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부문화가 일상생활에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였다는 지적이 있으나, 우리에게도 기부행위가 점차 익숙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법률적 의미에서 기부란 널리 공익 또는 공공을 위한 무상의 출연행위를 말한다.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금품을 모집하는 행위에 관한 일반법으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법이라 한다)이 있다. 기부금법에 의하면, 기부는 강요하여서는 아니되고, 모집은 공개된 장소에서 하여야 하며, 접수사실을 장부에 기재하고, 영수증을 내주어야 한다. 또한 모집기간이 종료하거나 목표액에 도달하면 즉시 모금을 중단하여야 한다. 기부금품은 모집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는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할 수 없다. 모집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법인, 정당, 사회단체, 동창회 등 친목단체, 사찰, 교회 등 종교단체 등이 그 구성원이나 신도 등으로부터 모은 금품에 대하여는 기부금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정치자금, 문화예술진흥기금, 크리스마스씰모금, 불우이웃돕기 성금, 자연재해 이재민을 위한 성금 등에 대하여는 각 특별법이 규율을 하고 있으므로 기부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부의 법적 성질은, 기부를 받는 자가 스스로 기부에 의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는 통상의 증여이고, 사용목적이 지정된 경우에는 부담부증여이며, 한편,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이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모집하는 경우는 이를 신탁적 양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신탁적 양도로 보는 경우 기부자는 모집인에 대하여 모집의 목적에 사용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을 갖고, 기부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자가 모집인에 대하여 직접 청구할 권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무상의 출연이라는 점에서 민법의 증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법률제도로서의 신탁은 민법상의 신탁행위와 신탁법상의 신탁으로 나뉘어져 있는바, 민법상 신탁행위는 판례로 발전된 이론이고, 신탁법상의 신탁은 신탁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제도이다. 민법상 신탁행위에 의하여 신탁적 양도가 이루어지면, 대외적 관계에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하므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신탁자(위탁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에 반하여 신탁법상의 신탁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파산하더라도 신탁재산을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돌려받을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민법상 신탁행위와 신탁법상의 신탁과의 차이점에 착안하여, 위와 같이 기부를 신탁적 양도로 볼 경우, 그 신탁적 양도의 의미를 신탁법상 신탁으로 추정하여야 한다는 이론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수익자는 기부받는 자에 대하여 기부금을 그 목적에 따라 사용토록 요구할 수 있고, 기부금 관리방법의 변경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으며, 기부금 사용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기부금을 기부목적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경우 손해배상 또는 원상회복청구를 하거나 악의 또는 중과실 있는 전득자에 대하여 기부목적에 반하는 처분을 취소하고 기부금의 반환을 구할 수도 있다. 또한 기부자도 기부받는 자의 고유채권자가 기부금에 대하여 강제집행하면 제3자이의권을, 기부받는 자가 파산하면 환취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기부금의 관리처분 방법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남은 기부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이 이론에 의하면, 기부자의 신뢰와 수익자의 권리가 더 보호되고, 기부받은 자의 의무가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건·사고·판결
임한흠
2009-12-21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