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연애.‘음란서생’ 김대우 감독.둠.천년학

MOVIE/● 전미선 주연 ‘연애’ 女子에게 연애는 ‘유혹’ 남편은 늘 등 돌린 채 누워 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한켠에서 여자는 액세서리에 촘촘히 가짜 보석을 박으며 남자와 전화한다. 영화는 무미건조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어진을 통해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표현했다. 아들 둘을 둔 유부녀 어진의 일탈은 사랑에 대한 갈구이자 현실 도피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연애의 목적’을 잇는 연애시리즈 완결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영화가 그러했듯 이 영화도 파격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풀어 가는 방식은 격정적이었던 두 영화와 달리 담담하게, 독백하듯 흘러 간다. 지난 91년 ‘네 멋대로 해라’와 지난 93년 ‘101번째 프로포즈’ 등을 감독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사무국장으로 임무에 충실했던 오석근 감독이 모처럼 현장으로 돌아 와 제작한 작품. 오 감독은 영화의 배경지로 부산을 선택해 부산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영화는 배우 전미선을 우리 앞에 과감하게 소개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귀를 후벼 주며 무심히 단서를 제공했던 장면은 긴박했던 영화 속에서 한폭의 풍경화처럼 묘사됐다. 차승재 대표가 이 영화에서 전미선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한 후 그를 위한 ‘연애’ 제작에 착수했다. 남편 사업이 망해 빚에 쪼들리는 어진은 ‘윤정’이란 이름으로 낯선 남자들의 무료함이나 성적 욕망을 달래 주는 전화방 아르바이트와 액세서리를 완성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들에게 그토록 원하는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주지 못할 정도의 가난이 그를 답답하고 무료한 삶으로 내몬다. 그나마 두 아들이라도 있기에 버티는 것. 돈을 받기 위해 전화방 사무실로 간 자리에서 묘한 분위기의 김 여사(김지숙)를 만난다. 김 여사는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며 명함을 건네 준다. 룸살롱에 가지 못하고 노래방에서 아줌마인줄 알면서도 여자를 찾는 남자들을 위한 공급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망설임 끝에 어진은 결정을 내리고 어색한 화장을 한다. 2차를 나가기로 결정한 날 어진은 외제 자동차 딜러 민수(장현수)를 만난다. 민수는 달랐다. 어진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대했다. 남편이 아닌 남자와 처음 하는 섹스이지만 경계심이 다소 사라진 상태에서 관계했다. 섹스 후 민수는 어진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자신의 속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어진은 그런 민수가 싫지 않다. 처음엔 애써 거부하지만 민수를 차츰 받아들인다. 이처럼 민수에게 잊고 있었던 새로운 감정을 품기 시작했을 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주인 젊은 여자는 “어진의 두 아들중 한 명을 자신이 키우겠다”고 제안한다. 어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은 잠시. 그가 의지한 김 여사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남편과 함께 자살하고 민수는 머뭇거리며 어진에게 가슴이 “쿵”하고 무너져내릴 제안을 한다. 시종 위태롭다. 일탈이며 불안한 회귀다. 어진의 선택에 공감이 가면서도 답답하다. 그래서 지켜 보는 내내 보는 이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적나라하지 않지만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하는데 주력했으나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유발해낼지는 미지수. 9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인터뷰/‘음란서생’으로 데뷔 김대우 감독 ▲영화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과 김민정이 지난달 24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스·캔·들 속편이라뇨? 오히려 반·칙·왕과 닮아있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반칙왕’, ‘정사’. 모두 흥행과 작품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쓴 김대우 작가가 이번에는 직접 메가폰까지 잡았다. 영화 ‘음란서생’을 통해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은밀한 성(性)에 접근한다는 외양을 봐서는 ‘스캔들’과 닮아 있지만 오히려 ‘반칙왕’이나 ‘정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내용과 함께 한석규·이범수·오달수·김민정 등 쟁쟁한 캐스팅을 앞세워 한창 촬영중인 ‘음란서생’은 내년 설 개봉 예정이다. 충무로 기대작을 촬영중인 화제의 신인 김대우 감독을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만났다. ‘음란서생’은 이곳에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오픈세트로 지어 놓고 발칙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었다. 우선 시나리오만 쓰다 연출까지 맡은 소감이 궁금했다. “그간 알고 지냈던 감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하고 싶고 그동안 잘못했던 점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연출이 어렵습니다. 작가 때 몰랐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연출에 대해선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 한복판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느낌”이라고 작가다운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혼자서만 살던 크루소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 속에 던져진 느낌을 표현한 것일까. 명문가 자제가 음란소설을 집필한다는 내용의 ‘음란서생’에 대해 항간에선 ‘스캔들’의 속편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제기하고 있으나 김 감독은 ‘스캔들’과의 연관성을 싹뚝 잘랐다. “속편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극이라고 다 같진 않습니다. 되레 이 작품은 ‘정사’나 ‘반칙왕’ 쪽 행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음란한 생각을 할 때 가장 표정이 밝습니다. 음란하다고 음침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란함도 충분히 밝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독특한 이야기를 그는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까. “옛날 사건에서 가져온 건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음란소설을 올리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글이 올라오면 답글이 바로 줄줄 올라올 정도로 팬층이 두텁습니다. 사람은 똑같습니다. 현대나 조선시대나 음란한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한석규가 맡은 ‘윤서’역이 탄생했다. 정사품 사헌부 장령이자 조선 최고 문장가이지만 삶이 무료한 양반이다. 음란물을 쓰고 그로부터 행복을 얻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확신을 가졌다. 분명 그런 인물이 있었을 것이고. 그의 글에 의금부도사 광헌(이범수 분)은 삽화를 넣는다. 또 이 책을 은밀히 배급하는 배급업자 황가(오달수)가 있고 윤서에게 영감을 주는 요염한 여인 정빈(김민정)이 등장한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2천평에 3억원 규모 오픈세트를 지었고 1만2천야드 천을 정교하게 손으로 염색해 200여벌 3.6t의 의상도 제작했다. 그의 전작들에 이어 감독으로 만든 콘셉트 있는 웰메이드 영화가 또 한편 등장할지 기대된다. ■스크린 찾은 전설의 게임 ‘둠’ 지난 93년 미국에서 출시돼 히트한 동명의 인기 컴퓨터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로 미국에선 지난 10월21일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적-그것이 괴물이든, 사람이든-을 향해 끊임 없이 총질해야 하는 미국 해병대 특수작전팀의 고난을 그리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끊임 없이 총알 쏘는 버튼을 눌러야 했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손가락을 절로 움직일지도 모를 일. 영화는 이처럼 쉴 틈 없이 총알을 난사해야 하는 바쁜 상황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대한 호기심을 한축에 놓아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흥미에 도전했다. ‘미이라2’와 ‘스콜피온 킹’ 등의 근육질 맨 더록이 주인공을 맡아 이번에는 자신의 손발이 아닌 총에 기대 싸운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왔는데 그중에서도 실전 게임을 그대로 본떴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10여분 정도 흐른다. 특히 총을 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대신 화면 가득 총만 잡히는 신이 그것. 게이머들에게는 마치 손 대지 않고 코를 푸는듯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뿐. 더는 없다. 야후닷컴 영화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개봉 당시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평점 ‘C’를 줬고 네티즌 관객은 ‘B’를 매겼다. 2046년 연합항공 우주국이 화성기지에 세운 올더바이 연구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긴급 사태가 발생한다. 지구에서 파견된 해병대 특수대원들은 슈퍼 파워와 지능 등을 갖춘 거대한 정체 불명 괴물들과 맞딱뜨린다. 18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년학’ 크랭크 인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천년학’이 오는 10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마을 세트장에서 촬영에 들어 간다. ‘천년학’은 장흥 출신 중진 소설가 이청준씨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소리꾼 아버지와 눈 먼 딸, 소녀의 이복 오빠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가의 판소리와 관련된 소설 ‘서편제’와 ‘소리의 빛’ 등을 함께 담았던 영화 ‘서편제’의 뒷얘기로 임 감독은 ‘천년학’을 통해 이 작가의 판소리 소설 3편을 모두 영화화하게 된다. 장흥문화원은 이에 따라 ‘천년학’ 촬영에 맞춰 ‘서편제에서 천년학으로’를 주제로 축하공연을 9일 열 예정이다. 축하공연에는 임 감독과 이 작가, 영화 주인공인 배우 오정해와 김영민 등이 참석하며 김덕수 사물놀이와 길굿공연, 안숙선의 판소리, 원장현의 대금, 진유림의 한국무용, 오정해의 판소리 공연 등이 영화 촬영지와 장흥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천년학’은 내년 3월까지 소설과 영화의 주무대인 회진면 선학동 마을과 광양, 진도, 제주 등지에서 촬영될 계획이다. 장흥문화원 관계자는 “선학동마을은 마치 학이 날아 가는듯한 형상을 가진 노송이 우거져 때 묻지 않은 풍광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라며 “‘천년학’으로 문학의 고장인 장흥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OVIE/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 ‘저스트 라이크 헤븐’

● 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왕따’ 아들의죽음 恨서린 복수 김윤진 - 신은경 ‘연기력 과시’ 미모에 속지마라! 女킬러 vs 형사 충돌 촘촘히 잘 짜여진 스릴러 영화다. 소재 자체가 주는 현실적인 공포감을 심리적 접근의 잔혹극으로 완성시켰다. 불안과 공포의 공감대는 ‘가능한 일’이란 전제일 때 더 커지게 된다.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영화는 무섭다. 그러나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우선 주연배우 신은경이 자랑했듯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일상의 편안함을 코믹한 상황으로 설정한 한편 사건을 해결해 나갈 때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연기 관점에서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건 신은경과 김윤진의 팽팽한 대결구도다. 절친한 친구이면서 살인범과 형사라는 극적 긴장감이 두 배우의 물오른 연기를 통해 한껏 고조됐다. 사실상 출산 후 복귀작이라고 말하는 신은경은 다채로운 색채 연기를 통해 영화를 내내 이끌어간다. 김윤진은 결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가슴을 멍하게 만드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육교에서 한 중학생이 난자당해 살해된다. 이어 같은 반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 강력계 형사 추자영(신은경)과 김동욱(문정혁)은 두 학생의 위 속에서 발견된 캡슐 안에 적힌 일기 한 구절을 본 후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임을 파악한다. 한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진모의 글씨체와 같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진모의 어머니 서윤희(김윤진)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진모가 미리 써놓은 ‘6월의 일기’대로 살인사건이 또 다시 벌어지고 진짜 살인범이 서윤희란 사실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진모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의 사업이 망해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현실은 팍팍해진다. 윤희는 고난한 하루하루를 살아 가느라 진모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진모가 당하는 괴롭힘은 상상 이상이다. 아들이 자살하다시피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희는 뒤늦게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짓을 당해왔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함께 유발한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서윤희의 선택에 결코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 아들이 써놓은 일기장을 완성하려는 서윤희가 자영의 조카 준하를 인질로 잡으며 극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왕따’란 현상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희와 진모, 자영과 준하 등을 통해 애정을 빙자한 부모-자식사이의 무관심과 일방적인 요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 준다. 장르 특성상 무겁게 가라앉을 스릴러 영화임에도 영화는 객석을 배려했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양념과 같은 코믹코드도 적절하게 삽입했다. 솔직히 임경수 감독은 전작 ‘도둑맞곤 못살아’의 동일 감독임을 의심케 한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행복한 시절의 활짝 웃는 윤희의 가족 사진이 내내 아프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리즈 위더스푼 주연 ‘저스트 라이크 헤븐’ 사랑에 빠진… ‘사람과 영혼’ 2년 전 아내를 떠나 보낸 데이비드(마크 러팔로)는 편한 소파와 근사한 벽난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사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웬 여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여기는 내 집이니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쓱 나타났다가 쓱 사라진다. 마치 유령처럼. 2년째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처음에 그게 알코올 중독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여자는 유령이었다. 잘 나가는 레지던트였다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의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리즈 위더스푼 표’ 로맨틱 드라마가 또 한편 선보인다.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와 ‘스위트 알라바마’ 등에서의 악센트 있는 연기로 외모의 불리함을 극복한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도 성공한 의사를 꿈꾸는 똑순이를 맡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깐깐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모습. 사실 한 집을 놓고 새로 이사온 남자와 여자 귀신이 싸운다는 콘셉트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귀신이 산다’와 너무 흡사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수입사는 이 영화가 프랑스 마크 래비의 소설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If Only It Were Tru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또 다른 영화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데, 데미 무어의 청초한 매력이 돋보였던 ‘사랑과 영혼’이 그것.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가 티격태격 끝에 기막힌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선후가 좀 다르긴 하지만 패트릭 스웨이지와 무어의 애틋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겠느냐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눈에 들어온다. 말랑말랑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남녀 주인공의 꽉찬 연기력이 위안이 된다. 최근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에도 얼굴을 내민 마크 러팔로는 ‘유 캔 카운트 온미’와 ‘인더컷’ 등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할리우드의 실력파다. 제니퍼 가너와 호흡을 맞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와의 궁합도 증명해보였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베컴·지단·호나우도…영화까지 접수한다고? 레알 마드리드 구단이 직접 제작에 나선 영화 ‘레알’은 전세계 5개국 팬들의 에피소드를 엮었지만, 실상은 빛나는 스타들의 홍보 영상물이다. 실제 선수들의 환상적인 경기 장면부터 비공개로 이뤄지는 훈련 장면까지 담아낸 영화다.

god 감췄던 비밀 서로에게 깜짝 고백

"손호영이 동성연애자인 줄 알았어요."(박준형) "8-9년 전 데니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함께 좋아했는데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택했죠."(손호영) "김태우의 차를 몰고나갔다가 후진 주차를 하던 중 뒷 범퍼에 스크래치를 냈는데 감쪽같이 속였죠."(데니안) 그룹 god 멤버들이 콘서트 도중 서로에게 단 한번도 꺼내지 않은 깜짝 고백을 해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20일 오후 5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god 더 라스트' 공연에서 god는 '고백'이라는 주제로 지금껏 멤버들간에도 비밀로 했던 얘기들을 꺼냈다. 박준형은 손호영을 향한 고백에서 "호영이를 처음 만난 날 밥을 먹던 중 호영이가 나를 보면서 자꾸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성연애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자를 무척 좋아하더라"고 말해 손호영을 당황시켰다. 이어 손호영은 데니안에게 "데니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나도 좋아했는데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정말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데니안은 "8-9년 전이면 누구지?"라고 고민하다가 "아! 정말?"이라고 말해 실제로 놀라는 눈치였다. 데니안은 "태우의 차를 빌려탔다가 후진 주차를 하던 중 뒷 범퍼에 스크래치를 낸 적이 있는데 몰래 아는 공업사에 가서 칠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김태우는 "지금이라도 범퍼를 갈아달라"는 항의성 공격을 하기도. 그러자 데니안은 "돈을 많이 벌면 차를 선물하겠다"고 팬들 앞에서 약속했다. 김태우는 "난 모든 형들에게 말하겠다. 늘 마음이 넓은 척하지만 정말 맘이 넓은 사람은 형들"이라며 "소속사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할 때 바깥으로 돈 적이 있었는데 형들이 '태우야 고민은 숙소에 와서 하라'고 조언해 무척 마음이 찡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들은 19일 공연에서도 '첫키스'라는 주제로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날 최연소 첫키스는 중학교 3학년 때라는 손호영이 꼽혔다. 손호영은 "집에서 친구가 왔는데 자연스럽게 마주보다가 첫 키스를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박준형은 고 3때 차안, 데니안은 고 1때 여자 친구의 집앞 놀이터 벤치, 김태우는 22살 여행지에서라고 각각 고백,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연합

'프라하의 연인' 덕수궁 돌담 훼손 물의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드라마 촬영 도중 문화재인 덕수궁의 외벽을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진은 20일 오전 드라마 촬영을 위해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덕수궁 외벽에 노란 종이 수백 장을 100m 가량 붙였다. 주인공 김주혁이 전도연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노란 종이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촬영 후 노란 종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종이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 바람에 이를 떼어 내기 위해 끌 등의 도구를 사용해 벽을 긁은 것. 이 때문에 외벽의 일부가 흉하게 손상되고 말았다. 덕수궁측은 "애초에 드라마 제작진이 '포스트잇' 30장 정도를 붙이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외벽의 돌 조각이 떨어질 정도의 훼손은 없지만 돌과 돌 사이의 줄눈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외벽이 부분적으로 긁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수궁측은 "오늘 문화재 전문가가 현장 진단을 해 어느 범위까지 보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부는 뜯어내고 다시 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본의 아니게 현장 스태프가 외벽을 훼손한 점을 인정한다. 잘못했다. 복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22일 오전 드라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덕수궁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비용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img1,r,200} 한 제작진은 굳이 문화재에서 드라마 촬영을 강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길에서 촬영을 해도 상관없는 신이었지만 보다 아름다운 길을 찾다가 덕수궁 돌담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수궁 일원은 사적 제124호로 지정돼 있으며, 덕수궁 안에는 보물 제819호 '중화전 및 중화문' 등이 보존돼 있다. /연합

MOVIE/무영검. 광식이 동생 광태

● 무영검 ‘거친 액션’ 한국무협 다시쓴다! ‘무영검’을 우리 무협 영화 수준에 대한 약간의 하대, 중국 무협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의 편견 없이 대하자. 영화는 ‘비천무’ 이후 4년동안 칼을 벼린 김영준 감독과 무협 영화를 한국 영화의 한 장르로 키워 보겠다는 꿈을 가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 보자’란 간절한 바람 속에 만들어졌다. 배우들은 휙휙 날아 다닌다. 쉴새 없이 칼과 창이 부딪힌다. 숨가쁘게 표창이 던져지고 물과 뭍에서 화려한 액션이 선보인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는 그 자체로 926년 발해의 땅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림은 결코 할리우드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액션의 과장은 무협이란 장르의 특성으로 포용된다. 거란족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쟁했던 발해의 역사와 전설은 극적인 드라마를 부여한다. 영화는 발해의 여자 무사 ‘홍라녀’가 홀로 거란에 들어가 왕자를 구출했다는 전설과 926년 발해의 마지막 태자가 거란에 맞서 항쟁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거란에 의해 발해의 왕자는 모두 암살되고 마지막 남은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대정현은 왕실의 권력 암투에 따라 유배돼 살아 남는 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채 장물아비로 살아간다. 그를 지켜 발해의 구심점이 되게 하려는 여전사 연소하(윤소이 분)가 찾아 온다. 대정현은 발해의 왕이 되길 거부하며 도망치기 일쑤. 그를 쫓는 척살단 세력은 군화평(신현준 분)과 심복이자 연소하에게 번번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 고수 매영옥(이기용 분)이 이끈다. 군화평은 발해 장군이었으나 대역죄로 인해 가문이 몰살된 후 발해에 대해 무한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 쫓기는 대정현과 연소하, 쫓는 군화평과 매영옥 등의 대장정이 전개된다. 대정현은 차츰 마지막 왕자 책무를 깨닫고 말없이 그를 지키는 연소하에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군화평이 발해 왕자 대수현을 살해하고 빼앗은 검과 연소하가 들고 있는 검은 발해의 왕족에게 전해지는 ‘무영검’. 연소하가 무영검을 갖고 있는 사연이 드러나며 대정현은 드디어 진정한 발해의 왕이 된다. 군화평은 무영검을 오로지 베고 싶은 사람을 베기 위해 들지만, 대정현과 연소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이게 선과 악의 차이인 셈이다. 비록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동원되긴 했지만 네 배우들은 출중한 무술기량을 자랑한다. 특히 윤소이는 정확하게 맺고 끊는 동작을 선보여 최고의 여전사로서 손색없다. 데뷔작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도 무술 고수로 등장했던 윤소이의 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차분하고 순수한 눈망울은 여느 여배우에게서 쉽게 얻을 수 없다. 기대는 또 다른 바람을 낳게 한다. 그 얼굴에 다채로운 표정이 덧칠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름을 알린 후 스크린 첫 도전인 이서진은 스스로 말했듯 가장 변화가 많은 캐릭터를 맡아 시작과 끝의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세 배우의 정적인 대사 톤과 겉도는 발성은 어색하다. 정적인 대사 톤이 옳고, 겉도는 발성이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좀 더 가다듬을 여지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한편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기획단계부터 투자했고 내년 북미를 비롯, 전세계 60여개국 배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광식이 동생 광태 “연애할때 男子 마음은요…” 사진관과 비디오 가게를 나란히 운영하는 형제 광식(김주혁 분)과 광태(봉태규 분)는 180도 다른 성격과 연애관을 갖고 있다. 광식은 한 여자를 7년간이나 짝사랑하면서도 고백 한번 못해본 소심한 남자인데 반해, 광태는 한 여자와 절대 12번 이상 만나지 않는 바람둥이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의 심리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광식이 동생 광태’는 남성의 심리를 파고든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에는 광식과 광태 이외에도 둘과 또 다른 캐릭터인 일웅(정경호)이 등장한다. 광식과 광태를 섞어 놓은듯한 인물. ‘YMCA 야구단’으로 감독에 데뷔하기 전,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두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쓴 김현석 감독이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아 또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전작들과의 재미있는 차이는 늘 야구를 크고 작은 소재로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야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자신의 경험에 빗대 남자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7번 정도 고쳐 썼는데 초반에는 이요원씨 같은 캐릭터 여자를 만났고 후반에는 김아중씨 배역 닮은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 그래서 상반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남자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인 만큼 상대역인 여성들(이요원 김아중) 캐릭터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이 바탕이 된 덕인지 영화는 다소 허황된 판타지를 안겨 주는 로맨틱 코미디 정석에서 약간 비켜 서 있다. 사랑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나 가슴 설레는 연애담을 풀어 내는 대신 서랍 속 일기장을 공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 남녀가 흔히 경험해 봤음 직한 평범한 연애가 조용히 흘러 가는 시냇물처럼 요란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는 다르면서도 같은 두형제가 사랑에 데면서 한뼘 성장하는 모습을 애정 어리게 지켜보고 있다.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고 연애 예찬론을 펴는 대신 말이다. 감독은 평범한 남자들의 속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제3자 입장에선 그들의 소동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이처럼 가슴 아픈 상황도 없다. 임자를 만나 무장 해제당한 바람둥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7년을 묵혔음에도 또 다시 허무하게 사랑을 놓치고 마는 소심남 모습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와중에 감독이 묘사한 일웅의 캐릭터가 반짝인다. 결국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란 얘기다. 쟁취하면 그것 역시 종국에는 인연이란 이름으로 묶여진다. 이 역시 감독의 경험일까. 한가지 보너스. TV에서 활동중인 신예 김아중이 산뜻한 매력으로 남자 중심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국의 아이들2 - 시험보는날 전교 1등 하야트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가는 날 아침 갑자기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진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과 갓난아기 여동생을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하야트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도대체 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찮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