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변호사-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실무가로서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분쟁의 상대방을 사기죄나 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런데 그 내막을 자세히 들어보면, 분쟁의 핵심은 단순히 돈 문제(민사 분쟁)이기는 하지만, 일단 고소를 하게 되면 상대방이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곧바로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형사고소를 감행하겠다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이런 문의를 받게 되면 필자는, 관련 증거가 충분하여 의뢰인이 주장하는 상대방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확신이 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소 여부는 결국 본인의 자유이지만 역으로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조언하곤 한다.
필자가 이와 같이 조언하는 것은, 분쟁의 성격이 단순히 민사적인 사안이라면 민사소송의 절차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원칙론을 떠나, 현재 수사기관에서 고소사건을 조사한 후 오히려 고소인을 무고죄로 인지하여 처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검찰청은 국정감사자료(고소사건 처리현황)를 통해 우리나라의 고소사건이 일본에 비하여 60배나 많은데(인구비례로 계산하면 155배에 이른다) 정작 고소사건의 60%는 ‘혐의없음’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되고 있어, 검찰 수사력의 낭비 및 피고소인의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검찰의 입장은 무고죄 인지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추세와 일맥상통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다(형법 제156조). 여기서 말하는 ‘신고’란 고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수사기관에 특정인의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행위도 여기서 말하는 ‘신고’가 된다), ‘고소’가 전형적인 사실의 신고인 것은 틀림이 없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허위’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하지만, 단순히 사실을 과장한 정도로는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무고죄는 고의범이기 때문에, 자신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다는 인식이 있을 때에만 죄가 된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은 ‘무고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확정적 고의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고의로서도 족하다 할 것이므로 무고죄는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신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우리 판례는 신고자가 자신이 신고하는 내용이 진실이라는 확신이 없이 신고한 경우에도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예컨대 분쟁 상대방이 차용증을 위조한 것에 대하여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를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하게 되면, 수사의 결과에 따라서는 오히려 고소인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수사의 결과 고소인의 고소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여 언제나 무고죄로 처벌받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고소인이 법률문외한으로서 법리를 오해하여 고소를 한 경우도 흔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무고죄가 무겁게 처벌되는 중죄라는 점과 최근 수사기관이 무고죄를 적극적으로 인지하여 수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그리고 고소한 사실에 대한 확신이 없는 신고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여 보면, 단지 빨리 억울함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고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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