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남성 버디 액션’ 몰려온다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김수로·임창정 “저희보고 울걸요?”

눈이 번쩍 뜨이는 영화가 등장했다. 발견의 기쁨이다. 한국 상업 멜로영화의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물론 이 영화는 새롭지는 않다. 할리우드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충무로에 안겨준 충격으로 인해 탄생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커플이 각기 다른 종류의 사랑을 전개하는 와중에 그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는 매력적인 구조의 사랑 이야기.

시나리오가 웬만큼 완벽하지 않으면, 또 편집의 묘미가 살아나지 않으면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 위험을 극복하면 혀의 미세한 세포를 하나하나 자극하는 절묘한 맛을 느끼게 된다.

일단 돋보이는 것은 영화가 완벽하게 수미쌍관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일주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을 배경으로 여섯 커플의 서로 상관없는 러브 스토리를 전개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영화는 중심을 똑바로 잡고 도입부의 화두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솜씨를 보였다.

도입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영화가 모방범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형사 황정민을 무식한 인간으로 취급하던 정신과 의사 엄정화가 후반부 “자기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해봐야 안다”는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 단선적인 구조에서도 조금만 삐끗하면 출발과 끝의 조화가 어그러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보기좋게 그것에 성공했다.

두번째로 여섯 커플의 개성을 십분 살리면서 그들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가난한 커플, 극과 극의 커플, 중년의 커플, 아버지와 딸, 스타와 수녀 그리고 동성애 커플. 이들은 각자의 작은 우주를 형성해가면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큰 우주의 구성원이 된다.

무심결에 마주치고 스쳐가는 인연이 하나의 커다란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각 커플의 에피소드는 눈물과 웃음, 감동을 넘나들며 오감을 자극한다. 관객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안겨주는 것.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특히 황정민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이 여자가 왜 이래”라고 툭툭 내던지는 모습은 극장안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단연 황정민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을 터인데, 그의 연기가 이 영화의 오락성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그동안 코미디를 장악하던 임창정이나 김수로는 정색을 하고 슬픈 연기에 도전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코미디에 가려있던 둘의 내공이 드러나는 순간. 이렇듯 영화는 바쁜 와중에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배반하는 도전까지 병행해 그마저 성공했다.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는 이제 경지에 오른 엄정화는 시종 의연했고, 중년의 로맨스를 꾸려나간 주현과 오미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막판 ‘시네마천국’을 본뜬 ‘너를 위한 영화’는 청춘 남녀의 사랑 부럽지 않게 로맨틱하다. 또한 반전의 묘미까지 안겨주는 천호진의 절제되고 묵직한 연기는 스크린에 힘을 실어준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연기들이 비빔밥 속 싱싱한 재료처럼 펄떡인다.

세번째로 영화는 단순한 사랑 놀음이 아닌, 인생을 그리는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오래된 극장은 화려한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하기를 강요받지만 오래 묵은 것의 미덕은 분명히 있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은 생을 포기하고 낙태를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은 움튼다. 나날이 성장하는 영상과 스타 파워의 이면, 성적 소수자의 비애와 근원적인 인간애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진다. 부지불식간에 피부에 스며드는 온기처럼 마음을 꾹 누른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민규동 감독은 원작 시나리오를 각색했고 자신의 솜씨를 발휘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7일개봉, 15세 관람가.

■ ‘남성 버디 액션’ 몰려온다

권상우·유지태 ‘야수’ 류승범·황정민 ‘사생결단’…하반기 줄줄이 개봉

한국영화에서 한동안 뜸했던 암흑가 남성들의 비정한 세계가 올 겨울을 기점으로 봇물 터진 듯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암흑가를 무대로 준비 중인 영화만 다섯편. 이들 영화의 특징은 대부분 두명의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버디 영화라는 점과 극한 상황 속 남자들의 처절한 운명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장르적으로는 액션 느와르로 묶인다.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가을을 달굴 멜로영화의 향연이 끝나면 추위를 몰아낼 강하고 뜨거운 남자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이다.

▲야수 (감독 김성수·제작 팝콘필름)

12월 개봉 예정으로 이들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권상우 유지태 주연의 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은 암흑가의 구성원은 아니다.

그러나 둘은 각기 열혈 형사와 검사를 맡아 암흑가를 상대로 죽음을 각오한 결전을 벌인다. 총제작비 80억원을 투입, 파워풀한 액션신을 연출할 예정. 특히 권상우가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직접 모든 액션을 소화하고 있어 보다 사실감 넘치는 화면이 예상된다.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동명이인인 신인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생결단(감독 최호·제작 MK픽처스)

류승범, 황정민 주연.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뒷골목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 마약 판매상과 담당형사의 의리없는 공생공사를 그린다. 류승범이 뒷골목 ‘양아치’를, 황정민이 동료를 잃은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마약계 만년 경장을 연기한다.

영화는 황정민이 류승범을 끌어들이며 벌이는 처절한 복수를 그린다. ‘후아유’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선보였던 최호 감독이 180도 변신, 핏빛 남성의 세계를 그린다. 최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직접 ‘현장’ 취재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10월초 부산 올로케이션에 들어간다.

▲비열한 거리(감독 유하·제작 싸이더스FNH)

조인성이 단독 주연을 맡아 홀로서기에 나선다. 꽃미남 청춘 스타의 변신이 기대되는 작품으로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초등학교 동창생인 조직 폭력배와 영화감독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작품. 조인성은 스물아홉 ‘젊은 형님’으로 한 밑천 잡아보려고 밑바닥부터 올라온 조직의 넘버3다. 그의 친구이자 조폭 영화로 재기를 노리는 영화감독 역에는 남궁민이 캐스팅됐다.

▲강적(감독 조민호·제작 미로비젼)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탈옥한 탈옥범이 삶의 희망을 잃은 3류 형사를 인질로 잡으면서 벌어지는 독특한 이야기. 박중훈이 1999년 ‘인정사정 볼것 없다’에서 분했던 형사 캐릭터에 다시 한번 도전하며 탈옥범 역에는 드라마 ‘패션70s’으로 부상한 천정명이 캐스팅되는 행운을 잡았다.

박중훈은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해야하는 절박한 형사이고 천정명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자를 잡기 위해 탈옥했다. 둘은 서로의 절박함으로 서서히 동화된다. ‘정글쥬스’로 데뷔한 조민호 감독이 연출하며 지난달 26일 제작고사를 지냈다.

▲열혈남아(감독 이정범·제작 싸이더스FNH)

설경구 조한선 주연. 영상원 출신의 이정범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싸이더스FNH 내에서 꽉 찬 시나리오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조폭의 세계를 그리긴 했지만 앞선 작품들과 무게중심은 좀 다르다. 가족애 등의 휴머니티가 도드라지는 것. 설경구와 조한선이 복수에 나서는 조폭으로 등장하지만 이들은 인간애 앞에서 흔들린다. 액션 보다는 휴먼이 강조된 느와르. 11월말 크랭크 인 예정이며 논산과 전주 일대를 돌며 촬영한다.

{img5,l,000}■사랑을 끝장내느냐! 광적인 취미를 포기하느냐…

남자와 스포츠. 그 둘 사이의 사랑이 남녀의 그것보다 더욱 강렬할 때가 있다.

야구광인 남자 벤(지미 팰론)과 그를 한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매력적인 여자 린지(드류 배리모어) 사이의 로맨스를 다룬 ‘날 미치게 하는 남자’가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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