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우리의 동계스포츠 현실과 환경을 고려할 때 이 성적도 훌륭한 성과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와 임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3회 연속 세계 ‘톱10’ 진입을 목표로 삼은 것은 투자 없이 결과만 바란 무모한 도전이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동계스포츠의 여건 속에서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모두 6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각각 7위, 5위에 오른 것은 실로 기적같은 일이다.
소치 올림픽에 임원으로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필자에게 “우리의 동계스포츠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새삼 느꼈다. 이런 여건 속에서 3회 연속 ‘톱10’을 이루려 한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라고 표현했다.
소치 대회에서 막판까지 개최국 러시아와 종합 1위를 다퉜던 스키 강국 노르웨이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무려 23개의 메달(금8 은7 동8)을 획득하며 ‘오렌지 돌풍’을 일으킨 네덜란드의 선전이 우연이 아닌 것은 정부와 기업들의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이뤄낸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계스포츠 현실은 어떠한가? 이번 소치 대회에는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역대 최다인 71명의 선수가 참가했지만 대기업 소속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ㆍ모태범(대한항공), 스키점프에 출전한 하이원 소속 4명, 스노보드의 김호준(CJ제일제당) 등 7명이 전부다. 나머지는 고교ㆍ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선수이거나 광역 시ㆍ도와 기초단체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90%에 달한다. 하지만 학교와 지자체의 재정 운용상 지원은 한계의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하계에 비해 동계스포츠에 대한 선수 및 팀 육성을 외면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올림픽 때만 되면 선수들의 활약상을 이용해 광고 등 기업 마케팅에만 열을 올려 반짝 특수를 누리곤 한다. 기업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많은 감동과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스포츠는 기업들에게 있어 최대한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외국의 유명 스포츠 클럽에 연간 수백억원에서 1천억원을 스폰서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국내에도 이러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쇼트트랙 한 종목만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오다가 지난 밴쿠버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기적을 일궜고, 이번 소치에서도 쇼트트랙(2개), 스피드스케이팅(1개)이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는 간판 선수들의 노쇠와 은퇴로 인해 4년 뒤 평창에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쇼트트랙을 제외하고는 금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컬링, 모굴스키, 봅슬레이ㆍ스켈레톤 등 종목들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다. 국가적인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내 동계스포츠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와 대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