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도박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그 돈을 갚으라고 하면서 소송을 할 수 있을까,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람이 이를 돌려받기 위하여 소송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살인이나 강도를 의뢰하면서 돈을 준 사람이 제공한 돈을 돌려받기 위하여 소송을 할 수 있을까.
도박, 뇌물제공, 범죄의뢰는 사회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우리 민법에 의하면 이처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도박자금을 대여하는 행위나 뇌물을 증여하는 행위 등은 모두 무효가 된다. 그런데 원래 돈을 준 행위가 무효인 경우 이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부당이득이 되므로, 이를 제공한 사람은 제공받은 사람으로부터 그 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예컨대 도박자금을 빌려 준 사람은 그 상대방에게 대여금 계약이 무효가 되었으므로 그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 법은, 계약이 무효가 된 원인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데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급부는 이른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하여 그 반환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재산을 이전한 원인이 불법이거나 그 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사회적 목적이 불법인 경우 이는 ‘불법원인급여’가 되기 때문에, 이를 부당이득이라 하여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타당성이 결여된 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자기의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그 복구 내지 반환을 구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우리 법의 이념을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도박자금을 대여한 사람이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람이, 이제 와서 자신의 행위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제공했던 도박자금이나 뇌물을 반환받기 위하여 소송을 하여도 법원은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한편 위 도박의 예에서 정작 도박자금을 빌린 사람은 이를 돌려 줄 필요가 없게 되어 반사적으로 그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데, 이는 불가피한 결과이다. 다만 이 사람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였을 때는 보호받지 못한다. 즉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자신의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 준 사람이, 나중에 와서 자신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 준 행위는 도박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이유로 당해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데 이 또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자가 스스로 불법ㆍ무효를 주장하여 재산의 반환을 시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다만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리면서 그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등기를 설정해 준 경우는 다르다. 즉 판례는 도박자금으로 금원을 대여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을 뿐이어서 채권자가 그 이익을 향수하려면 경매신청을 하는 등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때에는, 채무자는 무효인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법은 이처럼 불법행위를 한 채권자가 급부를 실현하려면 또 다시 다시 국가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 그 협력을 거부하는 것이다(이를 통해 역시 불법행위를 한 도박자가 재산을 환원할 수는 있게 되지만, 이 또한 불가피한 결과이다).
이렇듯 법은 사회질서에 반하고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면서 재산을 제공한 사람이 뒤늦게 뜻을 바꾸어 그 재산의 반환을 구하더라도 법은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미심쩍은 거래를 할 때는 이 점을 특히 명심해야 한다. /이국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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