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력단절 줄어야 남녀간 임금 격차도 준다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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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남성 근로자가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근로자는 61만원을 받는다. 39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오명을 얻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0년 기준 한국의 전일제 근로자 성별 임금격차는 39.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일본(28.7%)과는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다. 영국( 19.2%), 미국(18.8%), 독일(16.8%), 프랑스(14.1%), 호주(14.0%) 등도 남녀의 임금 차이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임금격차가 가장 적은 헝가리(3.9%)는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같은 직장 같은 직급인데 그런 차별 임금을 받느냐고 물으면, 물론 그건 아니다. 이는 남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근로형태를 보면 당연한 결과다. 2012년 기준 대졸 상용근로자의 비중을 보면 남성 65%인데 비해 여성은 35%이다. 10년 이상 근속 근로자 역시 남성 68%인데 비해 여성은 그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큰 현실에서 300인 이상 기업의 남녀 고용 비율은 7대3 정도다.

여성취업자 절반 이상이 식당,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라는 점도 임금 격차를 벌린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수는 2005년 952만6천명에서 지난해 1천49만4천명으로 8년 사이 10.2%(96만8천명) 늘었다. 그런데 이 기간 증가한 여성 취업자의 81.5%(78만9천명)는 노인요양사, 간병인, 보육교사 등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전화상담실 직원, 여행사 직원, 사무보조원 등 사업서비스업 여성 취업자도 2005년 30만명에서 작년 52만명으로 73.5%(22만명) 증가했다.

여성취업자가 특정 분야에 집중된 데 비해 남성 취업자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8만8천명), 운수업(21만8천명), 사업서비스업(21만1천명) 등의 분야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고용형태가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느 정도 길러 놓고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일자리 찾기가 바늘이 낙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진다. 함께 일했던 동료는 어느새 직급이 올라가 있으니 운 좋게 재입사에 성공해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얼마나 많은지는 연령별 고용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25~29세의 경우 68%로 그 나이대 남성(69.6%)과 비슷했다. 하지만, 30대는 56.7%로 뚝 떨어지면서 남성(90.2%)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40대에는 여성 고용률이 64.6%로 높아지지만 남성(92.0%)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이 20대에 취업했다가 30대에 결혼과 출산, 육아로 직장을 떠나는 것이다.

직장 여성들은 상사의 눈치, 인사상 불이익, 과다한 업무, 예측하기 어려운 야근이나 회식 등 아직도 관리자의 배려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눈치를 보지 않고 정해진 휴가를 쓸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잠깐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융통성이 발휘되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그런 직장이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계속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대안일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다. 근로자가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사업주와 협의해 근로시간, 업무시작과 종료시각 등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다. 그러려면 고용문화를 주도하는 기업과, 남성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여성을 배려하는 기업에 눈에 띄는 혜택을 제공한다면 여성들의 경력 단절은 한껏 줄어들 수 있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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