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일반 검색보다 전기 10배 소비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한양경제기사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검색, 번역, 요약, 콘텐츠 제작 등에서 인간의 손을 대신하는 기술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대형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각국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GDP에 연간 최대 4조4천억 달러를 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 그 자체보다 이 기술이 산업·사회 전반을 바꾸는 파급력이 핵심이다. 챗GPT 질문 한 번에 2.9Wh, 일반검색은 0.3Wh 그러나 이 기술의 이면에는 대규모 전력 소모라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챗GPT와 같은 AI는 질문 하나에 2.9와트시(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일반적인 구글 검색(0.3Wh)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사용자와 AI 간의 상호작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체 전력 소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널리 사용될수록 그만큼 막대한 전력 자원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인프라와 직결된 문제다. AI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데이터센터다. 이 거대한 서버 집합체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수많은 GPU가 24시간 가동되는 공간이다. 전력 사용은 물론, 고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글로벌 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460테라와트시(TWh)로,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중소국가 수 개국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일부 연구는 챗GPT와의 상호작용 한 번에 약 500ml의 물이 소비된다고 분석한다. 냉각을 위한 수자원도 부담 요인이다. 세계는 전력 인프라 경쟁, 한국은 지체 중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이제 막 고속도로에 진입한 신기술이다. 상용화는 시작됐지만, 확산 속도는 가속이 붙고 있다. 향후 수년 내로 기업의 사무환경, 교육, 의료, 금융, 고객상담 등 대부분의 서비스 영역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량은 현재보다 수십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비례해 전력 수요 역시 폭증할 수밖에 없다. AI 도입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전력 기반을 요구하는 구조다. 국가 차원의 장기 계획이 요구된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기술의 진보를 막을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은 오히려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은 자국 내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는 전체 전기의 20% 이상이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될 만큼 인프라를 집중해 왔다. 프랑스는 핵발전 기반을 활용해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친환경 AI 인프라' 모델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해 대규모 태양광 단지와 데이터센터를 통합 설계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말뿐인 'AI 강국' 외침, 전기부터 준비해야 한국의 현실은 다소 상반된다. 정부는 "AI 강국"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데이터센터 인허가 문제나 전력 공급망의 한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이미 전력망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분산하려는 시도는 기반시설 부족과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충족하려 해도, 국내의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전력이 판매하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전체 발전량의 9% 수준에 머물고 있고, 녹색 프리미엄 요금도 비싸 RE100 이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입지 선정 시 필요한 전력망 인접성, 지반 안정성, 용수 확보, 통신망 연결성 등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제한적인 데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정부가 전국 단위의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체계적으로 조성하지 않는 한, 민간 기업이 각개 전투로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AI 확산은 곧 전기 확산..전력 개편 서둘러야 생성형 AI는 전기를 많이 쓰는 기술이 아니라, 전기를 반드시 써야만 작동하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AI의 확산은 곧 전기의 확산이다. 검색엔진을 넘어서는 기능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단지 AI 모델의 성능 향상만이 아니라, 그 모델을 뒷받침할 에너지 체계에 대한 준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유연한 전력 요금제 개편, 대규모 송전망 정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등 종합적인 전력 인프라 전략이다. 기술보다 전기를 먼저 준비해야 할 때다.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AI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실질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정부의 청사진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력 수급 계획이 가장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 기술이 준비되었는지 묻기 전에, 우리는 전기를 준비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금값 치솟자 ‘가벼워지는’ 주얼리… 무게 줄이고 ‘가성비’ 챙긴다

국제 금값이 계속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는 ‘가벼운’ 주얼리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기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순금의 높은 가격 부담으로 소비자들은 금 함량을 줄이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유지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18K보다 14K나 그 이하의 합금 제품이 인기를 얻고, 금속 소재의 패션주얼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의 ‘일반·패션 주얼리 소비자조사 2024’에 따르면 14K 옐로우 골드 제품의 점유율은 직전 조사 대비 7.7%포인트(p) 증가한 30%를 기록했다. 특히 남성의 14K 주얼리 구매율은 33.8%로 직전 조사(15.4%)의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패션주얼리 소비자가 최근 1년간 구매한 소재로 ‘금속’이 가장 먼저 꼽혔다. 금속 소재 패션주얼리 구매율은 전년 대비 10.7%p 증가한 46.6%를 기록했다. 연령 기준으로는 20대(54.3%)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 최근 1년간 일반 주얼리 구매율은 역대 최저치(13.1%)를 기록하며 소비 심리 위축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약 133만명이 줄어든 수준이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차지연 월곡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기일보에 “금값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주얼리 시장 전반이 침체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가운데 금 함량을 줄이거나 금이 아닌 금속 소재 제품이 합리적 가격대를 앞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주얼리 업계는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며 위기 속 돌파구를 찾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는 지난해부터 일부 커플링을 10K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18K나 14K 제품이 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엔 순금 함량이 낮아도 가성비가 좋은 10K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한 것이다. 최승욱 서울과기대 금속공예디자인학과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는 고급화와 희소성 있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중저가 브랜드는 14K 골드나 중량이 낮아도 크게 보이는 효과를 주는 ‘할로우 주얼리(Hollow jewelry·속이 빈 공법으로 제작된 장신구)’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금값 상승 속에서도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고, 감성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부가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주얼리 제품 개발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산불 피해 성금 2억원 기부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서희건설은 이봉관 회장이 최근 영남권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과 지역사회의 복구를 위해 경북도청에 모두 2억원의 성금을 기부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회장 개인 명의로 1억원, 국가조찬기도회를 통해 1억원을 추가로 전달했다. 이 회장은 현재 서희건설 회장 외에도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두 단체를 통해 각각 기부금을 조성해 동시에 기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이 경북도에 기부한 이번 성금은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긴급구호, 생필품 제공, 구호 인력 활동 지원 등 피해 복구와 일상 회복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초대형 산불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 주민과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며 헌신하는 구호인력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위로 드리고자 이번 성금 기부를 결정했다”며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께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시길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희건설은 △울진 산불피해 주민돕기 △서울시, 경주시 등 수해 주민돕기 △튀르키예 지진피해 복구 성금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주민 성금을 전달하는 등 재난 극복을 위한 국내외 구호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희건설은 전국을 사업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재난 및 재해 극복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30분 시대’ 열리나... GTX-B ‘인천대입구역~용산역’ 다음달 첫 삽

인천 송도국제도시부터 서울 용산역을 잇는 인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민자구간 착공이 본격화한다. 이로써 인천에서 서울까지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일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민자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3월28일 국토교통부에 GTX-B 착공계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GTX-B 노선은 송도국제도시(인천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인천시청, 부평, 서울 등을 경유하고, 남양주 마석역까지 14개 노선을 연결하는 82.7㎞의 광역급행철도다. 약 6조8천억원(재정 2조5천억원, 민자 4조3천억원)을 들여 오는 2030년 개통이 목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재정사업구간인 용산역~상봉역 약 20㎞ 구간을 지난 2024년 착공했으나, 민자구간인 인천대입구역~용산역 약 40㎞ 구간의 경우 시공사와 투자자 간 자금조달 문제 및 행정 절차 지연으로 착공이 늦어졌다. 이번 착공계 접수로 GTX-B의 민자구간은 관계기관 협의와 도로 점용허가 및 굴착허가 등 각종 인허가를 거쳐 오는 5월 실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GTX-B 개통이 이뤄지면 수도권 주요 거점역을 30분 안팎으로 오갈 수 있어 인천과 경기, 서울 등의 교통 접근성 강화는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 또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의 교통 혁신을 이끌 GTX-B 노선의 민자구간 착공으로 인천에서 서울까지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시청역을 중심으로 신속하고 선도적인 공사를 통해 더 편리하고 빠른 교통 환경을 제공하겠다”며 “도시의 미래를 바꾸고 시민 행복의 지름길을 여는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GTX-B 노선을 지나는 수인분당선의 추가 정거장 신설 등을 최근 국토부에 건의했다. 인천대입구역~인천시청역 구간(약 10㎞)을 지나는 수인분당선 중간 지점에 ‘청학역’을 신설하는 것이다. 시는 ‘GTX-B 추가 정거장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국가철도공단에 제출했으며, 시의 용역 결과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민자구간 사업시행자와 사업비 및 사업시기 등에 대한 협의에 나선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막겠다던 산자부, 알맹이 없는 시행령 개정안…고려아연, '제2 홈플사태' 우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다음달부터 한 달간 입법 예고에 들어가는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제5차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해당 핵심 내용들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산자부에 따르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최대 6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고의로 기술을 유출한 경우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등 일부 내용에 대한 변경이 이뤄졌다. 또한 산업기술 침해에 대해 기존 손해배상한도를 3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불법 이익 환수에 중점을 뒀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과 신고 절차를 거쳐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내 법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절차가 적용되지 않아 법적 맹점이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가 그 예로 거론된다. MBK는 김병주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미국 국적의 사모펀드로, 국내에 법인을 등록한 채 고려아연의 인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승인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지배 국내 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을 밝혔으며, 이는 항공사업법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도 '외국인'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 규제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입법 예고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과 같은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해왔으며, 이는 해당 기술이 해외로 매각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산자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이 법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기술 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어, 향후 법률안 개정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미국은 '외국인 지배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는 산자부의 시행령 개정 방향과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연방규정집 'CFR'에서는 외국인에 의해 실질적으로 통제되는 법인도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있어, 산자부의 개정안이 외국인 지배에 대한 규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스비, 이대로 괜찮나? – 한국 AI 음성비서의 현주소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기사입니다 “빅스비, 세탁기 켜줘.” “죄송해요,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른바 ‘스마트한 일상’의 대표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AI 음성비서.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가 2017년 선보인 음성비서 ‘빅스비’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가전제품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정작 사용자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존재감은 있으나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비서’라기엔 엉뚱한 답변이 더 많다 갤럭시 유저 김지현(35) 씨는 최근 세탁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빅스비를 호출했지만, 청소기 작동 알림을 받았다. 명령어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대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빅스비는 처음엔 스마트폰 중심의 음성 인터페이스로 시작됐지만, 이후 냉장고·세탁기·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번 ‘비스포크 AI’ 시리즈에도 업그레이드된 빅스비가 탑재됐다. 가족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보이스ID’ 기능도 새로 추가됐다. 그럼에도 실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능은 많지만 불편하다”,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덜 똑똑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삼성은 왜 빅스비를 계속 밀고 있을까 빅스비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AI 가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삼성은 ‘스마트싱스(SmartThings)’라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빅스비는 그 중심에 있다. 터치 없이 말로 조작하는 인터페이스는 고령자, 어린이, 다인 가구 환경에서 편리성을 높인다. 또한 최근에는 빅스비를 통해 가전 제품 간 연동뿐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 에너지 소비량 분석, 실내 활동 감지까지 지원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AI 가전에서 음성비서는 단순한 명령이 아닌, 상황 인지 기반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성현 AI산업연구소 소장은 “삼성은 글로벌 플랫폼과 차별화를 위해 하드웨어 기반의 통합 생태계 전략을 추진 중이며, 빅스비는 그 중심축이지만 기술보다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지속적인 리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리·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와의 격차 하지만 빅스비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해 체감 성능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의 ‘시리’는 기기 간 대화 연속성에서 앞서고, 구글 어시스턴트는 검색·일정 관리·다국어 처리에서 강점을 갖는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수천 개의 스킬을 탑재해 음악, 쇼핑, 홈오토메이션까지 확장성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빅스비는 한국어 음성 인식률은 우수하지만, 대화 지속성과 맥락 이해력이 낮고, 앱·서비스 연동성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가전 제어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는 가능성이 있으나, 범용 AI 음성비서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정은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은 “빅스비는 하드웨어와 결합된 형태로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소프트웨어적 확장성과 개방성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기능은 되는데, 왜 안 쓰게 될까 AI 음성비서의 문제는 단순히 ‘되는가’가 아니라 ‘쓰게 되는가’에 있다. 음성비서는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데이터를 쌓아야 발전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이 같은 선순환은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AI 음성비서를 ‘꺼두는 게 낫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 우려, 오작동 스트레스, 실제 활용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음성비서는 ‘있으나 마나한 기능’으로 여겨지고, 기기에서 사용률은 1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빅스비의 과제가 기술적 성능이 아닌 UX(사용자 경험) 설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애플은 시리를 ‘개인 비서’로, 아마존은 알렉사를 ‘가정 내 조력자’로 포지셔닝해왔다. 소비자가 음성비서를 특정 성격이나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반면 삼성의 빅스비는 명확한 정체성을 부여하지 못했다. 단순한 명령어 인터페이스 수준을 넘지 못하면서, 사용자와의 정서적 거리도 줄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AI 가전이 일상화될수록, 음성비서는 브랜드의 핵심으로 자리잡는다. 사용자가 말을 걸고 싶어야 비서로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있는 듯 없는 듯 묻혀버린 기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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