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악화일로의 경제상황이 사회복지시설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가난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고아원, 양로원 등이야 오죽하겠는가 싶지만 올해는 특히 사회복지시설을 돕는 온정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비인가 사회복지시설까지 살펴보면 그 실정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 3세 이하 어린이 74명이 있는 S아기집의 경우 12월 들어 고작 10여명이 방문했고 성금은 200만원에 못미쳤다. H보육원은 전화만 간간이 걸려올 뿐이어서 70여명의 어린이가 쓸쓸하게 지낸다. 47명의 청각장애 어린이가 모여 사는 S농아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한 어린이집과 보육원 등은 실내인데도 어린이들이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지낸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기 때문이다. 무의탁노인 90명이 살고 있는 H양로원의 경우 이달 들어 성금과 떡 등 위문품을 갖고 찾아온 단체는 1곳, 개인후원자 1명에 불과하고 게다가 100명이던 고정후원자가 절반이나 줄었다. 특정 유료시설을 제외한 한국의 사회복지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게 하는 사례들이다. 국민성금이 한데 모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화 02-360-5990∼6)의 이웃돕기 성금모금 창구도 지난 해 이맘때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달 1∼13일까지의 전국 모금액이 11억7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예년에는 기업체 성금이 모금액의 98%정도 차지했지만 올해는 기업의 연쇄부도와 경기불황 등으로 모금참여가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은 국고와 자치단체의 빈약한 보조금, 줄어드는 후원금 때문이지만 점점 부족해지는 자원봉사자의 손길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수 많은 과소비 향락과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자기중심주의가 더욱 팽배해진 것 같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경제가 불황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유가 다소 있는 사람들은 딱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인심을 베풀자. 봉사의 손길을 모아 옷 한벌 덜 사고, 술 한병 덜 마시면 소외받는 이웃들의 가슴 속 슬픔이 가셔진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이 이 추은 세밑을 훈훈하게 녹여주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쌍용차 재기, 노사의 ‘개가’

보도된 쌍룡자동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성공사례는 고무적 현상이다. 암울하기만 기업소식 가운데 마치 청량제같은 신선감마저 준다. 이미 수다한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실패로 공적자금 수조원을 날렸다. 워크아웃 대상기업은 ‘돈물먹는 하마’처럼 공적자금만 축내다가 결국 법정관리로 가는 인식에 새로운 희망적 확신을 심어준게 쌍룡차의 워크아웃 성공인 것이다. 이같은 배경이 노사화합, 산업평화 정착에 있음은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생산비 감축을 위한 경영절감도 성공의 요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기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적 교훈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엔 노사분규가 잦았던 기업이다. 이런 쌍룡차에 산업평화가 깃든 것은 노조를 상시적 대화의 파트너로 대해 이해와 협조를 얻기에 부단히 노력한 소진관사장의 건전한 노조관에 기인한 사실은 새로운 모럴로 평가할만 하다. ‘경영현안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회사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것은 좋은 사례다. “나도 노조원”임을 자임하며 작업복에 운동화차림으로 가능한한 많은 시간을 생산라인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보낸 것은 그 자신 솔선한 노사일체의 기업정신이다. 이같은 열정은 공채1기 출신으로 아는 그 자신 평생직장을 살려내고자 하는 집념의 회사사랑 의지였으며, 이를 인정한 노조 또한 대승적 구사운동으로 창사이래 최대생산(11만8천722대), 최대판매(1조8천173억원)의 위업을 열매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워크아웃이후 신규지원된 437억원을 연내 다 상환, 채권단에 새로 낼 회사자구안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는 것 또한 여전한 동반자적 확립의 협력관계라 할수 있다. 2001년의 경영목표로 정한 영업이익흑자 및 자체 자금유동성확보를 위한 비상경영대책표방은 주목할만 하다. 사업구조개편, 경영효율개선, 내수영업망확충, 자체수출네트워크구축(사업구조개편), 생산성향상운동, 고수익 신규차종(Y200) 개발 등 (경영효율개선) 추진방안은 능률적 과제로 평가된다. 특히 노조와 협의중인 무분규선언등 협력적 신 노사관계정립엔 가일층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을 믿어 기대하고자 한다. 올 생산·판매의 증가세에 의한 재무상태호전 여세를 몰아 경영정상화가 내년에는 꼭 이룩되길 충심으로 당부하는 것은 지역사회 대기업에 대한 기업가치상승의 기대가 담긴 지역주민의 사랑이라 할 것이다. 노사의 지속적 상호노력으로 ‘쌍룡차 신화’가 반드시 창조될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학력파괴, 사회구조파괴 다원화

사회는 다양화를 수반한다. 다원, 다양화사회는 사회구조의 요소마다 특성을 갖는 가운데 조화를 이루어야 안정된 사회라 할수 있다. 고학력자의 일용직취업현상은 사회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결코 안정된 사회라 할수 없는 것이다. 교육법은 대학의 목적을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하고 정미한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지도자 인격을 도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 단순노무직이나 일용잡부취업이 그같은 대학교육의 목적에 합치된다고는 볼수 없다. 대학졸업생 3명 가운데 1명이 이처럼 단순노무직, 건설일용직에 취업하고 있다는 보도는 심각한 불균형사회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발간한 3·4분기 고용동향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일찍이 취업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위기수준으로 심각한 적은 없었다. 언젠가 앞으로 경제난이 풀리면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그많은 대학졸업자의 하향취업이 일시적 현상으로만 볼수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대학졸업자라 해도 정상취업과 취업탈락의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취업난이 사회위기수준에 이른 것은 취업을 못하는 사람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대학 입시철을 맞아 요즘 입학지원에 무척이나 신경쓰는 가정이 많다. 도대체 대학나와서 깃껏 단순노무직에 취업할 요량이면 굳이 대학인들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대두된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은 가고 봐야 하는 것으로 보편화된 사회인식은 교육정책의 결함을 시사한다. 실업사태의 심각성은 대학나온 학사뿐만이 아니고 박사실업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마다 8천명이상의 박사가 배출되고 있는데 비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채용하는 인원은 고작 연3천여명에 불과하다. 박봉의 대학시간강사자리 하나 따기도 무척 힘든 실정이다. 정부차원에서 고급 인력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흔히 21세기는 학력보다 전문성이 우대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지금의 교육정책은 학력우위도, 전문성우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무정견이다. 대학입학이나 졸업을 인력수급상황은 전망하지 못한채 무작정 대학에만 맡기는 단견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대학졸업자의 단순노무직이나 건설일용직등 하향취업은 막상 그 자리에서 일할 사람들의 몫을 침해한다. 범상치 않은 사회구조 파괴현상인 것이다.

대우車 이럴 때 아니다

대우자동차의 앞날이 아무래도 불안하다. 대우차 노조가 회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과 채권단의 자금지원 지연에 반발하며 협력업체와 함께 거리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무노위 또한 희망퇴직자를 위한 상여금 200%반납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 회사측이 개입, 조작했다며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모처럼 조성된 노사화합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법정관리 개시결정에 앞서 노조가 어려운 결단을 내려 사측과 합의한 구조조정이 구체적 협상 시작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무노위의 협상불응 선언과 노조의 투쟁체제 전환에 협력업체까지 가세함으로써 부도직후 겪었던 가동중단 사태를 또 맞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대우차 인수협상자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우차 매각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당초 대우차 노사가 난항을 거듭한 끝에 구조조정에 합의한 것은 지난달 8일 부도처리된 후 부평공장 가동중단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통해 회사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노사는 마땅히 합의문의 화합정신에 따라 합의내용을 이행하면서 구조조정의 폭과 시기 등 구체적 협상에 성실이 임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채권단측이 구체적 인력감축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근로자들의 체임해결과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가 미흡한 채 일방적으로 인력감축내용만을 흘려 노조측을 자극한 것은 채권단 및 사측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채권단측은 현안해결을 위해 먼저 노사가 구조조정에 합의할 때 약속한 체임해소와 대우차의 운영자금 추가지원 및 협력업체의 자금지원을 지체없이 이행함으로써 노조를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대우차는 채권단의 추가자금을 지원받아야 납품대금 결제가 가능하고 협력업체도 부도를 면할 수 있다. 또 채권단의 지원으로 유망한 협력업체가 살아남아야 대우차의 경쟁력 유지도 가능하다. 노조 역시 인력감축안 마련에 시간을 끌지 말고 자체 구조조정안을 속히 제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노조가 인력감축을 외면한 채 시간 끌기에 집착한다면 그럴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져 매각협상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사 및 채권단은 구조조정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과 추가협상의 신속한 진행으로 위기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충고

정기국회 회기 절반을 헛되이 보낸 정치권이 임시국회를 열고도 쌈박질로 법정기일을 이미 넘긴 새해 예산안조차 처리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교착상태는 자민련 교섭단체구성을 둘러싼 국회법 개정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데다가 한나라당의 대선문건, 청와대 총기사고의 타살설이 돌출돼 더욱 혼선을 빚고 있다. 우리는 원래 다툼의 관계인 여야가 싸우는 그 자체를 나무라고자 하진 않는다. 정권장악을 최고목표로 하는 여야간에 다투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아니며 여야의 밀월정치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폐악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판인지 우리의 정치권은 싸움만이 정치의 전부로 착각하듯 해 쌈질로 날이 새고 쌈질로 날이 지는 폐해가 고질화 됐다. 사안마다 사안에 따른 사리의 분별보다는 눈치싸움이나 기세싸움에 열을 올려 정치판이 마치 시정배를 방불케 한다. 국회법 개정문제도 그렇다. 자민련의 캐스팅보트역할에 눈치싸움만 있을뿐 원칙이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비록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한때 이면합의설을 드러낸 책임이 없다 할수 없다. 민주당은 공조를 내세워 더욱 자민련 눈치보기에 매달려 있다. 정치편의를 위한 정략적 위당설법(爲黨設法)은 불가하다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원칙이다. 한나라당의 대선문건에 대한 이회창총재의 단순 사과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언론엔 오직 시시비비만이 있을 뿐이다. 적대적 언론인 우호적 언론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으며, 비리수집이니 조직화니 하는 발상은 한나라당 원조인 민정당 군사정권시절을 연상케 하는 망발이다. 공식문건이 아닌 기조위 하부직원의 습작이라는 말도 당치 않은 것이 당의 문건에 습작과 비습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 일부 언론인출신의 관료나 당직자가 언론인을 더 혹독하게 다루었던 사실에 비추어 한나라당 기조위원장이 언론인 출신인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청와대 경비원 총기사고의 살해은폐설은 무작정 아니라고만 우길일이 아니다. 청와대나 당국의 책임있는 객관적 재조사가 요구된다.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문제의 초소가 청와대 경외가 아니고 경내며, 관할경찰서의 현장 검증이 사건 이튿날 겨우 이루어져 초동수사를 방해당한 사실은 의혹을 떨어버리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런저런 돌출사건에 대해 앞서 밝힌 것처럼 여야가 서로 공박하는 것을 탓하진 않겠다. 하지만 상대당 공격에 앞서 국민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자신들을 돌아보는 양식을 갖고 싸워야 한다. 또 국회일은 그대로 일을 처리해가며 다투어야 한다.

형평성없는 市·郡 수수료

경기도 31개 시·군의 각종 증명서류 발급 수수료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값 등이 최고 10배이상이나 차이가 있다는 것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민원사항이다. 경기도가 지난 10월6일부터 14일동안 조사한 31개 시·군의 증명서류 수수료 및 사용료 현실화 추진실적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 먼저 식품영업 휴·폐업 증명서 발급 수수료의 경우 가평군은 300원인데 비해 인근 광주군은 11배가 비싼 3천4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시설보유증명서는 용인시(3천500원)가 안산시(300원)보다 12배 가까이 수수료가 비싸다. 공장등록 증명 수수료는 평택시 등 2개 시·군이 2천600원으로 광명시 등 3개 시·군의 300원보다 8배이상 비싸고 각종 신고 및 등록필증 수수료는 화성군이 1천500원으로 성남 등 6개 시·군(300원)보다 5배나 비싸다니 기준을 어디에 두었는지 불분명하기 짝이 없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쓰레기봉투값의 경우는 주부들의 불만이 날로 증폭하고 있어 쓰레기봉투 사용거부운동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20ℓ들이 봉투를 수원시에서는 개당 1천원이나 받고 양평군은 230원이다. 50ℓ들이 봉투도 수원시(개당 2천500원)와 김포시(580원)사이에 4배 이상 차이가 나 수원시민들의 불만이 십분 이해가 간다. 지적도면 발급 수수료와 토지공부 열람비, 지방세 납과세 증명수수료, 인감증명 수수료 등도 각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조사결과 수원시는 타시·군 평균에 비해 31.9%나 높게 적용, 지난해보다 약 27억여원이, 화성군과 용인시는 각각 7억원가량 수입이 늘었다고 한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시·군 재정 일부를 마련한 셈이다. 1998년 이후 각종 증명서류 수수료 및 사용료가 자율화됐기 때문에 시·군별로 차이가 나더라도 제재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경기도의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주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이러한 ‘멋대로’ 수수료와 사용료를 방관할수 만 없는 일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가장 큰 목적인 지방자치제의 기본을 소홀히 한다면 엄청난 저항이 발생한다. 극히 작은 불만에서 큰 재앙이 비롯됨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표류하는 임시국회

지난 11일부터 개회한 임시국회가 하루살이 일정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희망의 21세기를 맞이하여, 더구나 4·13 총선으로 개혁인사들이 어느 때보다 의회에 많이 진출하여 국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국회운영은 과거 국회보다 개선은 커녕 의정사상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울 정도로 후퇴하여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도대체 100일의 정기국회 회기를 허송세월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한번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단독국회, 국회의장 사회저지 등과 같은 파행운영을 하였다. 이제 예산안을 심도 있게 다루겠다고 하면서 임시국회를 개회하였는데, 임시국회 역시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의하여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야당이 예산안을 담보로 국정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야당은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당정개편 등을 이유로 국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심각한 경제위기로 제2의 IMF를 걱정하면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대단한데, 여·야당이 정치놀음만하고 있으니, 국회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당정개편도 좋고 당총재의 민심파악을 위한 지방행차도 좋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이에 대한 심의를 게을리 하고 있다면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이번 임시국회는 어느 때보다 처리해야 될 중요한 안건이 많이 있다. 예산안은 말할 필요도 없고 농어촌 부채경감을 위한 특별법,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등 민생관련법과 개혁을 위한 입법이 산적해 있어 연말까지 강행군을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물론 동방금고, 열린금고 등 벤처기업인들에 의한 대형금융비리도 국회는 파헤쳐야 된다. 하루살이식 국회운영은 안된다. 여·야는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만 하지 말고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국회에서부터 보여주어야 된다. 가뜩이나 겨울 한파로 얼어붙어 민심을 녹여줄 수 있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새삼 요망한다.

신용금고 붕괴 막아야 한다

상호신용금고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예금인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호신용금고 업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1조원의 유동성 지원등 몇가지 대책을 발표했으나 고객들의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아 예금인출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우량금고조차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구리금고 등 3개 금고가 또 영업정지됨에 따라 올 들어 경기·인천지역에서만 12개 금고가 문을 닫았고 전국적으론 31개 금고가 영업정지되는 등 사실상 퇴출됐다. 참으로 우려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신용금고의 위기는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주주들이 고객예금을 마음대로 빼내 개인자금으로 유용한 안전확보 장치의 미비와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 잇따른 불법 대출 사건이 신용금고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결과다. 여기에다 정부 당국자가 동방금고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가 1∼2개 신용금고에서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업계 3위의 동아금고가 특별한 불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예금인출사태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문을 닫게된 것은 경솔한 당국자의 실언책임이 크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용’이다. 금융기관 스스로의 잘못이건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든 신용이 추락하게 되면 신뢰를 바탕으로 맡겨진 돈이 이탈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금융신용추락은 곧 금융기관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전국의 사금융업자들을 편입, 서민금융의 대명사로 성장해오면서 서민과 지역 중소상공인들이 이용해온 신용금고 업계의 붕괴는 자칫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특별대책이 시급하다. 물론 당국은 유동성 지원과 사고 금고의 예금인출 허용범위를 2천만원으로 늘리는 등 몇몇 조치들을 취하고 유동성 문제로 퇴출될 금고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으나 업계와 투자자들의 신용 공황상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예금인출사태를 잠재우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새해에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에 대비해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예금을 옮기려는 금고 고객들의 심리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당국은 우선 살려야 할 대상 금고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선 고객의 불신을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후속조치로 신용금고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사고예방체제를 강화하는 등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금고업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경기도의 판공비 ‘농간’

재무행정 규범인 예산의 원칙은 전통적·현대적 원칙의 두 종류가 있다. 전통적 원칙 7개항 가운데는 예산공개의 원칙, 예산명료의 원칙, 예산 한정성의 원칙 등이 있다. 현대적 원칙 8개항중에는 행정부 책임의 원칙, 보고의 원칙 등이 있다. 이는 노이마르크의 예산원칙(전통적), 스미스의 예산원칙(현대적)으로 행정학의 통설이다. 경기도의 새해 예산안 가운데 업무추진비라는 것이 심히 들쭉날쭉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건설도시정책국은 올해 200만원이던 시책업무추진비를 무려 30배가 넘는 6천300만원을 책정했는가 하면 소방본부 산하의 각 소방서는 올해와 같은 500만원을 책정하는 등 외청은 동결했다는 것이다. 도 본청은 업무추진비를 턱없이 늘리면서 외곽부서는 동결한 이유가 본부 우대만도 아닌 이유가 있는것 같다. 통상 단체장은 소정 판공비말고도 별도의 판공비가 다른 예산항목 곳곳에 숨겨져 있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새해 예산안에 나타난 본부 실·국의 턱없이 높은 업무추진비는 곧 도지사의 판공비 일부로 볼 수가 있고, 외청은 업무추진비를 늘려봤자 본부에서 쓸수 없으므로 동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본부 실·국의 업무추진비가 만약 지사의 판공비가 아니라면 도청 중간 간부들을 위한 선심예산이라는 비난을 모면키 어렵다. 도 당국은 “교부금중 10%를 시책사업비로 쓸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지만 예산안의 방만성을 합리화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예산을 부담하는 도민은 뼈빠지게 세금을 내는데 비해 관치단체도 아닌 자치단체라는 경기도는 절로 생긴 돈인 것처럼 흥청망청 쓰는것 같다. 부당함이 심히 지나친 업무추진비 과다책정이 예산의 원칙 어느 대목에 합치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도둑’이라는 말을 들어선 안된다. 본란은 엊그제 ‘광역단체장 판공비’라는 제하를 통해 듣기좋은 말로 도의 각성을 촉구한 바가 있다. 그런데도 오불관언으로 보조기관의 업무추진비등에까지 지사판공비의 계상을 끝내 일삼는다면 다르게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경기지사의 업무추진비로 그토록 막대한 금액이 소요되며, 그같은 산출이 타당성을 갖는다고 보는데 동의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업무추진비 편성에 코걸이 귀고리식 해석보다는 진실로 주민위주의 자치정신을 일깨우고자 한다. 우리는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지사왕국’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도당국의 현명한 재고와 함께 일단은 도의회의 건전한 견제를 바라며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접경지역 개발지침 왜 늦나

경기북부 휴전선 접경지역 개발사업이 관련법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마냥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낙후지역 개발과 통일기반조성을 위한 접경지역지원법이 우여곡절끝에 국회를 통과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행령이 지난 8월 확정됐는데도 정부의 종합계획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고질적인 늑장행정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원래 휴전선 일대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입법은 지난 정권에서도 여러차례 추진됐으나 접경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여론에 부딪쳐 번번히 백지화되곤 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후 통일에 대비해서 접경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산업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명분에 따라 법제화됨으로써 50년간 개발억제로 낙후된 지역이 개발의 길이 트였다. 따라서 개발 지원대상으로 지정된 파주·고양시와 연천군 등 도내 7개 시·군은 자체사업계획 구상에 분주하다. 남북교류 물류단지를 비롯 평화공단 조성과 택지개발 전철 신설 등 사업구상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정부의 종합계획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체계적인 개발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민간인 통제선 이남 20㎞ 안에 있는 지원대상 지역의 개발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기준 보조율에 20%를 더해 보조비를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 회사를 설립하거나 공장을 신·증축할 때 조세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세부적 지원방안도 행정자치부의 종합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법제화로 기본틀만 갖춰진 채 정부의 종합지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군이 중구난방식 개발계획을 발표, 주민들이 혼란을 빚고 지자체들은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접경지역 개발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나 그렇다고 이유없이 마냥 지연돼서도 안된다. 관련법규상 접경지역 개발계획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선 행자부의 지침통보를 시점으로 1년 이내에 시·군 계획을 광역자치단체가 조정, 이를 중앙부처의 협의를 거치는 등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련부처의 신속한 실무처리가 필요하다. 더욱이 경기북부지역은 각종 규제법규로 주민들이 50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왔기 때문에 지역민은 물론 지자체의 지역개발욕구는 화급한 사안이다. 당국은 이런 점을 헤아려 개발이 빨리 시동되도록 종합지침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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