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문화척도를 가늠하는 시설중에 극장이 빠진다면 속빈 강정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극장은 우리 대중문화의 터줏대감으로 세기를 넘어 자리매김해오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애환과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대표적인 영상매체로 사랑받고 있다. 오산시는 인구수나 면적으로도 타도시에 비해 그다지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소도시에 불과한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오산지역에 유일한 극장으로 군림(?)해 온 도심한복판의 명보극장이 심각한 경영난에 건물주의 명도소송 제기 등 악재가 겹쳐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이는 존폐기로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더욱이 지난 89년 시승격 이래 10여년 이상 문화의 불모지로 불려오는 오산지역에 그나마 단 하나뿐인 극장이 쓰러져 가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딱하며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명보극장의 이같은 사태는 건물주와 극장주의 내분이 빚어낸 극단적인 결과가 틀림없지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극장을 이 지경까지 방치한 것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관심으로 일관한 시와 8만여 시민들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먹고 마시는 육체적인 욕구에 정서와 감성을 정신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무형의 음식으로 비유되기 때문이다. 벼랑끝에 선 명보극장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 비단 명보극장이 아니더라도 오산에 최소한 극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이라도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극장이란 단어를 영원히 오산에서 듣지 못하게 될 것같아 자못 안스럽고 화가 치밀어 온다./오산=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전북도교육청 담당 국과장등 4명에게 6억원의 변상조치가 내려졌다. 과장은 퇴직했는데도 교육부는 변상의무를 지웠다. 학생회관을 짓는 시공사의 부도에 대비해 건설공제조합과 보상계약을 맺으면서 보상기간을 잘못 처리해 정산받지 못한 6억원을 변상하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충남 공주시가 민간골재업자의 시설을 사면서 낭비한 12억5천만원 전액을 시장이 변상토록 해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납부했다. 공주시는 업자가 별 탈없이 그대로 있어 받아낼 수 있었지만 전북도교육청의 변상은 업체가 부도나 개인돈으로 변상해야 할 딱한 실정이다. 물론 ‘고의성이 없어 억울하다’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주장이지만 ‘현저한 과실에 의한 업무소홀로 낸 재정손실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등의 입장이다. 징계에 그치곤 했던 공무원의 국고손실을 변상토록 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국민의 세금을 무책임하게 손실입히고도 가벼운 징계에 그쳤던 종전의 사례에 비하면 지극히 합당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영 탓으로 빚더미가 눈더미처럼 늘어간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어느 시·군이랄 것 없이 대체적인 경향이 이러하다. 인기위주의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에 ‘기관경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민선의 시장군수가 그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감사기능으로 현저한 과실에 의한 손실이 없는가를 살펴 잘못된 부분에는 변상조치시키는 따끔한 맛을 보여야 한다. 민선들어 관선때마다 재정운영이 더 불건전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백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9개 회원국 중 8위, 인구 1백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하위권인 27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유독 교통사고 사망률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폭증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이런 통계는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9월말까지 분석한 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즉 사고발생건수가 전체보험 가입 건수의 4.6%에 달하며 이는 사상 최고였던 92년의 4.7%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사고에 의하여 1년에 약 66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66만명이라는 사상자수는 전북 전주시에 해당되는 숫자이니 일년에 전주시 규모의 인구가 교통사고로 사망 또는 부상을 입고 있다니 참으로 무서운 일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또 다시 교통사고 1위의 부끄러운 기록을 다시 가져야 될 것 같다. 외국 관광객들도 한국 관광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질서와 난폭한 교통질서를 지적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교통문화는 하위수준이다. 그동안 각종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당사자들의 책임이 무엇보다도 크다. 아무리 강력한 규제법규가 있더라도 이를 지키려는 교통질서 의식이 성숙되어 있지 않는 한 교통사고는 줄어들지 않는다. 물론 최근 교통사고가 갑자기 증가된 중요 이유 중에는 지난 5월부터 대형 화물차의 1차로 주행이 한때 허용됐었고, 또한 도로별 제한 속도가 10∼20㎞ 정도씩 높아진 것에도 이유가 있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고 도로가 자주 빙판길이 되는 겨울에 운전자들은 더욱 조심해야 된다. 교통사고는 단순히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잃는 수준을 떠나 타인까지도 영향을 준다는데 문제가 있다. 더 이상 교통사고 상위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설대목을 앞두고 각종 물동차량운행이 늘고 있다. 설연휴엔 1천만대 가까운 차량이 귀성행렬로 줄을 잇는다. 준법운행으로 올 설대목이 교통사고가 없는 좋은 연휴기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전자 각자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오는 4·13총선은 여러가지 특징적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사이버 사전선거운동 역시 전례없는 새로운 현상의 하나다.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한 이같은 행태는 이미 1개월여 전부터 극성을 부려왔다. 단속의 생소함도 있었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총선개입이 불붙은 틈을 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사이버공간의 불법사전선거운동은 공명선거를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이의 단속에 나선 것은 매우 시의타당하다. 자진삭제토록 경고하고 불응하거나 재발할 경우에는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내부방침 또한 적절하다. 홈페이지 사이트에 대한 검색을 진행중인 의욕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이버 선거사범은 신종범법행위여서 단속에 애로가 적잖을 것으로 안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에 난무하는 불법행태의 전반적 파악이 시급하다. 게재내용에 대해 유형별, 빈도별로 구분되는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지지형 공약형 음해형등 갖가지로 나타나는 형태별 정리와 함께 이를 남발하는 회수등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안다. 또 유별난 악성행위에 대한 특별한 검토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객관적 기준의 등급에 의한 처벌조치가 강력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아울러 검찰에도 당부할 점이 있다. 사이버공간의 사전선거운동이 판을 치는 것은 선거법 적용이 느슨한 작금의 이상 기류에도 그 영향이 없다할 수 없다. 선관위가 조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한 사건엔 지체없는 수사로 조기에 매듭지어야만이 선관위가 제대로 일을 해나갈 수가 있다. 선관위 따로 검찰 따로가 되어서는 공명선거의 권위가 훼손되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4·13총선은 여러가지로 꽤나 복잡하여 혼탁선거로 잘못 번질 조짐이 짙다. 사이버 사전선거운동단속은 이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컴퓨터통신의 급격한 발달이 가져온 사이버선거운동은 언젠가는 개방이 불가피하겠으나 지금은 아니다. 사이버선거사범 제재를 위해서는 선거법의 보완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대한 필요적 보완사항을 시·도선관위 등을 통해 파악, 조만간에 있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에 반영시키는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
“장난삼아 10만원권 수표를 담배에 말아 피운 겁니다” 30일 오후 2시 과천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P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을 나가기 위해 승용차를 타려는 사채업자의 머리를 몽둥이로 때린뒤 현금과 수표 등 거액을 빼앗은 이모씨(28·S파이낸스 일용직원) 등 3명이 돈의 사용처를 캐는 담당형사에게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듯 담담한 표정으로 진술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 수원시 인계동 C주점에서 여종업원들과 술을 마시며 담배개비에 10만원권 수표 1장을 말아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강도짓을 해 마련한 돈으로 자신들이 재벌 2세나 신흥 졸부인양 이런 기괴한 행동을 2차례나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강도짓으로 빼앗은 돈은 1만원권 현금 1천201장과 10만원권 수표 401매. 이들은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번 이 몽칫돈을 싣고 수원·안양·안산 일대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하룻 저녁 쾌락과 향락을 위한 유흥비로 200만∼300만원씩을 마음껏 뿌려댔다. IMF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시대. 그래도 성실한 땀과 정직한 노동으로 어렵게 삶을 꾸려가려는 서민층이 아직은 많다. 그러나 한탕한 돈으로 한 개비에 10만원하는 담배(?)를 피운 이들의 비뚤어진 행태.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이동희기자(제2사회부·과천주재) dhlee@kgib.co.kr
경기도 제2청사는‘빛좋은 개살구’로 전락될 것인가. 북부주민들은 도 제2청사의 개청을 앞두고 기존‘종이호랑이’취급을 받아오던 출장소의 승격과 권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발전에 대한 부푼꿈에 황홀해 했다. 북부출장소는 수십년동안 소외된 북부주민들을 그나마 보상해줄 가장 큰 위안거리로 여권업무 민원사항 등 93%의 도위임사무를 다루며 명실상부한 도청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오는데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지난 67년 출장소가 설치된 이래 최대의 경사라며 자화자찬에 들떠있던 실질적인 도 기능의 제2청사는 행정자치부가 내부적으로 확정한 방침을 뒤집지 않는 한 75명 증원될 인력에 맞게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재검토 해야하는 시점에 왔다. 출장소 관계자들은 이번 조직과 인력에 다소 무리가 뒤따르더라도 북부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당초 위임될 사무량을 재조정하지는 않을 것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위임사무량을 고려해 요구한 정원에 비해 5분의1 수준의 인력으로 과연 정상적인 행정을 펼칠수 있을 것인가. 도 제2청사의 독자적인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 권한 등에 차질이 빚을 것은 뻔한 이치다. 인구 148만여명의 충북 도청은 7국33과133담당의 조직체계와 782명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충북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더 많은 인구를 보유한 도 제2청사의 조직이 행자부의 방침대로 5국 18∼20과의 조직과 280여명의 인력으로 최종 확정된다면 제2청사 직원들은 모두‘수퍼맨’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기자=천호원(제2사회부 의정부) hwchun@kgib.co.kr
육지를 파서 강을 내고 배가 다니게한 운하로는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킬 운하가 대표적이다. 1914년 미국에 의하여 준공된 파나마운하는 파나마 지협을 개착(開鑿)하여 대서양 태평양을 연락하는 해양운하다. 길이 93㎞, 폭 90∼300m이며 통과하려면 7∼8시간이 걸린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계인 수에즈지협을 뚫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한 운하로 서유럽과 극동 사이를 단축하는 수로이다. 1858년 프랑스와 이집트가 공동 출자로 건설하여 1869년 개통됐다. 1967년 중동전쟁으로 폐쇄됐다가 1975년 재개됐는데 길이 162.5㎞, 폭 160∼200m이다. 그런데 한국에도 운하가 생긴다. 그동안 건설여부를 놓고 숱한 논란을 빚었던 경인운하가 올 하반기에 착공돼 2004년 하반기에 개통되는 것이다. 경인운하는 인천 서구 시천동에서 서울 행주대교 인근의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길이 18㎞, 폭 100m, 수심 6m의 인공수로인데,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한강 남쪽에 서해와 한강을 잇는 또 하나의 작은 강이 생기는 셈이다. 2004년에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최대 2천5백t급의 화물선이 서해에서 직접 서울까지 들어 오고 인천∼서울간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도 이용된다. 경인운하를 이용해 시속 40노트의 쾌속선을 타면 인천에서 서울 행주대교까지 2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경인운하 가운데 13㎞ 구간은 만성 침수지역인 김포평야 일대의 방수로 기능을 겸하며 육상화물이 운하로 운송돼 경인고속도로 등 경기 서부지역 도로의 상습정체가 크게 해소된다. 배를 타고 출퇴근하고 화물선이 오고 가는 경인운하는 풍경만으로도 관광명소가 될 자랑거리다. /청하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의 재추진을 요구하는 도민들 농성이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경기동부권 지방의원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고 있으나 시·군의회 의장단이 합류하고 일부 국회의원들도 가세하고 있어 범도민적 저항이라 할 수 있다. 수정법 및 시행령의 문제점 노출은 작금의 일이 아니고 또 시정돼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은 이미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시행령개정의 재추진을 들고나선 이번 요점은 외자유치를 통한 자연보전권역의 대규모관광지조성 허용으로 집약된다. 한강수계법 실시로인한 사회공익을 위해 피해를 감수하는 지역주민들에겐 응분의 조치다. 현안의 외자유치를 위한 국가사업이기도 하다. 더욱이 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경기도를 방문했을 적에 도의 건의로 벌써 약속된 일이다. 건설교통부가 인구유입을 구실삼아 제반산업발전은 저해하면서 신도시다, 대단위 택지개발이다 하여 인구유입을 촉진해온 그간의 시책모순을 여기서 더 길게 새삼 언급하진 않겠다. 외자유치까지 방해하며 관광지조성을 외면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강원도의 반대란 한낱 핑계에 불과하다. 본란은 지역현안사업을 지역이기로 몰고가려는 건교부의 행태를 심히 경계치 않을 수 없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관광사업은 그 성격이 구별된다. 강원도의 관광산업은 자연자원관광인 반면에 경기도의 관광산업은 시설자원관광이 주안이다. 이 두 관광산업을 벨트화하는 것은 공조현상으로 오히려 서로 도움이 된다 할 것이다. 설사, 강원도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정부가 지역이기주의를 들먹이는 것은 결코 잘한다할 수 없다. 한 부처의 독단으로 정부시책의 발전을 발목잡는 것이 과연 책임있는 자세인지 묻고자 한다. 형평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건교부처사는 관료행태의 전형적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농성하는 정서가 무엇인가도 또한 헤아려야 한다. 대통령이 다짐한 관광지조성사업을 철석같이 믿었던 기대가 깨진 지역주민들의 허탈감이 어떠한가를 십이분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의 재추진은 어느모로 보든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
경기 인천지역의 공장부지난이 심화되고 있다. 활발히 조업중이던 기업들이 공장부지난으로 증축을 포기하고 이 지역을 떠날 만큼 심각하다. 때문에 경기도가 최근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타 시·도로 이전한 기업의 기존 공장부지 용도를 계속 공장용지로 제한하는 방법을 모색하기에 이른 것이다. 수도권지역의 공장부지난이 문제된 것은 비록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이 지역 기업들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공업배치법 등의 엄격한 규제로 공장부지를 마련하고 증설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특히 95년 공장건축총량제 실시 이후엔 이같은 공장부지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때문에 역내(域內)기업들이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시설을 자동화하면서 공장규모를 확장하려해도 옮겨갈 마땅한 부지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자리에서 시설을 확장하려해도 땅값이 비쌀뿐만 아니라 거미줄 같은 규제와 총량제에 묶여 증축도 쉽지않아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타 시·도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기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따라서 경기도 당국이 공장부지난 완화와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장건축 총량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총량제가 수도권 인구집중억제와 산업의 지방분산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겠으나 이는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지 않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진전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돼야 진정한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진대 수도권지역에 대한 일방적 총량제 차별정책으로는 참된 ‘자치’를 구현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제화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우리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오히려 입지조건이 유리한 수도권내 유망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수도권내 기업에 대한 차별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기업들이 이 지역을 떠나게 되면 역내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제기반은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는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공장건축 총량제를 규제철폐 차원에서 하루속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지난 26일, 지방자치제를 둘러싼 두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자치제는 지난 90년대 초 단식 농성을 벌이며 관철해 낸, 30여년을 싸워온 사건”이라고 규정한지 채 6시간도 안돼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가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30여년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난 95년 이후 지방자치제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들이 법 개정과 관련,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자연보전권역내에서 외국자본이 투자되는 50만㎡ 이상의 관광지 조성을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수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입법예고했다가 지난해 12월 차관회의에서 부결되자 이 조항을 삭제한 뒤 최종안을 입법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는 외자유치가 국가 현안이었지만 지금은 IMF가 극복됐기 때문에 필요가 없다”는 것이 관련 부처의 입장인 반면, 경기도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김종필 전 총리도 약속했던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가 이미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및 관련 부처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데 이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도 가세해 경기도 전체가 ‘들고’일어났다. 그런데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의 농성 장소가 여당인 새천년 민주당이나 자민련, 혹은 세종로 청사가 아닌 한나라당 중앙당사인 것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김영구 양평군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22일자로 정부에 건의서를 보냈는데 올 1월8일자로 ‘검토하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런데 기가 막힌일은 이미 7일에 최종안이 입법예고됐다”며 “그런 정부와 여당은 다 한통속 아니냐”고 설명했다. 지방자치제 부활에 일등공신은 김대중 대통령이며 또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일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더불어 지방자치제의 내실을 다지는 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남은 과제임이 분명하다. 김 대통령의 ‘과제’처리를 지켜볼 일이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