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 "에릭과 연인 연기 하고 싶어"

"언젠가는 연인으로 같이 출연하고 싶어요." '에릭의 연인'으로 알려진 박시연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앞두고 에릭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12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마이걸'(극본 홍정은ㆍ홍미란, 연출 전기상)을 통해 국내 드라마에 데뷔하는 박시연은 "드라마로 인사드리게 돼 떨리고 설렌다"면서 "오빠(에릭)도 기뻐하고 잘 하라고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에릭 또한 내년 1월 방송될 MBC 드라마 '늑대'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올 겨울에는 이들 커플이 브라운관을 누비게 됐다. 이번에는 엇갈려 출연하지만 두 사람의 동반 출연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이에 대해 박시연은 "연인이라는 이유로 당장 같이 출연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연기를 더 많이 배운 뒤에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연기자로 인정 받은 뒤 당당히 에릭의 상대역으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이어 그는 "같이 출연한다면 연인 역이거나 서로 티격태격하는 상대 역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서로 다른 연인이 있는 설정은 아니길 바란다는 '애정 표현'이다. 한편 박시연은 에릭과 1년 전부터 교제해왔으며 지난 5월 에릭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가 너무 사랑하는 여자인 건 틀림없다"라며 연인임을 공개했다. 박시연은 "당시 홈페이지를 보고 정말 감동했다"면서 "아버지가 처음에는 에릭이라는 이름을 듣고 외국인인 줄 알고 깜짝 놀라셨는데 '불새', '신입사원' 등을 보고 이제는 좋아하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길 생각도 없고 '에릭의 연인'으로 불리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다만 드라마에서는 에릭의 연인이 아닌 신인 연기자 박시연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日 NHK 기자, 방화 용의자로 붙잡혀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직원들의 잇단 비리로 야기된 시청료 납부거부 사태로 한동안 홍역을 앓더니 이번에는 한 직원이 방화사건 용의자로 붙잡히는 사건에 휘말렸다. 일본 경찰은 5일 오사카(大阪)부 기시와다(岸和田)시의 주택 신축현장에서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NHK 오쓰(大津)방송국 기자인 가사마쓰 히로후미(笠松裕史.24.휴직중)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조사에서 가사마쓰 용의자는 "여러가지 괴로운 일이 있어 범행을 했다"고 혐의사실을 인정한것으로 알려졌다. 가사마쓰 용의자는 지난 6월5일 오전 1시께 기시와다의 집 근처에서 신축중인 목조 2층 건물 주택의 현관에 있는 종이 상자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다 잠복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또 그는 지난 4-5월 오쓰 시내에서 발생한 11건의 연쇄방화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방화는 가사마쓰 용의자가 사는 아파트 근처 250m 이내에서 주로 주말에 발생했다. 불에 탄 총 면적은 120㎡ 가량. 가사마쓰 용의자는 지난해 4월 NHK에 입사한 이래 경찰서 취재를 담당했으며 지난 4월께부터는 몸이 아프다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출근했다. 현재는 휴가를 얻어 쉬고 있다. NHK는 5일 저녁 7시 뉴스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보도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런 범죄로 붙잡힌 것은 극히 유감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회장의 사과문을 덧붙였다. /연합뉴스

김래원 "혼자 산 지 10년, 외로움 알게 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외로움이 뭔지 알게됐습니다."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개봉(10일)을 앞두고 있는 배우 김래원이 자신의 경험에 빗대 영화 속 캐릭터를 설명했다.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 김래원이 맡은 역은 대책 없는 패륜아 구동혁. 그런 구동혁은 조직의 필요에 의해 후반부에 경찰로 키워지는데 그 과정에서 구동혁은 조직의 의도와 달리 상당부문 교화된다. 그런데 믿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라 관객에 따라서는 이 부분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김래원은 이에 대해 "강요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교과서를 자기 내면에 다 집어넣은 후 구동혁은 인생관이 변한다. 구동혁이 처음에 그렇게 엇나갔던 것은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할 계기만 있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동혁의 변화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김래원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집을 떠나와 서울에서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어요. 말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을 많이 사귀지 못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결국 늘 저 혼자 남았지요. 하지만 외로움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복을 알게 되면서 그 다음부터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됐습니다. 아주 절실히 말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 깨닫고 느끼는 폭이 넓어지기 마련. 그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비로소 외로움을 알게 된 것처럼 구동혁 역시 교육을 받은 후 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래원은 "물론 구동혁은 경찰이 됐어도 원래의 기질을 버리지 못하지만 적어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서 "그 점을 관객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문희준 군입대전 마지막 기자회견

"대한민국 남자로서 건강하게 군 복무 마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로서 나라의 부름에 군입대하는게 자랑스럽다." 21일 현역으로 군입대하는 가수 문희준(27)이 입대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그간의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6일 오후 6시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콘서트 '2Days For 2Years'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잘 해낼까 불안한 마음도 크지만 2년간 건강하게 군 복무를 마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병역 의무를 피하려는 핑계라는 일부 시선에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기 힘들었다"는 문희준은 "KBS 2TV 건강프로그램 '비타민' 출연으로 간이 안좋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군대 안에서 아프면 군 병원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군입대전 목표가 여자 친구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실패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팬들을 못 보는게 서럽다"고 덧붙였다. 또 "남은 2주 동안 그간 못해본 명동, 로데오거리 등 많은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생활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문희준은 이날 마지막 콘서트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표시했다. 그는 "입대전 마지막 공연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오늘 눈물을 참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무대에는 그룹 H.O.T 시절 함께 했던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참석해 문희준을 격려했다. /연합뉴스

MOVIE/러브 토크, 소년, 천국에 가다

■러브 토크 상처를 품은 세 남녀… 낯선 도시에서 만나다 한국영화 판로의 새로운 대안이 첫 선을 보였다. LJ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추진중인 월드마켓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인 ‘러브 토크’는 세계 예술영화시장을 겨냥한 장편 영화다. 99%를 미국 LA에서 촬영했고 배종옥과 박진희란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순제작비는 15억원. LA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했으면 8억~10억원이 투입된 저예산이다. 월드 프로젝트인만큼 영화는 국적의 경계를 넘어 서는 보편적인 이야기, 즉 사랑을 그린다. 배경이 LA인 이유는 낯선 도시, 타향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LA는 한국인이 나가서 살법한 공간이자 다인종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비교적 친숙한 장소다. LA 다운타운에서 마사지 숍을 경영하며 혼자 살고 있는 써니(배종옥 분)의 집 2층에 상처를 안은 남자 지석(박희순)이 세들어 온다. 마사집숍 청원경찰 랜디와 공허한 만남을 이어가는 써니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 토크’를 듣다 진행자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사랑에 대한 상담을 시도한다. 진행자는 ‘헬렌 정’이란 가명을 쓰는 영신(박진희). 영신은 같은 학교 유부남 선배와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마치 연애의 고수인양 청취자들과 애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석은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클럽 댄서인 앨리스와 무의미한 만남을 이어간다. 119분이란 긴 상영시간동안 화면을 채우는 키워드는 공허함과 용기 없음이다. 그것이 삶의 무게 때문이든, 사랑에 대한 상처 때문이든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속내를 드러 내지 못하고 핵심의 주변을 뱅뱅 돈다. 대사의 호흡과 공백이 길고 화면이 시속 30㎞란 제한속도에 걸려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시속 80㎞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대단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속도다. 긴 호흡을 감수한다 해도 참을 수 없는 권태와 허무가 발목을 잡는다. 무의미한성 생활을 이어가면서 마음은 딴 사람에게 열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에 바윗덩어리를 얹어 놓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 정혜’로 극단적인 반응을 끌어 냈던 이윤기 감독이 사실은 ‘여자, 정혜’보다 훨씬 일찍 써놓은 작품이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보든 관람에 지장은 없을듯 하다. 그러나 버거운 건 사실이다. 너무 멋을 부렸다. 11일 개봉. 18세 관람가. ■소년, 천국에 가다 나이는 숫자일뿐? 하루를 1년처럼 살아야 하는 소년이 있다. 출발선에서 13살이니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그런데 이는 소년의 선택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아들을 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선택. 소년이 사랑하는 여자는 30대 미혼모다. ‘소년, 천국에 가다’는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닮은 지점이 있다. ‘빅 피쉬’가 아버지의 허풍을 동화처럼 그렸다면, 이 영화는 소년의 맹랑한 희망을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책으로 펼쳐 놓았다. 곳곳에 피노키오 할아버지의 장난감 가게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고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것 역시 영화의 지향점이 동화임을 알리고 있다. 물론 어른을 위한 동화다. 주인공 ‘네모’는 시계방을 경영하는 미혼모의 아들. 능청맞고 엉뚱한 네모의 꿈은 미혼모와 결혼하는 것. 이 맹랑한 꿈이 가시화된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자살 후 시계방 자리에 들어선 만화방 주인이 바로 미혼모인 것. 네모의 마음을 한 눈에 사로 잡은 주인은 너무 가난해 이름이 ‘부자’다. 부자는 낮에는 만화방을 경영하고 밤에는 카바레 가수로 활동한다. 시계방과 만화방은 둘 다 영화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키워드다. 네모와 부자 사이에 수북이 쌓인 시간의 차이는 현실에서 둘이 맺어지는 것을 방해한다. 이에 네모는 자신의 생명을 과감히 단축하면서까지 부자와 사랑하길 원한다. 또 네모가 잠시 경험하는 ‘저승’의 관리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윤태용 감독은 ‘똑각똑각’거리는 시계 소리를 적절히 사용하며 영화 속 시간의 개념을 음미하게 한다. 비록 네모가 겉으로는 하루씩 성장하더라도 그의 내면은 여전히 만화에 열광하는 13살이다. 또 만화는 수많은 제약이 있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 만화방 안에만 있으면 네모와 부자사이를 가로 막는 건 없다. 그러나 만화는 어디까지 만화. 잠시 위안은 되지만 인생을 책임지거나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이처럼 흥미로운 장치를 갖춘 영화는 그러나 후반부에서 힘이 달린다. 배우들의 고른 호연에도 13세 소년이 93세로 죽을 것이란 결말이 정해진 후부터는 무심히 흐르는 시간처럼 영화 역시 그저 흘러갈 뿐이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고 인물들 사이를 관통하는 감정 역시 심금을 울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네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관우(14)다. ‘생짜’ 신인인 김관우는 오로지 박해일과 닮았다는 이유로 오디션을 통과했지만, 네모 캐릭터에 찰싹 달라 붙어 대단히 천연덕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11일 개봉. 12세 관람가.◇‘소년, 천국에 가다’ 박해일 인터뷰 “보시는 분들 집중하시기 편하라고요” 박해일(28)은 정작 본 영화 촬영중에는 쓰지 않았던 장발 가발을 쓰고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출연작에는 홍보활동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길었던 머리는 차기작 ‘괴물’(봉준호 감독) 속 캐릭터를 위해 짧게 잘랐지만 최근 개봉을 앞두고는 특별히 가발 2개를 제작해 번갈아 쓰고 다니고 있다. 줄거리가 톰 행크스가 출연했던 ‘빅’(Big:1988년)을 연상시킨다는 말에 “기본 설정은 비슷하나 줄거리가 풍성하다”며 “촬영 전 ‘빅’을 다시 보고 톰 행크스 연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질투는 나의 힘’을 포함해 모두 7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유난히 많은 연상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왔다. “(키스신 연기를) 너무 많이 연기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력이 붙더라구요. 염정아의 배려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꼭 해보고 싶은 연기를 묻자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원일기’같은 드라마를 한편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불 속에 누워 TV를 보는 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 군요. 20년을 넘게 방송되며 사람들에게 깊이 스며 있는 드라마잖아요. 편안하게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MOVIE/‘미스터 소크라테스’ ‘사랑해, 말순씨’

■김래원, 꼴통형사 변신 “건든놈 나와!” ‘미스터 소크라테스’ 이 친구 참 인간 말종이다. 지하철 안에서 담배 피우기는 기본, 노약자석에 누워 있다 호통치는 할아버지를 무시하기는 예사며 교도소의 아버지에게 면회를 가서는 용돈이나 좀 달란다. 장유유서(長幼有序)에 부자유친(父子有親)도 없으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고 있을 리 없다. 실수로 죄를 저지른 친구를 경찰에 신고해 버리는데도 죄책감이란 도무지 찾아 보기 힘들다. 신작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첫번째 미덕은 주인공인 ‘꼴통’ 형사 구동혁(김래원)의 캐릭터에 있다. 진지함의 반대말이고 안티 모범생 캐릭터의 전형이며 예전에는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의 인물 ‘삵’에서 최근 ‘공공의 적’의 강철중 같은 인물들과 선이 닿는 그의 매력은 막돼 먹게 행동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옳은 일을 하는 바람직함에 있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폭력 조직의 막내인 이 악질이 조직의 필요에 의해 경찰로 거듭 난다는 구성. 일단 마음을 잡은 그가 조직의 음모에 동조할 리는 없고 말단 형사인 그는 특유의 ‘막 나가는’ 방식으로 조직과 전쟁을 벌인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에도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최근 잇따라 선보인 몇몇 코미디 장르 영화중 줄거리의 흡입력에서나 에피소드의 풍부함에서나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듯하다. 형사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주인공 동혁의 성격 변화나 사육당하는 ‘개’에서 복수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면은 없지 않다. 악하기만 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악당의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넘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나 액션이나 코미디 장면에서의 깔끔한 편집, 동혁의 캐릭터를 연기한 김래원의 매력 등이 잘 어울리며 통쾌함과 웃음이란 관객의 쾌감을 효과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여기에 강신일이나 이종혁, 윤태영, 오광록, 박철민 등 탄탄한 연기 혹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갖춘 배우들의 모습도 즐길 거리. TV 코미디와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최진원 감독이 ‘패밀리’ 이후 두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다음달 1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9분. ■가을을 울리는 ‘사랑해, 말순씨’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인어공주’ 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는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박흥식 감독은 ‘사랑해 말순씨’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솜씨를 과시했다. 비록 앞선 두 작품보다 몸집과 화제성에선 한참 떨어지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영화는 기대 이상의 흡족함을 전해준다. 중학교 1학년 소년 광호는 엄마 말순을 부끄러워한다. ‘박정희 대통령 유고’란 신문 제목을 보고 “유고가 뭐냐”고 묻자 “6×5는 30이지”라고 중얼거리고 화장을 지우면 눈썹이 없는 엄마는 광호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런 광호가 연모하는 대상은 바로 옆방에 세든 예쁜 간호사 누나. 사춘기로 접어든 광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에 눈을 뜨고 간호사 누나를 대상으로 몽정을 한다. 그러던중 ‘행운의 편지’가 배달된다. 일정량의 답장을 쓰지 않으면 불행이 닥친다는 행운의 편지. 광호는 자신을 괴롭히는 바보 소년 재명이와 엄마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답장을 쓴다. 평범한 내용이나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부터 전두환 대통령 취임까지 한국사의 최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아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승화시킨다. 별다른 사건 없이도 처음 1시간이 흘러 갈 수 있는 건 바로 그 시대를 섬세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힘을 주지도 않았다. 보여줄 것과, 말할 건 다 보야 주거나 말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관조하듯 한발 뒤로 물러 났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무심한 대사와 에피소드 속에 계엄, 광주사태, 사우디 건설붐, 가난, 폭압적 교육 등 시대를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키워드를 녹여 냈다. 대단한 생략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기법은 장면 장면의 여운을 길게 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 여기에 휴머니즘도 진하게 깔려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과 가난한 반항아에 대한 편견, 엄마에 대한 애증의 교차가 얼토당토 않은 ‘행운의 편지’란 시대적 상징과 어우러져 가슴을 따끔따끔 꼬집는다. 여기에 누구나의 아킬레스건인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회환과 그리움이 정점을 찍으니 관객은 막판 옴짝달싹할 수밖에 없다. 외관상으로는 한 소년의 특별할 것 없는 통과의례기이지만 영화는 아픈 시대를 그 안에 투영하고 엄마에 대한 사랑을 녹여 내 한편의 수작으로 탄생한다. 다음달 3일 개봉, 12세 관람가.

MOVIE/야수와 미녀. 아네트 베닝 ‘여전히 매력’

■ 27일 개봉 ‘야수와 미녀’ 야수의 간큰 거짓말 미녀에게 딱 걸렸어 만약 ‘그저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게 코미디 영화의 ABC라면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야수와 미녀’는 중간 이상 되는 성공은 거두는 셈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류승범의 원맨쇼는 이미 한참 물이 올랐고 에피소드도 과장된, 그래서 꽤 자극적이다. 안길강이나 안상태 같은 조연들의 연기도 톡톡 튀며 두 남녀의 사랑이 맺어졌다는 식의 해피 엔딩도 보기 편하다. ‘괴물’ 소리가 전문인 성우 구동건(류승범)과 앞을 못보는 착한 애인 해주(신민아)는 그야말로 야수와 미녀 같은 외모를 가졌다. 물론 ‘미녀’ 해주가 ‘야수’ 동건의 외모를 알리는 없다. 해주가 동건의 얼굴을 볼 수 없는데다 동건이 자신이 “영화배우 장동건 뺨치는 미남”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마에는 흉측한 흉터가 있으며 얼굴은 험악하기 그지 없는 그는 얼떨결에 고교 동창 탁준하(김강우)를 생각해 내고 그의 외모를 자신인 양 소개한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해주는 수술을 통해 눈을 뜬다. 이제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가 날 순간, 해주의 병원을 찾아간 동건은 자신을 알아 보지 못하는 그녀에게 다시 얼떨결에 스스로를 동건의 친구라고 소개해버린다. 점점 커져가는 거짓말. 다행히 하와이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하며 얼마간 시간을 벌지만 이때 진짜 ‘킹카’인 준하가 해주 앞에 나타나며 상황은 점점 복잡해 진다. 코믹 멜로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야수와 미녀’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사실 야수의 아픔도, 이들이 나누는 사랑의 깊이도 당초부터 관심이 없었을 것 같다. 외모에 대한 해주의 판단은 들쭉날쭉 일관성이 없으며 자꾸 거짓말을 하는 동건의 동기도 부족하다. 영화의 시작이며 끝인 멜로와 거짓말 두가지 모두 개연성을 갖지 못한다. 여기에 시각장애인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외모를 속이는 남자 심리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보다 영화는 개연성이나 현실성 차원에서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서 한 2m 정도는 붕 떠 있는듯하다. 감정선이나 에피소드의 현실감, 남발되는 우연과 억지스러운 비약 등에 대한 설명은 이때문에 이 영화가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아닌듯하다. 단발적인 웃음은 계속되지만 웃음이 영화 전체를 타고 흐르지 못하는 건 이런 까닭이다. ‘보스상륙작전’과 ‘올드보이’ 조감독 출신인 신인 이계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구동건 役 류승범 “이번엔 눈·어깨에 힘을 쫙~뺐어요…” ‘주먹이 운다’에서 한껏 무게를 잡았던 배우 류승범이 소심한 이웃집 소년,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소심남으로 출연했다. 시각장애인 애인 앞에서 잘 생긴 척하다 그녀가 광명을 찾자 거짓말한 게 부끄러워 뒤로 숨어 버리는 캐릭터.이번에 맡은 역은 ‘품행제로’나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 그의 코믹함이 제대로 묻어 났던 전작들과는 또 다르다. 애인 앞에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는 소심한 캐릭터가 빚어 내는 상황이 코믹한 것이지, 그의 개인기나 원맨쇼가 요구되지는 않았다. 이때문에 류승범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출연배경에 대해 “상쾌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한동안 장르색이 짙은 영화를 하느라 배우로서 좀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라면) 영화라는 작업을 하면서도 휴식기를 가질 수 있겠구나, 다시 한번 날 돌아 보며 쉼표를 찍을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아무래도 전작인 ‘주먹이 운다’와는 180도 다른, 눈과 어깨에서 힘을 쫙 뺀 캐릭터인데다 감정을 내지르지 않고 안으로 삭히는 연기여서 에너지 소비는 덜했을 것 같다. ■ 아네트 베닝 ‘여전히 매력’ 연기파 중년 여배우로 안착 “참 많이 늙었네….” 흔히 “그럼 지금 도대체 몇 살인데?”란 궁금증과 함께 따라 오는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너도 별 수 없구나”란 비꼼의 뜻이 있을 수 있고 어쩌면 “난 아직 괜찮지”란 자기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부모나 가족이 대상이 됐을 때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말이고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음에 대한 어색함의 발로다. “옛날에는 그렇게 예뻤는데, 지금은 많이 늙었더라”, 오는 27일 우연히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빙 줄리아’(Being Julia)나 ‘오픈 레인지’(Open Range) 등을 보는 관객들은 아마 이런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겠다. 바로 여배우 아네트 베닝(Annette Bening) 때문이다. 1958년생이니 올해로 47살. ‘러브 어페어’(Love Affair·1994)에서의 그 빛났던 아름다움은 흐려졌고 그 자리는 세월만큼 늘어난 주름이 메우고 있으니 이때 나오는 한숨은 세월의 거스를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시다. 그가 처음으로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건 1989년작 ‘발몽’(Valmont). 90년대 ‘러브 어페어’나 ‘벅시’(Bugsy·1991), ‘대통령의 연인’(The American President·1995), ‘화성침공’(Mars Attacks!·1996) 같은 영화로 전성기를 보낸 뒤 한동안 주춤했지만 아네트 베닝은 사실 최근 다시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각각 미국에서 개봉한 지 1년과 2년이 됐지만 ‘빙 줄리아’와 ‘오픈 레인지’는 이제 중년에 접어든 아네트 베닝에겐 예전의 히트작과는 다른 뜻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빙 줄리아’ 이후 한 미국 평론가는 “아네트 베닝이 메릴 스트립이나 글로리아 스완슨 대열에 합류했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빙 줄리아’(감독 이스트반 자보)는 그에게 네번의 도전 끝에 사상 첫 골든글로브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나 ‘오픈 레인지’는 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고히 해준 영화가 됐다. 1999년 ‘아메리칸 뷰티’로 좋은 평가를 받은 이후에도 2000년 코미디 ‘어느 별에서 왔니?’가 고른 악평을 받았고 이후 한동안 영화 출연을 쉬기도 했다. 그가 성공과 좌절을 반복하며 결국 그저 예쁜 여배우에서 연기파의 중년 여배우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넷 팬 페이지에 직접 남겼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연기는 유명해지기 위한 게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MOVIE/퍼펙트 웨딩. 새드무비 ‘정우성’

■퍼펙트 웨딩 제인 폰다 vs 제니퍼 로페즈 헐리우드판 ‘고부갈등’ 누가 시어머니 좀 말려줘요! 원어 제목을 알면 관람의 욕구가 훨씬 배가된다. 영어로 ‘시어머니’나 ‘장모’를 뜻하는 ‘Mother-in-law’에 트릭을 가한 ‘Monster-in-law’라는 제목은 영화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영화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고부간의 갈등을 코믹 터치로 그렸다. 지난 5월 미국개봉 당시 첫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고부간의 갈등은 우리네 연속극에서만 각광 받는 소재가 아닌 것이다. 왕년의 ‘얼짱’, ‘몸짱’인 제인 폰다가 여전히 몸매와 스타일이 좋은 시어머니로, ‘백만불짜리 엉덩이’의 소유자인 싱싱한 제니퍼 로페즈가 예비 며느리로 출연해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두 사람의 전혀 상반된 스타일과 패션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 멋진 연애를 꿈꾸던 찰리(제니퍼 로페즈 분)는 어느날 이상형인 케빈(마이클 바턴)을 만나게 된다. 둘은 첫눈에 반하고 케빈은 머지않아 찰리에게 청혼한다. 그러나 케빈의 엄마 바이올라(제인 폰다)가 둘의 결혼 방해 작전에 결사적으로 나선다. 금쪽 같은 의사 외아들이 자기 품을 떠나 결혼한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드는데, 심지어 찰리가 변변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니 결혼은 절대 안되는 것. 영화는 제인 폰다의 생생한 캐릭터로 활력을 얻는다. 단순히 고압적으로 결혼반대를 하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환영하는 척 하면서 뒤로 ‘며느리 죽이기’ 전략에 들어가는 것. 중반부터 시어머니의 계략을 알게된 제니퍼 로페즈의 반격이 시작되니 점입가경이다.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새드무비 ‘정우성’ “액션 연기 신나지만 멜로 역시 신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관객의 눈물샘을 활짝 열었던 배우 정우성이 또 한편의 멜로영화를 들고 나왔다. 영화 ‘새드무비’(감독 권종관·제작 아이필름)에서 그는 임수정과 호흡을 맞춰 슬픈 사랑을 그렸다. 영화와는 달리 너무도 화창한 가을날 남산에서 그를 만났다. 블록버스터 ‘데이지’와 ‘중천’ 사이에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새드무비’에 합류한 그는 “시간적으로 적은 노력을 들여 좋은 영화에 참여한 것이 기쁘다”며 웃었다. 사랑 앞에 작아지는 열혈 소방관 정우성은 ‘새드무비’에서 소방관 진우를 연기했다. 불구덩이 속을 예사로 뛰어들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 그러나 이러한 그의 위험천만한 모습은 늘 애인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둘은 그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촬영을 앞두고 소방훈련을 받으면서 연기 때문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경험했다. 소방관은 아무나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하는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는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이렇듯 열혈 소방관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전해주는 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애인은 그가 직업을 바꾸기를 절실히 바란다. “직업이 가진 위험성 때문에 자기 여자를 잘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걱정을 하는 남자다. 그의 사랑은 욕심 내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사랑이다” 시나리오에 매료돼 여덟 명의 배우 중 가장 먼저 ‘새드무비’의 출연을 결심한 그는 “사실 극중 (차)태현이가 맡은 역할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가 해줘야 할 역은 진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액션 못지 않게 멜로에도 어울리는 정우성은 “액션 연기도 신나지만 멜로 역시 신난다. 여자 배우와 감정의 디테일을 마치 칼 싸움하듯 창창 주고받는 맛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배우 임수정에 대해 “짧은 시간 호흡을 맞췄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연기해 호흡이 잘 맞았다. 수정이는 동생 같이 느껴진다. (오빠로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 지었다. 일에 대해 마르지 않는 갈증. 그는 지금 한창 일 욕심에 휩싸여 있다. 전지현, 이성재와 함께 네덜란드로 ‘데이지’ 촬영을 다녀온 후 곧바로 ‘새드무비’를 촬영했고, 이어 23일부터는 중국 항저우로 건너가 차기작인 ‘중천’의 촬영에 돌입한다. {img5,l,000}■신민아는 ‘야수’를 좋아한다? ‘야수와 미녀’는 사소한 거짓말로 인해 연애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언밸런스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멜로물. 사랑에 눈먼 소심한 야수 ‘류승범’ 특유의 코믹 연기와 눈에 뵈는 게 없는 발랄미녀 ‘신민아’의 사랑스러움 그리고 미워할 수 없는 방해꾼 김강우의 귀여운 매력을 볼 수 있는 영화다. 27일 개봉.

MOVIE/‘빨간구두’ , ‘4브라더스’ , ‘리플리스 게임’

■페넬로페 연기 빛나는 이탈리아산 멜로 ‘빨간구두’ 가을에 찾아온 옛사랑의 추억 오토바이 사고가 나고 10대 소녀 한 명이 병원으로 실려 온다. 아이는 이 병원의 의사 ‘티모테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딸. 곧바로 뇌 수술이 집도되고 차마 자신의 딸을 수술할 수 없는 티모테오는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멜로영화의 홍수 가을 극장가에 이탈리아산 사랑영화 ‘빨간 구두’(원제 Non timuovere)가 14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속 사랑이야기에 담긴 빛깔은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이루지 못할 사랑의 축축한 검정색, 그리고 추억 속에 등장하는 가을의 갈색이다. 강렬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기억은 이를 돌아보며 삶의 힘을 얻는 현재와 교차되며 힘있게 전개된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창 밖. 티모테오의 눈에 빨간 구두를 신은 한 여인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실제인 듯 환영인 듯, 멀리서 여자를 바라보던 티모테오는 10여년 전의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딸이 태어나기 전, 좋은 직업에 예쁜 아내(클라우디아 게리니)와 함께 무난히 성공적인 삶을 살고있던 티모테오는 닫힌 생활에 싫증을 느낄 때 쯤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한 시골마을에서 운명적인 한 여자를 만난다. 짓다 만 아파트에서 집시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탈리아’(페넬로페 크루즈)는 티모테오에게는 한동안 만나오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부류.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이탈리아에 빠져드는 티모테오. 둘 사이의 사랑은 이성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만큼 거세게 불타오르고 이젠 누구도 이들을 떨어뜨려 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결국 티모테오는 아내와 이혼을 결심하지만 용기를 내서 새로운 사랑에 대해 입을 열려던 순간 아내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준다. 불륜이라는 멜로영화의 흔한 소재를 담고 있지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옛 사랑에서 묘한 힘을 얻는 한 남자의 우수에 젖은 회고담을 꽤나 힘있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는 두 남녀 주인공의 열연이 단단히 한 몫 한 듯. ‘사하라’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의 모습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이 영화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이며 동명 원작 소설의 작가 마가레트 마잔티니의 남편인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존 싱글톤 감독 화끈 액션·총격신 승부 ‘4브라더스’ ‘4男子’ 거친매력 중무장 문제아들을 선도하는데 앞장서는,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할머니 에블린 머서가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슈퍼마켓에서 강도들에게 피살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 흩어져 살던 네 명의 아들이 모인다. 그런데 이들의 피부색이 다르다. 둘은 흑인이고 둘은 백인. 모두 머서가 과거 입양한 문제아 출신들이다. 경찰을 믿지 못하는 형제는 직접 어머니의 복수에 뛰어들고 이내 어머니의 피살이 계획된 범행임을 확인한다. 형제는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피 한방울 안 섞인 형제지만 이들은 어머니의 복수 앞에 뭉쳤고, 목적을 위해 두려움이 없었다. 덕분에 그들의 움직임은 액션 영화의 공식을 성실히 따르며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한다. ‘패스트&퓨리어스2’의 존 싱글톤 감독은 이번에도 스피드와 파워를 내세워 화끈한 액션 오락영화 한편을 탄생시켰다. 더불어 드라마의 수준 역시 ‘패스트&퓨리어스2’ 보다는 몇단계 위다. 눈발 날리는 겨울 디트로이트는 범죄를 예고하는 도시다. 낮이건 밤이건 주택가 총싸움은 아무런 제재 없이 펼쳐지고 경찰의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장치는 문제아 출신으로 성인이 된 현재도 그리 ‘모범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형제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경찰에서 국회의원까지 연결된 부패의 고리는 형제가 복수의 총을 마구 쏘아대게 만든다. 반대로 형제의 복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거의 없다는 것은 영화가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 싱글톤 감독은 실감나는 총격신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딱히 CG나 스케일을 내세운 액션이 없는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간단한 도구로 큰 효과를 본 셈. 한차례 등장하는 차량 추격전도 꽤 볼만하다. ‘혹성탈출’ ‘이탈리안 잡’의 마크 월버그가 도통 ‘생각을 하지 않는’ 행동파 건달이자 맏형으로 출연, 모처럼 거친 매력을 과시했다. 14일 개봉, 18세 관람가. ■존 말코비치 주연 ‘리플리스 게임’ 패트리샤 하미스미스의 걸작 ‘리플리’ 시리즈 중 하나인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이 시리즈의 소설 속 주인공 리플리는 알랭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나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의 주인공과 같은 인물. 이들 영화는 모두 ‘리플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사람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로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여성 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코네가 맡은 영화 음악 역시 비범해 보이지만 이 영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리프리역을 맡은 명배우 존 말코비치다. 철저하게 익숙해진 살인과 그틈의 권태, 그리고 차가운 얼굴 속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심리의 변화까지 영화 속 그의 연기는 현명함과 원숙함을 넘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살인자이며 천재적인 사기꾼인 리플리(존 말코비치)는 하던 ‘일’을 접고 이탈리아의 한 시골에서 매일 다를 것 없는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옛 동료로부터 살인을 의뢰받은 리플리는 그에게 돈이 궁한 이웃 조나단을 소개시켜주고, 조나단은 평범한 가장과 킬러의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15세 관람가.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