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한체육회의 ‘위험한 발상’

대한체육회가 국가 올림픽인 전국체육대회의 종합순위 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사회에서 이를 위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64년 이어져 온 방식을 바꾸려는 이유가 궁색하기만 하다. 매년 우승 경쟁을 하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상위권 고착으로 타 시·도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체육대회는 세부 종목별 1∼6위 입상 선수에게 점수를 차등 배점하는 ‘100% 확정 배점’ 방식을 이어왔다. 그런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상위권을 양분한다며 방식을 변경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방식에 지방자치단체 예산 대비 시·도체육회 예산 비율, 인구 대비 등록선수 비율, 시·도 팀 유지율을 점수로 바꿔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순위 방식을 변경하면 지방체육의 균형 발전과 전문체육의 활성화 효과를 거두리라는 분위기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세계 어느 종합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순위 결정 방식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체육회는 2001년 개최지의 득점에 기록종목 10%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 100m 달리기를 하며 개최지를 10m 앞에 놓고 경기를 하는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외적인 점수를 더해 순위 방식을 바꾸려 대한체육회가 나서고 있다. 이에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아예 개최지에 우승을 만들어 주는 게 낫다’는 조롱 섞인 말도 나온다. 전문체육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 정신을 대한체육회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다. 핸디캡을 주고도 경기를 하는 생활체육적인 발상이다. 진정으로 전문체육 발전을 원한다면 가치 없는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올림픽에서 정상을 다투고 아시안게임서 중국이 독주한다고 순위 방식을 바꾸지는 않는다. 메달을 못 땄다고 체육발전을 포기하는 국가는 없다. 순위결정 방식 변경이 오히려 발전보다는 퇴보의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지대] 수염의 사회학

따로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기르진 않는다. 꼭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꿔 말하면 절대 평범하지는 않다는 뜻이겠다. 수염(鬚髥) 얘기다. 뚱딴지처럼 느닷없이 화두로 수염을 꺼낸 건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대표적인 성적 이형이어서다. 남성 호르몬에 의해 촉진된다. 그래서일까. 여성에겐 거의 나지 않는다. 유전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원래는 한자어였다. 우리말로는 ‘나룻’이다. 귀 밑에서 턱까지 난 털을 가리키는 ‘구레나룻’과 연계하면 덜 낯설다. 남성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들의 선호도는 낮다. 잘 생긴 남성이 기른다고 해도 깎으면 더 잘 생길 것이란 말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수염이 있으면 얼굴을 볼 때 먼저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콧수염이 특히 그렇다. 외모에 특징을 부여하는 데 이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표적이다. 인상이 험악해 보이니 수염을 기르면 괜찮을 것 같다고 충고한 한 소녀의 편지를 받고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그 후 지지도도 올랐다. 서양에선 거부감이 적다. 애초 유럽에선 잘 관리하면 격식 있는 남성의 외모로 인정받았다. 고대 그리스 석상을 봐도 수염을 기른 작품이 많다. 그래서 단순히 남에게 눈치가 보여 매번 면도하는 남성의 비중이 적고, 멋진 수염을 가꾸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귀찮아 자주 깎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조선시대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도산 안창호 선생과 몽양 여운형 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도 받았다. 물론 그 콧수염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곧 설 명절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세배를 받는 어른 중 수염을 기른 분이 드물다. 세태가 변하고 있어서다. 혹시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 안 계셔서 그런 건 아닐까. 우문(愚問)에 우답(愚答)이다.

[지지대] 소방관의 정신적 고통

공무원 중 가장 힘들고 위험한 직업은 단연 소방관이다. 소방관들은 남들이 살기 위해 뛰쳐나오는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수백 도의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가득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거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다. 화염에 휩싸인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다. 지난 10년간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이 40명에 이른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공장 화재 때도 사람을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건물이 무너져 2명의 소방관이 숨졌다.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대 소속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다. 김 소방장은 극한 훈련을 극복해야 하는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했다. 박 소방교는 태권도 5단의 특전사 출신이다. 아무리 강인하다 해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직업이 소방관이다. 이들의 영결식은 지난 3일 경북도청에서 경북도청장으로 열렸다. 유가족들은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고, 동료 소방관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떨궜다. 윤인규 소방사는 조사에서 “뜨거운 화마가 삼키고 간 현장에서 결국 구조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저희 모두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다”고 했다. 순직한 대원들의 유가족은 물론 화재를 진압하던 동료 소방관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순직 소방관에게는 1계급 특진과 보국훈장이 추서된다지만, 사람이 가고 없는데 무슨 큰 소용이 있겠는가.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 등 심리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 20명 가운데 1명은 ‘자살위험군’에 속한다. 소방청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해 소방공무원 5만2천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참혹한 상황을 직접 겪거나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관들이 순직할 때만 반짝 관심을 보여선 안 된다. 남은 동료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신적 장애 관리와 치유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숭고한 희생에 대한 보답이다.

[지지대] 국회의원 설 상여금 424만원

중소기업중앙회가 1월8∼16일 중소기업 811개를 대상으로 ‘2024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를 했다. 지난해 설 대비 최근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이 26.6%였다. 중소기업 네 곳 중 한 곳이 판매·매출 부진,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설 상여금 지급 계획에 대해선 ‘지급 예정’인 곳이 41.8%,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5.2%였다. 상여금 지급 수준은 1인당 평균 60만9천원이었다. 장기화된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힘든 가운데서도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대비 평균 20만9천원을 증액했다. 안타깝게도 설 상여금을 못 받는 근로자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올 설에 받는 상여금은 424만7천940원이다. 중소기업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7배 차이가 난다. 21대 국회는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에만 몰두한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한 일도 없으면서 명절 보너스를 너무 챙겨 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도 명절 상여금을 받는다. 지나친 특혜다. 납세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오른 1억5천7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의원 연봉은 기본급인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명절휴가비 등 상여금으로 구성된다. 올해 일반수당은 월 707만9천900원으로 지난해보다 2.5% 인상됐다. 설과 추석에 절반씩 지급되는 명절휴가비(849만5천880원)와 정근수당(707만9천900원)을 포함한 상여금도 지난해보다 37만9천720원 올랐다. 4·10 총선이 다가오자 여야는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중의 세비 반납, 구속 기소 시 세비 지원 금지 등 개혁 공약을 쏟아내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전에도 국회의원 특혜를 줄인다는 약속을 여러 번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거의 매년 세비를 올리고, 일 안 하면서도 월급과 상여금은 따박따박 받아갔다.

[지지대] 정치테러 예방법

4·10총선을 앞두고 정치테러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해 충격을 줬다. 특히 ‘정치를 이상하게 한다’, ‘단순히 싫다’는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정치테러가 자행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선거철만 되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심상치 않다. 최근 평택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앞에 붙어 있던 선거벽보에 불을 붙인 사건이 발생했다. 50대 방화범은 경찰에서 “민주당이 싫어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60대 범인은 이 대표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고, 배현진 의원을 공격한 중학생도 ‘정치를 이상하게 한다’는 범행 이유를 들었다.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최근 발생한 정치테러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는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적 범죄를 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정치 혐오에 따른 정치테러는 정치권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극단적인 편 가르기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팬덤 정치가 정치 혐오와 정치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정치테러 범죄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범인의 배후설을 제기한다든지, 범죄의 원인을 경쟁 정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구태가 벌어진다. 이는 또 다른 정치 혐오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경찰이 정치인 경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정치인들을 일일이 경찰에서 경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정치테러를 막을 가장 좋은 방책은 정치권이 극단의 혐오 정치를 중단하고 신뢰부터 먼저 회복하는 것이다.

[지지대] 中의 ‘차부둬’식 사정작업?

중국인에게 뭘 물으면 ‘차부둬(差不多)’라고 답변한다. 대충 그렇다는 뜻이다. 후스(胡適)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수필 ‘차부둬셴성(差不多先生)’의 탄생 배경이다. 이 작품을 읽지 않고는 중국을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공산당의 기강 해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징계받은 중국 공산당 관리가 약 11만명으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중국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위 발표다. 징계 사유에는 중앙 8개항 규정 위반이 포함된다. 이 규정은 △조사 연구 방식 개선 △회의 간소화 △보고 문서 간소화 △경호 및 교통통제 자제 △언론 홍보 보도 최소화 △원고·책 출간 엄격화 △해외출장 규범 준수 △근검절약 등을 포함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 직후인 지난 2012년 12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반부패운동을 지시하면서 시달한 공직자 핵심 복무 규정이다. 중앙기율위는 관리 4만1천여명이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립서비스만 함으로써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 주석의 두 가지 중점 분야인 개발과 환경보호정책 이행에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사례를 강조했다. 4만여명은 과도한 선물이나 돈 또는 호화로운 접대를 받았다. 1만명은 승인 없이 혜택을 주거나 받았다. 중앙기율위는 해당 수치를 발표하면서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해당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8일 “부패 척결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엄중하고 복잡하다”며 반(反)부패 드라이브 심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끊이지 않는다. 그 원인을 차부둬식 사정작업에서 찾으면 명쾌해진다. 수박 겉핥기의 형식적인 절차 때문이다.

[지지대] ‘문송합니다’

‘문송합니다’라는 줄임말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이란다. 이런 가운데 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3학년 학급 중 70%가량이 이과 진학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최근 분석 결과다. 당국이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통해 이과 쏠림을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형 입시학원의 예측도 비슷하다. 올해 서울지역 자사고 중 학급편성 현황을 공개한 학교 16곳을 분석한 결과 166학급 중 113학급(68.1%)이 이과로 분류됐다. 문과는 53학급(31.9%)이었다. 지난해도 이들 학교 3학년 학급 중 이과는 68.6%였다. 전국단위 자사고 일곱 곳의 3학년 59학급 중 42학급(71.2%)이 이과로 지난해(72.1%)와 비슷한 비율이었다. 지방 지역단위 자사고 가운데는 이과 비율이 80%를 넘는 곳도 있었다. 이과 쏠림과 문과 기피 현상은 인문사회계열 졸업생들의 취업난과 달리 의약학 계열과 공대 졸업생들은 미래 소득과 취업률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22학년도부터 수능 수학영역이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뀌고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고착된 점도 수험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원점수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표준점수 최고점)는 높아진다. 이과 수학으로 불리는 ‘미적분’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문과 수학으로 불리는 ‘확률과 통계’보다 항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문과에서 대학 이과로 교차 진학한 학생은 고교·대학 모두 문과생인 학생보다 취업 후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고 있는 걸까. 우리 사회에서 문과가 몰락한다면 과연 뭐가 남을까.

[지지대] 고령에 고위험상품 파는 은행들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 예금·적금은 대부분 알지만, 펀드만 해도 종류가 많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ETF, ELS, ELT, ELF, DLF 등은 더욱더 모른다. 은행 직원조차 무슨 상품인지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입이 따로 없는 노인들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고 싶어한다. 은행들은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권유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고령의 투자자들은 은행 직원을 믿고 돈을 맡기게 된다. 복잡한 설명은 잘 모르겠고, 이자를 더 준다니 그냥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다.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이 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총 판매 잔액은 19조3천억원 규모로 1분기 3조9천억원, 2분기 6조3천억원 등 절반 이상인 10조2천억원의 만기가 상반기에 돌아온다. 올해 들어 원금손실률이 상품 판매 당시인 2021년 상반기 고점 대비 60%에 육박한다. 만기가 다가올수록 손실률이 높아지는 상품 특성상 홍콩 증시가 살아나지 않으면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60대 이상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잔액이 지난해 11월말 기준 6조4천541억원으로 집계됐다. 90세 넘는 초고령층 22명에게 판매한 잔액도 90억8천만원이었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90대에게 이런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의 행태가 어처구니 없다. 판매액의 대부분인 15조9천억원어치를 취급한 은행권의 책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이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의심스럽다. 설명을 했다 해도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노후 보장 목적으로 돈을 맡기는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 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 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고령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을 권유해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의 후진적 경영 행태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지지대] 태아 산재

A씨는 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로 일했다. 그는 2013년 3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채로 9월까지 6개월 동안 투석액을 혼합하는 업무를 했다. 예산 문제로 기성품 투석액을 쓰지 않고 간호사가 직접 화학약품 등을 혼합해 투석액을 만들었다. A씨는 투석액 혼합 때마다 초산 냄새가 너무 심해 숨 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해 12월 출산한 아이는 뇌 표면이 손상된 ‘무뇌이랑증’을 진단받았다. 2015년엔 뇌병변 1급 장애진단을, 2017년엔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임신 중 유해환경에 노출된 간호사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지난해 ‘태아산재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산재 인정은 평가위원회에서 초산 흡입시 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태아 산재 문제는 간호사들이 유독 약품을 다루다 선천성 심장질환 아기를 잇따라 출산한 ‘제주의료원 사건’으로 공론화됐다. 2020년 대법원이 이 병원 간호사 4명에 대해 태아 산재 인정 판결을 한 후 태아산재법이 마련됐다. 공단이 태아 산재를 공식 인정한 것은 A씨 사례가 처음이다. 태아산재법은 임신 중인 노동자가 건강에 해로운 노동 환경에 노출된 탓에 자녀에게 선천성 질병이나 장해가 발생하면, 해당 자녀(건강손상자녀) 또한 산재를 입은 노동자로 보고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2021년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 이전에 산재를 신청했어도 소급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태아산재법 시행 후 6건의 산재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7∼11년 근무하다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녀를 출산한 노동자 3명이 제기한 건도 곧 산재 여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노동자 배 속 아기의 안전까지 보호하겠다며 만든 게 태아산재법이다. 법을 만들었지만, 법 시행령에 화학적 유해 인자는 17개(1%)로 한정했다. 역학조사 절차도 복잡하고 길다. 그동안 부모가 겪는 고통은 엄청나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할 게 많다.

[데스크 칼럼] 2024년 한국 경제에 무지개가 떠오르길

‘푸른 용의 해’라는 2024년 갑진년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간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하루지만, 그래도 달력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면 왠지 모르게 설레고, 희망도 생기고, 새로운 목표도 생기는 것이 ‘새해’가 갖는 힘이 아닐까. 그러나 2024년 연초부터 경제와 관련한 어두운 전망과 소식이 줄을 잇는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2023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지난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래 최저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최저 성장률에 대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인한 민간소비 위축과 수출 증가세 역시 둔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생산성 저하, 세계적 공급망 재편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경기 불황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 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 지난해 2월(69)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조사됐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업종별로 보면 특히 건설업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았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역시 올해 국내 경제 상황을 전망하면서 불안 요인이 많다고 꼬집었는데, 수출 및 설비투자 회복 등으로 2.2% 수준의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 불안 요인도 같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사를 대상으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의 ‘운외창천(雲外蒼天)’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중기중앙회는 운외창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원자재 가격 인상, 고금리 등 계속된 난관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771만 중소기업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업인들의 희망과 용기를 응원한다. 올해는 용의 해 아닌가. 용은 12가지 띠 중에서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꿈과 희망을 나타내는 상징 같은 존재다. 경제 상황이 기적처럼 나아지기를. 비 온 뒤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듯 2024년 한국 경제에 무지개가 떠오르길 기도한다.

[지지대] “지구 종말, 90초밖에 안 남았다?”

지구 멸망을 예고하는 시계가 있다. 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면 핵전쟁이 터졌음을 의미한다. 그때면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진 뒤다. 지구종말시계 사용서가 그렇다. 핵전쟁이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공포가 처음 엄습했던 건 1945년이었다. 미국의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후였다. 미국 핵과학자회가 머리를 맞댔다. 이 단체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 원자폭탄 제조를 주도한 미국 핵물리학자들의 모임이다. 지구종말시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갈 무렵이었다. 미국 핵과학자회는 그때부터 매년 지구종말시각을 발표해 왔다. 올해로 벌써 79년째다.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핵실험 경쟁 시기인 1953년에는 2분 전까지 임박했다. 핵무기 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에는 17분 전으로 늦춰졌다. 그러다 2020년 이란과 북한의 핵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100초로 가까워졌다. 지구종말시계가 최근 멸망까지는 90초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도 포함됐다. 앞서 2007년부터는 기후변화도 지구 종말을 앞당기는 변수에 포함됐다. 미국 핵과학자회의 지적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요원하고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여전히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러시아는 수많은 우려스러운 핵무기 사용 신호를 보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엄연한 핵보유국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의 분쟁이 광범위하게 확대돼 더 큰 전쟁이 일어나고, 더 많은 핵보유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 수십년 동안의 경고가 어디 지구종말시계 뿐이겠는가. 인류가 ‘자기 파멸’이라는 어리석은 무덤을 파고 있다.

[지지대] 남의 글을 공유할 땐 책임도 뒤따른다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가 등장해 리트윗을 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사가 쓴 글을 보고, 마음에 든다면 자기의 SNS으로 가져와 또다시 자신의 생각을 댓글 형태처럼 다는 것. 이후 이 같은 리트윗은 다른 SNS에서는 공유하는 형태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 이 리트윗이나 공유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이 남긴 메시지나 글, 그리고 이미지 등을 보고 충분히 공감한다면 자신의 SNS로 가져오는 것이다. 단순히 마음에만 든다면 소위 ‘좋아요’나 ‘하트’를 누르는 형태나 댓글을 다는 것에 그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능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명예훼손이나 각종 사회적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한 글을 수많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리트윗 및 공유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글을 처음 올린 사람은 물론 나중에 옮긴 사람들까지도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인천에서는 이 같은 오프라인 리트윗·공유가 이뤄졌다.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지난 2일 보수 성향의 한 언론이 총 40면으로 제작한 ‘5·18 특별판’을 동료 시의원 모두에게 배포한 것. 신문에는 ‘5·18 유공자 상당수가 가짜’라는 등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주장이 있다. 이를 두고 허 의장은 자신은 신문을 동료 의원들에게 나눠줬을 뿐, 직접 5·18을 폄훼한 적이 없다는 뜻을 밝혀 왔다. 심지어 이 같은 신문을 나눠주는 것은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적극적인 직무 수행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많은 동료 시의원들은 허 의장의 이 같은 신문 공유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평소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결국 의장을 해임시킨 것이다. 이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를 앞두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 모든 시민들은 단순한 글 하나라도 퍼 나르는 등 공유할 때는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지지대] “아이들의 웃음소리 다시 커져야”

골목마다 이어지던 코흘리개들의 숨바꼭질이 낯설지 않았다. 운동장에는 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쌓이곤 했다. 30여년 전에는 그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5곳 중 1곳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로, 한 학년 평균 학생 수는 10명 이하인 것으로 집계돼서다. 10곳 중 1곳은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교육통계 연보’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6천175곳(분교장 제외) 중 23.1%인 1천424곳의 전교생이 60명 이하였다. 지역별로는 전남 212곳, 경북 207곳, 전북 206곳, 충남 177곳, 경남 168곳, 강원 165곳, 경기 107곳, 충북 100곳, 인천 17곳, 부산과 제주 각 15곳, 울산 9곳, 광주 8곳, 대전 7곳, 서울과 세종 각 4곳, 대구 3곳 등이다. 전교생 6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3년 전체 5천463곳 중 11.2%인 610곳이었다. 이후 2008년 959곳(전체 대비 16.5%)으로 늘었고 2013년 1천188곳(20.1%)에서 전교생이 60명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는 2003년과 비교해 2.3배 늘어난 규모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미니’ 초등학교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30명 이하 초등학교는 584곳으로 전체의 9.5%를 기록했다. 30명 이하 초등학교는 2003년 141곳(2.6%)에서 불과 20년 만에 4.1배가 됐다. 미니 학교 통폐합이 예상되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복식학급(한 교실에 2개 학년을 묶어 같이 수업하는 학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도 제기된다. 골목에서,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커져야 한다. 그들이 나라의 기둥이다. 아이들이 곧 미래의 힘인 까닭이다.

[지지대] 교사 일등, 대통령은 꼴등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네트워크가 ‘2023 교육정책 인식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학생들의 가치와 인식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 전국 초중고생 1만3천8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중 중고생(1만1천79명)을 대상으로 한 직업별 신뢰도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교권침해 논란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은 교사(86.8%)로 나타났다. 대다수 아이들의 마음속에 선생님이 여전히 믿을 수 있고 존경하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성인 4명 중 1명만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을 신뢰하는 것과 대조된다. 교사 다음으로 신뢰하는 직업은 검찰·경찰(61.7%), 판사(55.6%), 언론인(37.6%), 종교인(34.0%), 인플루언서(31.5%), 정치인(23.4%), 대통령(22.7%) 순이었다. 학교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는 2022년 조사(83.4%)보다 3.4%포인트 오른 반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022년 27.0%에서 4.3%포인트 감소하며 꼴찌를 기록했다. 신뢰도를 4점 척도로 매겨 달라는 질문에서도 학교 선생님이 3.26점으로 가장 높았고, 대통령이 1.99점으로 최저였다. 정치인은 2.05점이었다.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는 2.23점으로 대통령과 정치인보다 더 신뢰했다. ‘우리나라 정치가 사회 문제를 해결할 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10명 중 1명이었다.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있다’는 학생도 10명 중 3명뿐이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불신이 깊었다. 교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선생님을 가장 존중하고 신뢰한다니 다행이다. 이런 믿음이 있을 때 학부모도 교사도 학교도 변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뭘 알겠느냐고 무시할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지대] 중국의 황당한 우기기

‘바이두’는 중국 최대의 검색 엔진 플랫폼 기업이자, 이 기업에서 운영하는 동명의 포털사이트다. 중국에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위치로, 하루 이용자가 20억명이 넘는다. 세계 최대 중문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바이두 백과사전은 1천만건 이상의 문서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두에는 한국과 관련해 잘못 표기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역사와 고유의 전통 문화·음식·의복 등을 중국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심지어 한국 사람도 중국의 조선족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윤봉길·이봉창 의사, 윤동주 시인 등이 바이두에 조선족으로 표기된 것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찾아냈다. 지난해 안중근 의사의 ‘민족’을 조선족으로 표기한 것도 발견해 냈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 대표 독립운동가들을 중국의 인물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했다. 중국의 왜곡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위키피디아 중문판에선 손흥민·김연아 등의 스포츠 스타, 이영애 등 한류 스타도 조선족으로 소개했다. 중국은 아리랑·판소리·부채춤 등을 자국 고유문화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조선시대 한복을 명나라 때 입던 ‘한푸’라고 했다. 중국은 김치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드라마에 김치 담그는 장면을 넣기도 한다. 숨도 죽지 않은 배추에 속재료 없이 빨간 양념만 묻히는 어설픈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원조를 주장하니 황당하다. 이번엔 비빔밥이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우기고 있다. 바이두 백과사전이 또 문제다. 서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몇 년 전부터 김치 기원을 중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더니 이젠 비빔밥까지...”라며, “중국의 문화공정 중심에 ‘바이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빔밥은 지난해 12월 구글 ‘올해의 검색어’ 중 레시피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K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고, 국적기에서 기내식으로 인기를 끌고, 세계적 스타들의 비빔밥 사랑 등이 대외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대표 전통 음식을 왜곡한다고 중국 음식이 되는 게 아닌데도 바이두는 집요하게 우긴다. 다음엔 또 어떤 걸 자기네 것이라고 우길까.

[지지대] 나무도 ‘木숨’ 있는 생명체

민물에도 섬이 있다. 여주 남한강 기슭에 위치한 강천섬이 그렇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섬강이 지척이다. 몇 걸음 더 옮기면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도 만날 수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 그런 곳에서 최근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여주시가 수천만원을 들여 강천섬 내 10~20년 된 느티나무와 아까시나무 수백 그루를 벌목(본보 17일자 10면)해서다. 나무 베어내기가 시작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이후 벌목된 나무들은 강 기슭에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다. 강천섬과 연결된 강천리와 굴암리 바위늪구비부터 굴암교까지 남한강변에는 직경 20㎝ 이상 되는 나무들이 밑동이 잘린 채 수십t 쌓여 있다. 강천섬은 57만1천㎡에 잔디광장 등이 조성돼 여주 주민은 물론 자전거 이용객들의 놀이터로 주목받는 관광명소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발단은 지난해 수해 때 굴암교 쪽과 남한강 본류의 많은 나무가 전도돼 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걸리면서 흉물인 데다 강물 흐름을 막는다는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여주시는 공개입찰로 4천554만5천원에 A업체를 선정해 벌목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시는 이 과정에서 벌목업체에 선별적으로 베어내도록 하는 지침을 알리지 않아 수십년 된 느티나무 등도 모두 베어 버렸다. A업체가 마치 군사작전을 벌이듯 강천섬 둘레의 고목들을 무분별하게 벌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보존해야 할 수형이 좋은 나무를 왜 한꺼번에 살처분하듯 모조리 잘라냈는지 모르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벌목 전문가들도 “사회적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탄소흡수 기능유지 등 생태계 보호와 친환경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벌채구역의 10% 이상을 남겨둔다”고 지적했다. 무릇 나무도 ‘목숨’이 있는 생명체다. 뜬금없는 얘기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나무들의 고귀한 생을 송두리째 빼앗는가.

[지지대] 공약 이행 실태 공개하라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은 앞다퉈 인재를 영입해 발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신당 창당과 관련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모든 게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함이다. 특히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약’이다. 국민의힘은 18일 1호 총선 공약으로 저출산 관련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패키지 공약에는 출산 지원뿐 아니라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대상 자녀 연령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같은 날 총선 4호 공약으로 ‘저출생 지원 대책’을 꺼내 든다.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호의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맞불을 놓는 것이다. 이처럼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공약은 발표하는 것보다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매니페스토 질의서 미공개 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본부는 지난해 12월12일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 및 의정활동 관련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아 왔는데, 질의서를 받은 251명의 의원 중 30명이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0명의 국회의원 중 경기·인천 지역구 의원은 12명이다. 이들은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은 이유로 ‘불출마’ 또는 ‘보궐’로 국회에 입성해 활동 기간이 짧았음을 꼽았다. 황당하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어차피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면 본인의 임기 내 할 수 있는 것들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이행 실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정당들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 전에 이전에 약속했던 것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먼저 점검해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지키지 않는 약속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지대] 떼까마귀의 습격

얼핏 보면 검은색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보라색이 섞였다. 부리는 짧으면서도 강건하다. 높은 곳에 앉아 서너 번 연속으로 시끄럽고 빠르게 운다. 떼까마귀의 이력서다. 먹이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나무의 열매 등을 먹지만 벌레도 섭취한다. 대형 맹금류나 여우, 늑대 같은 포식자들도 공격해 먹이를 강탈한다. 둥지는 높은 나무나 절벽 끝자락, 송전탑이나 오래된 건물 등지에 만든다. 이 녀석들이 도심으로 몰리면서 평택지역 곳곳이 배설물로 몸살(경기일보 15일자 10면)을 앓고 있다. 평택시 통복동 주민들의 호소다. 주차된 차량들이 녀석들의 배설물로 뒤덮인다는 것이다. 인근 통복시장 상인들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들이 점포 찾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한 상인은 “음식을 먹는 곳에 이렇게 떼까마귀 배설물이 쌓여 있으면 누가 오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도심 외곽에 나무 등을 심어 떼까마귀들이 자연스레 도심에서 벗어나도록 서식처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에는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근 농경지로 옮겼다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잠을 자기 위해 도심을 찾아서다.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떼까마귀가 평택 서부지역 농경지 등 변두리에 머물렀지만 천적을 피할 수 있고 밤에도 따뜻해 도심으로 들어온다”며 “다시 외곽으로 유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떼까마귀는 인간에게 이로운 새인가, 아니면 해로운 조류인가. 결론은 이미 났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그렇다. 오죽하면 이 녀석들이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아라는 시조도 있었겠는가. 고려 말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의 어머니 이씨 부인의 ‘백로가’다. 해롭든 해롭지 않든 어떡하겠는가. 녀석들과 공생해야 하는 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초등 입학생 급감

친구는 서울 영등포초등학교에 다녔다. 1970년대니까, 오래전 일이다. 가끔 초등학교 얘기를 하면 놀랍다. 입학 당시 18반이었고, 한 반에 90명 정도였다고 한다. 어림잡아 한 학년이 1천600여명이다.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했다. 이후 신설 학교가 생겨 학생들이 분산됐다. 주변 환경도 바뀌어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지금 이 학교의 학생 수는 275명이다. 출산율 저하로인한 입학생 급감이 가장 큰 이유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 여파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은 41만3천56명(지난해 12월20일 기준)이다. 하지만 실제 입학하는 학생은 취학 대상의 9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0만명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2017년 출생아(35만7천771명)가 1년 전에 비해 4만8천명 이상 급감한 것이 입학생 감소의 주된 이유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학생 감소가 어쩔 수 없다지만 감소 폭이 너무 크다. 연도별 출생아 수로 미뤄볼 때 2026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2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학령인구와 학생 수 감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후폭풍이 교육계 전반에 미쳐 교사가 줄고 학교는 계속 통폐합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공립 초등학교 신규 임용시험에서 전년 대비 11.3% 감소한 3천157명을 선발했다. 학교 통폐합은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다. 농어촌 지역과 공동화가 심각한 원도심 지역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경기도 소규모학교 실태분석’ 보고서를 보면, 경기도에서 초·중학교 입학생이 10명 이하인 학교가 136곳이다. 인구감소 지역인 포천과 연천 등은 물론 100만 대도시에 진입한 화성시에서도 농어촌 지역 초·중학교 16곳이 포함됐다. 학생 감소와 학교 소멸은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초등생 급감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지대] CES 주인공 ‘인공지능’

CES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다.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부터 나흘간 열린 ‘CES 2024’에는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150여개국 3천500여곳이 참여했다. 한국은 700여 기업이 참여,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을 필두로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까지 가세해 혁신기술을 뽐냈다. CES 2024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었다. 그동안 가전, TV, 휴대폰 기술의 각축장이었는데 올해는 AI 열풍이 거셌다. 오픈AI의 챗GPT 등장을 계기로 일상을 파고든 AI 혁명이 기업의 미래 성장과 생존을 가를 핵심 관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AI가 모든 산업을 이끌어가는 트렌드”라고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AI가 각 산업과 기술에 어떻게 융합하며 새로운 미래상을 선보이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빅테크와 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사활적 경쟁에 돌입한 기업들은 스마트홈과 모빌리티, 건설기계, 에너지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AI와 접목된 최첨단 신기술과 제품을 쏟아냈다. 인터넷 없이도 생성형 AI를 구동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칩’ 장착 스마트폰을 비롯해 차량용 AI 비서, AI 냉장고,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분리수거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라는 올해 슬로건처럼 모든 곳에 AI가 스며드는 흐름을 보여줬다. 실제 AI는 전기와 수도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되는 범용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좋든 싫든 AI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 AI와 같은 첨단 분야는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초격차 기술 개발에 전력해야 한다. CES에서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K인공지능’은 호응도가 높았다. AI를 활용한 경쟁력 극대화에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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