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중국 ‘알테쉬’의 공습

“백만장자처럼 쇼핑하라.”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들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싼 인건비와 물류비를 무기로 초저가 물량 공세를 펴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알리 앱의 한국인 사용자는 지난 2월 818만명에서 3월 887만명으로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테무 이용자는 580만명에서 829만명으로 42.8% 늘었다. 지난 2022년 본격 영업을 시작한 알리는 2년 새 한국 고객이 4배 늘었고, 지난해 7월 상륙한 테무는 알리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패션에 특화된 쉬인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천공항 집계 중국 직구 건수는 2022년 일평균 2만건에서 지난 1월 14만건으로 7배 뛰었다. ‘알테쉬’의 공습이 심상치 않다. 직구 면세제도를 활용한 파상공세로 한국 시장이 중국 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한국 업체들은 이에 대응하느라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테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앱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검색어나 광고가 쏟아진다. 신규 고객을 늘리려 현금성 쿠폰을 뿌리거나 룰렛 게임과 다단계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청소년은 성인 인증 절차없이 선정성·유해성 높은 이른바 ‘19금(禁)’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다. 반품, 환불 등 소비자 보호에 소홀하거나 농식품 원산지 표시 규정을 어기는 일도 많다. 알리, 테무에서 판매되는 귀걸이, 반지 등의 장신구에선 국내 안전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대거 검출됐다. 배송료를 포함해 600~4천원(평균 약 2천원)에 판매되는 제품들로, 기준치의 최소 10배에서 최대 700배에 달하는 카드뮴과 납이 검출됐다. 알테쉬의 급성장은 한국과 미국 등에서 초저가 과소비 트렌드를 만들었다. 테무의 월간 사용자가 1억6천만명에 이르면서 세계인들이 값싼 플라스틱 제품의 과소비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 소비자 분쟁 대응, 원산지 표시, 청소년 유해광고 차단 등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중국 업체도 엄격한 국내 법규를 준수하도록 규정·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지지대] 재외국민 실질투표율 4.7%

재외국민은 국외에 거주하고 있으나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재외국민은 주소나 거소(居所)를 대한민국 대사관·총영사관·영사관·분관 또는 출장소 등에 등록해야 한다. 이들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투표권이 주어진다.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서는 선거일 60일 전까지 공관에 재외 선거인 등록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115개국에 220개 투표소를 설치했다. 투표 기간은 3월27일부터 4월1일까지였다. 투표소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됐다. 6일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지만 짧게는 하루 4시간 안에 투표해야 했던 곳도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재외국민 투표율은 62.8%였다. 역대 총선 최고치다. 19대 45.7%, 20대 41.4%에서 21대 23.8%로 급락했다가 22대 총선에서 60%가 넘었으니 고무적인 수치다. 그러나 ‘선거권이 있는 재외국민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표했을까’를 따져보면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투표 권한이 있는 재외국민 197만4천375명 중 선거인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인원은 14만7천989명으로 7.5%에 불과하다. 이 중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9만2천923명뿐이다. 예상 선거인 197만4천375명 중 9만2천923명 투표라면 실질 투표율은 4.70%다. 그런데 선관위는 재외선거 투표율이 62.8%라고 부풀렸다. 이는 선거를 하겠다고 유권자 등록을 한 인원 대비 투표율이다. 실제 5%도 안 되는 투표율을 60%가 넘는다고 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려면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투표소까지 가는 것이다.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하고 2박3일 걸리는 곳도 있다. 시간과 비용이 엄청 소요된다. 재외국민 상당수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투표소 확대와 함께 미국, 일본처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우편 투표나 온라인 투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지지대] ‘이 빠진 동그라미’

귀퉁이가 잘린 동그라미가 있었다. 녀석은 떨어져 나간 그 조각을 찾으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굴러갔다. 그러면서 삼라만상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한 조각을 잃어 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 버린 조각 찾아/데굴 데굴 길 떠나네/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 옆에서 잠깐 쉬고/에야 디야 굴러 가네.” 한국항공대의 록밴드 활주로의 ‘이 빠진 동그라미’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됐다. 필자가 청년 시절 매일 흥얼거렸던 애창곡이었다. 싱어 배철수의 중저음 보컬이 입에 착착 달라붙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후 그 동그라미는 어떻게 됐을까. 떨어져 나간 조각을 찾았을까. 어렵게 발견하고 붙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여유는 사라지고 쉴 새 없이 굴러가야만 했다. “어디 갔나 나의 한 쪽 벌판 지나 바다 건너/갈대 무성한 늪 헤치고 비탈진 산길 낑낑 올라/둥실 둥실 찾아 가네/한 조각을 만났으나 너무 작아 헐렁 헐렁/다른 조각 찾았으나 너무 커서 울퉁 불퉁/이리 저리 헤매누나/저기 저기 소나무 밑 누워 자는 한 쪼가리/비틀 비틀 다가 가서 맞춰 보니 내 짝일세.” 세상 만사가 힘들 때면 대중가요 노랫말에서 지혜를 찾곤 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그때 대학가에서 만들어진 대중가요들은 젊은이들의 탈출구였다. 우리네 삶은 내게 딱 맞는, 내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방황일지도 모른다. 동그라미를 제대로 그려야 하는 행위의 연속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를 위해 평생을 헤맸을 터이다. 동그라미 그리기는 그래서 허투루가 아니어야만 한다. 비어 있는, 부족한 공백과 여백을 갖춘 삶의 소중함도 깨달아야만 한다. 밤이 어두울수록 아침은 더 빛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당시 젊은이들이 이 노래에 푹 빠졌던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지대] 차이나는 반전 기대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를 기록했다. 주가는 어느새 8만원을 넘어 9만원을 향해 가고 있다. ‘10만전자’가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최고가인 9만6천800원(2021년 1월11일)과는 현재 약 12% 차다.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주가 반전의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한화 이글스의 반전이 화제다. 한화는 지난 1일까지 7연승으로 1위를 달리면서 프로야구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던 에이스 류현진이 12년 만에 복귀하면서 전국의 한화 팬들이 야구장으로 집결하는 분위기다. 한화는 지난해 10월16일 홈 최종전부터 2일까지 5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 반전으로 ‘만년 꼴찌’ 한화팬들은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주식시장, 프로야구와 달리 ‘의정 갈등’과 4·10 총선에선 반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의대 2천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정원 조정 여지를 처음으로 열어 놓은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의료계를 상대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해결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이번 4·10 총선을 일주일 앞둔 3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떤 전략을 내세워 얼마 남지 않은 선거판에 반전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지지대] 다시 몰려온 ‘차이나 쇼크’

최저가로 들여오는 제품에 국내 기업들은 속수무책이었다. 1990년대 초반 닥쳤던 1차 차이나 쇼크 때 이야기다. 2차 차이나 쇼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1차 때보다 충격은 더 강해졌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을 늘리면서 중국산 상품이 차고 넘친다. 세계 도처에서 그렇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세계 경제 ‘빅2’로 성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중국을 경쟁 대상으로 견제한 지 오래됐다. 1차 차이나 쇼크 때는 값싼 중국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각국의 물가 오름세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그 대신 각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타격을 받았다. 지금도 중국 업체들은 내수로 흡수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 기계, 가전제품 등을 생산한다. 정부 주도의 저리 대출이 이런 생산과 수출을 부추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인 e커머스 등의 진출도 거세다. 2차 차이나 쇼크는 1차 때에 비해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고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1차 차이나 쇼크 때는 중국이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불황이다. 그때는 중국이 값싼 제품을 파는 대신 철광석과 석탄, 기타 상품을 사가는 바람에 인플레이션 하락을 상쇄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그런 수요가 없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1%, 전체 상품 수출의 14%를 차지한다. 20년 전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10% 미만, 수출 비중은 5% 미만이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과잉생산이 다른 나라의 공장 문을 닫게 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등이 자국 산업 보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불편한 이웃을 둔 덕분에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세상 등질 생각하는 청소년들

청소년들의 앞길이 막히고 있다. 경기 침체와 경제 불황 등도 주요한 원인이겠다. 하지만 다분히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달리 둘러댈 명분은 없다. 이런 가운데 스스로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2년째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안 감소하다가 최근 2년 동안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교생 5만여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다. 최근 12개월 동안 이 같은 생각을 경험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전체의 14.3%로 집계됐다. 특히 여학생(17.9%)이 남학생(10.9%)보다 심각했다. 이 비율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5년부터 3년 동안 20%를 넘었다가 2008년 10%대로 떨어졌고 이후 대체로 내림세를 탔다. 2020년에는 10.9%로 최저치를 찍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오르고 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지난해 41.3%였다. 이 수치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비율이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년 동안 우울증 경험률도 28.7%로 나타났다. 최근 12개월 동안 자주 또는 항상 외로움을 느낀 비율도 2020년 조사 시작 이래 두 해 연속 올라 18.9%를 기록했다. 정부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고 상담을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극단선택 시도 등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활밀착형 상담사도 늘리고 전문성도 강화한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의 생활밀착형 상담사는 현재 1천398명이 활동 중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더 촘촘한 정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청소년이 밝으면 빼앗긴 나라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1세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틈만 나면 던지던 메시지였다. 젊은이는 민족의 미래다. 이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건 그래서 기성세대의 의무다.

[지지대] 비만 사회적 비용 16조

다이어트는 세계인의 공통된 관심사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아프리카 등에선 굶어죽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참으로 불공평하다. 멕시코는 OECD 국가 중 비만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세계 최대 비만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운동을 하면 보상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일례로 대중교통 승강장 등에 스쿼트 운동기구를 설치해 스쿼트를 10번 하면 대중교통 무료 승차권을 준다. 이렇게 해서라도 운동을 시키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비만 인구가 2022년 기준 10억3천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80억 세계 인구 가운데 8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얘기다. 당초 예상했던 2030년보다 8년이나 빨라졌다고 한다. 때문에 세계 80여개국에서 비만세 형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비만 문제가 심각한 곳은 선진국이 아닌 중저소득 국가다. 몸에 좋은 유기농 음식보다 비교적 값싼 고열량의 가공식품을 주로 먹다 보니 영양 불균형 상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비만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미국 내에서도 고착화됐다. 비만의 양극화 현상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비싼 약값 때문에 비만 양극화를 더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비만재단은 2035년까지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우리 돈 약 5천2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21년 기준 15조6천382억원으로 연평균 7%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비용은 흡연(11조4천206억원), 음주(14조6천274억원)를 넘어서며 건강보험에 부담이 되고 있다. 비만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비만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개인·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만 관리에 대한 급여화가 필요하다.

[지지대] 엉겅퀴의 계절

엉겅퀴는 해마다 이맘때면 지천이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줄기 전체에 하얀 털이 난다. 꽃 색깔은 보랏빛에 더 가깝다. 민들레의 사촌뻘이다. 줄기 전체에 하얀 털이 수북하다. 사실 털보다는 잔가시 같은 느낌이 대세다. 살에 닿으면 그래서 제법 쓰라렸다. 어릴 적 벗들과 언덕에서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음박질로 내려가다 보면 이 꽃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무릎에는 도깨비바늘이 수북하게 꽂혀 있었다. 1960년대 아련한 추억이다. 서양에도 이 꽃과 관련해 에피소드가 많다. 그 가운데 단연 으뜸은 스코틀랜드다. 참, 엉겅퀴는 스코틀랜드 국화다. 그러고 보니 남성 근위병들이 짧은 스마트 차림으로 근무하는 까칠까칠한 뉘앙스가 이 나라와도 많이 닮긴 닮았다. 이런 설화도 있다. 중세 스코틀랜드를 침공하던 노르웨이 군대가 밤에 기습하려 다가오다가 이 꽃에 찔려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 노르웨이군을 격퇴했다고 한다. 국내 연구진이 엉겅퀴에서 위암 종양 성장을 조절하는 천연물질을 찾아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발표다. 엉겅퀴에 많이 포함된 ‘펙톨리나리게닌’이라고 불리는 천연물질이 위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내용이다. 이 천연물질은 위암 종양 성장을 지연시켜 종양 무게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혈액 분석 결과 체내 독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불현듯 고(故) 기형도 시인의 작품 ‘나리 나리 개나리’가 오버랩된다. 그는 광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한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맨발로 산보할 때/어김 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살라 주었다.” 이번 주말 들녘으로 나가면 엉겅퀴를 만날 수 있을까.

[지지대] 기업 총수와 스포츠 단체장

중년을 넘긴 체육인들은 대한민국 체육의 호황기를 5공화국 시절로 꼽는다. 5·17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프로야구·축구를 태동시켰다. 더불어 한국 스포츠의 요람이었던 태릉 국가대표 선수촌을 대통령이 자주 찾았고,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지원을 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와 지도자·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청와대 초청을 받은 것도 이 시절이다. 대통령의 체육에 대한 관심과 86 서울 아시안게임 및 서울 올림픽 유치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중앙 경기단체를 맡았다.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 ‘톱10’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삼·김대중 정부와 IMF 위기,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기업 총수 종목 단체장은 점차 줄어들었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체육계를 지원한 기업인들이 고초를 겪으며 재벌 총수 종목 단체장은 더욱 감소했다. 현재 대기업이 회장사를 맡고 있는 종목은 현대산업개발의 축구와 SK의 핸드볼·펜싱, 현대기아차의 양궁, 삼성의 육상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과거 삼성과 현대가 서로 경쟁하듯 종목 단체장을 맡았던 것은 옛이야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둘러싸고 대한축구협회장의 퇴진이 노골화되고 있다. 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 때문이다. SK가 맡고 있는 펜싱이 수년 전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데 이어 최태원 회장의 핸드볼도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종목의 문제는 회장보다는 그들을 대신해 단체를 맡고 있는 그룹 파견 임원이나 일부 경기인 출신 집행부 임원들의 문제다. 반면 대를 이어 협회장을 맡고 있는 양궁협회는 풍파가 전혀 없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행정을 챙기고 집행부 임원들이 신뢰감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와 지원이 절실하다. 더불어 기업의 지원과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올바른 행정과 감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일부 단체에서는 단체장의 무관심 속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각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지지대] 떡볶이, 너마저...

1953년이었다. 서울 신당동에서 기가 막힌 먹거리가 탄생했다. 고(故) 마복림 할머니가 고안했다. 이전에는 왜간장으로만 간을 맞췄던 음식에 고추장이 들어갔다. 떡볶이가 그랬다. 이 먹거리는 그래서 이 동네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기원은 조선 후기로 소환된다. 영조가 신하들과 나눈 대담에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가 오병(熬餠)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병이라는 음식이 떡볶이의 원조다. ‘승정원일기’에 나온다. 확산 속도는 빨랐다. 조리법도 간단했다. 전국의 분식집과 포장마차 등지에서 팔기 시작했다. 학교 앞 분식점들에선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컵볶이)가 500원에 팔렸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그랬다. 출산율 감소 등으로 학교 앞에 분식집들이 줄면서 분식업계에도 프랜차이즈시대가 열렸다. 물가 오름세 등으로 20년 사이에 평균가격이 500원대에서 3천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런 가운데 떡볶이값도 최근 물가 고공행진에 동참하고 있다는 분석(경기일보 25일자 8면)이 나왔다. 물가당국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에서 1만4천~2만5천원에 팔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게에서 2명이 들어가 떡볶이 하나와 곁가지로 감자튀김과 사이다까지 시키면 2만원이 훌쩍 넘는다. 직장인들이 “떡볶이가 서민 음식이라는 건 옛말인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대목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나 서민층엔 떡볶이 가격마저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분식집에 가서 친구와 떡볶이 하나 먹으면 1만~1만5천원이 기본이어서다. 떡볶이까지 서민을 배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원망도 나온다. 길거리 음식의 다양화·고급화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 원재료값 상승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건 시장논리상 맞다. 그러나 공급자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면 구매 빈도도 감소할 수 있다. 자본주의 선순환 구조를 깨달아야 한다.

[지지대] 청년 울리는 직장 갑질

통계청이 ‘2024년 2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2월 취업자 수가 2천804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9천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월(38만명) 이후 2개월 연속 30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29만7천명 늘며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를 견인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6만1천명 감소해 16개월 연속 줄었다. 청년 취업이 여전히 어렵다. 취업을 해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등 안정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이직률이 높다. 여기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도 한몫한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장기간 근로, 휴식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폭언, 성희롱 등을 가한 기업이 상당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년들이 선호하거나 많이 근무하는 정보기술(IT)·플랫폼·게임업체·공공기관 등 60곳을 대상으로 집중 기획감독을 한 결과 238건의 법 위반을 확인했다. 모바일 콘텐츠를 개발하는 A기업은 법정한도까지만 연장수당을 지급해 직원들 임금 7천400만원을 체불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B기업은 근로시간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101회에 걸쳐 연장근로한도를 위반했다.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은 업체는 모두 46곳으로 체불 임금 규모가 14억2천300만원, 피해 노동자는 3천162명에 달했다. 공공연구기관 C에선 상급자의 지속적 폭언과 상습적 괴롭힘이 드러났다. 해당 상급자는 “너 XX웃긴 XX야 인마” 등 폭언을 일삼았다. “휴가 쓸 생각하지 마라”, “일이 있으면 퇴근하면 안된다” 등 불합리한 요구도 있었다.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D사의 한 팀장은 여직원에게 “짧은 치마 입지 말랬지. 약속 있어?”, “화장했네. 예뻐 보인다” 등 언어적 성희롱을 일삼았다. 임금 체불, 폭언, 괴롭힘, 성희롱 등은 명백한 직장 갑질이다. 청년들이 건전한 조직문화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구태스러운 갑질은 멈추고, 청년 친화적 직장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지지대] 우당 이길범展

장수는 축복이다. 한국화가 이길범에겐 더 그렇다. 올해 97세인 작가가 수원시립미술관 초대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17년 그림인생 70주년을 기념해 ‘우당 이길범 회고전’이 열렸다. 수원미술협회 한국화분과 회원들이 마련했다. 작가 나이 90세 때다. 우당은 “이번이 여섯 번째 개인전인데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지금 우당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이길범: 긴 여로에서’라는 전시는 수원작가에 대한 재평가 및 연구의 일환이다. 지역미술관이 지역작가를 조명하는 작업은 일종의 의무 같은 것인데 그동안 소홀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의미있게 평가된다. 전시는 그림 소재에 따라 영모화조(새·짐승·꽃 등), 인물, 산수풍경으로 구성해 대표작을 걸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채영 학예사는 “수십 년간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한 원로작가 이길범을 조명해볼 수 있는 기회”라며 “작가 특유의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이 주는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길범은 이당 김은호의 제자다. 1927년 수원군 양감면에서 태어난 우당은 17세 때 산수·화조·인물 전 분야에 걸쳐 명성이 높은 김은호를 만나 문하에서 6여년간 그림을 배웠다. 1949년 화조화 ‘춘난’으로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해 등단했다. 그는 6.25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었다. 제2국민병으로 소집돼 대구와 제주, 부산에서 훈련괘도를 그리며 복무했고, 전역 후엔 대한도기와 대한교육연합회에서 도안 디자인과 삽화를 그리며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50세가 넘어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며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1982년 수원미술계에 첫 한국화 동인인 성묵회를 결성했고, 미술협회 수원지부장도 역임했다. 당시 정부표준영정 작가로 참여하는 등 인물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정조’ 어진이 대표작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 전시에서 주인공을 만날 기회가 없다. 영상을 통해 인터뷰 내용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거동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작가를 초청해 축하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원로작가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전시다. 그동안 외국 작가전은 오프닝 행사를 거창하게 했다.

[지지대] 中 기업에 군사조직 부활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중국 집권당은 공산당이고, 중국 기업 상당수는 국가 통제를 받는다는 정도일까. 요즘 이 나라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에 군사조직인 민병대가 부활하고 있어서다. 20세기 중반 국민당과의 내전 시기도 아닌데 말이다. 민병대는 홍군의 초기 조직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의 군대였다. 중국 기업들이 마오쩌둥 주석 시대 유산인 민병대를 창설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발표와 관영매체들이 분석한 결과다. 기업 수십 곳이 최근 몇 달 새 사내에 군대 관련 부서인 인민무장부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마오 주석 집권 시기 정규군인 인민해방군과 함께 군대조직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온 민병대다. 물론 민병대는 정규군은 아니지만 전시나 재난 등 비상사태 발생 시 동원될 수 있다. 인민해방군이 맡은 역할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이런 조직은 마오 주석 집권 시기 현과 촌 등지에서 인민해방군을 모집하는 활동과 연계됐다. 하지만 덩샤오핑 주석 집권기에는 역할이 축소됐다. 다만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일반적으로 민방위 활동과 군대훈련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에 군대조직 설치 움직임은 동원체계 개편 등 국방개혁 움직임과 연관됐다. 중국은 국가안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지역별 인민방공판공실을 국방동원판공실로 순차적으로 대체해 왔다. 일각에선 중국의 사회·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끝난 양회 이후로 시진핑 주석 체제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30년간 관례화됐던 전인대 총리 기자회견도 폐지됐다. 기업에 민병대 신설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지대] 총선 이번엔 꼭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이미 본선에 나설 후보를 확정해 진용을 갖췄다. 각종 공약도 발표했다. 큰 틀에서 정권 심판론과 국정안정론이 맞섰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점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서로 책임은 떠넘기고 비판하기도 한다. 메가시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과 철도 지하화 계획 등 주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굵직굵직한 공약도 발표됐다. 그러나 정작 지역민들이 원하는 현안은 묻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야 할 것 없이 실질적인 공약보다 서로를 비판하고 대립하는 식의 정치 공세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혐오 정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경기일보가 총선 기획으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는 사회-총선 이번엔 꼭!’이라는 타이틀로 각 지역에 오래 묵은 현안를 점검하고 지역 출마자들에게 대책을 묻는 형식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 현안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다.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입장보다는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하자는 기획 의도와 출마자들에게 지역 현안을 해결하라는 압박도 담겨 있다. 각 지역 취재기자들의 취재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황당한 경우가 많다. 지역 현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기한 답변을 미룬다든지, 총선 기간임에도 지역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후보까지 갖가지 행태를 접한다. 일부 출마자들의 목표는 오로지 당선뿐, 지역 현안은 관심 밖이었다. 이번 총선은 유독 각 정당이 경기 인천지역에 전략공천 등의 명분으로 지역과 아무런 연고 없이 보낸 후보들이 많은 만큼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래도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라면 지역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공부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말이 좋아 전략공천이지 지역민들과 정치인들 입장에선 ‘낙하산 공천’이고 시민들은 이들이 철새처럼 떠나는 경험도 이미 많이 했다. 공식 선거운동은 아직 시작 전이다. 지금이라도 각 지역 출마자들이 지역 현안 해결에 관심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 그것이 결국 지역 정치인으로서 길게 가는 길이다.

[지지대] 나선정벌의 교훈

멱살을 잡혀 볼모로 갇혀 지냈다. 그것도 오랑캐의 나라에서 형과 함께 눈칫밥을 먹으면서 말이다.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은 세상을 떴다. 그리고 형 대신 왕위에 올랐다. 즉위한 뒤 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착수한 정책은 북벌이었다. 명나라의 원수를 갚는다는 게 겉으로 내세웠던 대외적인 대의명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왕(父王)의 삼전도 굴욕에 대한 앙갚음이었다. 봉림대군인 조선 제17대 임금 효종과 그의 형 소현세자의 서사다. 효종이 즉위한 후 북벌을 위해 제일 먼저 착수한 건 국방력 강화였다. 오늘날 개인화기인 소총에 해당하는 조총으로 무장한 군대를 육성했다. 당시 이 군사조직은 동북아 최정예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나라의 통치자 강희제가 병력 지원을 요청해 왔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으로 전쟁을 벌여서다. 당시 러시아는 알렉세이 미하일 보비치가 차르였다. 조선은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조총군 100여명을 파병했다. 소수의 군사였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 청나라를 치기 위해 육성한 군대가 러시아를 격퇴한 셈이었다. 아이러니하다. 1654년 오늘의 일이다. 교과서에선 이 사건을 ‘나선정벌(羅禪征伐)’로 기록하고 있다. 나선은 러시아 사람들, 즉 러시안(Russian)을 한자음으로 옮긴 표현이다. 그렇게 출발한 조선 군대는 2개월여 만에 연해주에 도착했고 청나라 군사와 합류해 흑룡강에서 러시아군을 무찔렀다. 공교롭게도 370년 전 조선 군대가 상대했던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또 다시 우연의 일치일까. 역사에도 근육이 있다면 꼭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지지대] “직업에 귀천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직업은 가치가 있고, 직업만으로 사람의 귀하고 천함을 논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직업에 대한 귀천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직업에 대한 귀천이라기보다, 직업에 대해 귀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원은 대표적 15개 직업에 대해 5점 척도로 우리 사회에서 갖는 사회적 지위를 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국회의원을 꼽았다. 일본도 국회의원이 1위였다. 반면 미국과 독일에선 소방관이 1위였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의 사회적 지위는 5점 만점에 4.16점이었다. 이어 약사(3.83점), 인공지능전문가(3.67점), 소프트웨어개발자(3.58점)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위 5개 직업으로는 소방관(3.08점), 사회복지사(2.54점), 공장근로자(2.19점), 음식점종업원(2.02점), 건설일용근로자(1.86점)가 꼽혔다. 연구진은 “육체적·정서적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보상은 높지 않은 직업이 하위권”이라고 분석했다. 조사는 일본·중국·미국·독일에서도 동일 방식으로 진행됐다. 눈에 띄는 것은 국회의원과 소방관의 순위다. 국회의원은 동양권인 일본·중국에서도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뽑혔지만 미국은 12위, 독일은 10위로 중하위권이었다. 반면 미국·독일에선 소방관이 1위였다. 한국은 11위였고 중국은 9위였다. 소방관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직업임에도 우리나라에선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 학생 희망직업 조사에서도 소방관은 초·중·고교생 선호 직업 20위 안에 들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직업별 점수 격차가 크다는 것도 주목된다. 1위 국회의원과 최하위 건설일용근로자의 격차가 2.30점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1위와 15위의 격차가 각각 0.92점, 0.93점이었다. 한국에서 직업 귀천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경제·사회적 필요성이나 기여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는 직종에 대한 보상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지지대] 설화 주의보

구시화문(口是禍門), 입은 화(재앙)를 불러들이는 문이다. 화종구생(禍從口生),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입조심,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것이 말이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경솔한 말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입이 화의 근원이라고 했을까. 총선을 앞둔 요즘 정치판을 보면 말조심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막말 한마디에 훅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역대 총선에서 터진 막말 사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총선 판세가 바뀌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망언’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4·10 총선에서도 말 때문에 시끄럽다. 공천자들의 과거 막말이 소환돼 화근이 되고 있다. 긴장한 여야 지도부가 ‘설화(舌禍) 주의보’를 발동했다. 국민의힘 조수연 예비후보(대구 서갑)는 SNS에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고 게시한 바 있다. 같은 당 도태우 예비후보(대구 중·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폄훼 발언을 했다. 또 장예찬 예비후보(부산 수영)는 ‘난교 옹호’ 논란 글로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자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말이 거친 정봉주 예비후보(서울 강북을)는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경품으로) 목발을 주자”고 했다. 그는 이후 목함지뢰 피해 장병들에게 사과했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과거 언행을 일회성 실수라고 치부해선 안된다. 이는 잘못된 역사관과 그릇된 윤리관 등에서 나온 의식의 표현이다. 공천자들이 예전 발언을 사과했지만 자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여야가 도태우, 장예찬,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 부메랑이 됐다.

[지지대] 백두산이 중국의 세계지질공원?

중국의 백두산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현실화된다. 그것도 그들의 호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말이다. 오는 27일까지 진행 중인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확정된다. 신청 시기는 지난 2020년이다. 백두산은 4분의 1이 북한, 4분의 3이 중국에 속해 있다. 지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천지는 약 55%가 북한, 곧 우리의 영토다. 헌법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돼서다. 이 사안을 좀 더 들여다보자.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유네스코에 제출한 백두산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설명 자료에는 북중국강괴 중국 북동쪽 경계와 유라시아 대륙, 환태평양조산대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해 화산 활동으로 수백만 년 동안 독특한 지형으로 형성됐다고 소개됐다. 이어 1천년 전 밀레니엄 분화를 비롯해 다단계 분화가 있었고, 다양한 암종과 복잡한 화산 지형이 형성돼 시간에 따른 지구의 역동적인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 실험실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실 중국은 지난 2006년부터 백두산의 세계지질공원 등재 신청을 준비해 왔다. 앞서 북한도 2019년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이번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인증될 후보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지정된다. 총 48개국에 195곳의 세계지질공원이 있고 한국과 중국에는 각각 5곳과 41곳이 있다. 국내 학계에선 중국의 이번 조치를 백두산의 역사와 가치를 독점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올리고 고구려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규정한 한반도 역사 왜곡 정책의 결정판인 셈이다. 발해를 중국 고대사로 편입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 엄중한 사태를 남의 나라 일처럼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지지대] 22대 국회는 입법 역할에 충실하길

인천을 대표해 국회에서 일할 일꾼을 뽑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많은 예비후보들이 나섰고 여야 정당의 공천 과정을 거쳐 속속 대진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이들은 각종 지역 발전 등을 위한 주요 철도·개발사업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철도를 새로 깔도록 하고 개발 사업이 잘 이뤄지도록 해 도시를 바꿔보겠다는 내용들. 모두 장밋빛 청사진 일색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은 과연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공약일까. 국회의원이 출근하는 국회는 말 그대로 입법부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에서 무슨 철도를 깔고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같은 일은 행정부, 즉 대통령이나 인천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은 예산 집행 권한도 없다. 단지 행정부의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권한만 있을 뿐이다. 결국 공약은 국회의원이 내고, 실행은 대통령과 단체장이 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압박해 이 같은 철도·개발을 이뤄내는 것이 국회의원의 본질적인 업무인지에 대한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철도가 빨리 깔리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나 ‘개발 사업이 잘 이뤄지도록 지원 법률을 발의하겠다’는 공약이 맞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이 같은 공약(公約)이 결국은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천지역 21대 국회의원 13명의 공약 2천337개 중 입법공약은 139개로 5.9%에 불과하다. 철도, 개발 등 재정 공약이 4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 같은 재정 사업보다는 입법 공약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니까.

[지지대] 아일랜드 밸린그래스 마을의 교훈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잉태되던 18세기 후반이었다. 사회 일부 지도층은 기근이나 전쟁, 전염병 등을 통해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어처구니 없겠지만 그땐 그게 정설이었다. 그 주장의 한복판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있었다. 인구 증가는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모든 빈곤과 질병, 범죄 등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층민들의 희생도 정당화됐다. 그 옛날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페스트가 다시 찾아들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하지만 말이다. 이 같은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 현장이 나타났다. 아일랜드 밸린그래스 마을이었다. 소작농 76가구가 사는 마을을 영국군 연대 병력이 포위했고 순식간에 지옥으로 전락했다. 여자들과 아이들이 울부짖고 남자들은 항거했다. 하지만 주민 300여명은 가구도 건사하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렸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와중에 소작농들을 괴롭힌 강제 퇴거가 시작됐다. 주민들이 퇴거 당한 이유는 감자 흉작으로 소작료를 내지 못해서였다. 연간 수입 4파운드 이하인 소작농을 거느린 지주들이 빈민을 구제하는 구빈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법규도 강제 퇴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소작농들을 몰아내고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는 대농장을 만들겠다는 게 지주들의 선택이었다. 이 때문에 30만여명이 고향에서 영원히 쫓겨났다. 1846년 오늘의 일이다. 기근과 강제 퇴거도 과거사에 머물지 않는다. 지구촌 농업생산력은 인구 120억명을 먹여살릴 수 있지만 수많은 인류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질병 퇴치 노력과 자선은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고 강조한 맬서스주의도 일부 학계에선 유효하다. 우리 사회는 178년 전 아일랜드 밸린그래스 마을 사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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