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불펜도 못 막은 ‘흐름’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KBO리그 경기가 벌어진 지난 2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SK가 4대3으로 앞선 9회말 정우람이 마운드에 올랐다.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요원인 정우람은 올 시즌 전반기 4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58에 불과했다. 팀 내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것은 물론 상대에겐 철벽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그가 무너졌다. 이날 정우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첫 상대였던 백용환을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이후 그답지 않은 투구가 펼쳐졌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김다원과 이홍구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신종길에게 중전안타를 내주고 1사 만루 위기에 직면했다. 이 모든 상황이 공 13개 만에 벌어졌다. KIA 입장에서는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공격이 이뤄진 반면 SK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었다. 물론 정우람은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공 13개에 의한 공방전이 경기 전체의 분위기마저 뒤바꿔 놓은 상태였다. 결국 정우람은 블렛 필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흐름을 잡으면 유리해지는 반면 놓친다면 고전을 하게 된다. 흐름이란 쉽게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좀처럼 넘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흐름은 필연에서 비롯된다. 이날 정우람의 경우는 김다원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는 빌미가 됐다. 후속 타자를 잘 막아서 상대에게 넘어가려는 흐름을 저지했다면 문제가 안 됐지만, 정우람은 김다원에게 또 한 번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 신종길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후 심기일전해 황대인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건 정우람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는 패했다. 야구에서 흐름은 이처럼 무서운 존재다. 정우람은 혼이 빠져 있는 것만 같았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성필기자

비룡, 가을잔치 갈까?

SK 와이번스가 3년 만에 가을 야구를 향한 꿈을 부풀리고 있다. 6위 SK는 29일 현재 한 경기 반 차이로 한화 이글스와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개 구단 체제인 올 시즌부터 4위 팀은 1승을 안고 5위 팀과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와일드카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결국 마지노선은 5위다. SK와 한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즌을 치러왔다. SK는 오늘보다 내일에 방점을 둔 시스템 야구를 해 온 반면 한화는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매일 총력전을 펼쳐왔다. 현재로선 SK가 마운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즌 초반 체력을 아껴뒀던 투수진이 힘을 내고 있으며, 마무리 정우람을 중심으로 하는 불펜진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특히, 7월 이후 팀 평균자책점이 4.00 이하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화는 마운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발 투수 쉐인 유먼이 어깨 부상으로 방출을 통보 받은 가운데 불펜이 이를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시즌 초반부터 혹사 논란에 휩싸였던 권혁의 최근 모습이 좋지 못하다. 방망이는 엇비슷하다. 두 팀 모두 팀 타율은 0.270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도 0.750 수준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SK는 리드오프와 중심타선에 고민을 안고 있다. 1번 타자 출루율이 4할이 되지 않고, 최정이 살아나고 있다곤 하나 박정권이 계속된 부진을 보이고 있는 중심타선은 믿음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 팀의 승부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상대 전적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두 팀의 상대 전적은 한화가 7승5패로 앞서 있다. 4월 24~26일 3연전에서는 한화가 3경기를 모두 따냈지만, 5월19~21일 경기에서는 SK가 2승1패로 앞섰다. 6월16~18일 3연전 역시 SK가 2승1패로 우세했던 반면, 6월26~28일 3연전에서는 한화가 2승1패로 되갚았다. SK의 뒤집기냐, 한화의 수성이냐. 두 팀의 후반기 순위 다툼이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성필기자

‘만년 유망주’ 정의윤, 비룡군단 거포로 거듭날 까

정의윤(29)이 SK 와이번스에서 야구 인생의 제2막을 연다. SK는 지난 24일 LG 트윈스와의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외야수 임훈과 투수 진해수, 여건욱을 보내고 정의윤, 투수 신재웅, 신동훈을 받았다. 6명이 유니폼을 바꿔입는 대형 트레이드였지만 핵심은 정의윤이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신인지명회의에서 LG의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정의윤은 프로 데뷔 당시 차세대 4번 타자라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좋은 체격 조건과 타고난 힘을 갖췄다는 평가가 따랐다. 실제로 부산고 시절 만루 상황에서도 상대 투수들은 정의윤을 고의 사구로 골라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다. LG에서 보낸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61, 홈런 31개, 장타율 0.362, 출루율 0.31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291, 홈런 1개, 7타점이 전부였다. 정의윤이 이같이 성장을 못 한 이유를 놓고 잠실구장의 규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좌ㆍ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은 장거리 타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웬만한 타구는 외야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0년 이후 LG 소속으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찰스 스미스(2000년 35개), 페타지니(2009년 26홈런), 조인성(2010년 28개)로 세 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넥센 박병호도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9년과 2010년 각각 9, 7개 홈런을 때리는 데 그쳤다. 마찬가지로 뜬공 타자인 정의윤으로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SK의 홈구장인 SK행복드림구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잠실보다 좌ㆍ우ㆍ중앙 모두 5m씩 짧고 펜스도 높지 않다. 정의윤이라면 홈런 맛을 볼 상황이 잦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SK도 이 같은 기대를 안고 정의윤을 영입했다. SK는 시즌 초반부터 우타대타 요원의 부재에 시달렸으며 최정, 이재원, 브라운 등 몇몇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면 장타를 칠 수 있는 자원도 부족했다. 이에 김용희 SK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정의윤 영입에 대해 큰 기대감과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이 원한 자원을 얻었다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서 장타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김광현, 왼쪽 팔꿈치서 염증 발견… 올스타전 출장도 불투명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27)이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SK는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질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이 지난 9일 삼성전 투구 이후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11일 받은 정밀검사 결과 염증이 발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SK 관계자는 피로 누적으로 인한 부상으로 약 열흘간 출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광현은 이번 말소로 오는 14일부터 벌어질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 등판이 어려워졌다. SK는 열흘 가량 김광현의 상태를 두고 보고 이후 등판 일정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18일 수원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출장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김광현은 드림 올스타(삼성ㆍSKㆍ두산ㆍ롯데ㆍkt) 선발 투수로 낙점된 상태였다.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가뜩이나 윤희상(팔꿈치), 메릴 켈리(손목), 채병룡(허벅지) 등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SK다. 개막전부터 유일하게 개근 등판하고 있던 김광현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김용희 SK 감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김광현은 올 시즌 17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9승2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아프다고 하지 않는 (김)광현이가 아프다면 진짜 아픈 거다라며 새로 합류한 크리스 세든과 불펜 투수들을 선발로 돌리는 방안을 코치진과 상의 중이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추락은 없다’ 비룡의 저력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SK 와이번스가 3일부터 벌어진 부산 사직 원정 3연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6위로 복귀했다.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6월 한 달 10승12패로 부진하면서 김용희 감독의 위기론까지 제기된 가운데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시즌 개막 전 SK는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다.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발되면서 팀 잔류를 선언했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최정(내야수), 김강민(외야수)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붙잡으면서였다. 또한 트래비스 밴와트, 메릴 켈리(이상 투수), 앤드류 브라운(외야수)으로 구성된 외국인 선수 3인방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자원으로 평가받는 등 우승후보로 꼽혔다. 시즌 초반 행보도 산뜻했다. 개막 후 줄곧 상위권을 형성하다가 5월 한때엔 단독 선두 자리까지 올랐다. 김 감독이 내건 시스템 야구가 조용히 정착되는 듯 했다. 다만 투ㆍ타 양면에 걸쳐 상대를 압도하는 임팩트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불안 요소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5월 말부터 SK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정, 김강민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6월 들어 불펜 핵심 요원 정우람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고, 순위도 중위권을 맴도는데 그쳤다. 결국 SK는 지난 1일 kt에 일격을 당하며 5할 승률이 무너졌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 밴와트가 오정복의 강습타구에 맞아 골절상을 당하면서 교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악재가 꼬리를 물었다. 이처럼 가라앉은 분위기를 안고 7월 첫 주말에 롯데를 만났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이었다. 다행히 이재원과 켈리의 활약 속에 약진하면서 5위 한화 이글스와 격차를 2경기로 줄였고, 7위 KIA와 승차는 2경기로 벌렸다. 이번 주 대구로 넘어가 삼성과 주중 3연전을 치르는 SK는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반등과 추락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3년 만의 가을 야구를 향한 SK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조성필기자

SK “밴와트 너마저…” kt전서 타구 맞아 골절상… 교체 유력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에이스 김광현과 원투펀치를 형성하던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가 부상으로 한국 땅을 떠날 전망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 홈경기를 앞두고 밴와트에 대해 검사를 한 차례 더 해보기로 했지만, 골절이 확실한 이상 교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밴와트는 전날 kt와의 경기 때 3회 주자 없는 1사 상황에서 오정복이 때린 강습 타구에 오른쪽 손목을 맞았다. 의료진이 급히 마운드에 올라 상태를 살폈고, 밴와트는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밴와트는 벌겋게 부어오른 손목을 부여잡으며 통증을 호소했다. 강판 직후 병원으로 후송돼 정밀 진단을 받은 밴와트는 오른쪽 손목 위 뼈의 골절 판정을 받았다. 이튿날 추가 검진을 받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밴와트는 지난 4월 16일 인천 넥센전에서도 박병호의 타구에 오른쪽 복사뼈를 강타당했다. 다행히 골절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붓기가 심해 한 달 이상 선발 로테이션을 비워야 했다. 5월 19일 복귀 후 치른 7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며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리던 밴와트는 이렇게 또 한 번 불운에 눈물을 흘리게 됐다. 김 감독은 밴와트의 공백을 채병용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그는 그간 흐름을 보면 투수가 흔들릴 때마다 경기가 힘들어졌다며 채병용이 잘 버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현재 타선도 침체에 빠져 있어 투ㆍ타 양쪽으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