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칼을 가지고 강을 건너다 무심결에 칼을 빠트린 후, 칼 떨어트린 부분의 뱃전에 표시를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사성어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일화이다. 어릴적 배웠던 쉬운 고사성어를 요즘 들어 다시 곱씹게 되었다.
최근 급변하는 대외환경, 특히 중국의 정치, 경제, 외교적 환경을 바라보며,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변화를 주시하지 않고 섣불리 중국의 정세를 판단했다가는 잃어버린 칼을 되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망신을 당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난 11월 10일, 우리나라는 국제무대에서 G2로 분류되는 중국과 FTA를 맺었다. 외환보유액 4조 달러, 미국의 70% 수준의 GDP, 14억 인구라는 커다란 내수시장이자 노동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섰다.
중국은 우리나라 제1위 교역 및 수출입 상대국이고, 인천의 경우에도 지난해 교역액이 98억 달러에 육박하여, 후순위인 미국(58억 달러)과 일본(54억 달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의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 불과 4~5년 전, 중국으로 각종 기업의 원천기술, 지식재산권의 유출이 잦아 주의해야 한다고 산업계에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문제는 최근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장기적인 침체국면이나 엔저현상으로 인한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 역시 무리한 건설투자로 인한 부동산 침체와 그림자 금융에서 비롯된 리스크로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결국 한-중 FTA 체결은 양국이 갖고 있는 위기 상황을, 손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선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중 FTA 체결 이후 부분적으로 세부내용이 발표되면서 다른 FTA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체결된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보다 먼저 중국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면에서 다양한 기회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인천의 경우, 한-중 FTA에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었던 자동차의 경우 양국 모두 양허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기계산업 등에서 관세 인하를 통한 양국간 교역 활성화가 기대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2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패션, 의료바이오, 음식료, 금속철강 산업 순으로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기업인들의 기대감이 조사되었다. 인천 기업들 역시 상품의 고부가가치화, 중국소비재 시장공략 등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우리 인천상공회의소 인천FTA활용지원센터는 추후 협상내용이 추가로 공개됨에 발맞춰 지역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교육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게다가 서비스업종이나 물류 분야에서도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하여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대중국 교역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제무역에 있어 중국이란 커다란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한-중 FTA 체결을 통해 일본과 생존경쟁에서 조금 유리한 위치에 오른 셈이다. 물론 이 또한 얼마나 지속될 대외환경이 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지난 11월 한-중 정상이 손을 맞잡으며 활짝 웃던 표정 뒤에 숨겨진, 실리적 계산과 팽팽한 긴장감을 많은 기업인들과 무역 관계자들, 관료들이 부단히 분석해야 할 시간이다. 정병일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오피니언
정병일
2014-12-10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