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외출.가문의 위기

■외출

불륜? 사랑! 배용준의 외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쪽 남편 문자 좀 확인해도 돼요?”

기막힌 상황이다. 서로의 아내와 남편이 바람났다는 사실을 알게된 남자와 여자. 이 둘은 도대체 어떻게 처신을 해야하는 것일까. 더구나 그 바람난 당사자들은 지금 병원에 나란히 혼수상태로 누워있다.

배우자들 몰래 떠난 밀월여행에서 교통사고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왔으나 사고보다 더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배신’. 남자와 여자가 일단 한다는 일은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각자 아내와 남편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방의 휴대폰에 남겨진 문자도 확인한다. 정말 이들이 서로 밀어를 속삭인 것일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은 불륜이라는 엄청난 배신을 ‘외출’이라는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그 육중한 무게를 대폭 걷어냈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주인공 인수(배용준 분)와 서영(손예진)의 ‘애정 행각’은 불륜이라기 보다는 일반 남녀의 사랑처럼 다가온다. 다소 슬픔을 간직한. 그들의 배우자들이 먼저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복수심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어느 정도 정당성을 띤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영화가 된다. 거기서부터 어긋나버린 것이다. 관객이 이들의 사랑을 비난하거나 혹은 위험천만하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을 도와주듯 이들 배우자들이 누워있는 시골 병원에는 병문안 오는 사람도 없다. 인수와 서영의 불륜이 관객 이전에 극중 타자에게 들키거나 비난받을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게다가 병상에 누워있는 그들 배우자들의 존재는 턱없이 작다. 회상신 하나 등장하지 않아 인수와 서영이 느낄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도 잘 모르겠다. 자연히 관객 역시 두 사람의 행동이 ‘나쁜 짓’임을 잊고 그들이 아름답게 맺어지길 바라게 된다.

처음부터 면죄부가 주어진 남녀의 일탈에 어찌 돌을 던지겠는가. 그러다보니 드라마의 흐름이 단조로워진다. 원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전공으로 삼는 허 감독이지만 ‘외출’은 앞선 작품에 비해 그 아우성의 강도가 떨어진다. 정적이고 절제된 화면 가운데 인물들의 미세한 떨림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발화점에 채 도달하기 전에 사그라진 불꽃 같다.

디테일을 강조했기에 각종 에피소드는 나름의 여운을 갖는다. 사고현장에서 나온 배우자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쑥 콘돔이 나오는 상황, 살 맞대고 사는 아내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괴로워하는 상황, 배우자들이 누워있는 병원옆 여관방에 앉아 사과를 깎아먹고, 끝내 숨을 거둔 배우자의 영정을 사이에 두고 맞절하는 모습 등은 상황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려주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는 처음부터 취하려했던 매력적인 소재들이다. 어찌보면 적으로 만난 인수와 서영은 배신감에 동병상련 하다가 외딴 곳에서의 지난하고 무료한 병간호에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치부를 공유한 둘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이른다.

배신감과 허망함에서 나오는 도덕적 해이가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불변의 ‘진리’와 만나면서 화학작용을 일으킨 것. 이들의 사랑이 한편으로는 여행지에서의 반짝 사랑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것도 그 때문.

중반부 인수 장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제외하고는 이들에게 거칠 것은 없다.

흥미로운 소재에서 출발했지만 손가락과 눈동자의 떨림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때문인지 기대했던 긴장감과 아픔이 많이 반감돼 버렸다. 지나치게 깔끔해졌다고나 할까. 또한 과감한 편집이라 판단해 선택했을 장면장면의 연결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점들이 관객에 따라서는 담백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듯하다.

■가문의 위기

조폭가문에 검사 며느리 웬 황당 시츄에이션?

추석 극장가를 노리는 코미디 ‘가문의 위기’(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가 7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02년 평단의 혹평과 관객들의 열광이라는 상반된 반응 속에 전국 505만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던 ‘가문의 영광’의 속편으로, 전작의 기둥줄거리가 조폭 가문의 엘리트 사위 만들기였던 데 비해 속편은 검사 며느리가 들어올 ‘위기’에 처한 조폭 가족을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잔뜩 망가진 신현준과 방송에서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던 김원희. 여기에 ‘마파도’의 흥행배우 김수미와 가수출신 탁재훈이 가세했고 공형진, 신이, 박희진, 현영 등 개인기 넘치는 배우들이 잔뜩 출연한다.

전라도 조폭 가문의 대모 홍덕자 여사(김수미). ‘아그들’과 ‘동상들’의 충성이 든든하고 사업 역시 탄탄하지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일 하나는 확실히 하지만 결혼할 나이가 지난 노총각 큰아들 인재(신현준)다.

엘리트 며느리를 통한 가문의 ‘체질’ 개선은 홍여사의 최고 과제. 아들들에게 자신의 환갑잔치까지 며느릿감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던 중 인재는 첫사랑과 닮은 여인 진경(김원희)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은 서로 한가지씩 비밀을 가지고 있다. 검사 진경은 자신을 공무원으로만 소개하고 백호파 보스인 인재는 자선사업가 행세를 한다.

드디어 환갑잔칫날, ‘어깨’들과 ‘깍두기’들이 가득 모인 행사장은 검사 며느릿감 진경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가문’에는 서서히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가문의 영광’의 에피소드가 세 오빠가 막내 여동생을 명문대 출신 사위와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면, ‘가문의 위기’의 웃음 포인트는 검사 며느리의 조폭 가문 ‘입성’이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편에서 보여준 따뜻한 가족 코드는 사라진 느낌. 출연진 면모는 화려하지만 영화 속의 웃음은 그럴듯한 상황보다는 무리한 설정 속 개인기에만 의존한 까닭에 그다지 유쾌하지 못하다.

‘인형사’를 만들었던 정용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시간 115분. 15세 관람가.

■안성기·류더화 ‘묵공’서 호흡

배우 안성기와 홍콩 스타 류더화가 150억원 규모의 한국 일본 중국 홍콩 합작영화 ‘묵공’의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다. 안성기는 극중 카리스마 강한 악당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한다. 중국 제이콥 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4일부터 내몽고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