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모두 함께하는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책’은 닫혀 있을 땐 ‘남’이지만, 열리는 순간 곧 ‘내’가 된다.

얼마 전 지인이 김영하의 ‘검은꽃’을 추천해줬다. 1905년 제물포항을 출발한 멕시코 이민 1세대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몇 번이고 책을 읽으며 눈을 감았다. 110년 전 참혹했던 대한제국 말기의 사정과 세계 제국의 각축장이 된 제물포항의 풍경, 당시 삶의 피폐함까지.

아직 그 책은 내 손에 놓여 있다. 마지막장을 닫으며 내겐 또 어떤 삶의 지혜가 쌓이게 될지 잠시 상상해본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이 오는 23일 출범한다. ‘읽어요 그럼 보여요’란 슬로건 속에서 300만 인천시민이 책으로 하나가 된다. 그러고 보면 인천은 책과 많은 인연이 있다.

미추홀 2000년 역사 속 인천은 동북아 문화의 창(窓)이었다. 1200년대 대몽고전을 벌이며 강화도에서 8만 대장경이 만들어진 사실은 우리 민족에겐 큰 자긍심이자 세계 출판 인쇄 문화의 백미였고,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됐고, 외규장각이 강화도에 있었던 사실 역시 인천이 준비된 세계 책의 수도란 점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세 번의 고배 끝에 어렵게 따낸 세계 책의 수도는, 인천이 곧 문화 르네상스를 이끄는 선두주자란 점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1, 2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인천이 3차 산업과 창조경제를 통한 문화융성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인천시의회도 세계 책의 수도 인천에 팔을 걷었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는 독서 토론회를 시작했다. 인천과 문화의 접목을 큰 틀로 삼고 있는 문복위는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통해 인천의 문화 르네상스를 일구겠단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시의원 다수가 동참하며 시의회에 독서 붐이 불고 있다.

아울러, 의회 대표 소식지인 인천의회저널에는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맞아 ‘책으로 만나는 인천’ 코너가 신설된다. 책 속에 나오는 인천 이야기를 큰 틀로 아름다운 명소들을 함께 만나보는 기회를 통해 독서의 생활화와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는 의회자료실은 다양한 양서를 제공하며,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고 있다.

한편, 인천시는 공직자가 솔선해 책 읽는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직원 독서문화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우선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에서 착안한 북 리딩 챌린지(Book Reading Challenge, 책 읽기 릴레이)를 시작한다.

이밖에도 시의 각 부서를 중심으로 ‘직원 책 읽기 운동’과 ‘즐거운 책 선물하기’ 캠페인 등도 진행된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는 세계 책의 수도 개막 기념행사가 열린다. 평소 만나기 쉽지 않은 작가 이문열과 김정운 전 교수, 코미디언 이윤석 등을 통해 삶과 문학에 빠지는 것은 어떨까.

또 세계 책의 수도 기간인 올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는 책 읽는 마을(아파트), 찾아가는 북 콘서트, 어린이 그림책 읽어주기, 북스타트 사업,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 등 각 도서관을 주축으로 다양한 행사도 마련돼 있다.

세계 최고 기부왕인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는 말을 했다. 인천이 곧 문학이자 책이요, 그 속에서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모두 함께 만끽해보자.

노경수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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