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연기 빛나는 이탈리아산 멜로 ‘빨간구두’
가을에 찾아온 옛사랑의 추억
오토바이 사고가 나고 10대 소녀 한 명이 병원으로 실려 온다. 아이는 이 병원의 의사 ‘티모테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딸. 곧바로 뇌 수술이 집도되고 차마 자신의 딸을 수술할 수 없는 티모테오는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멜로영화의 홍수 가을 극장가에 이탈리아산 사랑영화 ‘빨간 구두’(원제 Non timuovere)가 14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속 사랑이야기에 담긴 빛깔은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이루지 못할 사랑의 축축한 검정색, 그리고 추억 속에 등장하는 가을의 갈색이다. 강렬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기억은 이를 돌아보며 삶의 힘을 얻는 현재와 교차되며 힘있게 전개된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창 밖. 티모테오의 눈에 빨간 구두를 신은 한 여인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실제인 듯 환영인 듯, 멀리서 여자를 바라보던 티모테오는 10여년 전의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딸이 태어나기 전, 좋은 직업에 예쁜 아내(클라우디아 게리니)와 함께 무난히 성공적인 삶을 살고있던 티모테오는 닫힌 생활에 싫증을 느낄 때 쯤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한 시골마을에서 운명적인 한 여자를 만난다.
짓다 만 아파트에서 집시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탈리아’(페넬로페 크루즈)는 티모테오에게는 한동안 만나오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부류.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이탈리아에 빠져드는 티모테오. 둘 사이의 사랑은 이성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만큼 거세게 불타오르고 이젠 누구도 이들을 떨어뜨려 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결국 티모테오는 아내와 이혼을 결심하지만 용기를 내서 새로운 사랑에 대해 입을 열려던 순간 아내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준다.
불륜이라는 멜로영화의 흔한 소재를 담고 있지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옛 사랑에서 묘한 힘을 얻는 한 남자의 우수에 젖은 회고담을 꽤나 힘있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는 두 남녀 주인공의 열연이 단단히 한 몫 한 듯. ‘사하라’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의 모습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이 영화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이며 동명 원작 소설의 작가 마가레트 마잔티니의 남편인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존 싱글톤 감독 화끈 액션·총격신 승부 ‘4브라더스’
‘4男子’ 거친매력 중무장
문제아들을 선도하는데 앞장서는,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할머니 에블린 머서가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슈퍼마켓에서 강도들에게 피살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 흩어져 살던 네 명의 아들이 모인다.
그런데 이들의 피부색이 다르다. 둘은 흑인이고 둘은 백인.
모두 머서가 과거 입양한 문제아 출신들이다. 경찰을 믿지 못하는 형제는 직접 어머니의 복수에 뛰어들고 이내 어머니의 피살이 계획된 범행임을 확인한다.
형제는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피 한방울 안 섞인 형제지만 이들은 어머니의 복수 앞에 뭉쳤고, 목적을 위해 두려움이 없었다. 덕분에 그들의 움직임은 액션 영화의 공식을 성실히 따르며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한다.
‘패스트&퓨리어스2’의 존 싱글톤 감독은 이번에도 스피드와 파워를 내세워 화끈한 액션 오락영화 한편을 탄생시켰다. 더불어 드라마의 수준 역시 ‘패스트&퓨리어스2’ 보다는 몇단계 위다.
눈발 날리는 겨울 디트로이트는 범죄를 예고하는 도시다. 낮이건 밤이건 주택가 총싸움은 아무런 제재 없이 펼쳐지고 경찰의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장치는 문제아 출신으로 성인이 된 현재도 그리 ‘모범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형제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경찰에서 국회의원까지 연결된 부패의 고리는 형제가 복수의 총을 마구 쏘아대게 만든다.
반대로 형제의 복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거의 없다는 것은 영화가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
싱글톤 감독은 실감나는 총격신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딱히 CG나 스케일을 내세운 액션이 없는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간단한 도구로 큰 효과를 본 셈. 한차례 등장하는 차량 추격전도 꽤 볼만하다.
‘혹성탈출’ ‘이탈리안 잡’의 마크 월버그가 도통 ‘생각을 하지 않는’ 행동파 건달이자 맏형으로 출연, 모처럼 거친 매력을 과시했다. 14일 개봉, 18세 관람가.
■존 말코비치 주연 ‘리플리스 게임’
패트리샤 하미스미스의 걸작 ‘리플리’ 시리즈 중 하나인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이 시리즈의 소설 속 주인공 리플리는 알랭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나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의 주인공과 같은 인물. 이들 영화는 모두 ‘리플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사람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로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여성 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코네가 맡은 영화 음악 역시 비범해 보이지만 이 영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리프리역을 맡은 명배우 존 말코비치다.
철저하게 익숙해진 살인과 그틈의 권태, 그리고 차가운 얼굴 속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심리의 변화까지 영화 속 그의 연기는 현명함과 원숙함을 넘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살인자이며 천재적인 사기꾼인 리플리(존 말코비치)는 하던 ‘일’을 접고 이탈리아의 한 시골에서 매일 다를 것 없는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옛 동료로부터 살인을 의뢰받은 리플리는 그에게 돈이 궁한 이웃 조나단을 소개시켜주고, 조나단은 평범한 가장과 킬러의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15세 관람가.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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