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2월초 서울에서 열린 한 팝스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에게는 짧게 느껴졌다. 대만족이었기 때문이다. 신년 음악회는 베르디의 개선행진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 아다지오, 팝, 라틴음악, OST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음악을 통한 소통과 창조를 모토로 하는 오케스트라에 걸맞는 편곡과 해금 연주자, 유명 성악가의 협연은 관객들의 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콘서트홀의 수 많은 관객은 마에스트로의 손끝을 응시했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70여명이 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끽했다. 공연의 파트너인 관객들은 한곡 한곡 연주될 때마다 귀명창이 되는 순간이었다. 수년전 한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는 이날의 마에스트로는 다양한 장르의 레퍼토리 개발과 국내외 훌륭한 기악연주자, 성악가를 초청, 지역주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일깨워 줬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바리톤은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내면서도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재치까지 선보였다. # 이로부터 한달전인 2013년 12월 말 한 교향악단의 송년음악회. 2시간의 공연은 힘든 고뇌의 시간이었다. 만족해 하는 관객도 다수 있었겠지만 상당수의 관객은 시계를 쳐다보는 등 공연에 집중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십여명의 교향악단 단원이었기에 지휘자의 손 동작에 맞춰 명연주를 펼쳤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관객들이 무얼 원하는 지 제대로 읽지 못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정통클래식을 송년에 들려준다는 명목이 앞섰겠지만, 과연 그럴까. 무료 음악회이기에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참석하고, 송년이기에 편안히 가족과 즐길 수 있는 곡을 희망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객들은 귀명창이 아닌 지루함만 느꼈을 지 모른다. 관객을 위한 무대, 관객이 원하는 무대가 아닌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 스펙을 위한 무대로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날 공연장에는 해당 기초자치단체장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을지 자뭇 궁금하다. # 오는 6월4일 치러지는 제6회 지방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일부터 경기도지사,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오는 21일부터는 경기지역 기초자치단체장 및 도의원, 인천지역 구청장 및 시의원의 예비후보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하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출마예상자들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편법모금 창구로 전락하고 있는 출판기념회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당마다 새로운 혁신안을 내놓고 있지만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지방선거용으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기도에서만 광역자치단체장인 경기도지사 1명,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 31명, 500여명의 도의원과 시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된다.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후보들은 교향악단,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스펙쌓기에만 열중하거나 관객들의 need를 외면하는 지휘자보다는 관객이 원하는 무대, 즐겁고 여운이 남는 무대를 기획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근호 정치부장
오피니언
정근호 정치부장
2014-02-13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