문화를 사랑하는 경기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文光部의 태권도공원 ‘책임’

중앙부처의 오락가락한 시책으로 자치단체가 골탕먹는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문화관광부의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은 해도 너무하는 대표적 독선으로 꼽힌다. 도내만 해도 6개 시·군, 전국에서 21개 시·군이 그동안 발벗고 유치에 나선 것이 문광부의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이다. 얼마전에는 지역선정 기준을 두어차례나 변경, 갈팡질팡하는 혼선을 빚더니 이제는 전면 재검토에 나서 백지화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니 이러고도 어찌 정부시책이랄 수 있는지, 하는 일들이 도시 미덥지가 않다.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의 구체적 투자규모, 예산조달방안, 수익성, 민자유치방안 등이 재검토의 연구대상이라면, 당초 발표된 5천억원의 8년 연차투자, 100만평의 부지조성계획은 어떤 근거였는지 실로 의문이다. 정부 내에서도 타당성이 의심되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제기된 사안이고 보면 이에대해 착수된 재검토 자체를 나무랄 일은 못된다. 그러나 당초 문광부 계획으로는 이미 지역이 선정돼 착수됐어야 할 사업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그때 가도 할지 안할지 모를 지경이 됐으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공원 유치에 나선 자치단체는 상당기간동안 심혈을 기울여 기반조성에 대비, 적잖은 예산과 행정력을 쏟았다. 이것이 정당한 선정작업에 의해 어느 한 지역이 결정됐을 것 같으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나 계획결함으로 지연되거나 불발될 것 같으면 문제가 다르다. 이는 중앙부처의 독선이며 농락이다. 자치단체가 이에 피해를 입어도 상부구조의 처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참고 묵과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문광부는 마땅히 책임소재를 가려 응징하고 상응한 사과표명을 해야 하는 것이 양식있는 자세로 안다. 이게 그동안 태권도공원 유치에 나섰던 전국의 시·군 주민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작금의 제반 혼란 역시 따지고 보면 정부당국의 책임의식이 실종된데 연유한다. 부처의 안일한 발상에 의한 한건주의 시책으로 더 이상의 피해를 내지 않기 위해선 실책이 현저한 문화관광부의 태권도공원 조성문제의 책임 규명이 필수다. 정부시책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요구된다.

‘보안법’ 문제의 실체적 접근

김용갑의원(한나라당)의 국가보안법 관련 발언에 보다 실체적 접근을 하고자 한다. ‘2중대’ 운운은 흥분한 말미의 실언으로 보아 속기록에서 삭제키로 한 것은 타당한 조치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개정에 갖는 우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보혁의 갈등 시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본질적 사안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가보안법 개정에 ‘공산계열의 국내외 집단’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법개정의 초점이 이에 모아져 어려움이 있다. 진보세력에 묻고 싶은게 있다. 남한에 공산당 활동의 출현을 가하다고 보는지, 불가하다고 보는지를 먼저 알고 싶다. 공산당의 정치활동을 예견하고 국가보안법개정을 주장한다면 문제가 달라 더 논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법을 개정해도 공산당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국내 법규에 공산당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국가보안법밖에 없다. 국가보안법의 관련조항을 잘못 손대면 일본이나 서구처럼 공산당의 정치참여가 가능해져 막을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각급 선거에서 후보자를 내어 선거운동도 할수 있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남한내의 공산당 활동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보수논리로 매도하는 진보세력이 만약 공산당 출현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의 비난을 달게 받겠다. 그러나 공산당의 정치활동 출현을 반대하는 진보세력이라면 국가보안법 개정은 보혁갈등의 이분법 논리를 떠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물론 남북관계의 개선은 민족사업이며 역사적 과제다. 이를 반대할 사람 또한 보혁을 막론하고 있을 수 없지만 안보장치가 보장돼야 평화가 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개정만은 북측과 상호주의원칙에 입각하여 추진돼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교류의 시의에 맞추어 보완하고 인권침해의 요소를 삭제하면서 적어도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북측의 대남관련 규정은 ‘남조선 해방’을 지상과업으로 하여 공격적인데 비해 국가보안법은 어디까지나 공격에 대비한 수비적 법규임을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 문제를 본질사안의 실체에 접근하지 않고 피상적 감성으로 논의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산업쓰레기 대책 뭔가

도내 곳곳이 산업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양·하천이 썩어가고 있으며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산업쓰레기가 정상 처리되지 않은 채 배출업체나 처리업체 등의 공장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여 방치되고 있다. 각종 산업쓰레기를 산과 들에 몰래 파묻는 일도 수없이 많다. 환란 이후 산업폐기물을 배출하거나 처리하는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경영악화 등을 겪으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이같은 사실들은 경기일보가 수차례에 걸쳐 보도한 기획 시리즈에서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놔두다가는 도내 산야가 쓰레기장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산업폐기물을 정상 처리하지 않고 공장부지 등에 쌓아 놓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안성시 일죽면 장암·방초리,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1리, 포천군 가산면 정교리, 연천군 삼화리 등 14개지역으로 그 양은 10여만t에 달한다. 지난 98·99년에 비해 거의 4배이상 늘어났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관련 업체의 부도덕성과 경제난 탓도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IMF관리체제 이후 관련 업체들의 부도로 인한 산업폐기물 방치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행정대집행 등 적극 대응을 하지 않아 일을 더 키운 것이다. 당국의 감시 감독소홀과 허술한 산업폐기물 관리체제에도 원인이 있다. 현행 폐기물 관리법상 산업폐기물 배출업자는 지자체에 자진신고토록 돼 있고, 폐유 등 지정폐기물은 배출업자가 지방환경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배출업자 및 처리업자가 제대로 신고나 보고를 하지 않으면 정확한 폐기물 발생과 처리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단속실적도 미미하다. 물론 환경부는 지정폐기물 처리증명제와 방치폐기물에 대한 처리이행보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폐기물관리법을 종전보다 강화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도 미흡하다. 업자가 부도를 내거나 처리를 제때 하지 않을 경우 실제 처리비용이 예치한 이행보증금보다 많이 들 때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위반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약해 법집행의 실효성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산업쓰레기는 ‘배출’에서 ‘처리’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철저히 추적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업체에 연대책임을 묻는 보다 강력하고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아울러 현재 방치돼 있는 각종 산업쓰레기에 대해서는 원인제공자를 철저히 가려내 엄벌하고 처리비용을 물려야 한다. 국토를 오염시키는 산업쓰레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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