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 "에릭과 연인 연기 하고 싶어"

"언젠가는 연인으로 같이 출연하고 싶어요." '에릭의 연인'으로 알려진 박시연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앞두고 에릭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12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마이걸'(극본 홍정은ㆍ홍미란, 연출 전기상)을 통해 국내 드라마에 데뷔하는 박시연은 "드라마로 인사드리게 돼 떨리고 설렌다"면서 "오빠(에릭)도 기뻐하고 잘 하라고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에릭 또한 내년 1월 방송될 MBC 드라마 '늑대'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올 겨울에는 이들 커플이 브라운관을 누비게 됐다. 이번에는 엇갈려 출연하지만 두 사람의 동반 출연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이에 대해 박시연은 "연인이라는 이유로 당장 같이 출연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연기를 더 많이 배운 뒤에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연기자로 인정 받은 뒤 당당히 에릭의 상대역으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이어 그는 "같이 출연한다면 연인 역이거나 서로 티격태격하는 상대 역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서로 다른 연인이 있는 설정은 아니길 바란다는 '애정 표현'이다. 한편 박시연은 에릭과 1년 전부터 교제해왔으며 지난 5월 에릭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가 너무 사랑하는 여자인 건 틀림없다"라며 연인임을 공개했다. 박시연은 "당시 홈페이지를 보고 정말 감동했다"면서 "아버지가 처음에는 에릭이라는 이름을 듣고 외국인인 줄 알고 깜짝 놀라셨는데 '불새', '신입사원' 등을 보고 이제는 좋아하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길 생각도 없고 '에릭의 연인'으로 불리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다만 드라마에서는 에릭의 연인이 아닌 신인 연기자 박시연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MOVIE/러브 토크, 소년, 천국에 가다

■러브 토크 상처를 품은 세 남녀… 낯선 도시에서 만나다 한국영화 판로의 새로운 대안이 첫 선을 보였다. LJ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추진중인 월드마켓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인 ‘러브 토크’는 세계 예술영화시장을 겨냥한 장편 영화다. 99%를 미국 LA에서 촬영했고 배종옥과 박진희란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순제작비는 15억원. LA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했으면 8억~10억원이 투입된 저예산이다. 월드 프로젝트인만큼 영화는 국적의 경계를 넘어 서는 보편적인 이야기, 즉 사랑을 그린다. 배경이 LA인 이유는 낯선 도시, 타향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LA는 한국인이 나가서 살법한 공간이자 다인종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비교적 친숙한 장소다. LA 다운타운에서 마사지 숍을 경영하며 혼자 살고 있는 써니(배종옥 분)의 집 2층에 상처를 안은 남자 지석(박희순)이 세들어 온다. 마사집숍 청원경찰 랜디와 공허한 만남을 이어가는 써니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 토크’를 듣다 진행자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사랑에 대한 상담을 시도한다. 진행자는 ‘헬렌 정’이란 가명을 쓰는 영신(박진희). 영신은 같은 학교 유부남 선배와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마치 연애의 고수인양 청취자들과 애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석은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클럽 댄서인 앨리스와 무의미한 만남을 이어간다. 119분이란 긴 상영시간동안 화면을 채우는 키워드는 공허함과 용기 없음이다. 그것이 삶의 무게 때문이든, 사랑에 대한 상처 때문이든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속내를 드러 내지 못하고 핵심의 주변을 뱅뱅 돈다. 대사의 호흡과 공백이 길고 화면이 시속 30㎞란 제한속도에 걸려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시속 80㎞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대단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속도다. 긴 호흡을 감수한다 해도 참을 수 없는 권태와 허무가 발목을 잡는다. 무의미한성 생활을 이어가면서 마음은 딴 사람에게 열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에 바윗덩어리를 얹어 놓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 정혜’로 극단적인 반응을 끌어 냈던 이윤기 감독이 사실은 ‘여자, 정혜’보다 훨씬 일찍 써놓은 작품이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보든 관람에 지장은 없을듯 하다. 그러나 버거운 건 사실이다. 너무 멋을 부렸다. 11일 개봉. 18세 관람가. ■소년, 천국에 가다 나이는 숫자일뿐? 하루를 1년처럼 살아야 하는 소년이 있다. 출발선에서 13살이니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그런데 이는 소년의 선택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아들을 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선택. 소년이 사랑하는 여자는 30대 미혼모다. ‘소년, 천국에 가다’는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닮은 지점이 있다. ‘빅 피쉬’가 아버지의 허풍을 동화처럼 그렸다면, 이 영화는 소년의 맹랑한 희망을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책으로 펼쳐 놓았다. 곳곳에 피노키오 할아버지의 장난감 가게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고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것 역시 영화의 지향점이 동화임을 알리고 있다. 물론 어른을 위한 동화다. 주인공 ‘네모’는 시계방을 경영하는 미혼모의 아들. 능청맞고 엉뚱한 네모의 꿈은 미혼모와 결혼하는 것. 이 맹랑한 꿈이 가시화된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자살 후 시계방 자리에 들어선 만화방 주인이 바로 미혼모인 것. 네모의 마음을 한 눈에 사로 잡은 주인은 너무 가난해 이름이 ‘부자’다. 부자는 낮에는 만화방을 경영하고 밤에는 카바레 가수로 활동한다. 시계방과 만화방은 둘 다 영화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키워드다. 네모와 부자 사이에 수북이 쌓인 시간의 차이는 현실에서 둘이 맺어지는 것을 방해한다. 이에 네모는 자신의 생명을 과감히 단축하면서까지 부자와 사랑하길 원한다. 또 네모가 잠시 경험하는 ‘저승’의 관리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윤태용 감독은 ‘똑각똑각’거리는 시계 소리를 적절히 사용하며 영화 속 시간의 개념을 음미하게 한다. 비록 네모가 겉으로는 하루씩 성장하더라도 그의 내면은 여전히 만화에 열광하는 13살이다. 또 만화는 수많은 제약이 있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 만화방 안에만 있으면 네모와 부자사이를 가로 막는 건 없다. 그러나 만화는 어디까지 만화. 잠시 위안은 되지만 인생을 책임지거나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이처럼 흥미로운 장치를 갖춘 영화는 그러나 후반부에서 힘이 달린다. 배우들의 고른 호연에도 13세 소년이 93세로 죽을 것이란 결말이 정해진 후부터는 무심히 흐르는 시간처럼 영화 역시 그저 흘러갈 뿐이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고 인물들 사이를 관통하는 감정 역시 심금을 울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네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관우(14)다. ‘생짜’ 신인인 김관우는 오로지 박해일과 닮았다는 이유로 오디션을 통과했지만, 네모 캐릭터에 찰싹 달라 붙어 대단히 천연덕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11일 개봉. 12세 관람가.◇‘소년, 천국에 가다’ 박해일 인터뷰 “보시는 분들 집중하시기 편하라고요” 박해일(28)은 정작 본 영화 촬영중에는 쓰지 않았던 장발 가발을 쓰고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출연작에는 홍보활동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길었던 머리는 차기작 ‘괴물’(봉준호 감독) 속 캐릭터를 위해 짧게 잘랐지만 최근 개봉을 앞두고는 특별히 가발 2개를 제작해 번갈아 쓰고 다니고 있다. 줄거리가 톰 행크스가 출연했던 ‘빅’(Big:1988년)을 연상시킨다는 말에 “기본 설정은 비슷하나 줄거리가 풍성하다”며 “촬영 전 ‘빅’을 다시 보고 톰 행크스 연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질투는 나의 힘’을 포함해 모두 7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유난히 많은 연상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왔다. “(키스신 연기를) 너무 많이 연기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력이 붙더라구요. 염정아의 배려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꼭 해보고 싶은 연기를 묻자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원일기’같은 드라마를 한편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불 속에 누워 TV를 보는 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 군요. 20년을 넘게 방송되며 사람들에게 깊이 스며 있는 드라마잖아요. 편안하게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MOVIE/‘미스터 소크라테스’ ‘사랑해, 말순씨’

■김래원, 꼴통형사 변신 “건든놈 나와!” ‘미스터 소크라테스’ 이 친구 참 인간 말종이다. 지하철 안에서 담배 피우기는 기본, 노약자석에 누워 있다 호통치는 할아버지를 무시하기는 예사며 교도소의 아버지에게 면회를 가서는 용돈이나 좀 달란다. 장유유서(長幼有序)에 부자유친(父子有親)도 없으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고 있을 리 없다. 실수로 죄를 저지른 친구를 경찰에 신고해 버리는데도 죄책감이란 도무지 찾아 보기 힘들다. 신작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첫번째 미덕은 주인공인 ‘꼴통’ 형사 구동혁(김래원)의 캐릭터에 있다. 진지함의 반대말이고 안티 모범생 캐릭터의 전형이며 예전에는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의 인물 ‘삵’에서 최근 ‘공공의 적’의 강철중 같은 인물들과 선이 닿는 그의 매력은 막돼 먹게 행동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옳은 일을 하는 바람직함에 있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폭력 조직의 막내인 이 악질이 조직의 필요에 의해 경찰로 거듭 난다는 구성. 일단 마음을 잡은 그가 조직의 음모에 동조할 리는 없고 말단 형사인 그는 특유의 ‘막 나가는’ 방식으로 조직과 전쟁을 벌인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에도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최근 잇따라 선보인 몇몇 코미디 장르 영화중 줄거리의 흡입력에서나 에피소드의 풍부함에서나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듯하다. 형사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주인공 동혁의 성격 변화나 사육당하는 ‘개’에서 복수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면은 없지 않다. 악하기만 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악당의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넘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나 액션이나 코미디 장면에서의 깔끔한 편집, 동혁의 캐릭터를 연기한 김래원의 매력 등이 잘 어울리며 통쾌함과 웃음이란 관객의 쾌감을 효과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여기에 강신일이나 이종혁, 윤태영, 오광록, 박철민 등 탄탄한 연기 혹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갖춘 배우들의 모습도 즐길 거리. TV 코미디와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최진원 감독이 ‘패밀리’ 이후 두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다음달 1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9분. ■가을을 울리는 ‘사랑해, 말순씨’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인어공주’ 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는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박흥식 감독은 ‘사랑해 말순씨’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솜씨를 과시했다. 비록 앞선 두 작품보다 몸집과 화제성에선 한참 떨어지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영화는 기대 이상의 흡족함을 전해준다. 중학교 1학년 소년 광호는 엄마 말순을 부끄러워한다. ‘박정희 대통령 유고’란 신문 제목을 보고 “유고가 뭐냐”고 묻자 “6×5는 30이지”라고 중얼거리고 화장을 지우면 눈썹이 없는 엄마는 광호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런 광호가 연모하는 대상은 바로 옆방에 세든 예쁜 간호사 누나. 사춘기로 접어든 광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에 눈을 뜨고 간호사 누나를 대상으로 몽정을 한다. 그러던중 ‘행운의 편지’가 배달된다. 일정량의 답장을 쓰지 않으면 불행이 닥친다는 행운의 편지. 광호는 자신을 괴롭히는 바보 소년 재명이와 엄마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답장을 쓴다. 평범한 내용이나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부터 전두환 대통령 취임까지 한국사의 최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아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승화시킨다. 별다른 사건 없이도 처음 1시간이 흘러 갈 수 있는 건 바로 그 시대를 섬세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힘을 주지도 않았다. 보여줄 것과, 말할 건 다 보야 주거나 말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관조하듯 한발 뒤로 물러 났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무심한 대사와 에피소드 속에 계엄, 광주사태, 사우디 건설붐, 가난, 폭압적 교육 등 시대를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키워드를 녹여 냈다. 대단한 생략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기법은 장면 장면의 여운을 길게 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 여기에 휴머니즘도 진하게 깔려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과 가난한 반항아에 대한 편견, 엄마에 대한 애증의 교차가 얼토당토 않은 ‘행운의 편지’란 시대적 상징과 어우러져 가슴을 따끔따끔 꼬집는다. 여기에 누구나의 아킬레스건인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회환과 그리움이 정점을 찍으니 관객은 막판 옴짝달싹할 수밖에 없다. 외관상으로는 한 소년의 특별할 것 없는 통과의례기이지만 영화는 아픈 시대를 그 안에 투영하고 엄마에 대한 사랑을 녹여 내 한편의 수작으로 탄생한다. 다음달 3일 개봉, 12세 관람가.

MOVIE/‘빨간구두’ , ‘4브라더스’ , ‘리플리스 게임’

■페넬로페 연기 빛나는 이탈리아산 멜로 ‘빨간구두’ 가을에 찾아온 옛사랑의 추억 오토바이 사고가 나고 10대 소녀 한 명이 병원으로 실려 온다. 아이는 이 병원의 의사 ‘티모테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딸. 곧바로 뇌 수술이 집도되고 차마 자신의 딸을 수술할 수 없는 티모테오는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멜로영화의 홍수 가을 극장가에 이탈리아산 사랑영화 ‘빨간 구두’(원제 Non timuovere)가 14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속 사랑이야기에 담긴 빛깔은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이루지 못할 사랑의 축축한 검정색, 그리고 추억 속에 등장하는 가을의 갈색이다. 강렬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기억은 이를 돌아보며 삶의 힘을 얻는 현재와 교차되며 힘있게 전개된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창 밖. 티모테오의 눈에 빨간 구두를 신은 한 여인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실제인 듯 환영인 듯, 멀리서 여자를 바라보던 티모테오는 10여년 전의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딸이 태어나기 전, 좋은 직업에 예쁜 아내(클라우디아 게리니)와 함께 무난히 성공적인 삶을 살고있던 티모테오는 닫힌 생활에 싫증을 느낄 때 쯤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한 시골마을에서 운명적인 한 여자를 만난다. 짓다 만 아파트에서 집시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탈리아’(페넬로페 크루즈)는 티모테오에게는 한동안 만나오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부류.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이탈리아에 빠져드는 티모테오. 둘 사이의 사랑은 이성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만큼 거세게 불타오르고 이젠 누구도 이들을 떨어뜨려 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결국 티모테오는 아내와 이혼을 결심하지만 용기를 내서 새로운 사랑에 대해 입을 열려던 순간 아내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준다. 불륜이라는 멜로영화의 흔한 소재를 담고 있지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옛 사랑에서 묘한 힘을 얻는 한 남자의 우수에 젖은 회고담을 꽤나 힘있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는 두 남녀 주인공의 열연이 단단히 한 몫 한 듯. ‘사하라’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의 모습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이 영화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이며 동명 원작 소설의 작가 마가레트 마잔티니의 남편인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존 싱글톤 감독 화끈 액션·총격신 승부 ‘4브라더스’ ‘4男子’ 거친매력 중무장 문제아들을 선도하는데 앞장서는,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할머니 에블린 머서가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슈퍼마켓에서 강도들에게 피살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 흩어져 살던 네 명의 아들이 모인다. 그런데 이들의 피부색이 다르다. 둘은 흑인이고 둘은 백인. 모두 머서가 과거 입양한 문제아 출신들이다. 경찰을 믿지 못하는 형제는 직접 어머니의 복수에 뛰어들고 이내 어머니의 피살이 계획된 범행임을 확인한다. 형제는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피 한방울 안 섞인 형제지만 이들은 어머니의 복수 앞에 뭉쳤고, 목적을 위해 두려움이 없었다. 덕분에 그들의 움직임은 액션 영화의 공식을 성실히 따르며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한다. ‘패스트&퓨리어스2’의 존 싱글톤 감독은 이번에도 스피드와 파워를 내세워 화끈한 액션 오락영화 한편을 탄생시켰다. 더불어 드라마의 수준 역시 ‘패스트&퓨리어스2’ 보다는 몇단계 위다. 눈발 날리는 겨울 디트로이트는 범죄를 예고하는 도시다. 낮이건 밤이건 주택가 총싸움은 아무런 제재 없이 펼쳐지고 경찰의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장치는 문제아 출신으로 성인이 된 현재도 그리 ‘모범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형제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경찰에서 국회의원까지 연결된 부패의 고리는 형제가 복수의 총을 마구 쏘아대게 만든다. 반대로 형제의 복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거의 없다는 것은 영화가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 싱글톤 감독은 실감나는 총격신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딱히 CG나 스케일을 내세운 액션이 없는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간단한 도구로 큰 효과를 본 셈. 한차례 등장하는 차량 추격전도 꽤 볼만하다. ‘혹성탈출’ ‘이탈리안 잡’의 마크 월버그가 도통 ‘생각을 하지 않는’ 행동파 건달이자 맏형으로 출연, 모처럼 거친 매력을 과시했다. 14일 개봉, 18세 관람가. ■존 말코비치 주연 ‘리플리스 게임’ 패트리샤 하미스미스의 걸작 ‘리플리’ 시리즈 중 하나인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이 시리즈의 소설 속 주인공 리플리는 알랭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나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의 주인공과 같은 인물. 이들 영화는 모두 ‘리플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사람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로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여성 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코네가 맡은 영화 음악 역시 비범해 보이지만 이 영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리프리역을 맡은 명배우 존 말코비치다. 철저하게 익숙해진 살인과 그틈의 권태, 그리고 차가운 얼굴 속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심리의 변화까지 영화 속 그의 연기는 현명함과 원숙함을 넘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살인자이며 천재적인 사기꾼인 리플리(존 말코비치)는 하던 ‘일’을 접고 이탈리아의 한 시골에서 매일 다를 것 없는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옛 동료로부터 살인을 의뢰받은 리플리는 그에게 돈이 궁한 이웃 조나단을 소개시켜주고, 조나단은 평범한 가장과 킬러의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15세 관람가. 6일 개봉.

MOVIE/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남성 버디 액션’ 몰려온다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김수로·임창정 “저희보고 울걸요?” 눈이 번쩍 뜨이는 영화가 등장했다. 발견의 기쁨이다. 한국 상업 멜로영화의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물론 이 영화는 새롭지는 않다. 할리우드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충무로에 안겨준 충격으로 인해 탄생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커플이 각기 다른 종류의 사랑을 전개하는 와중에 그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는 매력적인 구조의 사랑 이야기. 시나리오가 웬만큼 완벽하지 않으면, 또 편집의 묘미가 살아나지 않으면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 위험을 극복하면 혀의 미세한 세포를 하나하나 자극하는 절묘한 맛을 느끼게 된다. 일단 돋보이는 것은 영화가 완벽하게 수미쌍관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일주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을 배경으로 여섯 커플의 서로 상관없는 러브 스토리를 전개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영화는 중심을 똑바로 잡고 도입부의 화두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솜씨를 보였다. 도입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영화가 모방범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형사 황정민을 무식한 인간으로 취급하던 정신과 의사 엄정화가 후반부 “자기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해봐야 안다”는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 단선적인 구조에서도 조금만 삐끗하면 출발과 끝의 조화가 어그러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보기좋게 그것에 성공했다. 두번째로 여섯 커플의 개성을 십분 살리면서 그들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가난한 커플, 극과 극의 커플, 중년의 커플, 아버지와 딸, 스타와 수녀 그리고 동성애 커플. 이들은 각자의 작은 우주를 형성해가면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큰 우주의 구성원이 된다. 무심결에 마주치고 스쳐가는 인연이 하나의 커다란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각 커플의 에피소드는 눈물과 웃음, 감동을 넘나들며 오감을 자극한다. 관객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안겨주는 것.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특히 황정민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이 여자가 왜 이래”라고 툭툭 내던지는 모습은 극장안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단연 황정민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을 터인데, 그의 연기가 이 영화의 오락성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그동안 코미디를 장악하던 임창정이나 김수로는 정색을 하고 슬픈 연기에 도전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코미디에 가려있던 둘의 내공이 드러나는 순간. 이렇듯 영화는 바쁜 와중에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배반하는 도전까지 병행해 그마저 성공했다.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는 이제 경지에 오른 엄정화는 시종 의연했고, 중년의 로맨스를 꾸려나간 주현과 오미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막판 ‘시네마천국’을 본뜬 ‘너를 위한 영화’는 청춘 남녀의 사랑 부럽지 않게 로맨틱하다. 또한 반전의 묘미까지 안겨주는 천호진의 절제되고 묵직한 연기는 스크린에 힘을 실어준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연기들이 비빔밥 속 싱싱한 재료처럼 펄떡인다. 세번째로 영화는 단순한 사랑 놀음이 아닌, 인생을 그리는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오래된 극장은 화려한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하기를 강요받지만 오래 묵은 것의 미덕은 분명히 있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은 생을 포기하고 낙태를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은 움튼다. 나날이 성장하는 영상과 스타 파워의 이면, 성적 소수자의 비애와 근원적인 인간애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진다. 부지불식간에 피부에 스며드는 온기처럼 마음을 꾹 누른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민규동 감독은 원작 시나리오를 각색했고 자신의 솜씨를 발휘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7일개봉, 15세 관람가. ■ ‘남성 버디 액션’ 몰려온다 권상우·유지태 ‘야수’ 류승범·황정민 ‘사생결단’…하반기 줄줄이 개봉 한국영화에서 한동안 뜸했던 암흑가 남성들의 비정한 세계가 올 겨울을 기점으로 봇물 터진 듯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암흑가를 무대로 준비 중인 영화만 다섯편. 이들 영화의 특징은 대부분 두명의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버디 영화라는 점과 극한 상황 속 남자들의 처절한 운명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장르적으로는 액션 느와르로 묶인다.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가을을 달굴 멜로영화의 향연이 끝나면 추위를 몰아낼 강하고 뜨거운 남자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이다. ▲야수 (감독 김성수·제작 팝콘필름) 12월 개봉 예정으로 이들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권상우 유지태 주연의 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은 암흑가의 구성원은 아니다. 그러나 둘은 각기 열혈 형사와 검사를 맡아 암흑가를 상대로 죽음을 각오한 결전을 벌인다. 총제작비 80억원을 투입, 파워풀한 액션신을 연출할 예정. 특히 권상우가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직접 모든 액션을 소화하고 있어 보다 사실감 넘치는 화면이 예상된다.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동명이인인 신인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생결단(감독 최호·제작 MK픽처스) 류승범, 황정민 주연.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뒷골목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 마약 판매상과 담당형사의 의리없는 공생공사를 그린다. 류승범이 뒷골목 ‘양아치’를, 황정민이 동료를 잃은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마약계 만년 경장을 연기한다. 영화는 황정민이 류승범을 끌어들이며 벌이는 처절한 복수를 그린다. ‘후아유’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선보였던 최호 감독이 180도 변신, 핏빛 남성의 세계를 그린다. 최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직접 ‘현장’ 취재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10월초 부산 올로케이션에 들어간다. ▲비열한 거리(감독 유하·제작 싸이더스FNH) 조인성이 단독 주연을 맡아 홀로서기에 나선다. 꽃미남 청춘 스타의 변신이 기대되는 작품으로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초등학교 동창생인 조직 폭력배와 영화감독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작품. 조인성은 스물아홉 ‘젊은 형님’으로 한 밑천 잡아보려고 밑바닥부터 올라온 조직의 넘버3다. 그의 친구이자 조폭 영화로 재기를 노리는 영화감독 역에는 남궁민이 캐스팅됐다. ▲강적(감독 조민호·제작 미로비젼)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탈옥한 탈옥범이 삶의 희망을 잃은 3류 형사를 인질로 잡으면서 벌어지는 독특한 이야기. 박중훈이 1999년 ‘인정사정 볼것 없다’에서 분했던 형사 캐릭터에 다시 한번 도전하며 탈옥범 역에는 드라마 ‘패션70s’으로 부상한 천정명이 캐스팅되는 행운을 잡았다. 박중훈은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해야하는 절박한 형사이고 천정명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자를 잡기 위해 탈옥했다. 둘은 서로의 절박함으로 서서히 동화된다. ‘정글쥬스’로 데뷔한 조민호 감독이 연출하며 지난달 26일 제작고사를 지냈다. ▲열혈남아(감독 이정범·제작 싸이더스FNH) 설경구 조한선 주연. 영상원 출신의 이정범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싸이더스FNH 내에서 꽉 찬 시나리오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조폭의 세계를 그리긴 했지만 앞선 작품들과 무게중심은 좀 다르다. 가족애 등의 휴머니티가 도드라지는 것. 설경구와 조한선이 복수에 나서는 조폭으로 등장하지만 이들은 인간애 앞에서 흔들린다. 액션 보다는 휴먼이 강조된 느와르. 11월말 크랭크 인 예정이며 논산과 전주 일대를 돌며 촬영한다. {img5,l,000}■사랑을 끝장내느냐! 광적인 취미를 포기하느냐… 남자와 스포츠. 그 둘 사이의 사랑이 남녀의 그것보다 더욱 강렬할 때가 있다. 야구광인 남자 벤(지미 팰론)과 그를 한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매력적인 여자 린지(드류 배리모어) 사이의 로맨스를 다룬 ‘날 미치게 하는 남자’가 7일 개봉한다.

MOVIE/ 한·중·홍콩 합작 ‘칠검’ , 미스터 주부 퀴즈왕

■한·중·홍콩 합작 ‘칠검’ 아시아 대표선수 뭉친 무협액션쇼! ‘홍콩액션의 전설’ 류자량 검술 자랑 전쯔단, 김소연과 한국어 대사 소화 좁은 벽 사이 두 남자가 벽을 오르내리며 육중한 검을 ‘쨍’ ‘쨍’ 부딪힌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가기도 힘든 좁은 공간이지만 둘은 벽을 타며 대단히 격렬하게 싸운다. 웬만큼 정교한 액션의 합(合)이 아니고는 나오기 힘든 명 액션. ‘칠검’을 관통하는 여러 리얼 액션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동시에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쉬커 감독이 모처럼 정통 액션을 들고 나왔다. 투박하지만 힘의 무게가 화면 밖으로 전해지는 정통 액션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향수도 전해준다. ‘칠검’의 이러한 리얼 액션의 뒤에는 ‘취권’ ‘외팔이 검객’ ‘소림사’ 등을 만든 홍콩 액션의 살아있는 전설 류자량(劉家良)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무술 감독인 동시에 일곱 무사 중 한명으로 직접 출연도 한 류자량은 ‘칠검’을 통해 “살아있는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쉬커 감독의 뜻을 제대로 구현했다. ‘동방불패’ ‘영웅본색’ ‘황비홍’ ‘신용문객잔’ 등 숱한 액션 히트작을 낸 쉬커 감독은 ‘칠검’에서도 무협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조급해하지 말고 검술을 즐겨라.’ 무술연마와 무기소지가 금지된 17세기 청나라. 무술을 연마하는 자들의 머리에는 수백냥의 은화가 현상금으로 걸려있고 이때를 노려 무차별 사람 사냥에 나서는 무리들이 있다. 전국이 피바다에 휩싸이자 천산에 머물고 있던 일곱명의 무사들이 산을 내려온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용도의 검을 무기로 사람 사냥꾼들에 맞선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드라마보다는 액션에 무게 중심을 싣기 때문. 리밍, 전쯔단, 찰리 양, 김소연 등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사실 그들의 얼굴 역시 육중한 액션에 묻힌다. 그만큼 이 영화의 포인트는 액션인 것. 그 때문에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에게는 무사들의 캐릭터와 각각의 검에 얽힌 사연들이 좀더 자세하게 부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에서는 이미 이 영화가 상상 이상의 히트를 기록했다. 검이 기둥과 강철 솥단지를 가르기도 하고, 양날의 칼이 되어 때로는 무사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영웅’이나 ‘와호장룡’에서 보아온 휘어지는 부드러운 검이 아닌, 바위를 가르는 단단한 검에는 어떤 트릭도 숨을 구석이 없다. 오로지 정면승부다. 쉬커 감독은 그러나 한가지 멋을 부리기도 했다.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사냥꾼들의 모습과 그들의 무기는 서양의 야만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그로테스크한 분장은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은 판타지를 만들어내며 그들의 가공할만한 무기 역시 상상의 소산. 지극히 대륙의 냄새가 묻어나는 영화지만 이렇듯 도입부에서는 살짝 변주를 취했다. 한국 홍콩 중국이 공동제작한 영화답게 김소연과 전쯔단은 각각 조선에서 끌려온 노예와 백두산에서 내려온 무사로 설정돼 한국어를 구사한다. 쉬커 감독은 한국관객의 구미에 맞춰 중국 버전에서 20여분을 줄였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미스터 주부 퀴즈왕 충무로판 ‘불량주부’ 한석규가 돌아왔다! 남자 전업주부는 분명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소재다. 출발부터 희소성과 의도하지 않은 코믹성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기에 퀴즈쇼를 결합했다. 승부가 있고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고 감칠맛나는 퀴즈쇼 역시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소재로 손색이 없는 아이템. 다만 남자 전업주부의 ‘위상’이 워낙 큰 까닭에 극중 퀴즈쇼는 하나의 소품에 머물게 된다. 그래도 시작은 좋았다. 흥미로운 소재 둘을 결합시킨 발상이 귀엽다. 한석규가 모처럼만에 코미디로 돌아왔다. ‘텔미썸딩’ 이후 한동안 쉬다가 복귀, ‘이중간첩’ ‘주홍글씨’ ‘그때 그사람들’에 잇따라 출연하며 존재감을 다시 알렸던 그는 최근작들이 모두 무거웠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벼운 작품을 선택했다. 스크린 데뷔작인 코믹영화 ‘닥터 봉’의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한번 관객과 ‘즐겁게’ 소통하고 싶었던 듯 하다. 프로답게 그는 어깨에서 힘을 확실히 뺐다. 오랜만의 코믹연기에 스스로 닭살이 돋기도 했을텐데 우스꽝스러운 여장까지 소화하며 영화에 전념했다. 여기에 코믹 연기의 달인 공형진이 친구로 가세하면서 두 남자의 그림이 꽤 여러 대목에서 폭소를 자아낸다. 게으른 화장실 유머가 아닌, 상황이 빚어내는 유머인 까닭에 스크린과 관객의 소통은 편안하다. 극중 한석규는 6년차 전업주부다. 주전자의 물때를 제거하는 방법과 국에 들깨를 갈아넣어 간을 하는 레서피 등이 몸에 붙은 살림꾼. 여느 주부와 다름없이 동네아줌마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고스톱도 잘 치고 계도 조직한다. 대신 그의 아내 신은경은 방송국에서 MC로 일하며 돈을 벌어온다. 아침에 아내의 귀고리와 스타킹을 찾아주는 것 역시 한석규의 몫이다. 그런데 사단이 벌어진다. 낮은 은행 이율로 저금하는 대신 계를 붓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3천만원짜리 계를 들었는데 그만 계주가 야반도주해 버린 것. 이 때문에 그가 ‘주부 퀴즈왕’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영화는 남자 전업주부의 일상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포착했다. 여자들이 친정엄마와 담그는 김장김치를 그가 어머니와 담그고, 고스톱을 치며 저녁 찬거리 값을 마련하려는 알뜰함 등이 그것. 동시에 “나도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게 좋은 줄 알아?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잖아”라는 대사를 통해 가정을 지키는 주부의 손을 높이 들어준다. 그러나 재취업할 생각은 안하고 엉뚱하게 퀴즈쇼에나 출연하는 남편이 챙피해 집을 나가버리는 아내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반영한다. 이 영화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것. 영화는 모난 구석 없이 건전하다. 그러나 반대로 딱히 주목할만한 점이 없다는 얘기. 상업영화로서 발화점에 도달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29일 개봉.

MOVIE/외출.가문의 위기

■외출 불륜? 사랑! 배용준의 외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쪽 남편 문자 좀 확인해도 돼요?” 기막힌 상황이다. 서로의 아내와 남편이 바람났다는 사실을 알게된 남자와 여자. 이 둘은 도대체 어떻게 처신을 해야하는 것일까. 더구나 그 바람난 당사자들은 지금 병원에 나란히 혼수상태로 누워있다. 배우자들 몰래 떠난 밀월여행에서 교통사고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왔으나 사고보다 더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배신’. 남자와 여자가 일단 한다는 일은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각자 아내와 남편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방의 휴대폰에 남겨진 문자도 확인한다. 정말 이들이 서로 밀어를 속삭인 것일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은 불륜이라는 엄청난 배신을 ‘외출’이라는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그 육중한 무게를 대폭 걷어냈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주인공 인수(배용준 분)와 서영(손예진)의 ‘애정 행각’은 불륜이라기 보다는 일반 남녀의 사랑처럼 다가온다. 다소 슬픔을 간직한. 그들의 배우자들이 먼저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복수심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어느 정도 정당성을 띤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영화가 된다. 거기서부터 어긋나버린 것이다. 관객이 이들의 사랑을 비난하거나 혹은 위험천만하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을 도와주듯 이들 배우자들이 누워있는 시골 병원에는 병문안 오는 사람도 없다. 인수와 서영의 불륜이 관객 이전에 극중 타자에게 들키거나 비난받을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게다가 병상에 누워있는 그들 배우자들의 존재는 턱없이 작다. 회상신 하나 등장하지 않아 인수와 서영이 느낄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도 잘 모르겠다. 자연히 관객 역시 두 사람의 행동이 ‘나쁜 짓’임을 잊고 그들이 아름답게 맺어지길 바라게 된다. 처음부터 면죄부가 주어진 남녀의 일탈에 어찌 돌을 던지겠는가. 그러다보니 드라마의 흐름이 단조로워진다. 원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전공으로 삼는 허 감독이지만 ‘외출’은 앞선 작품에 비해 그 아우성의 강도가 떨어진다. 정적이고 절제된 화면 가운데 인물들의 미세한 떨림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발화점에 채 도달하기 전에 사그라진 불꽃 같다. 디테일을 강조했기에 각종 에피소드는 나름의 여운을 갖는다. 사고현장에서 나온 배우자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쑥 콘돔이 나오는 상황, 살 맞대고 사는 아내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괴로워하는 상황, 배우자들이 누워있는 병원옆 여관방에 앉아 사과를 깎아먹고, 끝내 숨을 거둔 배우자의 영정을 사이에 두고 맞절하는 모습 등은 상황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려주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는 처음부터 취하려했던 매력적인 소재들이다. 어찌보면 적으로 만난 인수와 서영은 배신감에 동병상련 하다가 외딴 곳에서의 지난하고 무료한 병간호에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치부를 공유한 둘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이른다. 배신감과 허망함에서 나오는 도덕적 해이가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불변의 ‘진리’와 만나면서 화학작용을 일으킨 것. 이들의 사랑이 한편으로는 여행지에서의 반짝 사랑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것도 그 때문. 중반부 인수 장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제외하고는 이들에게 거칠 것은 없다. 흥미로운 소재에서 출발했지만 손가락과 눈동자의 떨림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때문인지 기대했던 긴장감과 아픔이 많이 반감돼 버렸다. 지나치게 깔끔해졌다고나 할까. 또한 과감한 편집이라 판단해 선택했을 장면장면의 연결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점들이 관객에 따라서는 담백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듯하다. ■가문의 위기 조폭가문에 검사 며느리 웬 황당 시츄에이션? 추석 극장가를 노리는 코미디 ‘가문의 위기’(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가 7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02년 평단의 혹평과 관객들의 열광이라는 상반된 반응 속에 전국 505만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던 ‘가문의 영광’의 속편으로, 전작의 기둥줄거리가 조폭 가문의 엘리트 사위 만들기였던 데 비해 속편은 검사 며느리가 들어올 ‘위기’에 처한 조폭 가족을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잔뜩 망가진 신현준과 방송에서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던 김원희. 여기에 ‘마파도’의 흥행배우 김수미와 가수출신 탁재훈이 가세했고 공형진, 신이, 박희진, 현영 등 개인기 넘치는 배우들이 잔뜩 출연한다. 전라도 조폭 가문의 대모 홍덕자 여사(김수미). ‘아그들’과 ‘동상들’의 충성이 든든하고 사업 역시 탄탄하지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일 하나는 확실히 하지만 결혼할 나이가 지난 노총각 큰아들 인재(신현준)다. 엘리트 며느리를 통한 가문의 ‘체질’ 개선은 홍여사의 최고 과제. 아들들에게 자신의 환갑잔치까지 며느릿감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던 중 인재는 첫사랑과 닮은 여인 진경(김원희)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은 서로 한가지씩 비밀을 가지고 있다. 검사 진경은 자신을 공무원으로만 소개하고 백호파 보스인 인재는 자선사업가 행세를 한다. 드디어 환갑잔칫날, ‘어깨’들과 ‘깍두기’들이 가득 모인 행사장은 검사 며느릿감 진경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가문’에는 서서히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가문의 영광’의 에피소드가 세 오빠가 막내 여동생을 명문대 출신 사위와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면, ‘가문의 위기’의 웃음 포인트는 검사 며느리의 조폭 가문 ‘입성’이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편에서 보여준 따뜻한 가족 코드는 사라진 느낌. 출연진 면모는 화려하지만 영화 속의 웃음은 그럴듯한 상황보다는 무리한 설정 속 개인기에만 의존한 까닭에 그다지 유쾌하지 못하다. ‘인형사’를 만들었던 정용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시간 115분. 15세 관람가. ■안성기·류더화 ‘묵공’서 호흡 배우 안성기와 홍콩 스타 류더화가 150억원 규모의 한국 일본 중국 홍콩 합작영화 ‘묵공’의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다. 안성기는 극중 카리스마 강한 악당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한다. 중국 제이콥 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4일부터 내몽고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MOVIE/박수 칠 때 떠나라.가발

#박수 칠 때 떠나라 생중계로 본 생생한 수사극 박수 칠 때 떠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기다려도 앙코르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큼 어렵다. 미련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살인사건 수사과정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는 기발하고도 기막힌 아이템에서 출발한 영화는 범인 색출에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숨막히고 흥미진진한 과정을 돌아온 영화의 결론은 단순 명쾌했다. ‘박수 칠 때 떠나라’. 그것이 이 수사극의 제목이 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이 받는 여운은 꽤나 길고 매력적이다. 1980년대 드라마 ‘수사반장’의 첫회 제목이 이와 동일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이 작품 역시 장진 감독의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연극에 이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장 감독은 연극에서 검증받은 특유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적절히 교배했다. 인물 클로즈업과 적당한 CG, 그리고 드라마틱한 카메라 워킹. 또 있다. 흥행 보증수표 차승원을 최고로 섹시한 검사로 만들어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우리 하는 일 다분히 쇼였잖아. 예전부터…. 적당한 때에 큰 거 하나씩 터뜨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놈 타이밍 맞춰서 밟아주고….” 극중 부장 검사의 말이다. 실제로 살면서 절묘한 시점에 터진다 싶은 검찰의 대형 수사 발표와 종종 맞닥뜨리는데, 그 부분을 포착해 긁어주는 대사다. 수사과정을 생중계하는 것도 기막힌데 방송사는 도중에 시청률을 위해 무당까지 불러서 한바탕쇼를 연출하자고 제안한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곳곳에 현실을 풍자하는 다분히 냉소적이면서도 코믹한 상황을 펼쳐놓는다. 마치 남자들의 시답지 않은 농담을 보는 듯. 방송사는 수사과정을 생중계하면서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 패널과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을 유도하고 용의자의 유무죄에 관해 ARS 투표도 받는다.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신하균 분)는 급기야 매스컴이 만든 스타가 돼 그를 감시하는 경찰조차 그의 사인을 받기를 원한다. 현재의 TV가 경찰이 범인을 추격하는 현장을 생중계하고 부부싸움 등을 가감없이 내보낸다면 영화는 그보다 더 ‘막나가는’ 미래를 상상한 것이다. 다분히 블랙 코미디적인 상황. 연극적인 표현도 부분적으로 살렸는데, 많은 참고인들의 모습이 과장되게 그려졌다. 모두가 진지하고 심각하게 진술하지만 하나같이 엉뚱하게 오버를 한다. 매순간 숨을 죽이게 하는 흥미진진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와중에 웃음이 ‘푹’하고 터져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그런 상황이 소름을 돋게도 한다. 거짓말 탐지기 실험을 위해 온몸에 전기선을 단 신하균이 “난 여자예요”라며 절규하는 모습은 사이코 드라마로 빠진다. 그러나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영화는 범인에 대한 호기심을 끝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곁가지를 많이 냈지만 엉뚱한 길로 빠지거나 본말이 전도되는 누는 범하지 않았다. 초반의 긴장감이 중반부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 신마다 호흡을 다 찾아가며 진행한 감은 있다. 장 감독은 영화가 가진 탄탄한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끌고 나가 막판 반전의 효과를 놓치지 않았다. 블랙코미디 특유의 진지함과 코믹함, 불편함 사이를 적절하게 오간 영화는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이 세상 모든 일이 ‘선정적으로’ 포장되는 현실 속에서 과연 누가 죽었느냐, 누가 죽였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일까에 물음표를 찍는다. 왜 죽었는가, 왜 죽였을까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11일 개봉. #가 발 기억 품은 공포가 자란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수현(채민서). 오늘은 퇴원날이지만 사실 병이 나은 것은 아니다. 병세는 오히려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 언니 지현(유선)은 수현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 슬픈 표정을 감추며 지현이 준비한 선물은 가발. 윤기가 흐르는 이 가발에 묘한 기운이 흐른다. 12일 개봉하는 공포 영화 ‘가발’(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의 출발은 꽤나 매력적이다. 한껏 소리를 질러야 할 여주인공(유선)은 목소리가 없고 예쁜 여배우(채민서)는 삭발에 가발을 쓰고 피투성이로 변할 강단도 있다. 여기에 영화의 소재는 동양 공포물의 핵심 아이콘인 머리카락이다. 목소리가 없는 인물의 리액션은 표정으로만 표현되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고, 머리카락이 보여주는 공포의 요소 역시 풍부하다. 게다가 삭발에 피범벅인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표현의 여지는 한참은 넓혀져 있다. 집에 돌아온 두 사람.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팔로 수현이 가발을 들면서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듯, 가발을 쓰면서 수현의 외모는 눈에 띄게 건강해진다. 절망적이던 병세 역시 차차 좋아지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 놓고 지현의 옛 연인 기석(문수)을 유혹하는 등 점점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여기에 가발을 빌려 쓴 지현의 친구 경주가 참혹하게 죽은 채로 발견되자 공포는 극으로 치닫는다. 가발에 뭔가 이상한 게 있음을 직감하는 지현,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사랑스러운 동생 수현은 점점 공포의 대상이 되어 간다. 매력적인 요소들로 출발한 영화에 감독은 자매간의 우애와 반목, 기억과 애정 등 여러 이야기를 펼쳐 넣으며 퍼즐 맞추기의 재미를 제공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영화의 퍼즐 맞추기는 꽤나 정교한 편. 하지만 촘촘하게 연결돼 있을뿐 유기적으로 흐르지 못한 이유로 공포나 슬픔의 감흥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줄거리의 강약과 장단의 차이가 평이한 까닭에 공포는 영화의 흐름과 함께 쌓여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효과적으로 잘 짜여진 장면들마저 그 장면 안에서만 머물 뿐, 줄거리 전체로 넘나들지 못한다. 단편 ‘빵과 우유’를 만들었던 원신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분홍신’과 ‘여고괴담4’에 이어 올 여름 세 번째로 선보이는 국산 공포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사진> 감독의 차기작은 ‘한반도’. {img5,r,000}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국가적 위기와 갈등을 그린다. 일본의 끝나지 않은 침략 야욕이 한반도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00년 넘게 감춰져 왔던 수수께끼를 파헤친다는 설정. 10월 중 크랭크 인 예정.

MOVIE/여름 극장가 골라보는 재미! . 마더

7월 한국영화·외화 기대작 겨루기 극장가가 여름 성수기를 향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있는 가운데 7월 한 달간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의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한다. 전통적으로 7월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띠는 시기다. 올해 7월 극장가도 ‘우주전쟁’과 ‘아일랜드’ 등 할리우드 영화와 ‘천군’, ‘친절한 금자씨’ 등 한국 영화 사이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 영화 외에도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나 토종 공포물 ‘여고괴담4:목소리’ 같은 복병들 역시 ‘깜짝’ 흥행을 노리고 여름 극장가의 관객들을 만나며, 8월의 첫주말에는 또 다른 기대작 ‘웰컴투 동막골’도 ‘제왕’의 바통을 이어받으려고 대기 중이다. ●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7일 개봉)=국내 극장에서 스티븐스필버그와 톰 크루즈 만한 흥행 보증 수표가 또 있을까? 이들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다시 뭉쳐 만든 ‘우주전쟁’은 한국을 포함해 올해 극장가에서 두말할 것 없는 최고의 기대작이다. 영화의 원작은 1898년 처음 출판된 동명의 원작 소설. 특히 30년대에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라디오 드라마가 방송돼 이를 현실과 혼동한 시민들에 의해 일대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영화는 외계인들의 침략과 이에 맞서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날 다리가 셋 달린 정체 불명의 괴물이 나타나며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보내게 된 이혼남 레이(톰 크루즈). 그는 외계인들의 침략을 피해 아이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 아일랜드(The Island, 22일 개봉)=할리우드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만큼 흥행 감각을 인정받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4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와 ‘더 락’, ‘아마겟돈’, ‘진주만’ 등을 만든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폭파장면과 웅장한 화면에 SF물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 묘사가 더해졌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자신이 살고 있던 곳과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유일한 희망의 땅 아일랜드가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복제인간 링컨(이완 맥그리거)과 조단(스칼렛 요한슨)이 자신들을 만든 창조자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 천군(15일 개봉)=싸이더스가 85억원을 투입한 대작 프로젝트로 남북한 군인들과 핵물리학자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의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가 미국에 양도되기로 결정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 장교 민길은 핵물리학자 수연을 납치하고 이 핵무기를 빼돌린다. 그를 쫓는 남한 장교 정우 일행과 민길은 대치 중에 갑자기 400여 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이들이 가게 된 곳은 압록강 지역 국경 마을. 그 곳에는 막 과거시험에 떨어져 낙담한 채 한량처럼 생활하는 청년 이순신이 있다.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등이 출연하며 신인 민준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봄날은 간다’ 이후 이영애가 4년만에 출연하는 영화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기대작. 박찬욱 감독에게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이다. 영화는 13년간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여자 금자씨(이영애)가 자신을 가둔 한 남자에 대해 벌이는 복수극을 다룬다. 그동안 자세한 스토리나 세부적인 설정이 일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영화는 ‘올드보이’에 못지않은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복수극이 담겨있다는 것 정도만 소문으로 알려져 있다. ● 여고괴담4:목소리(15일 개봉)=공포영화 제작붐을 이끈 ‘여고괴담’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그동안 전편들이 주목했던 것은 ‘왕따’와 입시경쟁, 억압된 교육 현실, 소녀들 사이의 관계 등. 4편은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된 한 여고생에게 다가서는 공포를 담고 있다. 어느날 여고생 영언이 갑자기 살해되고 단짝 친구 선민은 이후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오직 혼자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에 두려운 선민. 그러던 중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은 채로 발견된다. 신인 최익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김서형 등이 출연한다. ● 마다가스카(Madagascar, 14일 개봉)=2005년 애니메이션 중 최단기간 북미 흥행 1억 달러(약 1천억원)를 돌파한 영화사 드림웍스의 야심작. 정글보다 도시가 더 좋은 뉴욕 토박이 동물들의 모험담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태어나 살며 정글 구경은 한 번도 못해본 뉴욕 토박이 사자 알렉스와 그의 친구인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 등이 주요 캐릭터다. ‘캐스트 어웨이’나 ‘아메리칸 뷰티’, ‘혹성탈출’, ‘플래툰’에서부터 다른 애니메이션인 ‘슈렉2’까지 다양한 영화의 패러디가 볼거리. 벤 스틸러와 크리스 룩 등 더빙을 맡은 스타급 연기자들도 화려하다. 국내에서는 송강호가 한국어 더빙을 맡아 화제가 됐다. ● 웰컴투 동막골(8월4일 개봉)=총 제작비 8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대학로의 인기 연극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는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국군 현철과 인민군 수화, 미군 스미스 대위가 마을 주민들과 생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은 총의 용도를 겨우 알까 모를까 할 정도로 순박하고 이 마을에 들어온 적들은 서로 다른 이념을 가졌지만 마을사람들에 동화돼 어느새 한 편이 되어버린다. CF 감독 출신인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흥미로운 소재와 줄거리에 감각적인 화면이 가미됐다.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을 비롯해 미국 배우 스티브 태슐러, 임하룡 등이 호흡을 맞췄다. △마더 ‘딸의 남자’와 위험한 사랑 ‘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규정하는 엄마는 모성애가 극대화되는 대신 여성성은 거세된 느낌을 준다.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은 모든 아들이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기 싫어하는 그런 사실일 듯하다. 24일 개봉한 영화 ‘마더’(The Mother)는 ‘엄마도 여자다’라는 당연하면서도 도발적인 소재에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슬픔을 담담하게 묻어나게 하고 있다. 대도시의 외곽지역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메이(앤 레이드). 어느새 6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그의 삶은 말수 적은 남편처럼 평온해 보인다. 런던에 들러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 그리고 딸을 만나는 메이와 남편. 하지만 갑자기 나이 든 남편이 사망하면서 메이는 전에 없던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혼자 지내며 묵묵히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메이는 런던으로 돌아와 아들과 딸의 집에 머문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만큼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한 아들 내외, 그리고 작가를 꿈꾸지만 자신의 적성에 불안을 느끼는 딸, 의례적인 인사만을 던지고 숨어버리는 손자, 손녀들. 삶을 더 무료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메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의 친구이며 딸의 연인인 유부남 대런(대니얼 크레이그)과 이야기를 나누던 메이는 갑작스럽게 그와 키스를 나눈다. 대학 중퇴 학력에 곤란한 경제 상황, 마약까지 흡입하며 히피적인 삶은 사는 그는 메이의 무료함에 생기를 가져다주고 둘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놀랍게도 영화의 감독은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의 로맨틱 코미디 ‘노팅힐’을 만들었던 로저 미셀. 감독은 전작의 발랄함은 제처놓았지만 인물의 감정선에 충실한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상영시간 112분. 18세 이상 관람가.

MOVIE/녹색의자.미스터&미세스스미스.'천군''청연''태풍'

△녹색의자 일단 영화에는 녹색의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녹색의자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런데 왜 제목은 녹색의자일까. 이에 대해 박철수 감독은 “녹색은 내 판타지다. 또 개인적으로 의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의자는 내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두 가지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기 바랬다. 물론 영화 속에서 녹색의자를 찾으려면 없다. 그것은 내 의식 속에 있다”고 말했다. 말 장난 같지만 박 감독의 이러한 태도는 어떤 식으로든 관객들에게 녹색의자에 대한 관념적 해석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이 섹스어필이든, 휴식이든, 안정이든 말이다. 이 영화는 확실히 독특하다. 32세 유부녀와 19세 고등학생이 눈 맞은, 질펀하고도 위험한 사랑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극장에 들어갔다가는 별천지를 경험할 수도 있겠다. 영화는 진한 멜로인 동시에 심리 치료극이고 황당한 만담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스토리의 굴레를 벗어나 형식미와 실험주의를 파고든 박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거침없다. 이야기는 분명 두 남녀의 금기된 사랑을 그리지만 영화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튀어오른다. 질펀한 정사가 숨돌릴 틈 없이 대담하게 펼쳐지다가 “내가 한때 ‘화산고’라는 영화에 출연할 뻔 했어요”라며 남자 주인공이 난데없이 텀블링을 한다. 둘을 추적하는 주간지 기자의 모습이 희화화되고, 둘의 ‘비정상적인 관계’에 대한 심리치료극이 파티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러한 ‘난데없음’은 필름이 툭툭 끊기는 듯한 효과(?)를 준다. 박철수 감독은 “굉장히 의도적으로 유치함을 강조했다. 영화 만드는 이와 보는이의 시선이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지 않나”면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파티 장면 하나를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영화는 2000년 12월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30대 유부녀가 남자 고등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후 구속된 사건이었다. 박 감독은 신문 사회면의 기사에서 출발, 유부녀가 감옥에서 나온 이후의 상황을 풀어냈다. 사회봉사 100시간의 명령을 받고 출소한 문희(서정 분)의 앞에 현(심지호 분)이 나타난다. 현은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연령이 되려면 앞으로도 28일이 남은, ‘여전히’ 미성년자다. 둘의 행동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영화 막판 펼쳐지는 와인 파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양측 가족과 문희의 전 남편 등이 등장하는 이 시퀀스는 흡사 100분 토론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황당하면서도 독특한 재미를 준다. 무척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가볍다. 박 감독은 “적당히 나이든 감독이 성을 통한 조크를 했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말이 정답이다. 10일 개봉, 18세 관람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거두절미하고 스타 캐스팅의 묘미와 파워를 깔끔하게 증명해 보이는 영화다. 브래드 피트(42)와 안젤리나 졸리(30). 세상을 사로잡은 두 선남선녀의 화끈하고 섹시한 로맨틱 코미디에 구구절절 설명은 여름날 외투처럼 거추장스럽다. 게다가 ‘본 아이덴티티’의 덕 리만 감독은 두 스타의 우성인자를 극대화해 모양새뿐 아니라 맛도 좋은 오락영화를 만들었다. 도입부부터 매력적이다. 결혼 6년차, 부부 클리닉 상담을 받고 있는 스미스 부부의 모습이 산뜻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명품 같은 모습. 그러나 둘의 얼굴에서는 참을 수 없는 권태가 묻어난다. 천하의 섹시 스타 피트와 졸리가 이렇듯 부부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진공청소기처럼 관객을 순식간에 흡입한다. 각각 60명과 312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킬러들이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것이다. 존 스미스와 제인 스미스는 베테랑 킬러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신분을 모른다.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한 둘은 각자 상대방에게 건축업자와 컴퓨터 전문가라는 직업으로 위장한다. 그런 둘이 동일한 표적 사냥 현장에서 맞닥뜨린다. 결혼 6년만에야 신분이 탄로난 것. 기막히고 코막힌 상황도 잠시. 둘에게는 각각 48시간 내에 상대 킬러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권태기의 부부는 서로에게 무지막지한 총질을 해댄다. 리만 감독은 ‘본 아이덴티티’에서 갈고 닦은 액션 연출 기술을 이번에도 효과적으로 살렸다. 존과 제인이 사용하는 무기는 여느 액션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최첨단. 그중 엉성한 시장가방 같은 졸리 핸드백의 변신은 압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인 것. 이렇듯 박진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도 화면에서는 시종 패션쇼가 펼쳐진다. 흰색티 하나를 걸치고 있어도 눈이 부시는 두 주인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멋을 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볼거리를 능가하는 흥행요소가 있으니 바로 아내에게는 언제나 한수 아래인 어리숙한 피트의 모습이다. ‘트로이’의 아킬레스가 아내 앞에서 쩔쩔 매는 설정은 극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베스트 킬러지만 언제나 아내 보다는 한발씩 늦는 피트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가 맡아온 캐릭터 중 가장 살갑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내를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지고 들어가는 것. 결정적인 순간마다 졸리에게 양보를 하거나 그녀를 배려하는 피트의 모습이 스크린 곳곳에 배치돼 있다. 킬러끼리의 허황한 총질에 그칠 수도 있는 영화가 땅에 발을 붙이는 것은 이렇듯 피트의 눈에 사랑을 채운 덕분. 여심(女心) 공략에 이보다 좋은 무기는 없다. ‘킬빌’에서 잔혹함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로맨스를 가득 채워넣었다고나 할까. 마사 스튜어트가 꿈꾸는 예쁜 가정에 대한 판타지를 비꼬는 각종 장치와 “여자는 우리 엄마밖에 못 믿어”라는 동료 킬러의 대사도 감칠맛난다. 부부의 성이 ‘스미스(Smith)’인 까닭도 귀엽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천군’ ‘청연’ ‘태풍’ 어깨가 무겁다 하반기 블록버스터들의 어깨가 무겁다. 이들의 성패가 영화계 돈 가뭄 현상에 무시못할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봉 대기 중인 블록버스터는 ‘천군’(감독 민준기, 제작 싸이더스),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 ‘청연’(감독 윤종찬, 제작 코리아픽쳐스). 이중 ‘천군’의 개봉일이 7월 15일로 최근 확정됐다. ‘태풍’과 ‘청연’은 연말에 격돌할 전망이다. 이들의 어깨는 지금 상당히 무겁다. 가뜩이나 ‘시장’이 예년 같지 못한데다가 앞서 개봉한 대작들의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 제작비 85억원이 든 ‘남극일기’는 지난 5일까지 100만명이 들었다. 극장에서 모아야하는 손님의 1/3 밖에 모으지 못했는데 벌써 퇴장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선보인 100억원 대작 ‘역도산’도 극장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이렇다보니 올해 남은 세 작품에 대한 시선도 낙관적이지 않다. -천군 제작비는 85억원이다. 박중훈, 김승우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이순신을 소재로 한 사극 판타지극이라는 설명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방황하던 청년 시절의 이순신을 새롭게 조명한 이 영화의 시도는 재기발랄함과 위험천만함 사이를 걷고 있다. 광화문에 서 있는 늠름한 이순신이 아니라 봉두난발 좌충우돌 이순신이라는 발랄한 소재를 얼마만큼 힘있고 진실하게 끌고 갔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듯. -청연에도 기대가 쏠린다. 일련의 블록버스터들 중 유일하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장진영과 김주혁이 주인공을 맡아 미국 일본 중국을 누비며 촬영했다. 경비행기가 주요 소재인만큼 CG 등 후반작업에 돈이 많이 들어가 이미 제작비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태풍 무려 150억원이 투입된다.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 장동건, 이정재라는 걸출한 스타에 곽경택 감독의 조합이 기대감을 드높이지만 이 영화라고 걱정을 비켜갈 수는 없다. 한반도에 테러를 감행하려는 해적과 이를 저지하는 해군 장교의 대결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그나마 대규모 액션 신이 많아 블록버스터로서의 모양새는 가장 갖췄으나 드라마가 살지 못하면 액션도 빛을 발하지 못하니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현재 75% 촬영이 진행됐다. 이들 블록버스터가 하늘에서 제대로 터져 돈벼락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불발탄으로 그칠 지, 지금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