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친강 사망설

친강(秦剛)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었다. 올해 57세로 중국 공산당에선 촉망받던 엘리트였다. 적어도 올해초까지는 그랬다. 외교부장에 오른 뒤 3개월 만에 국무위원으로 선출됐다. 전임인 왕이 외교부장이 5년 만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초고속 승진이었다. 그랬는데, 사망설이 나돈다. 군 병원에서 숨졌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그는 돌연 경질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지난 7월 초순이었다. 그 시점에 중국 고위층 인사들을 치료하는 군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게 골자다. 자살이나 고문으로 인한 죽음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방 정보기관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 그의 잠적과 경질 등의 진짜 배경이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을 좀 더 복기해보자. 그의 잠적 직전인 올해 6월25일 의미심장한 보도가 나왔다. 주어는 베이징을 찾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이었다. 시진핑 주석에게 친강 및 군 주요 인사 다수가 서방 정보기관과 결탁해 핵개발 관련 기밀 유출에 도움을 줬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외신은 당시 친강이 종적을 감춘 시점에 군부 핵심인 로켓군 지도부 장성 다수가 일제히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에 대한 숙청이 공식적으로 확인될 즈음인 8월 말 리상푸 당시 국방부장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고도 짚었다. 친강은 7월, 리상푸는 10월 면직됐지만 중국 당국은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공식석상에서 한 달간 자취를 감춘 끝에 7월25일 면직됐다.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기록됐다. 중국의 권력구조는 복잡하다. 하지만 명쾌한 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작용한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의 속내를 읽어 내지 않고선 향방을 가늠할 수 없다. 중국공산당 74년의 권력 다툼은 그래서 늘 현재진행형이다.

[지지대] 견리망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의미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올해도 1천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30.1%(395명)가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견리망의’는 논어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논어 헌문 편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한다’는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등장하는데, 견리망의는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침해 등을 언급하며 견리망의 현상은 개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견리망의’를 선정한 다른 교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 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견리망의’ 선정과 관련, 자신의 SNS에 “참 부끄럽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고 제가 질타한 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좌우 모두 뻔뻔함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견리망의나 후안무치나 같은 말이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갖고 살아야 하는데”라고 했다. 국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챙기고, 국가 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의로움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견리망의 하면 당장은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됨을 명심하면 좋겠다.

[지지대] 대기업 총수들 정치 동원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지지율도 하락했다. 직전 여론조사였던 11월 4주차 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39%였는데, 지난 4~6일 조사에선 4%p 하락한 35%로 집계됐다.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엑스포 실패 여파로 인해 위기감이 감돈다, 부산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윤 대통령이 부산으로 달려갔다. 윤 대통령은 6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대선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등을 거듭 약속했다.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한 간담회에는 경제부총리와 장관들, 여당 대표 및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한국경제인협회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은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에도 동행해 나란히 서서 떡볶이를 먹었다. 총수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떡볶이 먹방’을 한 윤 대통령에 대해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하는 위기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민심 달래기에 이용하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기업인 8명이 이끄는 그룹의 총매출액은 1천조원에 달한다. 올해 정부 예산의 1.5배가 넘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이 대통령이 부르면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게 한국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겠는가. 지난 17개월간 세계엑스포 유치전에 대기업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동원됐다. ‘1개월 1일정’이라고 할 만큼 잦은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불려다녔다. 대기업 총수들은 11일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도 대부분 동행한다. 자유 시장경제를 얘기하면서 기업 총수들을 자주 동원하는 건 모순이고 구태다.

[지지대] 이종훈 선생의 호를 딴 ‘정암로’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다. 한평생을 일본에 빼앗긴 조국을 되찾는 데 매진했다. 독립운동가 정암(正菴) 이종훈 선생의 일생이 그랬다. 선생의 생애로 좀 더 들어가 보자. 1858년 2월9일 경기 광주에서 출생했다. 고난의 청년시절을 거쳐 25세 때 동학에 입교했다.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나자 선두에서 깃발을 높이 들었다. 1898년 순교한 최시형 선생의 장례를 치르고 일본으로 망명했다. 1902년 귀국해 부국강병의 필요성을 제창했다. 1919년 2월25일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3·1운동 때 체포돼 2년형을 선고받았다. 1922년 7월 천도교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고려혁명위원회 고문에 추대돼 항일운동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선생의 호를 딴 명예도로가 그의 고향에 생겼다. 광주시가 곤지암읍 만삼로 모든 구간 도로명을 ‘정암로’로 지정(경기일보 5일자 11면)했다. 명예도로는 지역사회 헌신도와 공익성 등을 감안해 법정도로명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전국에는 지자체 89곳에 217곳의 명예도로가 있다.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서울 용산구의 ‘유관순길’과 정지용 시인의 문학정신을 잇는 은평구의 ‘정지용길’ 등이 대표적이다. 정암로 명예도로명 부여는 광복회 청원으로 비롯됐다. 광복회는 앞서 지난 2월부터 추진에 나섰다. 타 기관이 명예도로명 부여를 요청하면 해당 기초지자체는 공익성을 검토한 뒤 주소정보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시는 내년 3·1절 기념 행사도 정암로 일원에서 3·1 만세운동 재현을 위한 거리 행진 및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이 대목에서 뭔가 허전하고 씁쓸하다. 명예도로인 ‘정암로’에 대해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고장 출신 독립운동가의 호를 땄다는 사실도 말이다. 명예도로 지정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지지대] 서해5도 등 주민들 안심할 수 있도록

지난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4분. 서해 5도인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난데없이 포탄이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북한이 황해남도 옹진반도 개머리 진지에서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방사포 등 170여발 쏜 것이다. 더욱이 주민들이 사는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포격이 이뤄졌다. 마을 곳곳은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고 주민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결국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 등 4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후 포격에 살아남은 주민 1천700명은 배를 타고 육지로 피난했다. 인천에는 연평도 등 서해 5도뿐만 아니라 강화 교동도까지 북한과의 접경지역이 있다. 이곳에서 사는 주민들은 북한의 작은 움직임에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 같은 일이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북한이 서해로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사실상 9·19 남북 군사합의가 깨진 상황. 이로 인해 인천의 접경지역에선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 중 어민들은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갈 때마다 두려움이 크다. 여기에 관광객이 줄어들어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또 다른 걱정이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어린이와 여성 등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고 있다. 전쟁의 무서움은 바로 민간인 등 많은 인명 피해에 있다. 남북이 이 같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주민들은 북한 쪽에서 ‘쾅’ 하는 소리만 나도 심장이 내려앉는다. 정부의 남북 관계에 대한 정책과 별도로 인천시와 강화·옹진군 등은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현재는 말로만 나서고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다. 최악의 상황 발생 시를 대비한 대책을 세우고, 주민 모두가 안심하도록 손을 꼭 잡아주며 안부를 묻는 적극적인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지대] 유럽 리그 한글 유니폼... 이강인 신드롬

“어느 나라 문자야?” 외국인들의 반응이었다. 반면 한국인들은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외신을 통해 감동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프랑스의 명문 축구 클럽인 파리 생제르맹(PSG) 선수들이 한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어서다. 이 클럽에는 이강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PSG는 그렇게 숙적인 르아브르와를 2-0으로 꺾었다. 지난 4일 오전(현지 시간) 프랑스 르아브르의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린 2023~2024 프랑스 리그1 14라운드 원정경기 결과다. 경기 초반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퇴장으로 위기를 맞아 80여분을 10명이 버틴 끝에 값진 승리를 따냈다. 리그 7연승을 포함해 9경기 무패(8승1무)를 이어가 승점 33을 기록, 2위 니스(승점 29)와의 격차를 승점 4로 벌리며 리그1 선두를 질주했다. 이번 결정은 이강인 선수 합류 이후 한국 팬 급증에 따른 팬 서비스로 풀이된다. 외신은 이강인 선수 영입 후 한 시즌 동안 홈구장 한국 관람객이 20% 늘었다고 분석했다. PSG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의 한국인 팔로워도 2만2천명 이상 늘었다. 그러면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팬들의 관심이 높아져 구단 중 세 번째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유럽 프로축구는 우리 시간으로 새벽에 진행된다. 마니아들은 초저녁에 잠을 청하고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시청한다. 그런 팬들에게 이강인 선수는 물론 킬리안 음바페 선수 등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검은색 한글로 적힌 유니폼을 봤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외국에서 한글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칭다오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 정도를 빼고는 흔치 않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 등 한글을 사용 중인 곳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글의 세계화 확산을 기대해본다. 이강인 신드롬과 함께 말이다.

[지지대] 초중생 ‘의사 희망, 돈 벌려고’

교육부가 얼마 전 학생들의 희망직업을 발표했다. 초등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2019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운동선수(13.4%)다. 2위는 의사(7.1%), 3위는 교사(5.4%)다. 중학생 희망직업 1위는 교사(9.1%)다. 2위는 의사(6.1%)로 지난해와 순위가 같고, 3위는 운동선수(5.5%)다. 고등학생 희망직업 1위도 교사(6.3%)다. 2위는 간호사(5.9%), 3위 생명과학자·연구자(3.7%)다. 고등학생 희망직업 순위에서 생명과학자·연구원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3위로 올랐다. 의사는 7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의학과 생명과학 계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게 진로희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의 분석이 빗나간 듯하다. 학생들이 희망직업을 선택할 때 ‘돈벌이를 가장 중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좀 당황스럽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400개 학교 초중고생을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했는데,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 선택 이유 중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가 15.5%였다. 2018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고생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라는 답변이 감소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대표적 고소득 직업인 의사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21년 미국 고등학생 2천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10대는 재능과 꿈보다는 돈을 중시한다니 놀랍다. 현실적 인 목표를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의 적성과 재능이 뭔지 모른 채, 바른 직업관이 확립되기 전에 돈에 연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적 보상과 직업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것은 부모와 사회 책임이다. 학교에서 다양한 직업 세계를 알려주고, 일과 직업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와 가치관을 갖게 교육해야 한다.

[지지대] 슈링크노믹스

슈링크노믹스는 ‘슈링크’(shrink·줄어들다)와 ‘이코노믹스’(economics·경제)의 합성어로 축소경제를 뜻한다. 인구 감소에 따라 경제 ‘허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면서 생산·소비·산업·노동을 비롯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축소경제에서는 인구 감소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후 거주민 이탈과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3월 일본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에 대해 ‘슈링코노믹스’를 언급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도 슈링코노믹스의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2020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 청년(19~34세)인구는 30년 뒤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청년세대 인구는 1천21만3천명으로 총인구(5천13만 3천명)의 20.4%를 차지했다. 하지만 2050년에 이르면 521만3천명으로 반 토막 나고 총인구 비중도 11%로 쪼그라들 것이라 한다. 청년세대는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이다. 저출산과 청년인구의 급속한 감소는 한국 경제와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 산업구조가 이미 변화되고 있다. 분유회사가 타격을 받고, 학습지·참고서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문 닫는 유치원과 학교도 늘고 있다. 어린이는 줄고 어르신은 늘어나면서 유치원은 노치원으로, 예식장은 노인요양시설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외국에서도 관심이 크다. 뉴욕타임스의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며 “인구 감소 문제에 있어 사례 연구 대상국”이라고 했다. 한국의 급속한 인구 감소는 인구 붕괴로까지 비유된다. 인구 감소는 슈링크노믹스를 부르게 된다. 출산율 올리기 노력과 함께 축소경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지지대] 특별한 존재

얼마 전, 고등학교와 대학 직속 선배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갖춰지는 예의랄까. 선배를 향한 예우에, 스윽 보이는 입가의 미소. 선배는 그런 필자의 모습이 좋았나 보다. 그러고는 슬쩍 건네는 라이터 하나. 다름 아닌 지포(ZIPPO)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특별한 글귀와 일련번호. 앞면엔 ‘90th Anniversary Edition’이라는 글귀와 뒷면엔 한정판(limited Edition)을 상징하는 넘버링까지 돼 있었다. 지포 라이터 탄생 90주년을 맞아 출시된 ‘찐’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특별한 후배에게 어울릴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왠지 모를 행복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반가운 선배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는데 말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10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의 정치를 실현할 국회의원선거(22대 총선)가 예정돼 있다. 너도나도 그 주인공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며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주인공 역할이 본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말이다. 어찌 보면 국민의 선택을 받는 300명의 국회의원은 특별한 존재가 맞다. 그런데 그런 특별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인, 그리고 국민을 먼저 특별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수반될 때 ‘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력만을 특별하게 대우받고 싶다면 일찌감치 선거판에서 사라지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본인들의 특별함만 내세워 정쟁의 끝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정치 아닌가. 지포 라이터에 새겨진 리미티드 에디션 넘버링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특별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만 빠져 현실 정치를 진흙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생각이라면 당장 정치의 세계에서 발을 뺄 것을 당부드린다. 아주 작은 라이터에 새겨진 의미부터 먼저 깨치고 오시라고 말이다.

[지지대] 겨울에도 만만찮은 과일값

은박지로 포장해 냉장고에 넣어 뒀다 찬 바람이 불면 꺼내 먹었다.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홍시의 겨울 섭취 방식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계절을 맞이했던 기억이 새롭다. 예부터 찬 바람이 불면 귤이나 사과 등을 찾기 마련이다. 비타민C가 풍부하게 함유돼 감기나 독감 등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비타민C는 감기 예방과 회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자유 라디칼(free radical)로부터 세포도 보호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소화를 원활하게 도와 주는 효능도 있다. 그래서 찾는 겨울철 과일이다. 귤, 사과, 딸기, 한라봉, 석류, 유자 등이다. 그런데 겨울철 과일값이 만만찮다. 대표적인 과일인 귤값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가 분석한 결과다. 귤(노지) 소매가격은 10개에 3천564원으로 1년 전 3천141원보다 13.5% 비쌌다. 평년 가격(2천998원)과 비교하면 18.9% 높다. 평년 가격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치를 제외한 평균값이다. 귤값 상승은 농산물 생산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다른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대체품으로 귤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봄철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 호우 등 날씨 영향도 있다. 사과(후지·상품)값은 10개에 2만8천442원으로 1년 전보다 27.1% 올랐고 평년보다 29.3% 비싸다. 단감(상품)은 10개에 1만6천354원으로 1년 전 및 평년과 비교해 각각 46.5%, 51.7% 높다. 어디 귤이라도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을까. 서민들의 즐거움 가운데 또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지지대] 노후 적정 생활비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노인을 가르는 사회적 연령대 기준이 상향되고 있다. 경기도도 최근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선배시민’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선배시민 지원조례’를 공표했다. 뜬금없는 물음이겠지만 노후 생활비는 얼마가 적정할까. 이 질문에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월 369만원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올해 이 연구소가 전국 20~7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결과에 따르면 노후 최소 생활비는 평균 월 251만원, 여행·여가 활동·손주 용돈 등에도 지출할 수 있는 적정 생활비는 월 369만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당시 결과와 비교하면 최소·적정 생활비는 각각 76만원, 106만원이 늘었다. 하지만 현재 연금을 포함한 가구소득과 저축 여력 등을 감안할 때 최대한 조달할 수 있는 노후 생활비는 평균 월 212만원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판단하는 최소 생활비(251만원)에도 못 미치는 데다 적정 생활비(369만원)의 57.6% 수준에 그친다. 노후를 지내기에는 157만원이나 부족한 셈이다. 이론과 현실의 격차가 심하다. 직장을 은퇴하는 희망 나이도 실제와 현실이 엇갈리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가 최근 은퇴하지 않은 2천4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이 원하는 퇴직 평균연령은 평균 65세였다. 그러나 이미 은퇴한 409명의 실제 퇴직 나이는 희망보다 10년이나 이른 평균 55세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52.5%는 “아직 노후를 대비한 경제적 준비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노후 거주지의 첫 번째 요건으로 꼽은 건 의료시설이었고 쇼핑시설, 공원 등 자연환경, 교통 등의 순으로 지목됐다. 우리 사회에 닥친 현안은 극복해야 한다. 노후 적정 생활비 해소 방안도 그중의 하나다. 젊은이들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선배시민’이 된다. 복지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지지대] ‘빚내 집 사라’는 영끌 정책

30대 직장인 A씨는 집값이 급등한 2021년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그는 요즘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6억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4억원대로 떨어져 고민 끝에 급매로 집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가능한 모든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한 ‘영끌족’이다. A씨처럼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투자했다는 영끌족이 상당수다. 지난해 20~30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집을 대거 처분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국에 걸쳐 12만채를 던졌다. 집값이 한창 떨어지는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하락한 집값이 조금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집값이 더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도 여전히 집을 사는 영끌족이 많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31만6천603건이다. 이 중 2030세대가 사들인 건수는 9만9천991건으로 31.6%를 기록했다. 30대가 산 아파트는 8만5천701건(27.1%)으로 40대가 매입한 8만2천77건(25.9%)을 웃돌았다. 청년층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정부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빚내서 집 사게 하는 데 일조했다. 대출받아 집 사는 젊은이들이 많으니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영끌족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무주택 청년에게 저금리 주담대를 제공하는 ‘청년 내집 마련 123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또 발표했다. 청년(만 19~34세) 전용 청약통장을 신설해 청약 당첨 시 2.2%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 대출을 해준다는게 골자다. 파격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청년과 무주택자들이 집을 못 사는 것은 대출 장벽보다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다. 대출로 집 사라 하지 말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더 실효성 있는 정책같다.

[지지대] 초록색 낙엽

11월 중순이면 길거리에 노란색 은행잎이 수북하다. 바람이라도 불면 은행잎이 나뒹굴며 흩날리는 모습이 운치 있다.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에는 노란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때때로 아이들이 낙엽을 한 움큼씩 집어들고 흩뿌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해는 노란색 은행잎 보기가 어렵다. 잎이 노랗게 물들기 전에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초록빛으로 내려앉은 은행나무 잎들을 보니 어색하고,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느낀다. 은행나무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의 가을도 비슷하다. 절정도 없이 잎파리들이 떨어졌다. 근처 산책길만 걸어도 화려했던 단풍이, 붉지도 노랗지도 않은 채 낙엽이 됐다. ‘초록색 낙엽’이다. 단풍은 기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대표적인 자연 현상이다.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며 일사량이 많을 때 물든다. 우리나라 단풍이 곱고 예뻤던 건, 11월 늦가을 날씨가 서늘하고 대체로 맑은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11월은 날씨가 덥거나 춥고, 비도 많이 오는 등 평년보다 변화무쌍했다. 11월 초 갑자기 기온이 크게 올라 단풍이 미처 물들지 못한 채 말라 버렸다. 지난 2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8.7도, 낮 최고 기온도 25.9도로 초여름 날씨였다. 11월 기온으로 1907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이후 한파가 닥쳐 바람이 불면서 파랗게 마른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우려했던 기후변화 탓이다. 기후변화의 특징인 극단적 기온 변화가 11월 한 달간 나타났다. 앞으로도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식물뿐 아니라 곤충 등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요즘 모기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한반도는 100년 전 대비 2도 정도 온도가 상승했다. 그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후위기에 안일하다. 일회용품 금지 철회 등 환경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지지대] 슈링크플레이션 유감

물가 오름세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품목에서 값은 올리지 않고 제품 크기나 양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피파 맘그렌 교수가 지난 2015년 처음 사용했다. ‘줄어들거나 위축된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일정 기간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들은 원자재비나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 값을 올리면 소비자의 저항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상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실제로 받는 양이나 품질은 감소한다. 원료를 저렴한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일부 품목에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명백한 꼼수다. 정부가 최근 주요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와 감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제품 변경 내용을 쉽게 알도록 알리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정부 조치와 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 용량 축소 사실을 알리는 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들었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양을 줄여 팔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함께 제품 내용물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날을 세웠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감시활동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기업에 책임을 지우고 감시체계를 가동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비자 고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름에 비할까. 움츠러든 서민들의 어깨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지지대] 정치의 품격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유치하기 그지없고 참담하다. 포문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장관 탄핵을 촉구했다. 그는 “이런 건방진 ×이 어딨나. 어린 ×이 국회에 와 가지고 300명 국회의원들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사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을 그냥 놔둬야 되겠나”며 “물병이 있으면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도 가세했다. 민형배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언컨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들)이다”라며 지원사격했다.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구토 났고 이젠 그저 #한(동훈) 스러워”(유정주 의원),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禽獸). 한 장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김용민 의원)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도 예외는 아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한 장관을 ‘금수’라고 표현한 김용민 의원에게 “정치 쓰레기”라고 직격한다. 윤 정부 들어 정치적 양극화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정치 지형을 왜곡시키고 혐오스럽게 한다. 정치인의 막말은 당사자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 상승,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진영 지지자들에게 ‘사이다’ 맛을 줄지 몰라도 중도층엔 정치불신, 혐오만 준다. 기자의 시선은 늘 뉴스를 향한다. 국회의원 300명을 모두 알지 못한다. 그들이 입과 행동을 주목하고 가감 없이 국민에게 알릴 뿐이다. 그 뉴스가 막말, 혐오, 비하 발언일지라도....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꽃에 향기가 있듯, 사람에겐 품격이 있다. 그런데 꽃이 싱싱할 때 향기가 신선하듯이 사람도 마음이 맑을 때 품격이 고상하다. 썩은 백합 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정치 품격은 어떤가.

[지지대] 한 달 만에 증가한 겨울철새

북풍한설이 불면 어김없이 날아온다. 한반도를 찾는 겨울철새들이 그렇다. 수만 년을 이어온 여정(旅程)이다. 녀석들은 대부분 들녘이나 습지 등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전국 112곳이 거류지다. 개체수는 93종에 98만4천769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12일 통계로 이 기간 머물고 있는 개체수의 총집합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분석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달 60만5천163마리와 비교하면 62.7%(37만9천606마리) 늘었다. 가창오리는 1개월 만에 6천816마리에서 14만9천378마리로 급증했다. (겨울철새가) 줄었다는 1개월여 전의 분석과는 대조된다. 물론 한 달여 단위 통계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고니 12마리·두루미 21마리·저어새 103마리·황새 31마리, 2급인 개리 199마리·노랑부리저어새 581마리·따오기 12마리·흑두루미 8천651마리 등도 관찰됐다. 큰오릿과 조류는 82만9천610마리로 겨울철새의 84.2%를 차지했다. 쇠기러기(20만1천640마리), 큰기러기(17만8천408마리), 가창오리(14만9천378마리), 청둥오리(13만4천28마리)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도래지로는 충남 서산의 담수호인 간월호가 14만9천721마리로 가장 많았다. 전남 영암의 영암호 11만2천847마리, 충남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등지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인 부남호 5만4천498마리, 강원 철원평야 4만3천441마리, 전남 순천만 3만9천654마리 등이다. 통계는 과학이다. 숫자 자체가 주는 의미에 충실하자. 물론 늘었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줄었다고 늘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숨은 메시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반도 환경이 겨울철새가 찾을 수 있을 만큼 덜 훼손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반갑다.

[지지대]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

2030세대는 어느 정당을 선호할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2030세대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2030세대를 겨냥해 캠페인 홍보용으로 만든 현수막이 ‘청년 비하’라며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 사무처는 최근 시·도당위원회에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 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식 현수막 공개에 앞서 ‘티저(호기심 유발) 현수막’을 발표했는데 당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현수막에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민주당 청년당원 의견그룹 ‘파동’은 긴급 논평에서 “감 없는 민주당, 청년세대가 바보인가.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라며 “청년은 돈만 많으면 장땡인 ‘무지성한’ 세대이며, 정치도 모르는 ‘멍청한’ 세대인가?”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충격적인 당 현수막에 유감”이라며 “당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청년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논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청년을 무지성한 세대로 비하했다”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눌 생각도, 청년을 위한 정책과 대안도 없이 무시의 의미가 담긴 문구”라고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캠페인을 담당한 업체가 행사용으로 제작한 홍보 시안이라 해명했다.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현수막 내용은 누가 봐도 청년 비하 문구로 읽힌다. 청년들을 권리만 누리고 싶어 하는 이기적 존재로 대상화한 것 같다. ‘2030세대는 모르겠고, 표는 얻고 싶다’는 당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청년세대의 신뢰와 표를 얻고 싶다면, 어설픈 ‘현수막 마케팅’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청년정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지지대] 빈데믹

빈대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찜질방, 기숙사, 고시원, 목욕탕, 숙박시설, 일반 가정 등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빈대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전국 11만 곳을 ‘빈대 취약시설’로 지정하고 발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빈대보드(bedbugboard.com)도 등장했다. LG CNS 서비스팀의 강재구씨(29)가 빈대 출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빈대 현황판’을 만들어 공개했다. 빈대보드에선 일간·주간·월간 총출몰 횟수와 지역별 출몰 일자·장소 등을 볼 수 있다. 강씨는 “사계절 내내 모기장을 치고 잘 만큼 벌레에 민감한 체질이어서 불안한 마음에 빈대 출몰 정보를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황판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빈대 공포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15일 “빈대 민원이 지난주보다 2.8배 이상 급증했다”며 ‘민원 예보’를 발령했다. 민원은 ‘지하철·기차 좌석을 천 재질에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바꿔 달라’, ‘소독한 숙박업소에 안내문을 부착해 달라’, ‘택배상자를 소독해 달라’, ‘빈대에 효과 있는 살충제를 정부가 알려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감염병 예방·방역이 주업무인 질병관리청도 빈대를 ‘침대 속 흡혈귀’로 정의하며, 빈대 바로 알고 예방하기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빈대 잡는 데 장관도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코레일 차량기지를 찾아 방제복을 입고 지하철 1호선 열차 좌석과 바닥에 소독약을 뿌렸다. 그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방제해 빈대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했다. 흡혈 곤충인 빈대는 따뜻한 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한다. 주로 밤에 나타나 피를 빨아 먹고, 낮에는 침대 매트리스나 프레임, 소파, 책장 등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흡혈하지 않고도 70일에서 150일까지 생존하기 때문에 박멸이 쉽지 않다. 지자체들에선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위생 취약시설에 대해 예방·방제를 강화하는 등 그야말로 비상이다. 빈대 확산에 ‘빈데믹’(빈대+팬데믹)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지지대] 임금 불평등 심화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월급 등으로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賃金)의 정의다. 순수한 우리말로 일삯이나 품삯 등도 있지만 임금은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토대로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으면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포함된다. 직접적으로 제공한 근로시간이나 생산량 등에 따라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 근로자의 생활 유지를 위한 조건도 명백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받쳐 주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임금을 소환한 까닭이다. 최근 임금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노동당국은 저임금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금 불평등이 지난 2020년 이후 다시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8~2022년 시간당 임금격차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2020년까지는 격차가 완화됐지만 2020년 이후 고임금과 저임금 간 격차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시간당 임금의 불평등 정도를 계수화한 지니계수는 2018년 0.349에서 2020년 0.325로 줄었다가 2021년 0.327, 2022년 0.332로 다시 커졌다. 저임금을 1분위, 고임금을 10분위로 10개 분위로 구분해 실질임금으로 환산한 시간당 임금을 비교하면 2020~2022년 시간당 임금 상승 폭은 1분위에서 가장 작고 9·10분위에서 가장 컸다. 1분위 평균 시간당 임금이 2020년 8천807원에서 2022년 9천62원으로 2.9% 인상되는 동안 9분위 임금은 2만9천317원에서 3만1천933원으로 11.2% 올랐다. 자본주의가 건강하려면 임금의 공정성이 늘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임금 불평등은 최소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미래가 보장될 수 없어서다.

[지지대] 29년 만의 우승, 29% 통 큰 할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LG 코치 역할로 나온 성동일은 1994년 우승 기념 우승주를 담그며 “앞으로 10년은 서울 쌍둥이의 독주체제”라고 외쳤다. 그러나 1년 후에도, 그다음 해에도 우승주를 꺼내 마실 일은 없었다. 성동일의 딸 성나정(고아라 분)의 결혼식이 열린 2013년에도 여전히 우승주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승주를 개봉하기까지 29년이 걸렸다. 어제 오찬 자리에서도 70년대 출생한 ‘X세대’ 아재들은 LG 우승을 화두로 1994년 대규모 사건들을 얘기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김일성 사망을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서해 페리호 침몰, 삼풍백화점 붕괴 등 이야기를 나눴다. 1994년 LG 트윈스의 우승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사회 문화적 현상이었다. 이 자리에서 29년 만의 우승으로 LG전자가 축하 이벤트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소문은 경기 종료 직후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LG전자는 15일 일부 가전·TV 모델을 29% 할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18일부터 △21㎏ 오브제컬렉션 건조기 △오브제 5벌 스타일러 △12인용 열풍건조 식기세척기 등 가전 7종과 슈케이스2모델을 각각 LGE.COM·오프라인에서 한정 수량으로 29% 할인 판매한다. 다만 모델별 할인 판매 수량 및 품목에 대해선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에 이어 대규모 할인 행사까지 펼치는 모습을 보니 부러울 따름이다. LG 트윈스 팬은 아니지만 29년 만에 우승을 한 선수와 팬들에게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29년 이후인 2052년 LG전자의 29% 할인 행사가 또 있을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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